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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하는 게임은 왜 만들어지는가? 지천사 07-09 조회 4,741 공감 5 25

밑에 진서림님의 글에 리플 달다가, 옛날에 제가 쓴 글을 다시 보게 되었는데, 이런 저런 생각이 나서 다시 써서 올려봅니다.

내용은 비슷하지만, 옛날에 쓴 글이 너무 두서없었던 관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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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개발에 있어서..
언제나 새로운 시도들이 행해지고 있고, 새로운 게임들은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성패의 여부는 무엇이 결정하는 것일까요?

식상한 게임들은 새로운 재미가 부족하여 실패합니다.
하지만, 딱히 새로운 부분이 없음에도 성공하는 게임들이 있습니다. 블리자드 게임들이 대표적인 경우죠.
또, 새롭지만 생소하다는 이유로 외면받는 게임들도 많습니다.

새로운 것이 좋은건지? 익숙한 것이 좋은 건지?
그래서, 많은 개발사들은 새로움과 익숙함을 적절히 융합시키기 위해 고민을 하지요.
하지만 저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이 문제를 설명을 하고 싶습니다.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것이죠.

일단, 식상한 게임은 기존게임들과 차별성은 없으면서 완성도는 오히려 떨어지는 게임들입니다. 새로운 것이 없더라도 다른 장점(주로 보다 나은 완성도)들이 있으면 성공을 합니다.

반면, 생소한 게임은 지나치게 새로운 게임을 말하는게 아니라, 복잡한 게임을 뜻합니다. 새로운 게임은 항상 생소하기 마련이고, 생소하면서도 성공하는 게임들도 많으므로, 새로운 게임들의 실패하는 것은 사실상 복잡함 때문이죠.
(인간은 새로운 것은 그냥 새롭다라고 느끼고, 익숙하지 않은 복잡함에 직면해야 생소하다라는 표현을 씁니다.)

즉, 이것은 새로운 게임이 익숙한 게임에 대해 가지는 약점은 새로움이 아니라, 복잡함이라는 것이죠.
이것을 반대로 얘기하면, 실패하는 새로운 요소에 대해 가지는 익숙한 패턴의 장점은, 익숙함 자체가 아니라, 검증된 '단순함 대비 재미'입니다.
다시 말하면, 게임이 성공하고 실패하고는, 새롭냐 익숙하냐가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단순하게 즐길 수 있는 재미를 제공해줄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것이죠.

사실, 게임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새로움과 진부함은 별 의미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크게보면 모든 요소들는 결국 모사(현실모사 또는 다른 게임 모방)의 결과이기 때문이죠.
무슨 말인고 하니, 애초에 모든 게임은 현실모사에서 시작합니다.
그런데, 복잡한 현실을 무조건 모사한다고 게임이 되는 건 아니고, 인간에게 재미를 주는 핵심적인 부분은 따로 있는 법이지요. 그 이면적 핵심들만 뽑아내어 잘 간략화 시킨 다음, 모니터 속에 집어넣는게 바로 게임이라고 봅니다.
즉,
복잡한 현실 -> 재미를 제공하는 부분만 추려내어 모사 = 새로운 게임
이것이 성공하면 그것은 단순하게 즐길 수 있는 재미를 구현한 것이고, 게이머들의 선택을 받는 요인이 됩니다.

여기서, 성공한 다른 게임을 모방하는 게임은, '검증된 단순 대비 재미'를 이용하는 게임이 되는 것이죠.
이 경우는 순전히 완성도 싸움입니다. 진부한 게임이라도 이전 게임보다 완성도가 높으면 흥행합니다. 하지만, 진부하기만 하고 완성도는 오히려 떨어지면, '진부하기 때문에 재미없는 쓰레기' 취급을 받지요.

즉, 새로운 요소든 익숙한 요소든, 이전의 다른 게임에서 써먹었던 것이냐, 아니면 게임으로 구현되어 본적이 없던 부분을 현실에서 바로 가져온 것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 크게 보면 모두 모사(모방)이라는 것이죠.

그 모사(모방)가, 모사대상(현실 또는 다른 게임)의 핵심부분(인간에게 재미를 느끼게 만드는 부분)만을 가져와서 단순하면서도 재미있느냐..
재미는 있는데, 이것저것 쓸데없는 부분까지 가져와서 복잡하느냐(복잡하면 인간은 생소함을 느낀다.)
아니면 최악의 경우로, 재미도 없으면서 복잡하기만 하느냐...
하는 식으로 흥행의 승패를 결정난다는 것이죠.

