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머니 트레이드 이하 RMT - 즉 현금거래에 대해 굳이 합법화를 논할 필요가 있을까요?
이것은 꽤 민감한 사인입니다.
유져에겐 유져의 이유가 있고, 회사에겐 회사의 이유가 있겠지요.
허나 불법 작업장을 제외하면 현금 거래가 그렇게까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불법 작업장 문제는 나중에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개인간의 거래. 그 대상이 되는 것은, 유져가 정당한 사용료를 지불하고 정당한 방법으로 플레이를 하여 얻은 게임상의 재산입니다. 그것으로 현금 거래가 이루어진다고 한들 해당 게임에 미치는 영향은 소유주의 이전 뿐입니다. 데이터에 변경이 가해지는 것이 아닌, 단순한 트레이드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게임회사의 입장에서도 이것이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현금과 아이템의 거래, 게임머니와 아이템의 거래. 어느쪽이건 게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아이템과 게임머니의 수량은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그냥 허가해버리면 되지 않느냐? 그것도 곤란합니다.
예전에 현금거래와 관련해서 법원이 개발사의 손을 들어준 판례가 있습니다.
현금거래를 합법화하기 전에 선결되어야 할 과제가 하나 있습니다. 거래라는 것은 자신의 재산과 타인의 재산을 교환하는 행위입니다. 따라서 현금 거래를 합법화하기 위해서는 아이템과 게임머니를 개인 재산으로 인정해야 합니다.
허나 온라인 게임이라는 것은 계속 변화합니다. 업데이트나 밸런스 조절, 예상치 못한 버그의 발생 등의 게임 외적인 요소를 통해 데이터는 얼마든지 변경될 수 있습니다.
게임머니와 아이템을 개인 재산으로 인정해버릴 경우 해당 게임의 개발 및 운영에 지장을 줄 수 있다. 이것이 개발사의 손을 들어준 이유입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불법으로 단정짓고 단속할수도 없습니다.
현재의 온라인 게임 시장에는 현금거래가 잘되는 게임 = 성공한 게임 이라는 공식이 숨어 있습니다. 인정하고 싶진 않겠지만 개발자들도 느끼고 있는 부분일 것입니다.
아이템을 팔기 위한 목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이나, 본래의 목적은 게임을 플레이 하는 것이지만 입수한 아이템으로 부가적인 이득을 취하는 사람이나 회사의 입장에서 보자면 고객입니다. 정당한 사용료를 지불하고, 정당한 방법으로 아이템을 얻는 정당한 유져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현금 거래 자체는 게임 내적인 부분에는 아무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외적으로는 게임의 흥행 수준 등에 영향을 주겠지요.)
아이템을 현금으로 거래한다는 부분만 제외하면 그 사람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평범한 유져입니다. 그리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져의 수는 게임의 수익과 직결됩니다. 따라서 그들의 행동이 게임의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한 개발사는 크게 개입하지 않습니다.
현재 개발사가 취하고 있는 행동은 '방관'입니다.
현금 거래를 크게 단속하진 않지만 그것을 인정하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현금 거래로 발생한 문제에도 개입하지 않습니다. 어제 현금 10만원을 주고 구입한 아이템이 버그 아이템으로 판명되어 사라지더라도 개발사는 절대 개입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쪽은 아이템 중개회사의 역할입니다. 중개회사는 해당 게임을 이용해 수익을 올리지만 그 수익을 개발사에 환원하지는 않지요. 거래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한 중개회사이므로 현금거래로 발생한 문제는 중개회사가 책임져야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RMT 시장에 있어서 가장 현명하진 못할지언정 가장 무난한 선택쯤은 된다고 생각합니다. 합법이냐 아니냐. RMT는 양자 택일의 문제가 아닙니다.
위법과 비합법은 다른 것입니다. 합법과 위법을 흑, 백으로 분류하자면 비합법은 회색으로 볼 수 있습니다. 소리높여 정당함을 외치진 못할 지언정, 그것을 무조건 잘못된 일로 치부해버릴 수도 없는 것이 비합법입니다.
법에는 없지만 잘못된 것은 아니다 싶은 것은 대부분 비합법입니다. 개발사가 게임 아이템을 판매하는 것도 완전한 합법이라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이에 관한 법률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개발한 게임으로 수익을 올리는 행위의 정당성을 인정받고 있을 뿐입니다.
