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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대항해시대 오리진,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上)

우티 (김재석 기자) | 2021-01-22 09: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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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다. 자세히 보지 못하면 찾을 수 없는 디테일로 평범한 것과 비범한 것의 차이가 나온다.

 

코에이테크모게임즈(이하 KTG)와 협업하며 <대항해시대 오리진>을 개발 중인 ㈜모티프의 이득규 디렉터는 악마 같았다. 모티프는 원작을 계승하면서​ 역사를 고증하고 실제에 가까운 지구 환경을 창조했다. 불필요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이득규 디렉터에게는 도무지 놓칠 수 없는 디테일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곧 세상에 공개된다.

 

출시를 앞두고 이번 달 열리는 CBT에 참가하기 위해선 '항해능력 검정시험'을 통과해야 했다. 아무나 오지 말라는 듯, 아니면 적어도 알아보고 오라는 듯.​ 보통 MMORPG가 선택하지 않는 이 방식도 그의 디테일이었다.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세계는 굉장히 특별한 이해를 바탕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금방 탈락하기 때문이다.

 

그를 만나기 전 1시간 동안 테스트 빌드를 체험했지만, 게임을 이해하기엔 턱없이 모자란 시간이었다. 2시간 넘는 시간 동안 이득규 디렉터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모든 것에 대해 말할 것처럼 세세하게 이야기했다. 그렇게 기자가 그간 해왔던 인터뷰 중 가장 길고도 깊은 내용이 나왔다.

 

방대한 내용을 기사 하나로 내기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상, 하 2편에 나누어 게재하는 인터뷰의 목차는 아래와 같다.

 


CBT 응모에 '검정 시험'을 배치한 이유

- '막막한' MMORPG, 자동이 있지만 "한 번은 꼭 해야 한다"

- <대항해시대 오리진> 아트는 어떻게 만들었을까? (이범종 AD)

- <대항해시대 오리진>, "함대를 운용하는 게임"

- 오프라인 자동 항해... 이득규 디렉터가 기획한 플레이 패턴 

 

(26일 공개 예정)

 

- '대항해시대'의 핵심, 교역의 힌트를 묻다

- 파밍 가능한 모험?

- '다이나믹' MMORPG, 최소 지원 기기는?

- 모티프의 역사 재창조 "다양한 관점 보여주고 싶어"

 

인터뷰를 통해 엿본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보통 게임과는 달랐다. 무엇이 됐든, 그 결과물은 괴물이 될 것이라는 직감이 왔다.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편집장, 김재석 기자

 

왼쪽부터 이득규 디렉터, 이범종 AD

 


 

본 인터뷰는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준수한 상태에서 진행됐습니다.

 

 

# 모티프가 CBT 응모에 '검정 시험'을 배치한 이유


디스이즈게임: 퀴즈를 풀어서 점수를 넘은 사람에게만 CBT를 참여시킨 것은 처음 본다. 게다가 27년 전 게임인 <대항해시대 2>가 문제로 나왔다.

 

이득규 디렉터: 아시겠지만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사이즈가 굉장히 큰 프로젝트다. 파트마다 동시에 개발을 병렬적으로 진행하고 나중에 각 부분들을 합치면서 퀄리티를 올리는 방향으로 진행했다. 그런 요소들이 정리가 조금 안 되어있는 상황이다.

 

다른 게임들은 마케팅 관점에서 CBT, OBT 이런 것들을 진행하는데, 우리는 상황이 다르다. 우리는 진짜로 기능 테스트를 하는 부분이 크다.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상호 영향을 많이 주고 받는 게임인데, 그래서 실제적인 테스트가 필요했다. 원작 이해도가 부족한 유저들을 적응시키기 위한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일반 유저가 게임에 적응하기 어려움이 있는 상태라 <대항해시대>라는 타이틀을 아는 분들을 부르고 싶었다. 그래서 게임을 진짜로 아는 분들이 어떻게 움직이지는지를 봐야 했다.

