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대항해시대 오리진,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下)

우티 (김재석) | 2021-01-26 10: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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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다. 자세히 보지 못하면 찾을 수 없는 디테일로 평범한 것과 비범한 것의 차이가 나온다. 

 

코에이테크모와 협업하며 <대항해시대 오리진>을 개발 중인 라인게임즈의 이득규 디렉터는 악마 같았다. 모티프는 원작을 계승하면서​ 역사를 고증하고 실제에 가까운 지구 환경을 창조했다. 불필요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이득규 디렉터에게는 도무지 놓칠 수 없는 디테일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곧 세상에 공개된다.

 

출시를 앞두고 이번 달 열리는 CBT에 참가하기 위해선 '항해능력 검정시험'을 통과해야 했다. 아무나 오지 말라는 듯, 아니면 적어도 알아보고 오라는 듯.​ 보통 MMORPG가 선택하지 않는 이 방식도 그의 디테일이었다.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세계는 굉장히 특별한 이해를 바탕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금방 탈락하기 때문이다.

 

그를 만나기 전 1시간 동안 테스트 빌드를 체험했지만, 게임을 이해하기엔 턱없이 모자란 시간이었다. 2시간 넘는 시간 동안 이득규 디렉터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모든 것에 대해 말할 것처럼 세세하게 이야기했다. 그렇게 기자가 그간 해왔던 인터뷰 중 가장 길고도 깊은 내용이 나왔다.

 

방대한 내용을 기사 하나로 내기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상, 하 2편에 나누어 게재하는 인터뷰의 목차는 아래와 같다.

 

상 (바로가기)

 

- 모티프가 CBT 응모에 '능력고사'를 배치한 이유

- '막막한' MMORPG, 자동이 있지만 "한 번은 꼭 해야 한다"

- <대항해시대 오리진> 아트는 어떻게 만들었을까? (이범종 AD)

- <대항해시대 오리진>, "함대를 운용하는 게임"

- 오프라인 자동 항해... 이득규 디렉터가 기획한 플레이 패턴 

 

 

- '대항해시대'의 핵심, 교역의 힌트를 묻다

- 파밍 가능한 모험?

- '다이나믹' MMORPG, 최소 지원 기기는?

- 모티프의 역사 재창조 "다양한 관점 보여주고 싶어"


인터뷰를 통해 엿본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보통 게임과는 달랐다. 무엇이 됐든, 그 결과물은 괴물이 될 것이라는 직감이 왔다.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편집장, 김재석 기자

 

 


 

본 인터뷰는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준수한 상태에서 진행됐습니다.

# 대항해시대의 핵심, 교역의 힌트를 묻다 


디스이즈게임: 원작에서는 탐험에서 조난 당하거나, 전투에서 패배해 나포나 침몰을 당하면 소유하는 배가 완전히 사라졌다. <대항해시대 오리진>에서는 어떤가?


이득규 디렉터: 현재는 없어지지 않는다. 보험 기능이 들어가는데 비싼 보험을 들면 수리비도 지원해준다. 교역품의 경우에는 감가상각을 하지 않고 기준 가격을 바탕으로 보상해준다. 자동차 보험이랑 비슷하게 보험료를 많이 낸 사람은 80~90%까지 채워주고, 조금 낸 사람은 60%까지만 채워준다.

 

 

도시의 교역물 시세는 어떻게 볼 수 있나?

 

세계지도에서 항구의 시세 정보를 볼 수 있다. 특정 항구를 찍으면 그 항구의 시세 정보가 나온다. 정확하게 나오지는 않는데, 특정 기술이나 효과를 가진 항해사를 태우면 정보를 볼 수 있다. 보석 무역을 하고 싶다면, 해당 기술이나 효과를 가진 항해사를 태우면 전 세계 보석의 실시간 시세가 열린다. 

 

물가 변동은 유저 거래량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동된다. 스킬을 가진 항해사가 없으면 "여기는 싸고, 여기는 비싸고" 하면서 발품을 팔아야 할 것이다. 이런 항해사의 존재를 통해서 멀리 떨어진 항구의 시세 정보나 시게 이벤트의 상황도 파악할 수 있다.

 

 

교역소에 가보니 <대항해시대 온라인>의 발주서(교역물을 추가로 구매할 수 있는 아이템)가 유료 재화인 파란 다이아로 구현되어있더라.

