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를 개발자 탓과 유저 탓으로 나누는 것부터 가 약간은 잘못된 시작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현직 개발자로 계시는 분들은 모두 게임에 대한 열정 하나로 들어오신 거라고 보면 맞습니다.
프로그래머 출신 이외에는 모두 학교와 무관하게 게임개발업계에 발을 들이기 위한 자의적인 노력의 과정이 따로 필요하기 때문이죠. 게다가 업계의 처우 또한 좋은 편이 되지 못합니다.
최고 대우를 하는 메이저 사 신입 초봉이 2천 안팎으로 시작해서 이후에도 다른 업종의 중소기업 연봉과 비슷하게 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QA신입은 "파견 계약직"으로 최저임금 받는 게 관례이고 야근 철야는 모든 개발자가 정말 밥 먹듯이 합니다. 유부남 분들은 농담처럼 "아들이 내 얼굴을 낯설어 한다.."라고 하실 정도니까요.
다른 것들 다 버리고 이런 안 좋은 처우의 일을 선택하신 개발자 분들 하나같이 게임이 좋아서 오신 분들입니다.
결국 시장이나 업계가 잘되었으면 하는 바램은 유저나 개발자나 서로 같은데..
"도데체 어느색히가 잘못한거얌!!"이라는 물음은 참 난감하기 그지 없죠..
...............
제 생각에는 "미성숙한 프로젝트 문제입니다.”
한국 기업문화의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하죠..
미칠 듯이 빠른 속도로 급성장한 경제 수준에 비해,
기업윤리, 기업가마인드 뭐 이런 것들의 수준은 형편없으니까요..
개발자 분들 이야기 좀 들어보죠..
게임이 좋아서 최고의 게임 만들어보겠다고 와서 쓰레기 노가다게임 만들고 싶을까요??..
설마요..
그거 아십니까?
게임 프로젝트의 기한은 개발팀에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유관 부서”에서 정합니다.
(스튜디오와 유관부서의 커뮤니케이션이 있지만 사실상 현실성 없는 스케줄이 잡힙니다)
아직 형편없이 부족한데, 담달에 OBT하라면 담달에 하는 겁니다. (예외인 곳도 있겠죠..)
기한 못 지켜서 연기되면 다 만들지도 않았는데 “개발자 싹 다 자릅니다”
거짓말 같죠? 개발 업계에선 상용화된 게임경험 자체가 소중한 재산입니다.
그만큼 상용화전에 접히는 프로젝트가 많다는 말이죠.
자~ 이제 기존 팀이 만들던 걸 신규 팀이 받아서 다시 만들랍니다.
만들던 “불고기”에 홍어향이 첨가되는 시점입니다.
게임의 ‘게’ 자도 모르는 경영자들이 프로젝트를 쥐락펴락 하고 있습니다.
만들던 게임을 다른 팀이 받아서 만든다는 사고자체가 말이나 됩니까?
이전에 잘린 팀이 명세는(기획서) 제대로 작성하고 만들까요?
프로젝트 기한은 빡빡하지, 위에선 빨리 하라고 쪼지. 만들건 만들어야지,
싹 다 누락되고 ‘구두기획서’를 짜면서 만듭니다.
대부분을 구두 기획서로 만들던 게임인데.. 만들던 사람들 다 잘랐습니다..
물려 받은 신규팀 어벙벙합니다..
처음엔 열정이 있으니 갈아 엎으면서 재창조 과정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신규팀도 경영자한테 쪼입니다. “ 있는 거 받아서 개발하는데 뭐 그리 오래 걸리냐고 쫍니다.
이때 신규팀은 뭔가 하고 있다는 걸 계속해서 보여줘야 합니다. “양적인 결과물”이 계속해서 필요합니다.
이건 이전 팀에도 항상 적용되는 것들이었죠.
무슨말이냐.
“경영자는 게임을 모릅니다. 하지만 프로젝트 권한을 가지고 있죠”
“애초에 프로젝트기간은 빡빡하기 때문에, 질적인 것들에 퍼포먼스를 할애할 수 가 없습니다.”
