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반교, 환원 개발자가 말하는 '판매 중단'의 비하인드 스토리

우티 (김재석) | 2023-02-07 18: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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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2,300만명의 대만에서는 최근 놀랄 만한 게임이 연이어 출시되고 있다. 

 

2011년 설립된 레이아크는 <디모>와 <사이터스>를 만들어 신흥 리듬게임 명가로 자리잡았다. 이들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스도이카>, <소울 오브 에덴> 등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만들고 있다. 이들은 타이베이를 거점으로 하는 이들은 놀랄 만한 상업적 성과로 일본에 지사까지 만들었다. 16명이 설립한 이 스타트업에는 지금 250명 넘는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스팀에서도 소리 없이 강한 대만 게임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현재 스팀에서는 <작은 마녀 노베타>, <OPUS>, <Behind the Frame> 등의 대만 게임이 절찬리에 서비스 중이다. 이런 흐름에 한 획을 그은 개발사가 있으니, 바로 레드캔들게임즈다. 2015년 설립된 이들은 1960년대 계엄령 시기 한 고등학교에 있었던 사건을 호러 어드벤처의 형식으로 풀어낸​ <반교>(返校 -Detention-)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레드캔들게임즈는 2019년 종교적 신념에 사로잡힌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룬 공포 게임 <환원>(還願 -Devotion-)을 출시해 메타크리틱 86점에 오픈크리틱 83점이라는 우수한 성적표를 받았다. 개발사의 눈앞에 성공가도가 펼쳐지는 듯했으나, 게임 속에 중국 국가주석을 비하하는 듯한 한자가 그려진 부적이 발견되면서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 게임은 그렇게 세계 최고의 PC게임 유통망에서 사라져야만 했다. 

 

그러나 이들의 게임을 향한 열정은 아직 꺾이지 않았다. 이들은 도교적 요소가 가미된 2D 액션 플랫포머 <나인 솔즈>를 발표했다. 연내 출시를 예정한 게임은 버려진 왕국의 지배자인 아홉 명의 솔(Sols)에게 대항하는 영웅 '이'(Yi)의 이야기를 그리는데, 전투는 '세키로라이트'를 지향한다. 여기서 <세키로>란 프롬의 액션게임을 의미한다.

 

게임쇼 취재를 위해 찾은 타이베이에서, 엄청난 파고를 뒤로 하고 새 게임을 벼르는 ​빈센트(楊適維[양시웨이], Vincent Yang)를 만났다. 회사의 여섯 공동창립자 중 한 사람인 빈센트는 대만 바깥 미디어에 처음으로 게임 판매 중단 사태에 관해 입을 열었다. 그와 대만 게임 생태계와 신작 <나인 솔즈>에 대해서도 대화했다. 총 두 차례에 걸쳐 그 이야기를 싣는다. /타이베이(대만)= 디스이즈게임 김재석 기자


 



Q. 디스이즈게임: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A. 레드캔들게임즈 빈센트: 내 이름은 빈센트다. 양(楊) 씨니까 양이라고 불러도 좋다. (웃음) 여기서 <반교>와 <환원>을 만들었다. 2015년 친구들과 이 회사를 만들었고, 지금은 새 게임 <나인 솔즈>를 개발 중이다.

 

 

Q. 레드캔들게임즈는 어떤 회사인가?


A. 우리는 대만에 기반한 비디오게임 회사다. 그래서 우리는 게임을 만든다. 그게 우리 일이다. (웃음) 

 

2015년 6명의 친구들로 시작해 지금은 12명, 14명까지 늘어났다. 우리는 우리를 '인디'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그 '인디'란 더 많은 플레이 경험을 창출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까 쉽게 볼 수 없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러면서도 우리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동양적인 게임을 만드는 것이 다른 목표다.

 

레드캔들게임즈의 로고

 

# 마일스톤 <반교>, 그리고 '화제작' <환원>의 탄생

  

Q. <반교>와 <환원>은 국제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반교>는 영화화되기도 했는데, 내부적으로 이들 타이틀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나?

 

A. <반교>는 우리에게 빠른 성장을 가져다준 게임이다. (기자가) 말한대로 좋은 평가를 받았고, 상업적으로도 괜찮았다. 덕분에 게임 개발사로 거듭날 수 있게 됐다.

 

솔직히 과거로 돌아가보면, 맨 처음에 우리는 앞으로 뭘 해서 먹고 살지 고민이 되게 많았던 조직이다. 뭐, 누구나 그러겠지만. (웃음) 그런데 <반교>가 터진 덕에 우리는 '그래, 앞으로도 게임을 계속 해보는 거야!'라고 결심을 할 수 있게 됐다. <반교>는 레드캔들게임즈의 마일스톤을 세우는 데 지대한 공을 한 타이틀이다.

 

<반교> 이후 새로운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다가 나온 것이 <환원>이다. <반교>가 나오자마자 우리는 여러 투자자들로부터 제안을 받았다. 여러 곳에서 우리의 게임 만드는 방식, 기술, 기획, 그리고 스토리텔링을 높게 평가했었다. 완전히 첫 타이틀이었고, 6명이 만든 작품이 자생적으로 나온 것에 대한 호평도 있었다.