 


코어한 테스터들을 대상으로 하고 싶었다?


이득규 디렉터:​ 그렇다.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다른 게임과 다른 점이 너무 많다. 거기서 오는 난해함이 많을 것이다. 

 

물론 그런 난해함에 대해서는 계속 폴리싱을 해야겠지만, 이 타이틀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는 유저가 사전 모집이라고 테스트에 참여해 월드에 던져지면 굉장히 당황하게 될 것이다. 뭐지? 왜 배가 나오지? 바다에 나가면 뭘 해야 하지? "모르겠어, 나 안 해!" 이렇게 던져버리면 우리가 기대하는 플레이테스트의 결과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 유저(대항해시대를 모르는 유저)를 많이 모아서 테스트를 진행한다면, 예쁘게 만들어진 초반 가이드를 제공해주면서 테스트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굉장히 정형화된 세팅을 제공을 해야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완전히 완성된 지구를 오픈하고 거기에 플레이어를 던져놓는 게임이다. <대항해시대>와도 다르고 앞서 출시됐던 유사한 모바일게임과도 다르다.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항해 능력 검정 시험


인터뷰에 앞서 1시간 동안 테스트 빌드를 체험할 수 있었다. 카탈리나 에란초를 선택해서 플레이했는데 미션으로 세비야에서 가장 가까운 항구로 가라더라. 그런데 가까운 항구의 위치도 항구의 이름도 그 어떤 정보도 없다. 당연히 자동이동도 없었고. 경험자로서 대략적인 위치를 알기에 이동은 했지만...

 

이득규 디렉터:​​ 그게 <대항해시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항해시대>를 해봤던 사람이라면 이베리아 반도 해안선을 따라 돌면서 파루나 말라가를 찾아가겠지만, 안 해본 사람은 넓은 바다로 길을 잡고 망망대해로 가서 전멸할 것이다​.​ 물론 폴리싱을 계속 하면서 그런 가이드를 최대한 알기 쉽게 보여주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현재 CBT 버전은 가이드가 충분하지 못한 상태다.

 


원작을 해본 사람과 안 해본 사람의 차이가 크겠다.

 

이득규 디렉터: 현재는 아쉽지만 아직 그런 상태다. 다음 CBT에서는 이 부분을 개선해서 어떤 유저라도 게임에 적응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것이 목표이다.

 

기존의 <대항해시대>는 기본 항구는 오픈되어 있었는데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아예 처음엔 알고 있는 항구가 없었다. 그래도 소속 국가의 항구 몇 개 정도는 열어놓는 게 좋지 않았을까?

 

이득규 디렉터:​ 제독에 따라 초반 항구는 조금 더 열어주는 방향으로 수정 중이긴 한데 고민이 많다.<대항해시대 오리진>은 어떻게 동기부여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게임이다. 원작을 아는 사람이라면 알아서 항구를 찾을 것이고, 모르는 사람은 찾아서 가야 한다. 이런 부분도 일종의 편의성 부분인데 어찌할지 고민을 하고 있긴 하다.

 

 

FGT 반응은 어땠나?

 

이득규 디렉터: 나름 충격적이었던 반응이 많았다. 성별과 연령에 따라 플레이 형식이 달랐다. 게임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FGT에서 일부 그룹은 가지고 있는 돈을 장비를 뽑거나 배를 사는 데 다 썼다. 이 때문에 초기 항구에서 장비를 다 맞춰버려서 교역품 살 돈, 물/빵 살 돈 없다는 경우도 있었다. 반면 다른 그룹은 대체로 돈을 받자마자 저금했다. 그러면서 돈을 얼마나 모았다는 게 재밌다더라.

 

테스트가 끝나고 전투 한 번도 안 해본 사람 손 들라고 해보니, 손 드는 사람이 많더라. 왜 안 했냐고 물어봤더니 "안 해도 되길래 그냥 안 했어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게 장점일 수도 있지만, 핸들링하는 입장에서는 숙제다.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게임을 열어놨는데, 그 패턴이 막히는 순간 게임도 진행하기 어려워질 테니까.