 

발주서를 이용하는 대신 게임에서 수급할 수도 있는 재화인 블루젬의 소모를 지수 형태로 증가하게 만들었다. 이후 플레이 패턴을 보고 횟수 제한도 고민하고 있다. 가급적 발주서에 의존하는 플레이보다는 다자무역이 이루어지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 유저들은 언제나 가성비를 찾겠지만, 우리는 사람들이 육메(육두구, 메이스)만 거래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수요공급의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주요 도시에서 인기 교역물의 판매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게임에서 상대 세력에 대한 어뷰징이 가능한가?

 

굉장히 많은 사람과 재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항구가 217개인데 하나의 세력이 동시에 물가를 컨트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217명이 항구마다 흩어져서 재화를 쏟아부어가며 어뷰징을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 그럴 시간에 잘 팔리는 물건을 찾아서 교역하는 게 나을 것이다.

 

 

만약에 누가 한다면?

 

시세 구간에 리미트가 걸려있다. 폭락 등의 상황으로 교역 손실이 커서 망하더라도 게임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망하진 않을 것이다.

 


국가별 투자전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대항해시대 온라인>과 마찬가지로 한 항구가 특정 국가의 동맹항이 되면 모든 국가 소속이 혜택을 본다. 예를 들어서 두바이에 포르투갈이 제일 많은 투자를 하고, 그 다음이 조선이라면 그 총액으로 항구는 발전하지만, 이득을 보는 것은 포르투갈 소속 플레이어들이다. 조선 플레이어가 혜택을 누리려면 더 많은 자원을 소모해 투자로 이기거나, 다른 항구에 투자해야 할 것이다. 투자에 의한 발전도는 시간이 지나면 감소하고, 랭킹은 1주일마다 리셋되므로 한 번 포르투갈의 동맹항이 된다고 해서 그 상태가 영구적으로 유지되지는 않는다.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게임에 길드 기능이 있나? 있다면 어떤 이익을 공유하는지?

 

상회는 친목 도모와 함께 제작이라는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고급 장비는 모두 상회에서 제작해야만 한다. 원작에 등장하는 성기사의 갑옷 같은 장비의 상위 장비는 상회 제작을 통해서 생산된다. 좋은 장비를 얻으려면 상회가 성장하는 것이 우선이 된다.

 

 

상점을 보니 배를 가챠로 뽑을 수 있게 되어있던데, 원작의 소형선에서 대형선으로 넘어가는 구간이 살짝 사라지는 느낌이다. 처음부터 대형선을 몰고 다니게 되는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고민이 많은 부분이다. 무료 재화로 가챠가 가능하기 때문에 운의 영향이 게임 초반에 큰 차이를 만드는 부분이 없지 않다. 현재는 좋은 배를 얻더라도 성장하지 않았다면 제약이 존재한다. 선장의 레벨이 낮으면 선박의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충분히 성장을 거쳐야만 배의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적재량이 늘어나는 건 꽤 유리한 조건으로 다가오는 건 맞다. 배를 얻더라도 레벨이 낮으면 사용을 못하게 제약하는 방법도 논의가 되었는데, 얻은 배를 아예 못쓰면 부정적인 반응이 클 것 같았다.

 

 

유저 간 거래를 지원하나?

 

현재는 지원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게임의 연구 탭은 어떤 기능인가?

 

<문명>의 연구처럼 일종의 테크트리다. 국가나 길드와 공유하지 않는 선단의 성과다.



<대항해시대 2>에는 언어가 없지만, <대항해시대 오리진>에서는 언어가 보인다.

 

언어는 굉장히 중요한 기능이다. 언어를 배우지 않으면, 교역을 할 수 없다. <대항해시대 온라인>처럼 바디랭귀지로 교역물을 구매할 수 없기 때문에 항구에서 사용되는 언어를 아는 항해사나 제독을 고용해야 한다. FGT에서는 언어를 인식하는 순간 다들 능력이 아니라 언어 보유 항해사를 우선적으로 확보하더라. 참고로 어떤 항구가 특정 국가의 동맹항이 되면 해당 언어가 통용된다. 예를 들어 아덴이 조선의 동맹항이 되면, 그때부터 조선어가 해당 항구에서 지원된다. 동맹항이 많은 국가 소속은 언어를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반대로 동맹항이 적으면 현지 언어 확보는 필수다.

 

 

 

플레이어의 국적을 바꿀 수 있는가?

