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특별한 손님 #6 넥슨코리아 박웅석 디렉터의 '내 인생의 컴퓨터'

넥컴박 (넥슨컴퓨터박물관) | 2018-02-02 17:13:45

넥슨컴퓨터박물관 ‘내 인생의 컴퓨터’ 시리즈는 국내/외 IT업계 인사들의 컴퓨터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담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넥슨코리아 박웅석 <마비노기> 7대 디렉터의 이야기를 인터뷰 영상과 함께 공개합니다. 

 

  

 

# 넥슨코리아 박웅석 디렉터 인터뷰

 


넥컴박: 인생 최초의 컴퓨터를 알려주세요.

  

박웅석 디렉터: 제가 한 일곱 살 정도였을 때인데요, 그때 제가 근처에 친구들이랑 같이 오락실을 좀 자주 갔었어요. 근데 사실 부모님 입장에서는 오락실을 가는 게 그렇게 예뻐 보이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오락실을 갈 바에는 컴퓨터를 사줄게’ 이렇게 해서 컴퓨터를 사주셨어요. 

 

그때가 저의 첫 컴퓨터인데 그때 MSX기종의 '아이큐 1000'을 처음에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아이큐 1000'으로 처음으로 컴퓨터라는 것을 만져보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GW BASIC이라던지 BASIC 프로그램들을 가지고 게임을 하고 싶은데 팩이 부족한 거예요. 또 뭔가 또 다른 것도 해보고 싶고.

  

  

그래서 그런 것들에 도전해보려고, 그 당시에 서점에서 컴퓨터 관련 책들을 많이 팔았는데 거기에 게임 소스들이 좍 그려져 있는 책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때 그 게임 한판을 하자고 그 책을 보고 그 소스를 그대로 입력을 하면서, 엄청 긴 장문의 타이핑을 했는데 문제는 뭐가 틀렸는지 모르는 거예요. 에러가 났을 때 뭐가 틀렸는지 모르는 거죠. 그러면 다시 처음부터, 다시 처음부터.

 

그리고 그 당시에 마땅한 저장장치가 없었어요. 만약에 게임을 하다가 부모님이 "컴퓨터 꺼라"라고 말씀하시면 다시 게임을 하기 위해서 또 처음부터 타이핑해야 하는 상황들이 있었죠. 사실 이해하거나 알고 친 건 아니고요, 오로지 게임을 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한 시간 반, 두 시간씩 타이핑하던 그런 경험이 사실 좀 기억에 많이 남아요.

  

 

컴퓨터가 내 삶에 끼친 영향은?

 

​그 당시에 하드웨어가 점차 계속 발전을 하고 있었던 상황이었어요. 그 당시 8bit부터 16bit, 32bit까지 죽죽. 저의 성장기랑 하드웨어의 발전이랑 되게 많이 함께했던 상황들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 뭔가 신작 게임이나 또 다른 재미있는 게임들을 하려고 하면 제 하드웨어가 부족한 거예요. 그래서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랄까? 고민들을 했었어요. 

 

게임 하나를 할 수 있게 되고, 뭔가 또 다른 것들을 접할 수 있게 되고, 하드웨어도 교체해보고, 소프트웨어적 측면에서 뭔가 다른 대안이 없나 찾아보기도 했고요. 간단하게는 메모리부터 다양하게는 배치파일 프로그래밍이라든지 아니면 오버클락킹을 한다든지 하면서요. 

 

사실 갖은 수단, 심지어 사파의 길까지도 건드는 거죠. 뭔가 해보고자 싶은 마음에. <테스트드라이브>라는 그게 플로피디스크 4장짜리 게임이었거든요. 근데 그게 쉽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좀 많이 고민했던 상황들이 있었죠. 

  

  

그런데 그 결과가 어땠냐 하면 사실 제 주변에 저와 같은 구원의 손길이 필요한 친구들이 상당히 많았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그 친구들을 구원해주면서 함께 같은 재미 혹은 같은 고민을 해결해 나가면서 그렇게 지내왔었던 것 같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뭔가 좀 더 원활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이런 것들을 해보고 싶다는 고민을 많이 했었고, 계속 도전했었던 것이 저에게 많은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컴퓨터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어떤 것일까요?

 

​​되게 고민인데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제가 성장을 하면서 ‘제일 재미있었던 최고의 장난감’이라고 이야기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어떻게 보면 사실 다른 재미있는 장난감들이 많이 있을 수도 있었는데, 제가 지속해서 관심을 두고, 이걸 다루기 위해서 뭔가 고민을 하고, 노력했던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뭔가 보람도 느끼고, 뭔가 배움도 있었고, 그것을 통해서 커뮤니케이션도 하고, 커뮤니티도 발생했고요. 이런 부분들이 저한테는 되게 긍정적이고 되게 재미있던 기억들이어서 컴퓨터는 장난감, 최고의 장난감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장난감을 지금도 제가 가지고 놀고 있네요.​

 

 

최근 가장 주목하는 IT기술이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당연히 지금 4차 산업혁명을 통해서 모두가 관심이 있는 인공지능 쪽이 되겠죠. 저는 사실 자동화에 대해서 예전부터 되게 관심이 많았어요. 뭔가 ‘컴퓨터라는 것은 결국은 다 자동으로 해줘야 하는 거 아냐?’ 이런 생각과 함께 자동화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모든 일 처리들을 자동화했으면 좋겠다, 근데 컴퓨터 네가 다 해줘,’ ‘언젠가는 로봇이 됐든, 뭐가 됐든, 나의 모든 것들을 좀 자동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어 줄 거야, 이 아이는’ 라는 생각들을 많이 했었고요.

