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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격겜러의 감성이 사라져간다" 트위치 JDCR이 말하는 철권과 오락실

텐더 (이형철 기자) | 2021-10-20 09:5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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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등장한 코로나19는 수 일 만에 모든 걸 바꿔놨습니다. 어느덧 마스크는 휴대폰만큼 사람과 가까운 물건이 됐고, 사무실보다 집에서 근무하는 날이 늘어났으니까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사람을 만나는 게 익숙한 세상이 된 셈입니다. 이쯤 되면 코로나19가 세상을 바꾼 게 아니라, '일상을 앗아갔다'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네요.


서울 마포구 모처에서 만난 <철권> 프로게이머 'JDCR' 김현진 선수 역시 기자와 비슷한 감정을 토해냈습니다. 그는 인터뷰 내내 현장에 대한 그리움과 욕구를 쉼 없이 피력했습니다. 아직도 현장에 가면 가슴이 뛴다고, 팬분들과 함께하는 열기와 영감이 너무나 그립다고 말이죠.


과연 김현진 선수는 <철권> e스포츠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까요?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해 휘청거리는 아케이드 시장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요? <철권> 프로게이머 JDCR을 넘어 '김현진'이라는 사람의 색깔이 가득 담긴 인터뷰 속으로 떠나봅시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 "모든 걸 앗아간 코로나19... 오프라인 무대 정상화되길"

 

Q. 디스이즈게임: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철권>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덧붙여주시면 좋을 듯하네요.

 

A. JDCR 김현진: 안녕하세요, 잡다캐릭(JDCR) 김현진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오락실에서 <킹 오브 파이터즈>를 플레이하다가 중1 때쯤 <철권: 태그 토너먼트>를 만났어요. 그때 마침 오락실에서도 붐이 일어났고, 그렇게 <철권>에 빠져들었습니다.

 

 

Q. 초등학교 1학년이라... 꽤 오래전부터 <철권>으로 먹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하셨을 수도 있겠네요.

 

A. 이걸로 먹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그저 오락실에 가거나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한 게 전부였으니까요. 그래서 게임을 먹고 사는 쪽으로 연결 짓진 않았습니다. 냉정히 말해 <철권>이 그리 규모가 큰 게임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고요.

 

사실 '테켄 크래쉬'가 막을 내렸을 때 많은 사람이 <철권>을 떠났어요. 제 주변 사람들도 생업이 있다 보니 하나둘씩 판을 떠났죠. 그래서 '아 역시 이런 거로는 먹고살기 힘들겠다' 싶었는데... 어느 날 에코폭스에서 제의가 왔습니다. 당시도 솔직히 프로게이머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있었지만, 해외 대회에 참가하는 걸 워낙 좋아하는 터라 재미있게 응했어요.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철권>의 삶을 시작한 듯합니다.

  

JDCR 선수는 철권으로 먹고살겠다는 생각은 없었다고 털어놨다 (출처: JDCR SNS)

Q. 오랜 시간 <철권>을 플레이한 만큼, 선택에 있어서도 기준이 확실할 듯한데... 게임 플레이나 장비를 고르는 데 있어 자신만의 포인트가 있을까요?

 

A. 글쎄요, 비단 격투 게임에만 능력치나 경험이 필요하다고 보진 않습니다. 게임할 때 깊게 생각하는 스타일이 아니기도 하고요. 물론, 장비를 중요시하는 분들은 회사나 감도 등을 수치화하시기도 합니다만, 저는 그 정도는 아니에요. 손에 만져보고 괜찮다, 이런 환경이면 할 수 있겠다 싶으면 사용하는 편입니다.

 

세팅의 경우엔... 아무래도 선수 생활을 한 기간이 있다 보니 '정신적으로' 붙들리는 것에 가깝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회색 후드를 입는 걸 좋아하거나, 먹고 싶은 걸 먹는... 대회 전 루틴에 가까운 거죠. (웃음) 지금은 그런 걸 따지는 게 게임 내적으로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Q. 외부인의 입장으로 말씀드리자면, 최근 <철권>에 대한 관심도가 꽤 올라온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선수 입장에서는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지요.

 

A. 음... 조금 아이러니한 부분이 있다고 봐요. 제가 볼 때 지금의 <철권>은 소강상태입니다. <철권> 붐이 일어난 게 TWT 공식 리그가 출범한 뒤였는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리그가 없어졌잖아요. 국가전도 없다 보니 유저들의 관심도 적어졌다고 봐요. 모든 게임이 그렇겠지만 말이죠.