 

여러 괴리를 최대한 해결하고, 그러면서 크고 작은 버그들까지 해결해야 모두가 최소한의 접근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때가 되어야 마음을 놓을 수 있다.

 


 

# '막막한' MMORPG, 자동이 있지만 "한 번은 꼭 해야 한다"


처음에 이 게임을 해보는 사람은 굉장히 난해할 것 같다. 알아서 각을 잡아가며 항해를 해야 하지 않은가?


이득규 디렉터:​ 지금 상태로 바다에 나가면 굉장히 막막하게 느낄 사람이 많을 거라고 본다. 그래도 시리즈 이해도가 높은 사람들이 이런 오픈월드에서 가이드가 부족함에도 어떻게 각자 행동할지, 그래서 어느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완하면 더 효과적일지를 파악하고자 한다. 지금은 원작을 아예 모르는 사람은 초반에 어떻게 할지 몰라 멘탈이 나가는 상황을 겪을 수 있다. 그래서 개발 입장에선 CBT 참여 인원을 가급적 줄여서 진행하고 싶었다.

 


그래서 CBT 신청을 위한 문제가 어려웠나?

 

이득규 디렉터:​​​ 그런 것도 없지 않아 있다. 아직은 시리즈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이는 초반 플레이가 어렵기 때문이다. <대항해시대>를 모르는 유저도 편하게 할 수 있게 개발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처음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2020년에 론칭하겠습니다" 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저희 준비가 부족하다고 해서 소리소문 없이 때를 넘기면 "접힌 거 아니냐"라는 말도 나올거고, 우려의 목소리도 클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아직 부족하지만 지금의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이렇습니다" 느낌으로 CBT를 진행하는 거다. 원래부터 론칭 준비가 다 끝날 때까지 조용히 개발하자는 기조였기에 게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도 최대한 피해왔다. 가능한 준비를 마치고 공개하고 싶었다.

 

 

맨 처음 캐릭터를 선택할 때 캐릭터마다 성향에 다른 가중치가 정해지고 추가로 유저가 모험, 교역, 전투라는 성향을 선택할 수 있는데 어떤 의미인가?

 

이득규 디렉터: 경험치 보너스를 받는 정돈데, 플레이 중간에도 원한다면 바꿀 수 있다. 결국 유저의 플레이 스타일에 따른 효율의 차이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게임을 시작할 때 3가지 성향을 고를 수 있는 인터페이스



<대항해시대>는 모험, 교역, 전투 3개 분야로 나눠지고, 분량만 놓고 보면 샌드박스 급이라고 해도 될 것 같은데 한 쪽 루트만 타고 쭉 밀어도 상관 없는지?


이득규 디렉터: 상관없다. 연대기라 불리는 퀘스트도 존재하기는 하지만 퀘스트를 전혀 진행하지 않고 모험, 교역, 전투만으로도 플레이가 가능하다. 심지어 전투가 싫으면 전투 한번 없이도 플레이할 수도 있다. 말 그대로 유저가 하고 싶은 대로 플레이하면 된다.

 

 

옷토 스피노라를 골랐는데, 포 한 번 안 쏴보고 플레이할 수 있는 건가?

 

이득규 디렉터: 연대기를 안 보고 싶으면 안 해도 된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더 이 게임이 어려울 수 있다. 요즘 유저들은 자동이나 따라가는 게임에 더 익숙하다. 자동으로 누르면 다 진행되는데,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그냥 유저들 알아서 하라고 던져 놓는다. 물론, 우리도 자동을 누르면 어느 정도는 자동으로 진행은 되는데, 이게 처음에는 자동이 안되는 것들이 많다. 처음 한 번은 꼭 유저가 플레이해야 한다.  