 

지금 현재 어떻게 보면 그런 인공지능까지 가고 있는 상황들이 모든 것들을 자동화하기 위해 성장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머신러닝이나 딥러닝 같은 것들이 발전하고 있어요. 

 

저는 인공지능이 '다양하고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법'에 중심이 있다고 보고 있어요. 데이터를 보고 '경향'을 판단하는 거죠. 그런 경향을 어떤 식으로 판단하고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방법론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박웅석 디렉터의 '인생게임'은 어떤 것인가요?

 

​제 기억에 가장 많이 남은 인생 게임은 <King’s Valley>입니다.  <왕가의 계곡>이라고 하죠.  퍼즐 형태의 게임, 다양한 구성이나 조합들을 활용해서 퍼즐을 풀어나가는 게임인데요, 

  

  

그 게임이 정말 많이 기억에 남는데 가장 임팩트가 큰건 뭐냐 하면 그 전까지는 사실 단순 아케이드형 게임들을 하면서 그저 재밌다는 생각 정도였는데, <King’s Valley>는 이 구성이나 조합들이나 이런 형태들이 저한테 너무 충격적이고 신선했던 거죠.

 

그래서 그 당시에 그 게임을 하면서 뭔가 ‘게임을 만들어 보고 싶다’, ‘아 나도 이런 것들을 좀 만들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또 ‘게임을 만드는 것은 과연 어떨까?’ 이런 생각들을 그때 처음 하게 됐죠. 그래서 <King’s Valley>가 참 많이 기억에 많이 남고요, 그 당시에 게임사운드, 특히 클리어사운드 같은 것들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네요.

 

 

게임 개발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한 마디 조언한다면?

 

​제가 NDC 발표에서도 이야기했고, 개발자 지망생들이나 게임 개발을 비전으로 생각하고 있는 분들에게 이야기했던 부분들이 있는데요. 요즘 시대는 분업화가 굉장히 심화하고,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지금도 그런 분업화에 따라 매우 많은 변화들이 있는 상황이고요. 그런데 많은 분이 ‘내가 어떻게 하면 게임 개발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그냥 이것저것 다 해보는 경향들이 좀 많아요. 물론 그렇게 기반 지식과 이해를 하는 것들이 굉장히 긍정적이라고는 생각합니다. 

 

근데 한 발자국 더 나아가서는 결국은 내가 어떤 역량을 가졌는지, 그리고 내 역량들이 얼마나 효과적이고 긍정적인지에 대한 판단이 선행되어야 하고요, 그런 내용을 토대로, 자신의 강점을 더 강화하면서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많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특정 분야에서 또는 어떤 역량에서 ‘내가 이런 강점들을 가지고 있다’ 하는 것들을 본인이 명확하게 이해하고, 그것들을 강화하는 훈련들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다양하게 접해보는 것도 굉장히 긍정적이고 좋은 방향이고요, 그것들을 하면서 내가 어떤 부분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보는 것, 어떻게 하면 내 역량을 더 강화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보는 것들이 많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디렉터로서의 각오 혹은 목표 부탁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온라인 게임은 개발팀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유저와의 호흡이 정말 중요하고, 유저와 같이 친근하게 커뮤니케이션을 이뤄가면서 뭔가 새로운 방향들을 만들어 가는 것, 그러면서 서비스의 환경들을 개선해가는 것, 이런 것들이 아주 중요하다고 판단을 하므로 개인적으로는 유저와의 커뮤니케이션 자체를 많이 하기 위해서 채널들을 많이 열어놓고 있습니다.  

 

요즘의 많이 생기는 팬 사이트를 둘러 보는 건 당연하고, 심지어 아프리카 방송이나 아니면 직접 오프라인에 가서 이야기도 들어보고 그런 노력을 하고 있죠. 제2 창작물을 만들어서 실제로 좋아하시는 분들끼리 공유하고, 교류하는 장들이 있거든요. 근데 그런 모습들을 보면, 어떤 IP 또는 엔터테인먼트 자체가 이렇게까지 영향을 주거나, 또 다른 새로운 창작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영향을 준다는 생각들이 들어서 제가 매우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니, 정신 차리고 열심히 잘 해야겠다는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되죠.

 


마지막으로, 넥슨컴퓨터박물관에 한 마디.

 

​제가 <바람의나라> 같은 경우에는 복각을 같이했던 경험도 있고요. 넥슨컴퓨터박물관에 참여해서 이 업계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뿌듯하고, 사실 감회가 새롭죠. 역사가 말해주는 이야기들이 되게 많은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왜 이런 선택들이 있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발전했는지, 그게 앞으로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해서 되게 고민을 해보게 됩니다. 사실 갈 때마다 매번 또 다른 생각을 해요. 그래서 이때 봤던 모습과 지금 보는 모습, 나중에 보는 모습 그리고 지금 자라나고 있는 아이들이 보고 있는 모습들이 어떻게 해석될지 아주 궁금하고 그런 의미에서 업계 적인 측면에서 아주 뜻깊은 일이 아닐까 싶고요. 앞으로도 그런 모습들, 그리고 그런 내용을 계속 채워나가는 넥슨컴퓨터박물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주에서, 세상을 바꾼 아이디어 넥슨컴퓨터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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