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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질게임(문화)이라는 소리 안들으려면... loberta 09-01 조회 8,412 공감 8 63

 

 

 

제가 아래에 글들의 댓글을 보시면 한국의 게임을 마냥 까대는 것처럼 여겨지실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있는데,

 

"문화 산업의 기반은 문화 입니다."

 

1990년대 대대적으로 정부는 게임"산업"을 지원하겠다고 했고

2000년대 만화/애니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실패했습니다.

왜?

산업인 만큼 결과적으로 수익성을 보여줘야 하는데, 딱히 눈에 보이는 수익성이 없는 겁니다.

막대한 정부예산은 몇몇 대형 프로젝트를 기획해서 싹쓸이하고 나서 그냥 망했습니다.

대부분, 육성 계획 발표하고 2년안에 흐지부지 되고 맙니다.

 

 

D-War라는 영화를 기억하실겁니다.

천문학적인 액수가 들어갔습니다.

혹자는 그 영화를 그래도 한국의 "기술력"으로는 매우 잘만들었다.

시각적인 볼거리는 그럭저럭 괜찮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보는 내내 손발이 오그라드는 줄 알았습니다.

영화의 구성이나 짜임새는 그냥 없습니다.

왜 저상황에서 저런 행동을 한다거나, 왜 저기서 구슬픈 음악을 깔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지,

왜 주인공 남녀는 키스를 해야하는지?

마지막으로 뜬금없이 아리랑을 배경음악으로 뜬금없는 글자들이 나열됩니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영화로서는 그저그런영화도 아니고 그냥 제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영화입니다.

 

터미네이터1을 봅시다.

아시는 분은 아시는 B급영화입니다.  크게 돈 들인 영화도 아니며

그건 80년대 당시를 기준해도 B급영화에 속합니다.

아놀드슈왈츠네거 조차 대사를 코난더바바리안 이후로 아무도 쓰지 않던 배우였을 뿐입니다.

여기서는 주연도 아닙니다.

그런데 거의 20년간 타임패러독스라는 주제에서는 항상 언급될만큼 회자되며,

많은 사람들이 그 영화의 속편을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아놀드슈왈츠네거는 이 영화로 일약 스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10년뒤인 1991년 2편이 발표되자 많은 사람들이 개봉하기도 전부터 열광했습니다.

주연인 아놀드슈왈츠네거의 몸값은 이 시점에서 10년전과는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올랐구요.

영화의 짜임새로는 2편보다 오히려 1편을 더 높게 평가합니다.

2편은 그저 돈만 쳐들이고 알맹이는 없다고 혹평하는 사람조차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2편의 흥행성적은 꽤 좋았죠.

터미네이터2의 목적은 좀더 오락적이고 볼거리를 왕창 보여주기 위해 만들었으니까요.

영화의 방향성만 달랐을 뿐, 제임스 카메론 자신의 역량은 충분히 보여줬고 잘 구현했습니다.

 

 

제가 무얼 말씀드리고 싶은건지 아시겠습니까?

 

아무런 기반도, 기술도, 계획도 없이 그저 돈만 많이 들어부으면 좋은 결과가 나오겠지...라는 발상의 결과입니다.

5살짜리 아이에게 돈을 쥐어주고서 다빈치나 미켈란젤로 수준의 그림을 만들어 내라고 한들 가능하겠습니까?

 

문화란 단순히 돈을 들인다고 수준이 발전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림과, 음악과, 조형물 들이 눈에 보이고 들을 수 있다고 해서 그 자체가 문화가 아닙니다.

그것은 문화적인 활동의 결과물이 따름입니다.

 

정부가 정말로 게임, 만화 등등을 산업으로서 육성하고 싶다면

오히려 산업으로서 수익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결코 수익이 나올 수 없는 부분을 지원해야할 것입니다.

 

일본의 동인이나, 미국의 인디제작자 처럼

수익에 연연하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서로 즐길 수 있는 상황부터 만들어져야 합니다.

여기서 역량을 닦은 사람들이야말로 앞으로 문화산업으로서의 중추를 이끌어갈 사람들이기 때문이죠.

 

오늘날 한국 게임제작자들 볼까요?

단순히 게임이 좋아서 제작자의 길을 목표로 가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 중에서 게임을 제작하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은 도대체 얼마나될까요?

아니, 게임업종에 종사하기 전에 스스로 즐겁게 게임을 만들어 본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요?

 

아무리 재미있는 거라도 그게 일이 되고 직업이 되면 그때부터는 즐거움을 느끼기 힘들어집니다.

더군다나

정해진 기한안에 결과물을 요구하는 스폰서들,

참을성도 없고 눈만 높아진 소비자들

과연 제작자들이 게임을 만드는 즐거움을 느낄 여지가 있을까요?

 

 

그저 대박게임 대박게임 대박게임....

역량있는 개발자의 수도 부족한 마당에,

기본기도 탄탄하고 자금도 탄탄한 외국게임 -모든 외국게임이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 의 수준만큼 뽑아내야 한다는 압박에 강박증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좋은 책과, 좋은 영화와, 좋은 음악과, 좋은 그림은

돈만으로는 줄 수 없는 재미와 감동과 교훈과 삶의 즐거움을 줍니다.

그래서 결코 돈이 아깝지 않지요.

 

 

저는 현재 상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물건을 팔아보면 느끼는게,

내가 좋아하고 맘에 드는 물건을 고객에게 권할 수록 더욱 잘 팔립니다.

그 물건에 대해서는 그만큼 잘 알고 그만큼 잘 설명할 수 있고 그만큼 제 마음이 잘 전해지니까요.

 

전 보험영업도 해 봤습니다만,

고객과 전화통화를 할 때, 단정한 자세와 즐거운 기분으로 고객과 전화할 때가 가장 효과가 좋았습니다.

또한 내가 파는 보험상품이 정말로 좋은 거라고 나 스스로가 확신할 때,

최소한 그 상품이 팔리지 않더라도 고객은 한번 더 관심을 가집니다.

 

 

한국의 게임 개발자 여러분들,

자신이 만들고 있는 게임을 좋아하고 계신가요?

소비자들이 지불하기에 합당한 감동을 줄 수 있으신가요?

 

삼류는 물건을 팔고

이류는 서비스를 팔고

일류는 감동을 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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