 

<대항해시대 2>에도 자동항해가 있긴 하다. 어느 정도 진행도가 쌓이고 육분의, 망원경을 얻고 자동이 슬슬 들어가는 느낌인데 <오리진>은 그런 상태는 아닌 것 같다. <오리진>은 알아서 채용하고, 자동으로 배치가 되고 알아서 항구에 가는 느낌이다.

 

이득규 디렉터: 섞여있다고 봐야 한다. 예를 들어서 가본 항구에 자동이동으로 갈 수 있는데, 처음에는 다 찾아서 가야 한다. 그런 막막함을 줄여주는 게 연대기(퀘스트)다. 자동 진행 게임처럼 하고 싶으면 그렇게 하면 되고, 그게 싫으면 다르게 하면 된다. 

 

정보가 없는 유저에게 자동 플레이를 어디까지 진행해줄까라는 부분은 계속 고민하고 있다세계를 다 열어놨을 때, 유저들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볼 필요도 있다. 이번 CBT에서는 그 어려운 문제를 풀고 들어온 유저들에게서 어떤 패턴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 <대항해시대 오리진> 아트는 어떻게 만들었을까?


(AD에게) 코에이와 협업이 힘들지 않았나?


이범종 AD: KTG가 굉장히 꼼꼼하게 보는 것이 사실이다. 한 달에 한 번씩 리소스를 교환하면서 검수하는데, 그 쪽도 어셋을 만들고 우리도 어셋을 만든다. 서로 결과물을 검수한다. 최종적으로는 KTG가 보는 게 맞지만 같이 확인하는 편이라고 봐주시면 될 듯하다.

 


픽셀 아트를 다른 스타일로 바꿨는데 어렵지 않았을까?

 

이범종 AD: 어떻게 원작을 계승하고 발전시킬까 고민을 많이 했다.​ 옛날에는 원작의 일러스트와 게임 안에 구현된 디자인 사이에 괴리감이 있었다고 본다. 지금 우리는 언리얼엔진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표현하면서 원작의 요소를 재탄생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인물 말고 항구, 도시, 배 아트도 직접 다룬 건가?

 

이범종 AD: 맞다. 

 


 

인도면 인도, 동남아시아면 동남아시아 이렇게 문명권에 따라 조금씩 다른 표현이 들어가는 게 <대항해시대>인데, <오리진>에서는 어떨게 구분되나?

 

이범종 AD: 게임이 가지는 표현의 한계라는 것도 분명 있을 거라고 본다. 큰 틀에서​ 우리는 지구와 똑같은 환경을 구축하려고 했다. 1:360 축척으로 지구를 만들었다. 위/경도의 차이는 있을 것이지만 지구와 최대한 비숫한 공간이다. 그 안에서 11개 정도로 구분되는 문화권이 추가된다. 북유럽, 남유럽, 인도, 아시아 이런 식으로. 디렉터 님(이득규)이 고증을 굉장히 중시하기 때문에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그 때 안 쓰던 복식, 물건 이런 것들은 또 제외해가며 작업했다.

 


발견물 일러스트도 원작을 따라가나?

 

이범종 AD: 원작보다는 그 시대에 맞는 발견물의 모습을 가져오려고 생각했다.​ 가령 어떤 석상이 과거에는 팔이 있었는데, 지금 전해져오는 석상에는 팔이 없다, 그러면 우리는 그 석상에 가상의 팔을 추가시켰다.

 

 

라인게임즈에서 자랑하는 '디퍼드 렌더링'에 대해 소개한다면? 

 

이범종 AD: 지구, 바다 이런 요소들이 변하지 않나? 우리 게임도 그렇게 지구 환경이 고정적이지 않다. 시간마다, 날마다, 계절마다 변하는데 그걸 반영하기 위해 언리얼 엔진을 수정해 모바일 디퍼드 렌더링을 적용했다. 

 

한 화면에 무리 없이 여러 광원 효과를 줄 수 있게 되는데, 프로그래머가 구현해줬다. 그래서 <대항해시대 오리진>에서 날씨가 변하는 모습, 선박 위에 눈이 쌓이는 모습, 물기가 묻고 흐르는 모습, 바다가 출렁거리는 모습을 표현할 수 있게 됐다. 

