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하는 얘기를 특히 개발자분들이 많이 오해를 하시는데 말이죠.
진정 제가 한국게임까려고만 했다면
궂이 철학이라든지, 문화라든지, 상업성이라는 화두를 던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솔직히 한국의 기술력이 부족하다고 생각 안합니다.
노력이 부족하다고도 하는 것으로 보였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제가 여기서 개발자분들과 싸워서 득보는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듣기 싫은 이야기 = 욕하는 것 = 까는 것으로만 치부해버린다는 것이 안타깝네요.
저는 게임은 영화와 동급 혹은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라고 했습니다.
한국은 그릇으로서 기술력은 있지만 그 그릇 안에 담는 알맹이가 부족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유저들이 보는 것, 그 이상을 볼 줄 알아야 한다고도 말씀드렸습니다.
네, 밑에 강마에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한국의 유저들, 수준이 낮은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 수준낮은 유저를 도대체 누가 만들었을까요?
그리고 유저는 전혀 발전하지 않을까요?
항상 한국 유저를 평할 때, "한국의 유저들은... 이런이런 성향이다."라고 단정지어버리시지는 않나요?
실제로 제 나이대가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더이상 게임을 즐기지 않게 됩니다.
특히나 온라인게임이 그렇습니다.
생활에 찌들려서?
그럴 수도 있겠죠.
제 나이대에 비교적 일찍 결혼했다면 중.고등학생인 자녀가 있을 나이일 수도 있죠.
우리는 어릴적부터 게임을 즐기고 자란 1세대입니다.
게임에 대해서 거부감도, 사회적인 시선도 그닥 꺼릴 것 없이
자연스럽게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자녀들이랑 같이 총도 한판 땡길 수도 있지요.
문제는 즐길만한 게임이 없다는 것입니다.
노가다, 단순반복사냥, 현질, 사행성 조장, 엉성한 게임 구성,
이런한 패턴이 반복되는 게임이 얼마나 허무한지 잘 알고 해볼만큼 해봤습니다.
몇몇 게임은 재밌어서가 아니라 인맥때문에 해야만 하는 게임도 있었지요.
뭐, 넋두리는 여기까지 하고,
여기서 몇몇분들의 이야기를 읽어보고서 제가 느낀 것은,
아직도 게임의 제작이 기술만이라고 보시는 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기술 이외에는 생각할 여력도 없어보입니다.
그래서 제가 아무리 인문학적인 개념을 끌어들여서 설명을 들여도
"한국의 기술력은 부족함이 없다"라는 이야기로 응대하시더군요.
물론, 제가 한국의 기술력은 글러먹었다고 얘기한 적 없습니다.
제가 얘기한 것은 기술 이외의 것을 보라는 의미입니다.
단순한 가전제품조차도 철학을 담는 시대인걸요.
온라인 게임과 패키지 게임의 제작은 다르다?
네 물론 다릅니다. 기술적으로는요.
그러나 게임의 본질이 재미를 추구한다는 것과
그 재미가 기술로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간과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패키지 게임 잘 만든 회사가 온라인 게임도 비교적 잘 만듭니다.
손노리의 라그나로크가 그 예이겠죠. 와우도 그렇고.
블리자드가 기술력이 우수하다고요?
적어도 디아블로2 당시까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아주 그냥 에러가 줄줄 새는 게임이었지요.
(비벤디가 인수 전까진 블리자드는 중소규모였습니다)
와우도 뭐 솔직히 첫 MMORPG라서 넘어가 준 것도 있지 네트워크쪽은 지금도 좀 불안정해요.
그나마 초반에 대처가 빨라서 무리없이 돌아가긴 했지만요.
자, 1세대 게이머 유저로서 요구입니다.
지금까지 껍데기를 갉고 닦았다면 이제 알맹이를 좀 채워주세요.
단순히 사냥하고 화려한 이펙트 보는 재미도 중요하지만
게임 본래의 재미, 단순한 재미가 아니라 지적으로 좀 성숙된 재미를 채워주시기 바랍니다.
불과 15년전까지만 해도 한국 영화는 헐리우드 영화에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술적으로 부족해서 안된다고 했고 지금도 기술적으로는 갭이 있죠.
기술로 선도해 나가는 것은 항상 그쪽이죠.
심지어 홍콩영화에도 밀렸죠.
하지만 지금은 영화의 내용면에서 세계적으로 호평받는 한국영화가 많습니다.
홍콩은 중국에 반환되면서 기반이 뒤틀린 탓도 있지만
그 전에 그저 그런 아류영화를 찍어내면서 식상해질 대로 식상해진 탓에 망트리를 탔습니다.
지금은 저 하나의 요구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점점 저와 같은 요구를 가진 사람은 늘어날 것이고,
지금도 그 재미가 충족되지 못해서 게임을 포기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분명, 게임을 만드는 데 기술은 필요하지만 기술만으로 게임을 완성할 수는 없습니다.
양장이 훌륭하고 풀컬러에 좋은 질감의 종이를 사용했지만
내용이 부실한 책을 샀을 때 만큼 화나는 일도 없으니까요.
하고 싶은 말은 더 많습니다만,
실질적으로 더 해봐야 받아들여 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저 기형적인 음반시장의 전철은 밟지 말았으면 좋겠군요.
게임을 좋아했던 올드유저로서의 마지막 바램이라면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