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스의 탄생
미소스는 헬게이트런던과 함께 2004년 6월 미국 블리자드사의 핵심 개발자인
빌로퍼와 막스쉐퍼가 창업한 ‘플래그십 스튜디오즈'의 개발작이다.
하지만 주목받던 이 회사는 2008년 '헬게이트런던'을 끝으로 파산하기에 이른
다. 처녀 출시작에 대한 지나친 도전 이었을까? 부분유료화에 따른 수익모델
실패였을까?
이후 플래그십스튜디오즈의 가장 많은 지분을 소유하고 있던 한빛소프트는
그 바톤을 이어받아 '헬게이트런던' 서비스를 지속하였지만 그 결과는 썩 좋
지는 않았다.개발중이던 미소스는 오리무중 뒤안길로 사라진듯 하였다.
반면 두 창업자 중 한사람인 막스쉐퍼는 루닉을 창업하고 과거의 실패를 발판
삼아 '토치라이트'라는 싱글게임을 출시하였다.게임성은 호평을 받았으나 이는
싱글게임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하였다. 그러던중 디아블로 향수에 빠져
있던 필자에게 희소식이 날라왔다. 그것은 한빛소프트의 미소스 오픈소식.
미소스 세상 빛을 보다
야심차게 진행된 미소스의 오픈베타는 많은 접속자 수로 서버가 폭주할 정도였고
각종 검색사이트 순위1위까지 차지하는 등 그 관심은 대단하였다.
디아블로의 향수를 자극하는 한빛소프트의 광고전략과 맞물려 라이트하게 즐길
액션rpg가 없었던 게임시장에 손쉬운 사냥과 아이템 파밍의 즐거움을 일깨워주는
미소스의 출사표는 잠잠하던 게임시장을 흔들기에 충분하였다.
미소스에 불어닥친 폭풍
하지만 오픈베타 이후 각종 버그와 간헐적인 시스템적 오류가 발생됐고,
예고없는 잦은 점검은 훌륭한 게임성에도 많은 유저들의 원성을 사기 시작했다.
개발진은 이런 일련의 문제를 고치는데에 여념이 없었고 엄청난 일부 유저들의
악플과 욕에도 개념치않고 미소스 트위터를 개설하는 등 소통채널을 닫지 않으며
문제를 고쳐나갔다. 그런데 어느날 들려온 핵심 개발진의 하차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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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소프트의 ‘미소스’ 핵심 개발진이 내부 갈등으로 퇴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금일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미소스’의 핵심 개발자로 알려진 프로젝트 총괄 A씨와 기획팀장 B씨는 현재 회사 내부 문제로
퇴사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소스’가 오픈 이후 완성도 문제와 버그 등으로 진통을
겪자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중략-
기획팀장 B씨는 스스로 ‘미소스’ 트위터를 개설하고 팬들과 지금까지 개발방향에 대해 소통해왔으나,
지난 주 별 다른 공지 없이 이를 폐쇄했다. 팬들과 ‘미소스’ 사이의 연결 고리 하나를 차단함으로써
더 이상 개발에 참여할 의향이 없음을 간접적으로 밝힌 셈이다.
-M게임웹진 기사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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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각각 터지는 문제들에 24시간 대응하며 소수 개발인력으로 탈이 난걸까?
아래는 한 개발자의 블로그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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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부연 설명을 적습니다.
얼마전에 사원 30명을 추가로 뽑았습니다. GM10명 영업5명 개발팀10명...
회사에서 이달 말까지 오베를 끝내라고 합니다.
-중략-
링겔 맞고 일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현상태로는 도저히 답이 안나옵니다. 팀장님께서 매일 트위터에 일정과 유져들 답변을 달아주셨고
매우 성실하게 근무하고 계십니다. 일부 유져들 사이에 책임감이 없다라는 악성 댓글이 달리는데
속 사정을 좀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허나 이제 더 이상 미련이 없기에 트위터를 철수하고 저도 같이
사표를 냅니다. 미소스를 즐겨주시는 분들께는 죄송합니다.
개발진블로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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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현재는 전보다 오히려 인력이 더 충원된 상태라고 하니 미소스의 이후 행보에는
문제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개발을 진행하던 개발자들의 이탈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일련의 사태에는 여러가지 요인들이 존재한다.
불경기 게임개발사의 빠른 개발자금 회수 필요
여기에서 비롯된 개발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
게임사의 IP(지적재산권)획득 후 리빌딩 경험 부족
하지만 필자는 컨텐츠를 소비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의 기본을 짚고 넘어가고 싶다.
오픈베타 서비스(OBT, Open Beta Service)란?
정식 서비스 전에 시행하는 시범 서비스. 시범 서비스에는 클로즈베타와 오픈베타가 있다.클로즈베타
는 정해진 사람에게만 시범 서비스를 하는 것인데 반해, 오픈베타는 원하는 누구든지 시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게임의 문제점을 찾아내 보완하고, 게이머들 요구를 수용해 더 나은 게
임을 만든 후 비로소 상용화에 들어가게 된다.
오픈베타 기간에 사용자는 '고객'이 아닌 '테스터'의 자세로 게임에 임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즉, 테스트 중 발생된 문제들에 대해 정해진 채널을 통해 개발팀과 소통
해야 한다. 히지만 일부 국내의 테스터들은 버그 발견 시 지인끼리 악용하는가 하면
시스템 오류는 부풀리기에 급급하다. 오죽하면 2년간 북미 서비스 중이던 '에이지오
브코난'도 한국에서 진행한 오픈베타 당시 크고 작은 문제(보리사원, 도제시스템을
제외한다 해도)로 인해 골머리를 썩었다.
해외 블리자드나 국내 NCSOFT 같은 메이저급 게임사들의 경우 이런 문제가 적으니
앞으로 나올 게임들도 클로즈베타를 더 오래하고 제대로 게임을 가지고 나오길 원할
것이다. 메이저 개발사는 경험많은 개발인력을 다수 보유한데다가 자본도 뒷받침이
되는반면 국내 중소 개발사의 경우 이와 반대되는 상황이기에 개발기간을 여유있게
두지 못한다. 더군다나 개발기간마저 길어지면 그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 물론 이런 문제는 업계 그리고 정부차원에서 차차 보완해나갈 과제일 것이다.
결론
최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말에게 있어 적절한 채찍질은 더 빨리 달리는데 필요한 자극제이지만,
이런 더운날 그것도 지친말에게 채찍찔을 한다면 그것은 포기하고 싶은 자극제가 될
것이다. 진정 게임을 사랑한다면 개발자에게 당근을 주자. 같은 말도 존칭으로, 욕은
가급적 삼가하면서, 역지사지 예절의 국가가 아니었던가
기본적인 수준은 지켜졌으면 한다.
마치면서 미소스가 먼지를 툴툴털고 다시 일어서기를 기대해본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