 

이득규 디렉터가 변하는 세계를 원했다. 자연뿐 아니라 동맹항의 모습들도 점령이나 발전에 따라서 바뀌게 된다. CBT 빌드에 모든 변화 효과가 구현되지는 않지만, 정식 서비스 전까지 항해할 때만 만날 수 있는 기상 현상들을 넣으려고 하고 있다.

 


 

 

예전 함선의 모형이 전부 남아있지 않을 텐데 무엇을 참고하고 디자인했나?

 

이범종 AD:​ 우리가 가진 자료가 많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KTG에서 그간 <대항해시대>를 개발해오면서 가지고 있는 자료들이 있었기 때문에 참고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게임에 들어갈 중요한 배들은 KTG에서 원화 작업을 했다. 


이득규 디렉터: 생각보다 당시 함선 도면이 많이 남아있다. 후대의 연구자료도 있어서 같이 참고 중이다.

 

 

몇 가지 함선이 들어가나?

 

이득규 디렉터:​ 원작보다 많이 들어간다. 120대 정도 생각하고 있다.

 

 

조안, 카탈리나처럼 리메이크한 캐릭터가 있는가 하면 김만덕이나 정화 같이 <대항해시대 오리진>에 처음으로 들어가는 인물도 있다. 이런 오리지널 캐릭터들은 어떻게 그렸나?

 

이범종 AD:​ 우리 일러스트레이터가 가장 고민을 많이 한 지점이다. 어떤 캐릭터든, 스타일이든 KTG​가 원하는 퀄리티 수준이 있었고 그 부분을 충족시키면서도 문화권에 따른 캐릭터 구현을 최대한 표현하고자 했다. 리메이크의 경우 전작의 개성을 가져오면서도, 안경이나 장식 같은 요소가 그 시대의 것이 아니라면 검수 과정에서 변경시켰다.

 

왼쪽이 카탈리나 오른쪽이 조안

 

이전부터 관계가 있는 이 팀이야 "코에이에서 믿고 맡긴다" 할 정도라고 하니, 합이 잘 맞을 것 같다. 당시에는 온전했지만 현재는 파괴되거나 고쳐진 상태로 보존된 랜드마크의 경우 어떻게 작업했나? 일일이 구분했나?


이범종 AD: 현재 우리에게 부족한 부분이 랜드마크라고 생각하며 추후에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기본적인 방향은 철저한 고증이라고 생각한다. 최대한 많은 자료를 찾았고, 직접적인 기록이 없으면 그 시대 삽화라도 참고해서 이미지를 만들었다.

 

  

그러면서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과 다른 정보도 습득했나?

 

이범종 AD: 굉장히 많았다. 기존에 알고 있던 요소가 찾아보니 아니었던 경우가 많다. 가령 유리나 귀금속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역사적 이미지는 대체로 1800~1900년대의 것이었다. 그래서 원작에 등장하는 유리구슬도 다른 모습으로 그려진다. 작업하던 걸 갈아엎고 새로 작업했는데, ​완성도 있게 만들려고 노력한 것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듣고 보니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프로젝트 같다.

 

이득규 디렉터: 사람을 못 뽑아서 계속 구인공고를 내냐는 말이 들리는데, 그게 아니라 이 게임 자체에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관여하고 있다. 라인게임즈, 모티프뿐 아니라 굉장히 많은 회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간 내가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에선 가장 많은 사람이 이름을 올렸다. 한국 개발팀도 있고, 외부 아웃소싱 팀도 있고, 국적도 한국, 일본, 중국, 프랑스, 베트남, 러시아 등등... 생각보다 다국적이다. 비개발 조직 및 성우를 포함하면 총 참가 인원이 600여명 정도 된다.

