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무렵에 나왔던 SCS의 트럭 게임입니다. 18 Wheels of Steel : Haulin'의 확장팩격이 되는 게임으로 두 게임 사이에는 다소의 컨텐츠 추가 외에는 뚜렷한 차이점이 없네요.
말하자면, 전형적으로 못 만든 게임입니다. 너무 심한 소리가 아닌가 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저로서는 달리 표현 못하겠습니다. 트레일러 트럭을 이용한 운송업을 통해 돈을 번다는 특이한 소재를 이용해 차별화를 꾀하고는 있지만 게임 자체가 너무 얄팍하기 때문에 그 빛을 보지 못합니다.
미 대륙을 축소해놓은 맵과 어느정도 실제 교통상황을 구현해놓은 게임 환경은 다소의 몰입감과 현장감을 제공해줍니다. 허나 조금만 플레이해보면 누구라도 눈치챌만한 비현실성이 게임 세계로 빠져드는걸 간단히 막아버립니다. 또한 그 비현실성은 대부분 불편하기까지 해요. 얼마간 운전하면 피곤해서 잠을 자야 한다는점을 구현한답시고, 아무런 전조도 없이 단순히 하단에 '당신은 피곤합니다!'라는 메세지가 뜨다가 직후 10초도 안되서 화면이 새카매지는 연출을 하는건 현실적이지도, 재미있지도 않고, 불편하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게임의 대부분의 요소가 그런 식이라는 겁니다(가령 빨간 불에서 횡단보로를 약간만 넘어서도 나타나는 경찰이 갓길주행에는 아무런 신경도 안 쓴다던가).
그렇다고 게임적인 재미가 충실한것도 아닙니다. 도로주행을 하는건 그럭저럭 괜찮은 감각을 지니고 있습니다만 이를 30,40분씩 계속해야 하는것을 참아가며 재미를 느끼는 플레이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고요. 그렇다고 트레일러 운송을 통해 돈을 번다는 점을 활용한 경제적인 재미를 제대로 구현해놓지도 않았습니다. 처음 몇번의 운송을 통해 돈을 버는게 재밌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옮기는데 있어서 별다른 차이도 없이 단지 이름만 틀린 화물들이 각자 운송보수가 틀리게 책정되어 있다던가, 정유소에서 기름을 채우는데 드는 돈은 지나치게 적어서 돈 계산에 전혀 의미가 없다던가 등 이 게임에서 자금 운용을 전략적으로 실행한다는 수준의 경제적인 재미는 느낄수 없습니다. 단지 운송을 해서 보수를 받는다, 그 뿐이죠.
또 여분의 트럭과 트레일러를 구입한뒤 다른 운전기사를 고용해서 다른 운송임무를 맞기는 간단한 경영게임으로서의 면모도 갖추고 있습니다만 이 역시 돈을 벌어다준다는 것 외의 아무런 재미도 없습니다. 운전기사의 임금과 트럭의 유지비는 지나치게 싸고 이 운전기사들은 한번만 명령을 내려놓으면 아무런 탈도 일으키지 않고 계속해서 돈을 벌어다줍니다. 경영게임으로서의 재미는 제로에 가까운 수준이죠. 그저 돈 쌓이는 걸 보면서 재미를 느낀다면 또 모르겠지만요.
무엇보다 새로 시작한 플레이어에게는 이 게임의 불친절성이 큰 문제가 됩니다. 시작하면 무엇을 해야하는지, 무엇을 주의해야하는지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고 몸으로 때워서 알아보라는 불친절함은 물론이고, 각종 메뉴와 아이콘의 의미도 알려주지 않고, 심지어 각종 수치가 무엇을 뜻하는지조차 알려주지 않음으로서 게임으로서 최소한도 알려줘야 하는 정보를 알려주기조차 포기합니다.
이 게임이 가진 다소의 재미요소는 '트럭운전사가 되어본다'라는 소재 뿐이고 그 소재를 어느정도 몰입성있게 만들었다는 걸 빼면 이 게임에서 남는 것이 없습니다. 그나마도 불친절한 게임이기 때문에 한번 제대로 해보기도 쉽지 않고, 열심히 노력해서 한두번 해보면 금방 질려버리고 말죠. 결국 이 게임을 그나마 재미있게 플레이할수 있는 플레이어는 아마 트럭 운전이라는 소재가 정말로 마음에 드는, 즉 트럭 매니아들일 것이고 혹은 한가하게 멍 때릴수 있는 게임을 해보고 싶다던가 하는 다소 독특한 취향을 가진 플레이어일 겁니다. 하지만 트럭운전이란 소재에 별 관심이 없거나 다소 독특한 취향을 가진 게이머가 아니라면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건 가급적 말리고 싶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소재로만 버티는 게임입니다.
P.S SCS소프트웨어는 다소 특이한 소재를 이용해 저가 게임을 빠르게 만들어 출시해 팔아 매니아층을 노린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트럭 매니아들 사이에선 그럭저럭 만족스런 평가를 받을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