 

가능한데 1주일의 쿨타임이 있다. <대항해시대 온라인>과는 달리 오스만 국적도 어렵지 않게 취득할 수 있도록 열어놨다.

 


조안 페레로가 오스만 사람이 된다?

 

그것과는 다르다. 선단의 국적을 바꾸는 개념이다. 삼성의 법인마다 국적이 다르다면, 각 법인은 어느 나라의 기업일까와 같다. 미국 기업이라고 해서 꼭 미국인이 대표하지는 않지 않은가? 

 

 

<대항해시대>는 원래 유저간 정보 공유가 활발하던 게임이었다. 먼 옛날에는 어디 가면 뭐가 있더라는 입소문이었고, 각종 DB와 커뮤니티도 활발하게 운영됐다.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유저 소통 솔루션은?

 

반적인 게임과 똑같이 접근하려고 한다. <대항해시대 온라인>은 실시간 시세가 중요해서 디스코드 커맨더로 일일이 시세를 확인하는 것을 봤다.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커뮤니티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같은 국가나 상회 내의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대항해시대 오리진> 도구점 NPC.

 

# 파밍 가능한 모험?

개인 영지나 항구를 줄 생각인가?

 

지금은 그것보다는 항구에서 유저들이 뒤섞였으면 한다. 내 영지를 키우는 게임보다는 내 선단을 키우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게임의 태생이 결국 무엇을 하던 경쟁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모험, 교역, 전투 등에서 랭킹이 도입되는지 궁금하다.

 

랭킹이 있어 경쟁 요소가 들어가지만 모두가 꼭 신경 쓸 필요는 없다. 혼자서 ‘즐겜’하려면 랭킹에 신경 안 써도 된다. 랭킹은 1주일 단위로 정산된다. 최고의 갑부는 누구 함대인지 최고 센 함대는 어디인지 볼 수 있을 것이다.

 

공관에서는 투자 랭킹을 볼 수 있고, 그에 따라서 보상을 얻을 수 있다. <대항해시대 2>와 마찬가지로 저택과 계약을 맺고 발견물을 보고하면서 보상을 얻는다. 보고를 많이 하면 랭킹 상위권에 오르는데 그에 따른 추가 보상이 주어진다.

 



동맹항 이권과 강하게 연결된 교역이나, PvP 요소가 있는 전투와 달리 모험은 다소 한계가 뚜렷하다. 지구는 한정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모험할 항구나 발견물은 유한하다. <대항해시대 온라인>도 퀘스트를 어렵게 꼬거나 '작'을 하는 방식으로 모험이 발전했는데. <오리진>은 어떤가?

 

한 번 발견하면 끝이 아니라, 탐험 자원을 파밍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금광을 발견했다면, 처음엔 발견물을 얻지만 두번째부터는 발견물이 아닌 자원으로서의 금을 얻는 개념이다. 탐험 자원은 저택에 보고할 수도 있고, 상점에 팔아서 돈을 벌 수도 있다. 종업원이나 항해사에게 선물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론 탐험 랭킹 보상도 있기 때문에 저택에 보고하는 것을 추천한다. 발견물을 얻는 것으로 탐험이 끝나지 않고, 자원을 찾아 보상을 얻고 랭킹을 올릴 수 있는, 파밍 가능한 탐험이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특징이다.

 

 

좌표에 맞춰서 발견물을 찾기 때문에 특정 해역에 배가 몰려있는 그런 광경이 연출될 것 같은데.

 

좌표만 안다고 발견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능력과 조건이 맞아야 한다. 어릴 때 잘 모르고 지나가면 길가의 쑥은 그냥 풀일뿐이다. 풀이 쑥인 줄 아는 사람은 쑥의 존재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고, 애매하게 아는 사람은 "국화랑 비슷하게 생겼네"라며 인식하고 지나간다. 게임 안에서도 캐릭터가 얼마나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서 아는 만큼의 발견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항해시대 2>처럼 부락에 찾아 들어가 주민의 협조를 얻어 발견물을 얻을 수도 있나?

 

우리도 있는데, 이번 CBT에서는 빠진다. 

 

 

주점에서 할 수 있던 블랙잭과 다이스는?

 

도박이라서 심의 문제가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요소라 가급적 게임에 넣고 싶지만, 넣으면 심의 등급이 올라가 18세가 된다.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폭력성도 경미하고 선정성도 적다. 인물들은 현실적인 복장들을 입고 있다. 게임은 청소년 이용가능한데, 미니게임만으로 18세가 되는 게 맞는 건지 고민이 많다. 심의 등급이 다른 2개 버전으로 서비스하는 부분도 고민은 하고 있는데, 고려할 문제가 많아 아직 정하지 못했다.

