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하며
최근 짬을내 아이온을 진득하니 다시 보게 되었다. 나름 잘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 아이온도 보면 볼수록 방대함에 경탄을 자아낸다.
이 같은 방대함으로 앞선 CBT에서 기대에 충족한다는 반응들이 나오지 않았을까 한다. 물론 기대보다 실망스럽다는 반응도 많았다.
실망스럽다는 의견 중에는 완성도 측면에서 부족함을 말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아이온만의 색이 부족하다’라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여기서 드는 의문이, 아이온만의 ‘색’은 과연 무엇일까?
위와 같은 고민을 하던 차에 개인 심정을 살짝 옮겨본다.
■ 낯선 여자에게서 그의 향기를 느꼈다
혹자는 아이온을 보며 말한다.
‘리니지 혹은 와우, 길드워, 리니지2.5’스럽다고.
심지어 유명세(?)를 떨치는 한 기자는 ‘월드오브리니지크래프트’라는 한 문장으로 일축하기도 한다.
아이온의 특출 난 그래픽을 위시한 여러 요소들의 장점도 있겠지만 이전 게임들의 경험 및 익숙함이 묻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래도 아이온만의 독특함 보다는 일부 익숙함이 더 큰 영향을 미쳤을 듯 하다.
위와 같은 말의 진실 여부를 떠나 와중에 문득 드는 생각이 있어 옮겨본다.
‘낯선 여자에게서 그의 향기를 느꼈다’.
한때 대중을 사로잡은 모 CF의 카피다. 묘한 질투와 유혹, 의혹을 자아내는 것이 당시 참 매력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편, 카피에서 느껴지는 ‘낯섦’과 ‘익숙함’을 동반하는 점에서 아이온이 연상된다. 빗대어 보면, 아이온의 ‘익숙함’이 ‘그의 향기’의 의혹 및 유혹처럼 뭍 고객들을 자극하는 ‘향기’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새로움은 ‘기대’와 함께 ‘낯섦’을 동반한다. ‘낯섦’은 두려움을 낳는다. 두려움은 머뭇거림을 낳고 주저하게 한다. 근래 게임들의 실패한 요인을 꼽자면 새로움에 따른 ‘낯섦’도 한 요인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완성도 낮음도 포함)
물론 한때 새로움은 한해 열손가락 꼽을 정도의 게임을 선보이는 시점에서는 가장 큰 무기며, ‘센세이션(sensation)’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하루에도 수많은 게임이 등장하며 앞선 게임들의 선례에서 보듯 새로움은 ‘도전’이 아닌 ‘위험’이다.
물론 얼리 어답터 활동 및 테스트베드로서 한국의 입지를 고려하면 극히 개인적인 생각일 수도 있다고 본다. 모난 돌이 정 맞는 식의 교육 실태가 나은 현실일지는 모르겠지만, 유독 게임에서는 ‘새로움’이 단점으로 치부되는 듯 하다.
드러나는 ‘위험’을 피하고 ‘익숙함’에 기대어 성공을 도모하는 것이 근래의 암묵적 트렌드가 아니었을까 한다. 이 같은 흐름은 ‘류’를 낳았다. ‘아류’로 치부되기도 하지만, ‘R2, 십이지천2’에서 보듯 성공방적식이 되고 있다. (영원하지는 않겠지만…)
게임은 ‘아트’가 아니라 ‘비즈니스’다.
앞선 실패는 위축을 낳고, 안정을 도모한다. 한때 장르를 불문하고 시류에 편승해 아류작들을 쏟아내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 블록버스터, 아이온
영화에서 유래된 ‘블록버스터’는 철저한 상업영화를 말한다. 혹자는 상업 영화를 예술을 판 작품이라 홀대하지만 상업 영화는 상업 영화로서 역할이 있고 그만한 재미를 주면 그만이다.
어떤 게임이 비상업적이었겠냐 만은, 아이온은 흔히 말하는 ‘블록버스터’다. 앞선 ‘류’의 성공 방정식과 반반한 훈남(특출난 그래픽)면모를 갖췄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아이온의 ‘색’은 바로 ‘낯섦’과 ‘익숙함’의 완성도 높은 ‘아우름’이다.
단순 ‘아우름’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4Stroy’ 등 앞선 실패를 재차 언급하지 않아도 단순 모방만으로 쉽게 성공을 거머쥐을 수 없다.
철저한 상업 영화로서의 ‘블럭버스터’처럼 아이온은 그런 단계를 순차적으로 밟고 있다고 생각한다.
■ 마치며
아이온에서 느껴지는 여타 게임의 ‘향기’를 우려로 ‘외면’하기 보다는, ‘낯섦’의 두려움을 낮추는 ‘당근’으로서 적극 활용하는 것은 어떨까?
아이온의 색을 말할 때 우선 연상되는 것이 ‘비행, RvR’이 다수일 것이다. ‘누구나 손쉽게 해보고픈 게임’으로 자리매김하는 것도 ‘성공’이라는 관점에서 나쁘지 않을 것이다.
여타 게임의 추억과 향수 같은 향기는 아이온의 발목을 잡는 ‘덫’이 아닌 아이온을 앞에서 머뭇하는 뭍 고객을 유혹하는 ‘미늘’이 될 것이다.
한번 물면 도로 뱉어 낼 수 달콤한 유혹으로서 말이다.
아이온의 주사위는 이미 여러 번 던져졌다. 이제서 주사위 판을 새롭게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앞으로 펼쳐질 아이온의 미래는?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
‘낯섦’ 의 기대감과 ‘익숙함’의 안정을 아우르는 아이온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여는 ‘기적’을 기대해본다.
PS. 혹자가 말하길, ‘기적’이란 기적이 있기에 존재하는 ‘단어’라고… ‘Christmas Miracle’처럼~*
Feel so g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