 

<반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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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한국과 대만은 유사한 현대사를 공유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반교>는 한국 사회와 게임 생태계에 남다른 메시지를 전해준 듯하다. 게임이 실제로 한국에서 많이 팔렸나?


A. 어제 확인을 해봤다. (노트북의 모니터를 보며) 음... 많이 판 것 같은데? (웃음) 

 

<반교>는 아시아 마켓에서 호응이 좋았던 게임이다. 대만, 한국, 일본이 주요 판매 시장인데 한국에서 왜 잘 팔렸는지에 대한 단서는 많지 않다. 우리는 한국에 대해서 많은 정보가 없다. 그저 2018년 한국어 현지화에 꽤 많은 공을 들였다. 앞으로도 4개 언어는 꼭 넣을 생각인데 중국어, 영어, 한국어, 일본어다. 아마도 비슷한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반응이 나오는 것으로 생각된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비유하자면 일본은 새로운 게임을 받아들이는 데 조금 보수적인 성향이 있는 것 같다. 한국은 새로운 게임이 나오면 '이거 해볼까?'라는 느낌으로 새 게임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비교적 많은 것 같다. 신작 <나인 솔즈>의 크라우드 펀딩에도 한국인 서포터들이 많이 보인다. 

 

 

Q. <반교>가 처음 나왔던 2017년의 분위기를 기억한다. 유저들로부터 '압도적으로 긍정적'(스팀) 평가를 받았고, 유수의 시상식에서 상을 거머쥐었고, 전문가들의 찬사가 쏟아졌다.

 

A. 그랬지. (웃음) 그 일이 있고 나자 곧바로 차기작에 대한 프로토타이핑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솔직히 우리는 <반교>를 만든 뒤에 다소 지쳐 있었기 때문에, 호러게임을 굳이 만들고 싶지 않았다. (웃음) 그런데 투자자는 호러 타이틀을 원하고 있었다. 그때는 <환원>이 만들어지기 이전이었기 때문에 '이거 망하면 다음' 느낌으로 여러 시나리오를 준비 중이었다.

 

그러나 그때 그 투자를 받지 못할 수도 있겠단 생각에 일단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리고 투자자는 <환원>에 VR 기술을 적용하고 싶어했다. 다행히 여섯 공동창립자 중에 학교에서 VR 기술을 배운 친구가 있었고, 그걸 만들어낼 만한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3개월 동안 약 15분 분량의 VR <환원> 데모를 만들어갔더니, 투자자들이 매우 좋아했다. 그렇게 <환원>의 개발이 시작된 것이다.

 

솔직히 그때는 매우 고단했다. 우리가 또 호러게임을 만들어야 할까? VR게임을 만드는 게 맞는 걸까? <환원>은 VR로 하면 재밌는 게임일까? 그 전에 사람들한테 VR 장비는 있을까? 이런 생각들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투자를 받은 것 자체가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기회라고 여겼고, 완전한 게임 개발에 착수했다.

 

 

Q. 그래서 <환원>이 1인칭 게임이었구나.

 

A. 그렇다. 우리는 우리의 기획력에 자신이 있었지만, 2D 게임(반교)을 만들다가 곧바로 3D 게임(환원)을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배경도, 캐릭터 연출도, 인터페이스도, 개발 때 써야 하는 툴도 전부 달라져야 했다.

 

돌아보자면, 우리는 VR게임으로 <환원>이 성공할 수 있다고 보지 않았던 듯하다. 투자를 받긴 했지만, 여전히 VR에 대한 의문이 남아있었다. 그게 우리 길인가 고민이 많았다. 그때 모두가 VR이 새로운 마켓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지만, 우리는 '글쎄? 아닐지도 몰라.' 이런 톤이었다. 그래서 투자자들을 설득했다.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고, 결국 VR을 덜어내기로 확정했다.

 

처음의 질문(<환원>에 대한 평가)으로 돌아가서, 우리는 우리 게임을 사랑한다. 실제의 기획이 변했고, 투자자와의 논의를 거쳐 탄생한 결과물이다.​ ​우리가 하고 싶었던 것은 호러게임이 아니었고, 2D 횡스크롤에서 3D 1인칭으로 시점은 변화했다. 많은 것이 조율된 게임이다. 그리고 이제는 지나간 일이 되었지만, <환원>은 꽤 거친 시간을 겪어야 했다.

 

<반교>는 2D 횡스크롤 게임이고, <환원>은 3D 1인칭 게임이다.

 

 

# <환원>과 레드캔들게임즈의 '거친 시간'을 돌아보다

 

Q. 2019년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환원>에 넣었던 이스터에그는 중국 게이머에게 강한 비판을 받았다. 그것을 넣은 의도는 무엇인가?

A. 이 문제에 대한 우리의 공식적인 답변은 그것이 '실수'였다는 것이다. 당시의 공식 입장은 "정치적 의도는 없었으며 프로토타입을 만들 때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밈'을 임시로 넣었는데, 이 부분이 정식 버전에 삭제되지 않고 반영되었다"라는 것이었다. 정말로 에셋이었는데, 프로토타이핑 과정에서 만들어 두었다가 실수로 들어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의 문제를 감지하지 못했다. 