 


 

 

# <대항해시대 오리진>, "함대를 운용하는 게임"

 

바다에 나가보니 조류의 흐름이나 바다의 깊이, 풍속 같은 부분까지 구현됐더라. 이런 요소들이 실제 항해와 전투에는 어떻게 맞물리는가?


이득규 디렉터: 꽤 공을 들였지만 막상 잘 보이지 않는 기분이 드는 특징이다. 기본적으로는 실제와 똑같다. 바람이 순풍이면 빨리 가고, 역풍이면 느리게 간다. 얕은 수심일 때 유리한 배가 있고, 그렇지 않은 배가 있다.

 

옛날에는 한정적인 지식을 기반으로 게임을 만들어야 했지만, 지금은 빅데이터를 쓸 수 있는 환경이다. 날씨 데이터나 해류 데이터는 굉장히 널리 수집되어서 거래가 되기도 한다. 리얼타임으로 지구의 대기 흐름 같은 것들이 측정되고 있다.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2020>에도 실시간 상태 변화가 적용되지 않았나?

 

우리도 지구 전체의 대기와 기후를 구현했다. 7월~8월에 폭풍이 불면 게임의 바다도 폭풍이 분다. 모바일 여건 상 실시간 데이터까지는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3년치 데이터를 취합해 정렬했다. 게임의 바다 환경은 45초마다 업데이트된다.

 

기후 데이터는 어느 센서에서 누가 취합했는지에 따라서 결과값이 다르다. 그것들을 노멀라이즈해서 맞췄다. 그렇게 변환 작업한 데이터 용량만 해도 어마어마한데, 이걸 압축해서 배포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맞춘 것이 바로 45초 업데이트다.

 

무역풍, 편서풍을 알고 타면 항해 시간이 엄청나게 빨라진다. "나는 지중해 안을 돌 거야" 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크리티컬한 요소가 아닐 수도 있지만, 아프리카 넘어서 장거리를 뛸 때는 실제를 바다를 보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다. 어느 달에 가장 효율이 높은지 체득하게 될 수도 있다. 이미 습득하고 있던 지식이 많다면 잘 적용해서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다.

 

 

역풍과 계절풍, 무역풍을 구현했음에도 실제 항해에서 돛을 조정하지는 않더라. 조종을 뺀 이유는?


이득규 디렉터: 처음에 많이 고민했다. 처음엔 돛 조종을 시키는 게 괜찮은데, 이게 장시간 이어지면 힘들어질 것으로 봤다. 실제 키를 잡고 배를 모는 감각을 주는 것과 지시를 내리는 것과는 다르다고 보는데 우리는 후자의 입장이다.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함대를 운용하는 게임이다. 배 1대에 포커스를 맞춘 다른 게임과는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마이크로한 컨트롤보다는 매크로하게 선단의 제독 입장에서 항해를 바라보게 했던 것이 <대항해시대 2>의 좋았던 부분이다. 최대 10대의 배를 꾸려서 어떻게 운용할지 판단을 내리는 것이 2편의 장점이다. 사람 1명, 배 1대를 움직이는 게 아니라 거시적인 관점에서 플레이하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하나의 배가 아닌 선단을 운용하는 게임?

 

이득규 디렉터:​ 튜토리얼의 전투를 보면 여러 배를 조종하면서 힌트를 준다. 그외 과정에서 내가 실제로 몰고 다니는 건 1함대고 나머지는 AI로 구현된다. <대항해시대 오리진>에서는 최대 4개의 함대를 이끌 수 있고, 한 함대는 최대 7대의 선박이 편성된다. 그러니까 최대 28척으로 이루어진 선단을 운용하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이 함대는 교역 함대, 이 함대는 모험 함대 식으로 특성화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배를 정박해놓고, 커스터마이즈하고, 항해사부터 선원까지 필요 인력을 채우고 그러는 거다. 해적질을 할 수도 있고, 탐험가가 될 수도 있고, 봄에는 한양에서 딸기 사다 팔고 여름에는 동남아에서 코코넛을 사다 팔 수 있다. 원작에서 되던 건 다 된다.