(캐쉬 아이템의 경우 기간이 명시되어 있는 물품의 경우 '해당 기간동안의 대여' 라 여길 수 있겠습니다만, 그렇지 않은 경우 - 지속, 무제한 등의 타이틀을 달고 나오는 캐쉬 아이템은 꽤 애매한 부분입니다. 간단한 예로 대여 기간이 명시되어 있는 물건은 해당 기간 내에 서비스가 중단될 경우 남은 기간만큼의 요금을 환불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후자는 게임 서비스가 중단될 경우 불과 일주일전에 구입한 물건이라도 아무런 보상을 받을 수 없습니다. - 이와같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 만으로도 완전한 합법은 아님을 알 수 있겠지요?)
무조건 RMT 를 합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분들께 여쭙겠습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합법화를 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것인가요? 바람의나라부터 시작해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온라인 게임의 발전과 함께 해온 게이머인 제가 봤을 때, 아직까지 눈에 불을 켜고 현금거래를 단속하는 게임은 없었습니다. 앞서 말했듯 이것은 현금거래의 정도와 게임의 흥행 수준이 비례하며, 곧 개발사의 수익과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현금거래가 게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면 개발사에서는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금지하겠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방관'을 선택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RMT 시장은 계속 유지될 수 있습니다. 비합법에 따른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합법화를 외치기는 아직 이른 시점입니다. 아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쪽은 여담입니다만
현재의 작업장은 거의 대부분이 오토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게임머니와 아이템을 취득하고 있습니다. 이는 정상적인 플레이로는 불가능한 수준의 (게임상)이득을 올리며, 이것을 현금으로 판매하여 (실질적)이득을 취합니다.
시중의 인력으로는 시장의 통화량이 10억에 불과한 것이 작업장의 존재로 인해 15억, 20억으로 마구 불어나게 됩니다. 돈이 많이 풀리면 그만큼 가치가 떨어지게 되죠. 정상적인 플레이로 얻을 수 있는 게임머니의 양은 한정되어 있는 반면 아이템의 값은 지나치게 비싸집니다. 이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똑같이 비정상적인 방법을 사용하거나, 현금 거래를 하는 방법 뿐입니다. (복권 당첨을 노리는 방법 등은 제외합니다.) 이것은 해당 게임의 진입 장벽을 높이게 됩니다. 높은 진입 장벽은 곧 신규 유져의 유입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지고 개발사의 수익은 줄어들며 결국은 서비스를 중단하게 될 것입니다.
요컨데 작업장의 존재가 현금 거래를 강요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허나, 이런 복잡한 문제는 제껴두고도 작업장이 인정받을 수 없는 단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작업장은 게임을 이용해서 수익을 올리지만 그 수익을 회사에 환원하지는 않습니다. 요컨데 남의 땅(게임)을 빌려서 농사를 짓고 수확하여 이득을 올리지만(작업장 현금거래), 땅 주인(개발사)에겐 한푼도 지불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설령 작업장에서 개발사측에 일정 요금을 지불한다 한들, 개발사는 작업장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개발사에서 얼마든지 게임 머니와 아이템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체적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일에 굳이 돈을 써가면서 외부의 인력을 사용할 필요는 전혀 없겠지요.
하고자 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그것이 게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 해서는 안될 일이 되기 때문에 하지 않고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작업장은 그 해서는 안될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시간을 들여 글을 쓰긴 했는데 정리가 잘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것은 한 사람의 의견일 뿐, 실질적인 상황이나 그에 따른 대안책은 아닙니다. (될 가능성은 있겠습니다만 그것은 모든 의견에 존재하는 것이죠.) 이것은 제가 현금거래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이며, 어떠한 변화가 있지 않는 한 바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 글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말씀하시되, 저를 설득하려는 시도는 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이 주제는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댓글을 다는 한분 한분의 말씀이 소중한 의견이자 옳은 주장일 것입니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 하여 누군가를 매도하는 일은, 현명한 게이머들이 모여 있는 TIG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며 이만 글을 마치겠습니다.
PS. 카테고리를 선택하지 않으면 글을 쓸 수가 없습니다. 그나마 비슷한 부류가 칼럼이라 선택해두긴 했지만, 이 글이 칼럼으로서의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저냥 넘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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