 

인디게임의 파이프라인은 대단히 혼란스럽다. 그리고 <환원> 정도 되는 스케일의 게임은 매일 수많은 어셋이 만들어졌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그 에셋을 만든 사람도 뭔가를 만들어 놓고, 다른 작업을 하다가 시간이 지나서 까먹기 십상이다. 믿기 어려울 수 있겠지만, 진짜다. 데드라인의 압박 속에서 처음에 했던 것들을 꼼꼼하게 여기지 못한 탓이다.

 

게임의 모든 요소가 모든 팀원들에 의해서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1주일이 지나면, 그 에셋을 왜 만들었는지 까먹을 때가 있다. 결론적으로 게임을 만드는 과정에서 QA(품질 보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회사로서 우리는 우리 물건에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문제가 있으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말하는 게 맞는 일이다. 그 그림을 그린 사람의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회사의 책임이다.

 

<환원> 스팀 상점 페이지에는 부정적 리뷰가 쇄도했다. 이후 게임은 스팀 페이지에서 내려가기도 했다.

 

Q. 이 문제는 대단히 복잡하면서도, 민감한 사안이다. 정말 정치적 의도가 없었던 건가?

 

A. 나는 아티스트로서 게임에 다양한 주제의 메시지를 넣고 싶다. 

 

그렇지만 <환원>은 정치적인 메시지를 주장하는 게임이 아니다. 또 특정한 정치 세력을 비판하는 게임은 더더욱 아니다. <반교>는 대단히 정치적인 게임이었다. 대만 현대사에서 있었던, 계엄령 상황 속에서 있었던 사건들에 대한 비판이 담겨있다. 그렇다 보니 <환원>에서도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환원>은 특정한 정치적인 메시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

 

 

Q. 그럼 <환원>이 전하려던 메시지는 무엇인가? 종교의 폐해?

 

A. 그 게임은 '모든 종교가 나쁘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환원>은 잘못된 믿음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게임이다. 사이비종교와 그릇된 부성애도 결국에는 잘못된 믿음이다. 조직된 잘못된 믿음과, 아버지 개인이 가지는 잘못된 믿음이 어떤 파국을 불러오는지 게임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집에서 눈을 뜰 때마다 대상은 왜곡되는 것이 그것(잘못된 믿음의 문제점)을 상징한다.

 

아무튼, 잘못 들어간 그림은 게임의 핵심적인 메시지와는 전혀 연관이 없는 것이다. 우리는 <환원>에서 현실 속 인물을 짚어서 비판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 만약에 우리가 <환원>에 그러한 메시지를 넣으려고 했다면, 좀 더 우아하게(elegantly) 했을 것이다. 

 

"만약에 우리가 <환원>에 그러한 메시지를 넣으려고 했다면, 좀 더 우아하게(elegantly) 했을 것이다."

Q. '별점 테러' 이후 개인적으로 힘들지는 않았나?

 

A. 당연히 마음이 좋지는 않다. 우리는 사람이니까. (웃음) 누가 나를 때리면, 나는 아프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화난 사람들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사람들이 의도를 오해해서 나를 싫어한다면, 나는 그럴 의도가 없었음을 분명히 이야기할 것이다. 그런데 아무런 이유 없이 나를 싫어한다면 나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런 거다. 우리가 '정말로' 나쁜 게임을 만들어서 기분이 나쁜 거라면, 나는 왜 화났고 무엇이 불필요했는지에 대해서 알아봐야 한다. <환원>의 의도 자체가 오해되고 있는 것만 같아 분노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새로운 작업(신작 <나인 솔즈>의 개발을 의미)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2주 전에 이메일을 열어봤다. 춘절이니까 뭔가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고 싶었다. 이메일을 정리하려고 들어갔는데, 거기에 나를 욕하는 메일이 2,000개가 넘게 쌓여 있더라. 그때(사건이 불거진 뒤에) 이틀 사이에 2,000개가 들어온 거다. 꽤 무서운 일이긴 하다.

 

 

Q. ​앞으로도 그때 일을 마주할 수 있다.

 

A.​ 우리가 뭘 할 수 있을까? 우리 물건을 샀는데 뭐가 문제가 있다면 도와줘야 하는 일이다. 그리고 의도에 맞지 않은 경험이 발생했다면 사과하고 고쳐야 한다. '진짜 그러려는 거 아니야, 너를 다치게 할 생각 없어' 이렇게 말을 해야 할 것이다. 

 

모든 게임 개발자라면 사람들이 내 게임을 재밌게 하고 이야기를 나누기를 바랄 것이다. 그래서 게임 개발은 게이머에게 말을 거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게이머들과 소통하고,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각자를 이해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게임을 만든다. 그게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쉽다. 

 

우리의 일차적인 목표는 게이머를 만족시키는 것이다. 근데 몇몇 게이머들이 귀를 닫고 '나는 너랑 말하지 않을 거야'라고 나온다면 개발자에게는 아픈 일이다. 시간이 지나면 우리의 진심을 이해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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