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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차별과 편견을 넘어서' 장애인 선수단 세운 엔픽셀의 도전

우티 (김재석 기자) | 2021-11-26 17:3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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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스타트업이 사회공헌을 한다고?

 

엔픽셀은 2017년 9월 세워진 게임사로 <그랑사가>를 만든 곳이다. 게임은 최근 한국에 이어 일본에도 출시됐는데 현지에서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오늘 기사는 엔픽셀 돈 버는 이야기가 아니다.

엔픽셀은 장애인 선수단을 창단, 지난 10월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 출전해 총 9개의 메달(금7, 은1, 동1)을 획득했다. 아무리 '유니콘' 규모라고 해도 게임 스타트업이 이렇게 적극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건 드문 일이다. 많은 기업이 사회공헌 '사업'으로 패널 하나 들고 기부금을 전달하면서 '찰칵' 하고 돌아온다. 물론 그 자체로도 좋은 일이지만, 엔픽셀의 행보는 특이했다. 선수단 운영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호기심이 동해서 전화를 걸었고, 훈련을 보여줄 테니 오라는 답을 들었다.

 

 

# 차별과 편견 딛고 물길 가르는 엔픽셀 선수들... 성적은 '월드 클래스'

 

11월 11일, 엔픽셀 선수들을 만나기 위해 올림픽공원 수영장을 찾았다. 선수들은 기자가 온 줄 모르고 바쁘게 팔다리를 젓고 있었다. 확실히 프로의 수영은 달랐다. 선수들은 때때로 옆 레인보다 빠른 속도로 25m 레인을 완주했다.​ 옆에서 코치가 "(지적)장애인 선수는 비장애인 선수와 기록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다"고 거들었다.

선수의 훈련을 오래도록 방해할 수 없었으므로 근처로 이동해 선수의 어머니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어머니들은 대체로 '물에서 움직이면 치료에 도움이 된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아들에게 수영을 시켰다. "물에 안 들어가려고 한 달을 울었던" 아들은 15년 째 수영을 했다. 그리고 지난 10월,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 출전한 김반석, 김광진, 김민규, 임현규, 김부건 다섯 선수는 엔픽셀 장애인 선수단으로 출전해 7개의 메달을 거머쥐었다.

"자기도 자기가 서툰 줄 알고 있는데 잘할 수 있는 게 생겼고 큰 대회에서 메달도 따오니까 성취감이랑 자존감이 많이 생겼어요" 엔픽셀 장애인 선수단 소속 선수들은 그간 여러 대회에서 활약해왔다. "수상 내역이 A4 용지를 다 넘어가요"라는 말은 으레 늘어놓는 허풍 섞인 자식 자랑이 아니었다. 다섯 선수 중에는 남자 혼계영 400m 세계신기록 보유자도 있다. 선수단 수준은 '월드 클래스'라고 불러도 좋겠다.

 

엔픽셀 수영 선수들은 올림픽공원에서 훈련하고 있었다.

 

# "수영을 시키고 싶어도 시킬 수가 없었어요"

 

다섯 선수는 일주일에 최소 6일을 훈련한다. 경기를 집중적으로 준비할 때는 7일 내내 수영장에 간다. 장애인 선수와 똑같은 강도의 훈련을 소화하는 것이다. 수영은 최소 2시간 30분, 근력 강화를 위한 헬스 1시간. 코로나19가 퍼지기 전에는 새벽에도 따로 운동을 했다고 한다. 집중 훈련을 하는 기간이면 10시간을 운동하기도 한다.

15년째 선수들과 인연을 맺어온 조순영 코치는 ​"선수들은 엘리트 스포츠인으로 비장애인 선수와 훈련에서 큰 차이가 없다"며 "오히려 선수들과 감정을 나누는 과정에서 진정성이 느껴져서 좋다"고 전했다. 조 코치는 웃으며 이야기했지만, 장애인 선수단은 남들처럼 수영장에 들어가기도 쉽지 않다. 비장애인이라면 선수가 아니라고 해도 쓸 수영장이 많지만, 장애인은 그렇지 않더라는 것이다.