 


조선소에서 판매하는 배를 보니 '교역용', '전투용' 이런 식으로 구분이 되어있더라. 전열함을 올려도 대포를 다 뺴버리고 적재 공간을 추가시킬 수 있나?

 

이득규 디렉터: 상관 없다. 기본 스탯이 그럴 뿐이다. 우리가 봤을 때 전투용으로 좋은 거 같다고 가이드를 한 것이다.

 

 

전투를 해봤더니 필드 안에서도 수심이 다 다르고 암초 같은 지형지물도 있더라.

  

이득규 디렉터: 그간 여러 장르의 게임을 만들었다. 실시간도 매력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턴제 전투를 더 좋아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원작이 턴제였다. 원작의 전투도 물론 재밌지만, 패턴이 정형화됐다. 좋은 무기와 갑옷만 맞추면 대포랑 포탄 하나도 안 싣고 일기토로 전투를 끝내버릴 수 있게 설계되지 않았나? 그것은 내가 생각하는 함대 운용 게임과 다르다. 

 

기본 타일은 헥스-턴제 전투인 원작대로 가되, 인물 별 함선 별 특성을 살리면서 개발했다. 강화 상태나 각종 스킬도 같이 어우러질 것이다. 이 게임의 핵심 특징은 '다이나믹'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다이나믹한 전투를 보여드리려 한다. 

 



전투 중에 배가 처음에 있던 위치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있었다. 전투에서도 조류나 파도의 영향을 받는 듯 하다. 또 낮은 바다와 깊은 바다로 수심이 구분되던데 전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이득규 디렉터: 조류의 영향으로 배의 방향에 파도는 침수에 영향을 미친다. 상태 이상에 걸리면 대미지를 받는다. 수심의 구분은 얕은 바다에서 유리한 배(소형선)가 있고, 깊은 바다에서 유리한 배(대형선)가 있다. 해류도 타일마다 다른 속도로 흘러가며, 턴마다 계속 변화한다. 

 

이렇게 맵에서 전투를 벌이는 것이다. 배가 밀린 것은 조류의 흐름 때문이다. 추가로 론칭 시점에는 역사상 유명한 해전들을 체험하는 콘텐츠를 추가하려고 한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레판토 해전과 같은 것을 구현해 RvR을 도입할 계획인가? 

 

이득규 디렉터: 일반적인 전투도 레벨이 올라가면 선단 개념이 들어가면서 다 대 다 전투로 바뀐다. RvR은 폴리곤 스펙 이슈가 큰데, 넣고 싶은 요소와 폴리곤 사이의 싸움이다. 일단 한 전장에서 배를 56대까지는 넣고 싶은데 많으면 게임이 느려질 수 있다. 이런 저런 방식을 고민 중이다. 퀄리티를 유지하면 배를 못 넣고, 배를 많이 넣으면 퀄리티를 낮춰야 한다. 몇 대나 나와도 좋을지 테스트 중이다. 

 

원작의 멀티 인카운트도 도입되는데 에스파냐 국적인 내가 싸우고 있으면, 주변의 에스파냐 NPC가 자동으로 붙어주는 식이다. 유저들도 게임에 붙을 수 있다. 유저 해적에게 공격 받는 다른 유저를 도울 수 있는데, 플레이는 각자의 전장에서 치르게 된다.

 



 

# 오프라인 자동 항해... 이득규 디렉터가 기획한 플레이 패턴


바다 위에서 최대 몇 노트까지 운항할 수 있나?

 

이득규 디렉터:​ 원작과 똑같이 최대 20노트(Kt)다.

 

 

<대항해시대 온라인>처럼 1일에 1분인가?

