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과 만화대여점? 뭔 소리냐 하시는 분들 많겠죠.
근데 제가 보기에는 둘다 마찬가지로 '애초에 지금과 같은 형태로 자리잡아서는 안되는, 비뚤어진 산업형태로 완성된 수익 모델'이라는 겁니다.
대여점의 문제에 대해서는 길게 논할 필요가 없겠죠. 만화책을 '구입'해서 그 '수익'이 '작가'에게 가야 한다는 기본적인 저작권의 구조를, 법의 헛점을 이용해서 교묘한 모순으로 무너뜨리는 산업이었다는 것. '대여'를 금지하면 당연히 '대여점'사장들의 밥줄이 끊기지만, 그것은 반드시 이루어져야만 하는 조치였다 이겁니다. 애초에 그런 대여점이라는 산업이 '인정되는게 비정상'이라는 거죠.
PC방 사장님들한테는 죄송한 이야기지만, 제가 보기엔 PC방도 그런 면이 있습니다.
검증된 사양의 컴퓨터를 다량으로 구매해서 단체손님이나 혹은 집의 PC로 여의치 않은 게임을 즐기기에 용이한 공간을 마련한다. 분명 그 사업모델은 매력적인 형태였죠.
그러나 다들 기억하십니까? 수년전 PC방 연합에서 (주)넥슨사의 PC방 정책에 대해 반감을 품고 급기야는 넥슨 본사로 몰려가서 폭력행위까지 자행했던 그 사건...
저는 그때부터 생각했습니다. "아, PC방이라는 존재는 자기 주제 파악을 못하고 있구나"라고요.
그때 PC방 연합은 무엄하게도 게임업계 측에 '너희를 벌어먹여 살리는 고객이 누군지 아느냐'라는 투의 논리를 내걸었습니다. 웃기는 일이죠. 게임업체를 벌어먹여 살리는 고객은 바로 '유저'입니다. PC방에 찾아가서 이용료를 내고 게임을 즐기는 '손님'이죠. 절대로 PC방 자체가 아니라 이겁니다.
그런데 그들은 마치 PC방이라는, 단지 컴퓨터가 어디에 놓여있느냐에 불과한 이용 형태를 하나의 고객형태라고 인식하는 오만과 게임이라는 산업의 업주-고객 관계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서 공감받을 수 없는 항의와 폭력을 행사했던 사건이었습니다. 적어도 제 견해로는 그 이외의 어떤 가치도 없는 해프닝이었죠.
이 부분에 대한 사설은 이쯤에서 넘어가고...
PC방이라는 공간은 갈수록 놀이라는 문화를 잃어가게 된 학생들과, 민감한 컴퓨터 세대에서는 조금 벗어나 고사양의 게임환경을 갖추지 못한 장년이상의 성인층 등에게 매력적인 공간으로 어필했죠. 그 어필의 일환으로 라면을 팔기도 하고, 게임회사와 연계해서 PC방만의 혜택을 추가했습니다. 전국적으로 PC방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고, 주변 업소에 비해 탁월한 메리트를 어필하려는 노력이 다방면으로 이어졌죠. 그 노력중 가장 치명적인게 '이용요금의 저하'였습니다. 가맹 게임의 확장? PC사양의 상승? 그건 선택이 아니라 결국 필수가 되는 부분이었죠.
애초에 이번 금연 논쟁에 있어서 PC방 업주들이 내세우는 논리는 결국 하나입니다.
"장시간 이용가능한 흡연자 고객층이 주 수익원이기 때문에, 금연이 되면 장사 망한다"
이걸 자세히 뜯어보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되죠.
1. 흡연자 고객층은 '성인에 한정(예외도 있겠지만)'되므로 보호자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
2. 흡연자 고객층은 흡연이라는 행위의 특성상 자기통제능력이 부족하며 스트레스에 민감하다.
3. 따라서 흡연자 고객층은 비흡연자 고객층보다 '오랫동안 폐인같이 PC방에 처박힐 수 있는'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4. 그리고, 지금의 PC방 요금체계는 '그런 폐인들이 매일같이 밤새도록 죽치고 앉아있어야' 흑자전환이 가능한 상황이다.
온라인 게임이라는 전 연령 대상의 놀이를 보다 쾌적한 환경(사양, 단체석, 음료수 서빙, 회선속도 등)에서 즐기는 것이 목적이어야 할 PC방은, '자제력 잃고 담배 뻑뻑 피우면서 밤새도록 폐인짓 하는 일그러진 성인 고객'들의 장시간 이용요금을 기준으로 수익 모델이 갖춰졌다는 거죠.
온라인 게임 중독자들만이 '손님'으로서 가치를 가지는 사업장.
...문제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이딴 물건을 '양지'에 버젓이 드러내 놓아도 괜찮을까요?
그런 산업이 감히 한국의 IT강국이라는 간판을 떠받들고 있다고, 한국 게임 산업의 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떠벌리고 다니는 것을 용납해야만 할까요?
'마약중독자들이 24시간 향락에 빠져 살고있는 불야성의 번화가'
'매일같이 벌어지는 조폭들의 행패에 조무래기 좀도둑따위는 발을 못붙이는 무법 범죄도시'
저는 지금의 PC방이라는 산업이 그런 곳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법의 구멍, 온라인 게임이라는 매체의 매력이라는 것이 애초부터 '용납되어서는 안될 형태'로 PC방이라는 산업을 완성시켜가고 있다는 생각이지요.
마약중독자들에 의해 돌아가는 불야성이라면 사라져야 마땅하며, 조폭이 정의인 범죄도시는 정화되어야 마땅합니다.
어차피 모든 사업에 성공과 실패는 따르기 마련입니다.
저 비뚤어진 사업의 형태라는데 아무런 의문도 갖지 않고 '요즘 PC방이 잘나간다더라'등의 생각만으로 덜컥 PC방을 차렸다면, 그 '비뚤어진 부분이 정화'됨에 따라 '응당 치루어야 할 댓가'도 사업 실패의 일환으로 각오를 해야겠죠.
이런 이야기가 나오기 전에 PC방 사업에서 '손을 뺀' 눈치빠른 사업주는 예민했거나 혹은 운이 좋았던 거겠지요.
저작권의 붕괴를 통해서만 맥을 유지할 수 있는 대여점이라면 망해야 마땅하듯이요.
(직접적으로 망한 원인이 물론 저작권법의 치밀한 수행에 의한 것은 아니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