 

반대로, 관심이 늘었다는 걸 체감하는 요소도 있어요. 한국에서 온라인 대회도 생기고, 이걸 지켜보시는 분도 많으니까. 앞서 제가 말씀드린 것과 정반대 상황이 펼쳐지는 게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사실 격투 게임 프로게이머들은 오프라인에 조금 더 집중하는 편이에요. 그간 오프라인 문화가 주를 이뤘으니까요. 대회도 다 현장에서 흥하기도 했고. 하지만 그런 게 사라진 상황에서 온라인 대회가 생기고, 그걸 사랑해주시는 분들도 계시니 아이러니하면서도 재밌네요.

  

트위치는 '철권'을 부흥시킨 1등 공신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대회가 펼쳐지고 있다 (출처: 쌍베 유튜브)

  

Q. 그렇다면 <철권> e스포츠에서 본인의 입지는 어느 정도라고 보십니까.

 

A. 조금 특이하다고 봐요. (웃음) 테켄 크래쉬가 막을 내린 뒤, 사람들도 떠나서 개인적으로 가슴이 아팠는데... 해외 대회는 꾸준히 열리니까 되게 좋더라고요. 새로운 경험도 하고 사람도 만날 수 있으니까. 그러다 보니 제가 해외 팬분들께 사랑을 받는 경향이 조금 있어요. 

 

최근에는 방송과 유튜브를 조금씩 하고 있거든요. 그랬더니 한국분들께서 오셔서 인사도 해주시고 반갑게 맞아주시더라고요. 정말 감사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Q. JDCR 선수는 '방어' <철권>의 장인이라고도 알려져 있잖아요? 치가 떨린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인데... 플레이 중 상대의 공격을 눈으로 확인한 뒤 방어하는 건지, 아니면 본인만의 타이밍을 정해놓고 주기적으로 회피하는 건지 궁금합니다.

 

A. 보고 막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단, 왜 그게 가능한 것'처럼' 보이냐면 기술이 나오는 타이밍이 있기 때문입니다. 경기에 임하는 선수 입장에서는 '막을 수 있겠다'와 같은 심리 상태가 될 수 있는 거죠. 저 같은 경우엔 상대가 기술을 넣겠다 싶으면 카메라 필름처럼 1프레임을 지켜보려 노력합니다. 발과 손의 움직임도 주시하고요. 

 

 

Q. 볼수록 신비로운(?) 느낌이네요. (웃음) JDCR 선수는 지난해 개최된 ATL 그랜드 파이널에서 무릎 선수를 꺾고 우승을 차지하셨습니다. 당시 자주 사용하던 주 캐릭터까지 바꿔가며 일궈낸 결과였는데... 어떠셨습니까. 시간이 꽤 흘렀으니 대회 준비 과정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들려주셔도 재밌을 듯한데요.

 

A. 작년 그랜드 파이널에서는 '제발 강한 캐릭터 좀 해라'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러다보니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방어적 스타일을 포기하고 '파쿰람'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다른 선수들이 제 운영법을 다 알고 있으니 변화를 준 거죠. 파쿰람은 공격적으로 해야 좋잖아요. 그래서 과감하게 기술도 많이 쓰고, 공격적으로 운영한다는 마인드로 대회에 임했습니다.

  

JDCR 선수는 대회 우승 직후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출처: 아프리카)

 

Q. 우승을 차지한 뒤엔 눈물을 글썽이기도 하셨잖아요.

 

A. 경험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닌데... 다시 보니 왜 그랬나 싶더라고요. (웃음) 그때 저는 우울증이 조금 있었어요. 코로나19 때문에 TWT가 사라지기도 했고... 사실, 상황이 이렇게 되기 전에는 프로팀에 관한 이야기도 나왔고 국제 대회 기획을 돕는 활동도 했거든요. 그런데 한순간에 다 날아간 겁니다. 오프라인 무대에서 팬분들과 호흡하는 게 삶의 낙이었던 사람의 모든 게 사라진 거죠. 그게 정말 컸습니다.

 

 

Q.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내셨을 법합니다. 

 

A. 2020년은 멘탈적으로 정말 힘든 해였어요. 온라인과 스팀 버전을 많이 해본 것도 아니라서 감흥도 안 올라왔죠. 무대에서 관중분들과 상대 선수를 직접 대면하는 것과 혼자 온라인에서 <철권>을 하는 건... 정말 다르더라고요. 