 

이득규 디렉터:​ 아니다. 1일에 1분 30초다. 1분은 빠르다고 생각했다. 스스로도 플레이의 쾌적함은 <대항해시대 온라인>의 1분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시간 변화의 영향이 있기에 고민이 많았다. 아까 바다 환경 변화가 45초마다 변화한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그게 낮과 밤의 변화를 포함한다. 45초씩 낮과 밤이 변하는 것인데, 30초마다 변한다고 생각하면 너무 짧은 거다. 그래봐야 15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50%의 시간이 더 주어진 것이다.

 

운항 테스트를 할 때 포르투에서 리스보아까지 하는데 거리가 300km 정도 나온다. 그 기준 거리를 잡아서 빠른 배와 느린 배의 체감을 잡고 있다. <대항해시대 온라인>과 비교하면 느리다고 생각할 수 있다. 사실 <대항해시대 온라인>은 역대 어느 시리즈보다 빠른 항해 속도의 게임이다.

 


피로감이 장난 아닐 텐데?

 

이득규 디렉터:​ 그래서 이 게임은 오프라인 플레이가 된다. 자동 항해를 걸어놓고 게임을 꺼도 된다. 서버에서는 여전히 항해가 이어진다. 그러다 누가 나를 때리면 푸쉬가 날아온다. 푸쉬를 무시하고 들어가지 않으면 AI 전투가 된다. 유저랑 싸웠는데 내가 이기면 이기고 가는 거다. 

 

항구가 아니라 특정 포인트에도 자동항해를 걸 수 있는데, 목적지에 도착해서 별 이슈가 없으면 그 현장에서 로그아웃 처리된다. 중간에 접속하면 항해하던 지점에서부터 로그인된다.

 


자동 항해로 피로를 극복할 수 있을까?

 

이득규 디렉터:​ 분명 24시간 게임을 돌리는 게이머들이 있다. 멀티 클라이언트를 돌리는 게이머도 있을 거다. 그러나 <대항해시대 오리진>에서는 이동 시간 하나 만큼은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된다. 배마다 스펙이 다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양에서 리스보아까지 가는 물리적인 시간이 극단적으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하루에 갈 수 있는 횟수가 정해진 것이다.

 

내가 생각한 플레이 패턴은 이렇다. 아침 출근길에 지하철에서 조금 만지다가, 사무실 출근할 때 한양으로 항해를 던져놓는 거다. 그러다 점심시간이 되면 한양에 도착해서 거래를 한다. 다시 리스보아로 던져놓고 오후 일과를 한다. 그리고 저녁에 밀도 있게 게임을 플레이하는 거다. 장거리 항해를 뛰는 데 내 인생의 시간을 많이 쓰지 않도록.

 

재해를 만났다, 공격 당했다, 항구에 도착했다 같은 요소들은 알림으로 울린다. 오프라인 항해가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스마트폰이나 PC에서 직접 플레이하면 항해 시간이 오프라인으로 가는 것보다 빠르다. 원래 45초 걸리는 게 오프라인으로는 1분 30초 걸리는 정도의 패널티는 존재한다.

 

FGT 때 "처음에 적응을 못했는데 방치형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하니 마음이 편해졌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밀도 있게 플레이하고 싶을 때는 그렇게 하고, 아닐 때는 장거리 이동만큼은 방치하는 게임이 됐으면 한다. 보통 방치로 놔둘 때는 스크린에서 렌더링이 돌아가는데, 꼭 그럴 필요 없지 않나? 절전모드도 지원하지만, 오프라인으로도 항해를 하게 만들었다. 내가 원하는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동안은 들어오지 않아도 된다. 바쁜 직장인도, 학부모도 인생을 지키면서도 플레이할 수 있게 캐주얼한 게이머도 어느 정도 따라가며 성장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

 


물, 빵, 선원 매니지먼트의 요소가 다른 게임과 차별화되는 부분인데 쪼들리는 조건에서 자동항해를 할 수도 있나?

 

이득규 디렉터: 그러다 죽으면 ​발견했던 가장 가까운 항구로 이동한다. 출발지로 바로 가는 건 아니다. 탐험을 하면서 항구를 밝혀놓으면 가장 가까운 곳으로 돌아갈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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