 

원작에서 미니게임으로 삽입됐던 블랙잭과 다이스는 빠진다.


그러고 보니 원작에서는 여관과 주점이 구분되어 있었는데 <대항해시대 오리진>에서 주점은 사라지고 그 기능이 여관에 통합되어있다.

 

맞다. 원작에서는 주점에 들어가서 선원의 피로도를 낮추거나 또는 현지 정보를 얻을 때 '술을 한잔 산다'라는 커맨드가 있었다. 하지만 <대항해시대 오리진>에서는 여관에서 항해사에게 한 턱 내는 정도로 순화했다. 교육적인 요소도 많은 게임의 특성 상, 가급적 심의 등급이 높아지는 건 피하고 싶었다.

 


원작의 스토리에 해당하는 퀘스트는 어느 정도 볼륨인지 묻고 싶다.

 

메인 시나리오에 해당하는 연대기는 제독들만 가진다. 제독 1명마다 <대항해시대 외전>의 밀란다 베르테 정도의 볼륨을 제공할 예정이다. 원작 제독도 연대기의 길이를 그 정도가 되도록 맞추는 중이다. 시나리오는 유지하며 프리퀄이나 시퀄 같은 느낌으로 보강하는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제독마다 비슷한 수준의 밀도를 갖출 예정이다. CBT에서는 처음 시작하는 4명의 제독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다른 추가 제독들은 연대기가 제공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16세기가 아닌 다른 시대를 경험할 수 있는 <대항해시대 온라인>의 크로노 월드 요소가 도입될까?

 

고려하고 있는데 일차적으로 오픈월드 지구에서 어떻게 사람들이 교류하는지 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굉장히 어렵다. 네트워크 조건도 그렇고, 플레이도 그렇다.

 

그냥 넓은 월드를 제공해주고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넓은 것에서 어떤 콘텐츠를 채워넣을지 중요하다. 그저 넓다는 답이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된다. 그 넓은 공간에 납득할 만한 플레이 조건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어서 보완 중이다. 그래서 CBT 때 건설적인 의견을 많이 받고 싶다.

 

작년 기자들과 인터뷰를 했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게임들을 예상하고 있더라. 일반적인 모바일 MMORPG를 기준으로 보고 계셨던 것 같은데, 전문지 기자들이 그러면 일반 모바일게임 유저들도 비슷하겠다고 생각했다. <대항해시대>를 모르는 게이머들은 "이 게임 뭐야?" 느낌이 들 정도로 다른 게임이 보여질 것이다.

 


애초에 넓은 유저층을 타겟으로 하지 않은 듯하다.

 

장기적으로는 가급적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플레이해줬으면 하지만,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은 플레이로 가득 차 있는 게임이라서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은 피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현재는 매우 취향을 탈 수 밖에 없고, 기본적인 완성도를 높여가면서 어떤 사람들까지 포용할 수 있게 개선할 수 있을지가 서비스까지의,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개선해야 할 큰 목표다.

 

이 게임은 원작인 <대항해시대2>의 구조를 그대로 차용하고 있는데, 그 덕에 사실상 전혀 다른 게임 3-4개를 동시에 만드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교역, 전투, 항해, 탐험 전부 다르다. 항구 안에서의 모습이 다르고 월드에서의 모습이 다르다. 조작 방식도 모드마다 다르다. 물 표현만 해도 항구 다르고, 일반 필드 다르고, 전투 필드 다른데 여기에 날씨 변화도 적용된다. 개발 공수 측면에서는 여타 캐릭터 중심 RPG와는 차이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항해시대 2>가 재미있었던 이유는 이렇게 서로 다른 교역, 전투, 모험 등의 특색들이 잘 버무려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오리진>은 그런 부분들을 최대한 잘 계승하고자 한다.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플레이어블 캐릭터 알 베자스.

 

# '다이나믹' MMORPG, 지원 스펙은?

<대항해시대 오리진>이 생명체 같은 게임이라고?