“질적인 것들은 결과물이 명확하지 않아 표면적으로는 노는 걸로만 보일 뿐이죠”
“와우보다 먼저 나올 수도 있었던 한국형 대작 MMO 가 있었습니다.”
7년간 개발팀을 3번 갈아 엎었고. 수십억을 썼지만 결국 7년쯤 되는 시점에 프로젝트가 접히고 말았죠.
“메이져사의 유명 모 게임은 충분한 컨텐츠를 만들지 못하고 꺼냈는데..
유저가 너무 빨리 레벨업을해 어쩔 수 없이 서버다운을 합니다”
조금만 더 레벨업하면 미구현지역에 들어올 지 모르기 때문이죠..
주변 게임업계 친구들 하나같이 다 힘들어 죽겠다고 전화가 옵니다.
“야..너희 회사는 좀 낫지 않냐?”
“야..똑같애 우리도 힘들어”
유저가 내가 힘들게 만든 게임보고 쓰레기라고 욕 합니다.
제가 생각해도 잘 만든 게임은 아닙니다. 이리 쪼이고 저리 쪼이면서 만든 게임이니까요.
하지만 환경에 비해 참 잘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
……..
사실은 너무 오래 쪼이면서 개발해서..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게 정말 잼있을까?.........”
사실 정말 만들고 싶은 그대로는 만들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 아니다 싶은 것들도 있었는데.. 불평분자로 낙인 찍히기 싫어서 그냥 넘어갔습니다.
팀원들하고 술 먹으면서.. 개발환경 좋고 처우 좋은 회사이야기들을 합니다.
“아..나도 거기 가서 진짜 만들고 싶은 게임 마음껏 만들고 싶다.”
……………..
인터넷을 하는데 디스이즈게임 “게이머발언대”에서 자꾸 우리를 깝니다.
아오 짜증납니다. “내가 게임공부를 얼마나 많이 하는데..”
매일 야근해도 집에서 3시간씩은 게임하고 잔다..
내가 이렇게 만들고 싶어서 만드냐..
내가 한가지 확신 하는게 있는데
그거 아냐?
“당분간 게임업계 이 모양으로 똑같을 거다. 똑같을 수 밖에 없다”
니 들이 아무리 아우성 쳐 봐야..오늘도 썩은 프로젝트는 돌아가고 있다.
왜? 아무리 썩은게임 만들어도 중박만 치면 회사전체가 먹고 살 수 있는 블루오션이기 때문이지
오늘도 반복되는 야근 철야에 온몸이 천근만근 힘들지만..
상용화까지만 참자는 생각으로 출근합니다.
…………
…
픽션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인사이트에서 나온 “프로젝트가 서쪽으로 간 까닭은?” 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미숙한 개발프로젝트에서의 잘못된 관행들..망하는 프로젝트의 공통적인 모습들을 담은 책이죠.
이 책에서 보여주는 86가지 패턴이 대부분의 게임개발 프로젝트에서 보여지고 있습니다.
(물론 위의 이야기는 제가 꾸민 이야기니까 책에 없습니다. ㅋㅋ)
책에 의하면 미성숙한 결과물이 나오는 것은 성숙화 과정일 뿐입니다.
미국도 똑같이 반복했더군요. 책으로 패턴화 할 정도로 말이죠.
그냥 요즘은 개발자들도 힘들고, 유저도 힘들도 모두 힘든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허나 “게임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게이머들”이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분명히 좋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유저들의 게임에대한 문화의식이나, 개발자의 개발에대한 열정”
두 가지 모두 게이머발언대에서 생각하는 만큼 걱정스러운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관심과 사랑이 바탕이 되면 어떠한 문화도 성숙해 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문제가 되는 기업문화 또한 성숙해 질 것을 믿습니다.
Ps” 유저,개발자가 아닌 제 삼자를 적으로 돌리려는 의도로 글을 쓴 건 절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