"다른 친구들이 방해된다고 하니까, 수영을 못 하는 일이 많았어요". 부모는 다른 학부모를, 장애인 선수는 비장애 선수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장애 선수들은 '훈련에 방해가 된다'며 이들의 존재를 꺼린다고 한다. 지적 발달장애 선수는 훈련 중 더욱 세밀한 '케어'가 필요하기 때문에, 비장애인 선수들에게는 '불편한 존재'다.

수영은 '기록' 스포츠다. 으레 그렇듯 기록의 적립에는 무수히 많은 변수가 작용하는데, 비장애 선수들은 같은 수영장을 쓰는 장애 선수 존재를 '마이너스'로 여겼다는 것이다. 장애인 선수들은 레인 하나 확보하기도 벅찬 조건이다. 차별을 극복하고 비장애인 선수와 100% 똑같은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것도 마냥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학원 체육에 만연한 폭력 문제가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영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재활과 사회성 발달에 도움이 되는 스포츠다. 그래서 많은 발달장애인과 뇌병변 아동이 수영을 한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전문 수영 시설은 부족한 실정이다. 엔픽셀 장애인 선수단은 지원을 받아서 올림픽공원 수영장 레인을 사용하고 있지만, 장애인 전용 수영장은 대체로 복지관이나 직업 훈련을 위해 조성된 직업능력개발원에 있다. 이마저도 사용을 원하는 사람이 많은 데다, 재활이나 여가가 아닌 전문 훈련 목적으로 사용하기엔 부족함이 있다.

"(엔픽셀 지원 소식에) 너무 기뻤어요. 비장애인 선수는 은퇴하고 지도자가 되거나 생활체육 코치를 할 수 있지만, 우리 아이들은 누구를 가르치기도 어렵고, (실업팀) 연계도 안 되거든요. 다른 일을 찾아봐야 하나 고민하다가 지원을 받아서 상상 이상으로 ​행복해요." ​엔픽셀의 결정으로 선수와 부모는 큰 힘을 얻었다.
 

 

# "스타트업은 도전, 장애인 선수의 도전과 함께 가겠다"

 

"2017년 창업해서 3년 동안 열심히 <그랑사가>를 만들어 내놨고, 앞으로도 계속 게임을 만들어서 도전해야 합니다. 스타트업은 '도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잖아요. 그런 점에서 장애인 선수의 도전에 함께한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지원이 안 되고, 사회적 관심도도 떨어지는 분야잖아요." 박세헌 엔픽셀 경영지원총괄은 장애인 선수단 창단 배경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엔픽셀 장애인 선수단에는 수영선수 5명, 육상선수 1명이 소속되어있다. 육상은 장애인 종목인 '곤봉 던지기'다. 여섯 섯누는 엔픽셀 정직원으로 급여를 받고 있다. 복리후생도 똑같이 받는다. 복지 포인트, 기념일 선물, 건강검진, 각종 장비 지원은 물론, ​부모의 실손 의료비까지 제공하는 단체 상해보험도 지원받는다.

'장애인 고용의무제도를 충당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물음에 박 총괄은 "그 정도라면 별도로 예산을 편성해서 선수단을 창단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확인해보니 엔픽셀은 선수단 이외에도 개발 분야 등에서 경증장애 직원을 고용 중이었다. ​ 
 
박 총괄은 이어서 "장애인 선수와 회사의 동반 성장, 시너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또 박 총괄은 "지금은 두 종목이지만 앞으로 종목도 추가하고 인원도 늘리고 싶다"며 "장애인 실업팀을 만든다면 정말 좋겠다"고 말했다. 

23세 임현규 선수는 기자에게 "30살까지 수영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리우 올림픽의 마이클 펠프스 등 많은 수영 선수들이 서른 넘은 나이에도 국제 무대에서 활약하는 추세이니 아주 허황된 이야기는 아니다. 어렸을 적에는 물에 들어가기도 싫어했다는 선수들은 이렇게 엔픽셀 엠​블렘을 달고 훈련하게 됐다. 

박세헌 총괄은 선수와 선수 부모, 그리고 기자가 듣는 자리에서 "회사가 문을 닫는 위기가 아니고서야 지원을 더 하면 더 했지 줄이진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정말이라면 엔픽셀은 돈을 좀 더 잘 벌면 좋겠다.
 

엔픽셀 장애인 선수단. 왼쪽부터 조순영 코치, 김민규, 김부건, 김광진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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