그렇다. 게임의 핵심 특징이 바로 '다이나믹'이다. 지구는, 바다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계속 변한다. 이런 특성을 살려 전투도, 항해도, 모험도 역동적으로 계속 변화하는 환경에서 이를 극복하는 느낌을 주고자 했다.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모든 것이 시간에 따라, 그리고 유저의 조작에 따라 고정되지 않고 변화하고, 이를 유리하게 극복하며 이용해가는 환경에 적응하고 저항하는 플레이를 만들고 싶다. 

 

그 때문에 언리얼로 개발된 게임이라면 모두가 생각하는 고품질 라이트매스의 정적 라이팅 기반 렌더링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변하는 동적 라이팅을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는 용량의 문제도 컸지만 게임의 방향성과 맞지 않는 것도 있었다. 투자나 동맹항의 변화에 따라 바뀌는 217개의 항구, 실시간으로 변하는 지구의 환경을 보여주면서도 용량을 줄여야 했는데 통상적인 방식으로는 쉽지 않았다.



모바일에서 실현 가능할까? 최소 지원 기기는? 

 

이야기된 기능들은 이미 CBT 빌드에서 동작한다. 정식 서비스의 모바일 최소 사양은 안드로이드는 갤럭시 S7 혹은 갤럭시 S8, 애플은 아이폰 6S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아직 최적화는 더 해야 한다. 내부에서는 갤럭시S8로도 테스트하며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은 최적화가 부족한 상태여서 CBT에서는 갤럭시 S9 이상을 최소사양으로 설정했다. 아직 CPU를 꽤 많이 쓰는 부분도 있고, 디퍼드렌더링이 현재는 벌칸(Vulkan)과 메탈(metal) 중심으로 구현한 상태라 호환성보다는 플레이 자체에 집중해 테스트를 진행하려고 한다. 서비스 시작 전까지 최적화는 계속 개선할 예정이다.
 

 

용량은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있나?

 

지구 자체도 일단 말도 안되게 큰 데다가, 217개의 항구 등 리소스가 굉장히 많다. 물론 재활용을 많이 하고 있지만, 기본 스케일이 다르다. CBT는 2GB 전반이지만, 정식 서비스 때는 가능하면 3.2GB 이하로 맞추고자 하고 있다. PC 버전은 좀 더 용량이 크지만 요즘 게임들과 비교해 문제가 될 용량은 아니다. 물론 요즘은 10GB를 넘는 모바일게임도 나오고 있지만, 아직 그렇게 많은 용량을 차지하는 앱은 부담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정적 라이팅을 쓰지 않는 이유 중엔 용량 문제도 크다. 지금 라이트맵을 쓰면 서비스하기엔 굉장히 부담스러운 용량이 될 거다. 

 

 

스팀 크로스플레이를 지원한다고 그랬다.

 

맞다. 집에서는 스팀에서 실행하는 게 나을 거다. 언리얼엔진의 앱플레이어 호환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따로 앱플레이어를 지원하기보단 스팀에서 게임을 실행하는 것을 권장하려 한다.  

 

 

 

# 모티프의 역사 재창조 "다양한 관점 보여주고 싶어"


TGS 트레일러에서 도시 표기를 현지 언어로 표기하지 않아서 읽기 어렵게 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지명이나 인명의 표기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다. <대항해시대> 유저들은 리스본이라고 생각할 텐데 리스본은 사실 영어 표기다. 그 나라 사람들은 리스보아라고 부르는데, 우리가 아는 말은 리스본이다.

 

몇 가지 원칙을 정했다. 첫째, 가능한 그 나라의 언어로 표기한다. 둘째, 그 시대의 이름으로 부른다. 셋째, 다양한 표기법이 등장할 떄는 내부적으로 판단해서 답을 낸다. 그래서 리스본이 아닌 리스보아가 게임에 들어간다.

 

식민지라고 여겨지는 지역에는 원래 토착민의 언어가 있었다. 그들 언어로 부르는 이름하고 플레이어가 신항로(신대륙)을 발견했을 때 일방적으로 붙인 이름하고 같을 수 없다. 일제 강점기 때 서울을 경성이라고 불렀는데, 그것은 우리가 자발적으로 붙인 이름이 아니지 않은가? 무엇이 맞는 이름인지 의사결정을 굉장히 많이 했다.

 


 


그래도 다수의 한국인에겐 리스본이 훨씬 익숙한 이름 아닌가?

 

게임플레이 측면에서는 리스본이라고 하는 게 좋다. 검색에도 잘 잡히고. 