 

또한,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가족들과 함께 지내게 되잖아요? 우습지만, 마찰이 조금 생기더라고요. 자유롭게 혼자 살던 사람인지라 라이프스타일이 충돌하기도 했습니다. 가족이 있는 집에서 대회에 참가하려니 적응도 안 돼서 힘들기도 했고요. 그래도 올해 들어서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어요. 일상적인 문제에 대한 부분도 감정적으로 많이 적응한 상태입니다.

 

다행히도 최근 들어서 오프라인 무대가 조금씩 돌아오고 있는 추세잖아요. 덕분에 멘탈이 많이 회복된 느낌입니다. 하루빨리 오프라인 무대를 하고 싶다는 열망이 커요.

 

 

Q. JDCR 선수는 수많은 대회에 출전했고, 좋은 성적을 얻으셨잖아요. 그럼에도 인지도는 다소 낮은 듯한 느낌인데...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아쉬운 마음은 없으신가요?

 

A. 질문이 뜻하는 바는 알겠지만... 글쎄요. 저는 지금 받고 있는 관심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어요. 많은 분께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기도 하고. 코로나19 이전엔 소속팀도 해외에 있고, 주 활동 지역도 한국이 아닌 데다 방송도 소홀히 했어요. 심지어 SNS까지 영어로 했으니 충분히 그런 생각이 드실 거라고 봐요.

 

사랑받고 있다고 느낄 만한 요소는 충분합니다. 해외 팬분들도 많이 좋아해 주시고, 인터넷 방송이나 유튜브도 천천히 하고 있음에도 한국분들께서 반겨주시니까요. 여담으로 레드불 부트캠프도 어찌 보면 어려운 시대에 저를 초청해주신 거잖아요? 충분히 만족하고 감사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JDCR 선수는 레드불의 초청으로 애틀랜타 부트캠프를 다녀오기도 했다 (출처: JDCR SNS)

 

 

# "아직도 현장에 가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Q. <철권> 대회를 살펴보면 본인의 '시그니쳐 픽'과 '대회용 픽'이 갈리는 장면이 많잖아요. JDCR 선수는 둘 중 어떤 게 더 정답에 가깝다고 보십니까. 

 

A. (잠시 망설인 뒤) 선수 본인이 '원하는 게 무엇인가'에 따라 갈린다고 봐요. 아시다시피 제가 약캐로 꼽히는 아머킹을 많이 했잖아요. 저는... 진짜 아머킹으로 뭔가 보여주고 싶었어요. 만약 다른 캐릭터로 바꾸면 과거의 저 자신을 부정하는 느낌이 들 것 같았습니다. 아머킹이 강한 캐릭터라서 입상했던 게 아니니까. 그렇게 생각하니 멋도 없었고... 그냥 좀 부정당하는 느낌이 컸죠.

 

 

Q. 다만, 성적을 위해서는 강한 캐릭터를 고르는 게 더 좋지 않냐는 말도 있잖습니까.

 

A. 동의합니다. DLC 캐릭터들은 확실히 강하기도 하고, 결과를 보면 입상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그런데 전 오히려 그런 게 싫어서 입장을 고수했던 것 같아요. 최근 들어서도 강한 캐릭터를 플레이하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본인이 원하는 방향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고 봅니다. 

 

아머킹은 JDCR 선수를 상징하는 캐릭터 중 하나로 꼽힌다 (출처: 반다이남코)

 

Q. JDCR 선수가 <철권> 대회를 주름잡고 있는 최상위권 선수들을 어떻게 상대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준비 과정에서 포인트를 두는 부분도 있을까요?

 

A. 가상의 이미지 트레이닝을 준비하는 편입니다. 소위 말하는 탑 유저들은 서로 대전 경험도 있고, 플레이스타일도 확고한 편이에요. 어떤 움직임을 취할지 확률적으로 알고 있는 셈이죠. 따라서 토너먼트에서는 그런 식의 계산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무릎 선수는 경험이 많다 보니 조금 클래식한 느낌이 있어요. 반대 케이스가 전띵 선수인데, 한국에서는 잘 볼 수 없는 공격적인 스타일입니다. 

 

 

Q. 습관을 이용한 심리전도 가능하겠는데요.

 

A. 사실 선수들은 무의식적으로 익숙한 플레이를 펼칠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게 이겨왔으니까. 이러한 패턴이 중요한 장면이나 특정 상황에서 나타나곤 하죠. 이런 걸 한 번씩 바꿔주는 게 심리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파쿰람을 고른 게 좋은 예시가 될 수 있겠네요.