이것을 바꿔 말하면, 새로운 시도의 성패는, 새로운 것을 과거의 패턴과 얼마나 적절하게 배합하느냐가 아니라, 게임 자체가 게임적 재미(단순 대비 재미)를 추구했느냐, 아니면 그냥 맹목적인 모사(모방)에만 치중했느냐, 에서 갈린다고 봅니다.


가령, 새로운 요소나 조합이 없더라도, 기존 게임들의 핵심부분만 잘 가져와서 완성도를 더 높일 수 있다면, 진부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고 재밌습니다. 블리자드 게임이 이 형식에 속하죠.
단순 대비 재미는 보장되니까요.

아니면 현실을 바로 모사하면서, 복잡한 현실을 통째로 모사하는 게 아니라, 인간에게 재미를 주는 핵심부분만 잘 가져와서, 게임에서 구현되어 본적이 없는 새로운 재미를 보여준다면.. 그것도 성공합니다. 그것에 과거의 패턴과 가까우냐 머냐와 상관없이 말이죠.
이 경우는 창조적인 선구자로 추앙 받겠죠. 
하지만 이 경우에도 핵심은 단순 대비 재미입니다.


그런데, 이 부분을 캐치하지 못하면 실패하는 게임들이 양산됩니다.
먼저, 완성도와 참신함에 집착하는 게임들은, 단순함을 염두하지 않아서 복잡하고 재미없는 게임들이 만들어지기 쉽상입니다.

또, 기존의 익숙한 패턴들에 의지하려는 게임들은, 차별성은 전혀 없고, 자금력 문제로 완성도는 오히려 떨어지고, 자연히 게이머들의 외면을 받게 됩니다.

또, 새것과 옛것의 적절한 조합을 지향하는 게임들은 무리한 요소간 조합을 시도합니다.
새로운 일부분을 과거의 패턴 덩어리와 아무렇게나 조합하거나, 장르를 초월하여 각 장르의 전형적인 요소들을 이것저것 가져와 그냥 합쳐 놓는거죠. 그게 모양이 되든 안되든.. 모양이 안나오면 당연히 유저들의 외면을 받는거고..
마치, 하나하나 놓고 보면, 더 없이 좋은 패턴들이지만, 즉, 검증된 단순함 대비 재미들이지만, 합쳐놓으면 세상 미녀들의 이쁜 부분만 합쳐놓은 누더기 괴물이 되는 것 처럼, 어렵고 복잡한 새로운 괴물(?)이 되어버리는 것이죠.

즉, 게임의 성패는 단순함 대비 재미에 달려 있는데,
엉뚱하게 새로운 부분을 과거의 패턴과 얼마나 적절히 융합하느냐에 달렸다고 생각해 버리면, 기존 게임과 똑같은 형식에다 한두가지 새로운 요소를 붙여놓거나, 뜬금없이 여러 장르의 전형적인 패턴들을 조합하는 식의 식상한 게임이 나온다는 것이죠.
새로움과 진부함을 섞일때 그 융합 자체가 새로운 복잡성을 낳을 수 도 있는데, 그것을 간과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 패턴 저 패턴 합쳐놓아도, 전체적으로 각각의 패턴들이 가졌던 단순 대비 재미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완성도는 더 높다면, 성공을 합니다. 더 다양해진 느낌으로.. 와우처럼.. 물론, 그게 말 처럼 쉽지만은 않겠지만요.

결론은, 기존의 재미를 답습하든, 새로운 재미를 추구하든, 중요한 것은 단순 대비 재미이지, 새롭고 진부하고가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게임들이, 엄청난 자금력으로 만들어지는 외국게임을, 완성도 측면에서 이길 수 는 없다고 봅니다. 이래저래 어쩔 수 없이, 새로움으로 승부를 내야한다는 것이죠.

여기서 우리는 새로운 게임에서 지향해야 할 부분은, 과거의 패턴과 얼마나 가까우냐, 또는 얼마나 거리를 두느냐가 아니라, 새롭고 재미있으면서도 단순한 그 무언가를 찾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은 새로운 요소 자체일 수 도 있구요. 아니면, 요소들의 새로운 조합일 수도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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