 

원작의 이스탄불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배울 때는 콘스탄티노플로 배웠는데, 게임에는 이스탄불로 들어갔고, 당대의 실제 명칭은 코스탄티니예다. 그 갭 사이에서 우리가 내리는 판단이 정답인가 항상 의문이 든다. 코에이는 우리의 판단에 맡겼는데, 어느 정도는 유저에게 익숙한 게 좋지 않겠냐고 의견을 냈다. 

 

그들(코에이)도 몰라서 안 쓴 게 아니었다. <대항해시대 온라인>도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인명/지명은 원어에 가깝게 맞추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익숙한 단어를 가져다 썼다. 우리의 원칙은 서울을 경성으로 부르지는 말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티저 영상에 현지 언어를 써서 그 도시를 설명했다. 예전과 달리 요즘은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자료가 많다. 만드는 입장에서 왜곡된 역사를 전달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따지면 우리가 알고 있는 조안 페레로는 후안이나 주앙이 되어야 하는데 게임에서는 조안으로 나오던데?

 

조안 페레로는 제대로 읽으면 주앙 페레로가 맞다. 그것마저 바꾸자니 원작과의 괴리가 커질 것 같아 원작의 조안을 유지했다.

 

콜롬버스 같은 역사 인물은 다르다. 콜롬버스는 영어식 이름인데, 콜론이나 쿠룽부라고 하면 아무도 모른다. 콜롬버스의 이름은 국가별로 다른데, 제일 오래 머물던 국가 기준으로 이름을 맞췄다. 

 

우리가 유비소프트처럼 큰 회사라서 많은 학자들을 모셔와 고증을 할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알면서 틀린 정보를 전달하고 싶지는 않다.


주앙이라고 읽는 게 맞다. 사진은 <대항해시대 2>에서.


반발이 예상되지는 않나? 반발이 심하면 바꿀 의향이 있는지?

 

반발이 클 거라고도 생각한다.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익숙함에 대한 반발이 클 텐데 정말 치명적인 정도로 반발이 생긴다면 고민을 해볼 거 같다.

 

우리조차 저항감을 마주했다. 나조차도 학교에서는 강남콩으로 배웠는데 이후에 표기법이 바뀌어서 어느샌가 강낭콩이 되었더라. 거북했다. 그러니 나도 그런 반발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데 원작 <대항해시대 2>가 나온 뒤 표준어 표기법이 두 차례나 바뀌었다. 익숙한 게 좋다고 해서 틀렸는데도 익숙한 것을 쓰면 그저 살아지는대로 사는 것이다.

 


유저들을 찾아보게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옛날에 사회과부도 뒤져보듯이. <대항해시대 오리진>으로 유저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학습시키고 싶었나?

 

억지로 공부 시킬 생각은 없다. 애초에 <대항해시대>가 공부 시키는 게임도 아니다. 공부를 하면 조금 유리해지는 거다. 모티프가 잘못된 사실을 전파하고 싶지 않다는 쪽에 가깝다.

 

처음 들어오는 정보의 각인 효과를 알고 있다. 보다 올바른 정보를 학습할 젊은 세대들에게 그 기준을 맞춰야 하는 게 아닐까 한다. 나이든 사람이 틀린 정보를 알고 있을 순 있지만, 우리가 잘못된 정보를 주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예전 인터뷰에서 "부끄럽지 않은 게임을 만들겠다" 공언했는데 그런 관점의 연장선인가?

 

<포켓몬 고> 열풍이 불 때 되게 보기 좋았던 게 부모와 자녀가 함께 어울려 게임을 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런 게임을 얼마나 만들고 있을까? 퇴근하고 아파트로 들어가는데 아빠와 아이가 손을 잡고 놀이터로 나가면서 <포켓몬 고>를 하더라. "너는 누구 키울 거니?" 이러면서.

 

<대항해시대> IP를 골랐던 것도 부모와 아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요소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모티프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려고 한다. 

 

물론 "내 게임으로 모두 공부하세요" 강요하는 것은 틀린 자세다. 다시 말하지만 게임은 재밌으려고 하는 거니까. 당연 배우면 세계 지리를 이해하는 데 조금 도움은 된다. 그런 관점에서 잘못된 정보를 담고 싶지 않은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애들 책을 골라주곤 한다. 괜찮다는 추천이 많아서 사보면 막 틀린 정보가 있는 경우가 더러 있다. 우리 게임은 가능한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서 그렇게 유비소프트가 고증에 목메는 게 아닌가 한다.

