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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철학 loberta 08-26 조회 10,533 공감 4 51

주의: 스크롤의 압박을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철학이란?

대부분 철학이라면 따분한 것, 뜬구름 잡는 소리,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우리는 자신의 철학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다른 말로 표현해 볼까요?  가치관입니다.

대상을 보는 시각이고 선택의 문제에 직면했을 때 행동의 기반이 되는 사고체계이자 근거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술이란?

밑에 아이아라 님이 쓴 글의 댓글에 올렸던 글이지만, 다시 한번 여기에 옮기겠습니다.

예술의 정의라면 인간으로서 뭔가를 표현하고 싶다는 부분에서 시작합니다.
영유아기 아동의 낙서도 예술의 범주라면 범주에 속합니다.
그림으로 표현되면 미술이 될것이고노래나 악기로 표현되면 음악이 될 것이고몸으로 표현된다면 스포츠나 무용이 되겠지요.
글로서 표현하면 문예가 되겠지요. - (추가)
이게 얼마나 표현에 있어 세련되었냐 혹은 직관적적이냐 우월하냐에 따라서 "예술성이 높다" 혹은 "낮다"라고 표현될지는 모르지만 본질은 그것이겠죠.
그리고 그 표현이 타인에게 인정받으면 예술적인 "가치"를 획득하게 되는 것이겠지요

동의하시는 분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제가 받아들이는 예술의 정의는 이렇습니다.

가령 분노라는 제목으로 그림을 그린다면

어떤 사람은 광포하고 파괴적이며 공격적인 모션을 취한 인물을 역동적인 그림체로 표현할 수 있을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조용히 앉아있는 사람의 주변 사물과 음습하고 어두운 배경을 통해서 내면적인 분노를 표현할 수도 있겠지요.

어떤 것이 더 분노를 잘 표현되느냐는 그 사람의 선택 즉, 가치관을 통해서 나타나게 됩니다.

예술에서도 철학은 중요한 요소입니다.  인간의 모든 활동에서도요.

 

 

게임에서

블리자드(제가 불자씨 빠라는 논란은 일단 넘어가고)가 자기의 게임을 설명할 때

흔히 하는 표현 중 하나가 블리자드 철학이라고 합니다.

거창한 의미가 아닙니다.

결국 선택의 문제에서 블리자드의 색깔(모 당이 의미를 배려놨지만...)을 나타내자면이라는 의미가 되겠지요.

사실 이런 경우는 잘 없지만

제작사를 모르고 게임을 하다가도 이거 블리자드 게임이네, 라는 느낌이 팍 들 정도로 그들은 자기의 색깔을 분명히 가지고 있죠.

이것은 한 부분만으로 한정할 수 없습니다.

게임의 시스템, 스토리와 주제, 시각적 효과, 유저와의 상호작용 혹은 편의성, 음악, 분위기 이 모든 것에 스며들게 됩니다.

통일된 표현, 통일된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게임일수록 어색함을 보이지 않고 잘 짜여진 구성을 보여줍니다.

 

이것은 표절논란에서 우리가 느끼는 이질감을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합니다.
어디서 본 시스템을 차용했지만 위화감 없이 잘 녹아들었다라고 하는 것은 결국 그 게임을 만든 이들이 자신의 색깔로서 이해하고 게임과 통일성을 이루었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반대로 이런 철학이 없이 그냥 가져와서 갖다붙인 것은 다빈치의 그림에 초등학생이 붓으로 덧칠 한 듯한 위화감을 느끼게 되겠지요.

아래의 NC 아레나넷 논란도 그런 맥락으로, NC의 색깔은 길드워의 색깔과는 다릅니다.  NC를 까려고 하는 마음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오히려 NC의 색깔과는 다른 길드워의 색깔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위화감을 느낀다고 봅니다.

 

한편 철학적인 게임도 있을 수 있겠지요.

우주먹튀라 불리는 그분이 유명세를 타는데 공헌한 울티마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높은 자유도 라던지 8가지 미덕 이라던지 뭐 울티마를 표현하는 말은 많습니다만, 결국 선택이라는 부분을 강조한 게임이지요.

이런 게임은 앞에 설명한 게임의 철학이라는 부분과는 별개로 하나의 테마일 뿐이지요.

아마도 제가 게임에 철학을 들먹거리니 이런 류의 게임에 대해서 말하려는가 오해하는 분도 계셨을 거라고 봅니다.

철학이 있는 게임과, 철학을 다루는 게임은 엄연히 별개이거나 부분요소일 뿐입니다.

 

 

이 주제는 제가 게임을 해오면서 계속 해오던 생각이었습니다.

아니, 게임뿐만이 아닙니다.

제가 군 전역하고 복학생으로 대학교 다닐 때 한창 국내에 벤처열풍이 불던 시절이었습니다.

재학 중에 모 벤처회사에 입사해서 다니던 시절,

그쪽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는 XX같은 프로그램, OO같은 프로젝트 하나 만들면 우리도 뜰 수 있을 거야였습니다.

가장 많이 한 일도 괜찮은 프로그램의 소스를 구해서 분석하고 수정하고 테스트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쪽 업계에서 1년만에 손을 털었습니다만,

게임 쪽도 아마 차이는 없었을 겁니다.  요즘은 많이 달라졌겠죠.  그렇다고 믿고 싶습니다.

그래도 아직 자기만의 철학을 보여주는 회사는 많이 없습니다.

아니 자신들의 철학은 다 있을 겁니다.

그러나 자신의 철학을 게임 내에 제대로 반영하는 회사는 보기가 힘듭니다.

그들만의 잘못이라고 매도하기도 힘든 게,

게임 따위에 무슨 철학이냐고 하는 사회적 인식도 한 몫 합니다.

게임이 저질 3류 서브컬처 취급(심지어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 사이에서도)을 당하지만 사실 인간이 만든 엔터테인먼트 중에서 영화와 동급 혹은 그 이상의 종합예술장르로 인정해도 될 만큼 고급창작활동입니다.

맛있는 음식이 있기 위해서는 최고의 요리사도 필요하고 동시에 그 음식을 먹고 맛을 알아주는 사람도 필요합니다.

게임이라는 음식에서 저는 최고로 맛있는 국산 음식을 먹어볼 그날을 기대합니다.

 

생각을 다듬어야 할 부분도 많고 두서도 없는 글입니다만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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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PhiloMedia 님의 애플 인문학 Vs 블리자드 인문학 

TIG 취재 시몬 님의 블리자드의 성공과 실패, 12가지 개발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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