  

파쿰람은 JDCR의 2020 ATL 그랜드 파이널 우승에 결정적 역할을 해냈다 (출처: 반다이남코)

 

Q. 본격적으로 e스포츠에 관한 이야길 해볼까요. <철권>과 밀접한 삶을 살고 계시는 입장에서 현재 <철권> e스포츠의 상황은 어떻다고 보십니까.

 

A. 당연히 안 좋다고 봐요. 코로나19로 인해 열기가 조금 식은 느낌도 들고. 사실 <철권 7: FR>이 출시된 지 꽤 오래됐잖아요. 어지간한 콘텐츠는 다 나온 데다 강한 캐릭터가 출시되면서 비판적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고요. 게임이 오래되면 새로운 게 추가돼야하는데 그게 안 되다 보니 소강상태라고 생각합니다.

  

 

Q. 그렇다면 <철권> e스포츠의 희망적인 부분은 뭐라고 보시나요. 

 

A. <철권 8>이 출시되면 정말 많은 주목을 받을 것 같긴 한데... 게임은 조금 늦게 나올 듯해요. <철권 7: FR>이 판매량도 좋고 잘되고 있으니까요. 또한, 코로나19 상황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으니 내년에는 TWT가 오프라인에서 열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습니다. 

 

코로나19는 현장의 열기를 앗아간 주범으로 꼽힌다 (출처: 반다이남코)

 

Q. JDCR 선수는 1989년생이시잖아요. 프로게이머, 특히 피지컬이 중요한 격투 게임에서는 적지 않은 나이로 느껴집니다. 세월이 흘러가고 있다는 걸 체감할 때는 언제인가요?

 

A. 피지컬 부분에서는 잘 체감하지 못해요. 안 떨어졌다기보단...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는 느낌이랄까. 계속 코로나19 이야길 하는 것 같은데 (웃음) 상황이 안 좋다 보니 <철권>에 대한 영감도 떨어지더라고요. 그래서 피지컬보다는 게임에 대한 영감이나 아이디어를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오프라인 대회가 좋은 예시가 될 수 있겠죠. 아무래도 현장에서는 열기나 영감을 많이 받을 수 있으니까요.

 

 

Q. 인터뷰 내내 오프라인과 현장에 대한 중요성을 많이 강조하시는 듯하네요.

 

A. 그냥 재밌더라고요. 무대에 가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긴장돼니까. 아직도 저는 긴장을 많이 하거든요. 손도 막 떨고. (웃음) 우승하면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요. 영감과 흥미가... 참 남다르게 다가옵니다.

 


Q. 그러고 보니 유튜브 영상을 통해 특정 캐릭터를 두고 '오프라인에서는 좋지만, 온라인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발언을 하셨더라고요. 격투 게임을 잘 모르는 입장에선 꽤 흥미롭게 느껴지던데... 환경에 따라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알려주시면 좋을 듯합니다.


A. 개인적인 느낌인데... 플레이스테이션(이하 PS)은 PC에 비해 인풋렉이 조금 있어요. PC로 하다가 PS로 <철권>을 하면 캐릭터가 둔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어쩌면 심리적 요소인가 싶기도 하고. 조금 더 예시를 들어보자면 데빌진 같은 캐릭터는 온라인이 조금 더 좋은 거 같고, 상대를 갉아먹거나 천천히 움직여도 괜찮은 캐릭터라면 PS에서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Q. 조금 무거울 수도 있는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본격적으로 <철권>에 입문한 시기 대비, 여전히 게임에 대한 열정과 노력이 살아있으신가요?

 

A. 사실 <철권> 자체를 엄청 좋아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그보다 주변 환경이나 영감이 더 중요했으니까. 그런데 테켄 크래시가 없어지고 <철권 7> 아케이드도 온라인으로 출시돼다 보니 사람을 만날 수 없어졌잖아요? 그래서 게임은 재미있는데 하기는 싫은 환경이 만들어졌죠.

 

반대로 <철권>이 너무 재밌다고 느낀 건 에코폭스에 입단했을 때였어요. 저를 응원해주시는 팬들도 있지만, 팀에서 관리도 해주고 대회도 보내주셨으니까요. 다른 유저들이나 팀 식구들도 있어서... 그 생활이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Q. 단체 생활에서 영감을 많이 받으시는 듯한 느낌도 드네요.