 

 

유저들이 치열하게 달라붙어 하나하나 고쳐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한다면?

 

그것이 맞는 정보라면 업데이트 하면서 매번 개선해나가야 하는 게 아닐까? 정보를 고치는 건 작업 하나로 끝나지만,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오류를 고치는 효과도 있다. 그것만으로도 게임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부수적으로. 우선은 게임은 재미있으려고 하는 거니까.

 

 

원작이 '대항해시대'의 밝은 점을 주로 부각하지만, 사실 노예무역과 식민지 경쟁이 시작됐던 시대이기도 하다. 실제로 <대항해시대 3>에서는 노예를 무역하기도 했고, <대항해시대 2>에는 아마조네스가 발견물로 등장한다.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대항해시대의 명과 암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다양한 관점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 시대를 살았던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입장을 보여주고 싶다. 그 시대에 명나라는 어땠는지, 조선에서는 어땠는지 국가의 입장을 비추기보단 명나라의 정화, 조선의 김만덕 이런 식으로 조명하려 한다.

 

등장인물이 어떤 인생을 살아왔고, 어떤 목표를 달성하려고 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게임플레이가 됐을 때 어떻게 구현하는지 보여줄 생각이다. 그래서 콜롬버스가 제독이 아닌 항해사로 나온다. 콜롬버스가 여러 발견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착한 일만 하고 다니진 않았다. 나는 유저들에게 나쁜 짓을 권하기보다는, 그 시대를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만나게 하고 싶다. 이순신 장군으로 활약할 수도 있고, 넬슨 제독이 될 수도 있는 거다.

 

그리고 대항해시대는 지금의 주식회사, 은행, 보험 같은 여러 발명이 이루어진 시대이기도 하다. 게임 안에 그런 부분들은 충실하게 들어간다. 이런 식으로 그 시대와 시대를 살았던 개개인의 드라마를 보여줄 것이다.

 

김만덕의 일러스트


디렉터의 전작 <삼국지 조조전 온라인>에는 소소한 유머코드가 담겨있었는데, 이번에는 어떤가?

 

지금 그런 부분은 많이 조심하고 있다. 오해를 받고 싶지 않다. 원작을 즐겼던 분들은 원작 요소에 반응할 수 있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은 무슨 이야기 하는지 모를 것이다. 이번에는 보편성을 기준으로 잡고 작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여전히 조심스러운 부분이 꽤 많다. 우리의 의도와 상관 없이 게임의 재미와 무관한 요소로 평가받고 이미지가 박혀버리면 어려워진다. 우리 의도가 그게 아니라고 사람들을 1:1로 붙잡고 이야기할 수 없지 않은가?

 


역사 소재로 게임을 만드는 게 꽤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조선시대 인물을 많이 넣었다가 뺐다. 오해를 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기 검열을 하면서 콘텐츠를 만드는 게 장단점이 있다.

 

예상치 못한 변수도 있다. 유럽의 특정 가문 문장은 지금도 저작권이 남아있어, 그 가문에 사용료를 지불해야만 하는 경우가 있다. 이거를 돈 내고 써야 할까? 그게 맞는 방식일까? 그렇게 넣고 뺀 부분들이 굉장히 많다. 앞으로 역사 소재 게임을 또 만들지 모르겠다. 순수 창작이라면 이렇게 해도 되고, 저렇게 해도 되는 영역들이 역사 영역으로 들어오면 쉽지 않다.

 

연의의 존재도 있기 때문에 <삼국지>는 2차 창작이 관대한 편인데, 근세에 가까워질수록 조심스러워지는 것 같다. 열심히 찾아본다지만 고증이 완벽할 거라고 볼 수도 없고. 이 나라에선 영웅이지만, 반대로 저 나라에선 악당인 인물도 많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은 성인이지. 근데 그런 사람은 거의 없을 거다. 그래서 국가보다는 개인에 포커스를 맞춘 것이다.

 

우리 게임이 정치적 문제를 야기하는 게임이 되기보다는, 실제로 일어났던 일들을 최대한 왜곡하지 않으면서 그 안에서 일어난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임이 되길 바란다. <알쓸신잡>처럼 잡기에 가끼운 지식이 늘어난다면 더 좋겠다. 파인애플의 원래 이름이 아나나스라는 사실을 아는가? 아나나스를 파인애플이라고 부르는 국가가 4개밖에 되지 않는다. 아나나스는...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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