 

A. 저는 주위 사람이나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에요. 만약 혼자서 게임을 해야 했다면 안 했을 겁니다. 파쿰람으로 우승했을 때도 주변 사람들이 질타를 많이 했어요. 열심히 좀 하라고. (웃음) 결국 외적인 부분에서 재미나 영감을 많이 찾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영감을 얻기 위해서 음악을 듣고,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해요. 아, <철권> 이야기를 하거나 혼자서 온라인 랭크 매치를 하는 건 안 좋아하지만. (웃음)

  


 

# "격겜러의 가치와 감정이 사라지는 시대가 온 건가 싶더라"

  

Q. 3D 격투 게임의 미래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라이엇 게임즈가 공개한 격투 게임 역시 2D 느낌이었고, 최근 EVO에 나온 것도 <철권>뿐이었으니까요.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가요? 또 다른 3D 격투 게임이 나올 수 있으리라 보십니까.

 

A. 글쎄요. 새로운 3D 격투 게임은 더이상 안 나오지 않을까요. 개발사 입장에서는 조금 더 대중적이고 쉬운 게임을 목표로 할 듯합니다. 사실, <철권>도 많이 쉬워졌어요. 특히 <철권 7: FR>은 3D 움직임을 줄이고 공격만 해도 괜찮은 스타일로 변했습니다. 역전 레이지 요소도 있고요. 

 

그럼에도 아직 많은 분이 <철권>을 어려운 게임으로 생각하세요. 감히 손을 못 대는 분도 많죠. 이런 걸 보면 새로운 3D 격투 게임이 나오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여담으로, <철권>은 갈수록 더 쉬워지지 않을까 싶어요. 너무 쉬운 <철권>은 <철권>이 아닌데...

 

 

Q. 혹시 새로운 유저분들을 위한 <철권> 팁 같은 게 있을까요?

 

A. 새롭게 <철권>에 들어오는 분과 베테랑 유저들의 갭은 굉장히 커요. 중간에 해당하는 유저분들이 게임을 안 하시는 듯한 느낌도 있고. 팁이라... 어렵네요. 오프라인 시대에는 오락실에 가서 알려달라고 하면 바로 배울 수 있었는데 지금 같은 온라인 환경에서는 불가능하니까요. 결국 자신만의 재미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오프라인 시대였다면 가능했던 것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Q. 그러고 보면 <철권>과 오락실은 떼레야 뗄 수 없는 관계처럼 느껴집니다. 지금이야 조금 멀어지긴 했지만요. 혹시 오락실에 얽힌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A. 어... 너무 많은데요. (웃음) 게임을 너무 잘해서 맞기도 했고, 연승때문에 주목받은 적도 많아요. 일산 오락실 근처에서는 걷기만 해도 주목을 받았었죠.

 

 

Q. 게임을 잘하는 친구를 '쎈 형'들이 보호해주는 경우도 있잖아요. (웃음)

 

A. 중3 때 커뮤니티 모임 때문에 노량진에 간 적이 있었거든요. <철권>을 하다 화장실에 갔는데 일진 형들이 돈을 뺏으려고 하더라고요. 그때 커뮤니티 형들이 와서 보호해준 것도 기억납니다.

 

 

Q. 다만, 코로나19로 인해 오락실이 문을 닫는 경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잖아요. 실제로, 정인 게임장이나 일본의 대형 오락실이 폐업하기도 했고. 심경이 복잡하실 듯한데, 어떠십니까.

 

A. 마음이 안 좋죠. 2년 전쯤 유튜브 콘텐츠의 일환으로 일산에 있는 오락실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촬영 전엔 영업 중이던 오락실이 한 두달 사이에 문을 닫았더라고요. 우리 동네의 마지막 오락실이었는데... 그 때도 심정이 착잡했죠. 격투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공유하던 가치와 감정이 사라지는 시대가 왔다 싶었습니다. 오프라인 오락실 감성이 사라진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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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코로나19로 인해 아케이드 시장은 물론 전반적인 환경도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각종 대회나 행사가 비대면으로 열리기도 하니까요. 최근 개최된 '트위치 라이벌즈: 철권 7' 역시 이러한 변화의 일환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바라보셨는지 궁금합니다.

 

A. 솔직히 좀 신기했습니다. 온라인으로도 이런 행사가 열리는 구나, 저라는 사람을 불러주시고 찾아주시는 구나 싶었어요. 감사하다고 느꼈죠. 많은 분이 관심 있게 행사를 지켜봐 주신 것도 굉장히 신기하게 다가왔습니다. 사실 트위치 라이벌즈는 대회라기보다 일종의 축제처럼 느껴져서 더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7월쯤에도 트위치에서 <철권> 붐이 일어난 적이 있어요. 당시엔 게이머가 스트리머 분들께 <철권>을 알려주고 대회가 진행되는 형식이었고, 저는 해설을 맡았거든요. 그 대회에서도 직접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만큼이나 대회를 시청하는 걸 즐기는 분이 많다는 걸 느꼈습니다. 참 신기하게 다가왔죠.

 

 

Q. 트위치 개인 방송이 스피치 능력이나 사회관계 향상에 있어 도움이 됐다고 보시는지도 궁금해지네요.

 

A. 대화하는 방식이나 사회성 부분은 분명 늘었다고 봅니다. 대화하는 방법을 조금씩 배우는 거랄까. 저는 시청자분들께 진실성 있게 다가가고자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재미있게, 즐겁게 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들고요.

 

 

Q. 트위치 스트리머로써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도 알려주세요. 방송이나 활동을 함에 있어 기조로 삼고 있는 포인트라거나.

 

A. 최대한 김현진이라는 사람을 온전히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단, 여기서도 진실성이 묻어났으면 하는 바람이 커요. 제 방송에는 한국분들 못지않게 영어권 해외 시청자분들도 많이 계세요. 그러다 보니 두 층을 어떻게 만족시켜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큽니다. 영어를 하면 한국분들이 재미없어하시거나 실망하실 거라는 걱정도 많이 들어요. 최대한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향을 찾으려 노력 중입니다.

 

 

Q 본인의 이름을 딴 JDCR배 트위치 <철권> 대회를 개최해보고 싶은 생각도 드실 것 같은데요? 

 

A. 생각은 많이 해봤죠. 실제로, 해외 게이밍 기업으로부터 상품을 받아 대회를 여는 것도 기획해봤었고요.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인지 기업들이 다소 조용한 느낌입니다. 꾸준히 생각도 하고 있고 해보고 싶은 마음도 큽니다. 여담으로, 제 채널은 아니지만 한국과 일본, 파키스탄, 미국이 맞붙는 국제 대회를 기획하는 데 도움을 준 적도 있거든요? 하지만 그것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엎어졌습니다. (웃음)

  

훗날 트위치를 통해 JDCR배 철권 대회를 볼 수 있을지도...

 

Q. 어느덧 2021년도 막바지를 향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JDCR 선수가 설정한 목표는 무엇이었나요? 또한, 달성도는 어느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A. 개인적인 목표는 많이 이루지 못했다고 봅니다. 영어나 기타 등 배우고 싶은 게 많았는데... 시간을 낭비한 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어요. 반면, 의도치 않게 얻은 것도 있습니다. 레드불 부트캠프에 다녀왔고, 트위치나 유튜브에서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었으니까요. 처음엔 적응이 안 됐는데 요즘엔 팬분들이 반갑게 맞아주시기도 하고 이런 인터뷰도 하게 돼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많은 걸 얻은 한 해라고 생각해요.

 

 

Q. 그렇다면 향후 목표로 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A.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요. 만약 상황이 조금 진정되면 TWT가 열릴 거고, 그렇게 되면 프로게이머 생활에 집중하고 싶어요. 팀도 찾고 싶고, 대회에서 영감과 열정을 느끼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코로나19가 이대로 지속된다면... 글쎄요.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할 듯합니다.

 

또한, 앞서 말씀드렸듯 레드불 부트캠프에서 운동선수를 교육하는 코치분들께 영양학, 멘탈, 피지컬에 대한 트레이닝을 받았거든요. 영감도 받고,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건강하게 게임에 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도 말씀드리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팬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지난해 코로나19가 시작된 뒤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진짜로요. 그런데 올해 들어 우크라이나 대회와 레드불 부트캠프를 다녀왔고... 해외에서는 오프라인 문화도 조금씩 돌아오고 있잖아요. 희망을 볼 수 있어서 좋아요. 가족이나 한국에서의 일상에도 많이 적응해서...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바라건대 내년에는 코로나19가 사라져서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그리고... 한국 팬분들이 정말 많은 응원을 보내주심에도 불구하고, 제가 너무 해외에 포커스를 둔 게 아닌가 싶은 근심도 있거든요. 그럼에도 꾸준히 관심 가져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특히, 최근 TOC 마스터즈에서 아머킹으로 우승을 차지했는데... 그 과정을 끝까지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주신 분들께도 감사하다는 말씀 꼭 전하고 싶습니다. 혼자라면 못했을 테니까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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