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신년 토크] 송재경에게 묻다. NFT와 P2E는 게임의 미래인가, 거품인가?

시몬 (임상훈) | 2022-01-07 09:4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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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솟아오를 ‘변곡점’ 앞에 서있을까요? 아니면 곧 터져버릴 거대한 ‘거품’ 앞일까요? 

 

<바람의 나라>(96년)와 <리니지>(98년)로 게임 생태계의 거대한 변곡점을 만들었던 당사자는 NFT와 P2E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2022년 새해를 맞아 송재경 대표(엑스엘게임즈)와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이 이슈에 관심 있는 분들의 판단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희망합니다. 뜨거운 감성과 차가운 이성이 함께 하는 건강한 논의가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디스이즈게임 시몬

 

 



 

# NFT와 P2E, 미래를 바꿀 변곡점인가? 요란스러운 스캠인가?

 

송재경, "거품이 많이 끼었지만 우리는 3차 웨이브 앞에 있다. 옥석을 가리자."

시몬: 게임 업계 화두는 NFT와 P2E 같다. 지난해 하반기 <미르4>가 성과를 내면서 위메이드 주가가 10배 이상 올랐다. 컴투스 등도 그 뒤를 이었고. 지스타에서 나눈 게임 관련 대화 90% 정도가 그쪽이었다. 송 대표도 관심이 많나?

송재경: 물론이다. 이미 많은 회사들이 앞으로 올 미래를 대비하고 있지 않나?

시몬: 어떻게 생각하나?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미래를 바꿀 ‘변곡점’이라고 기대하고,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요란스러운 ‘스캠’(신용 사기)이라고 비판하는데.

송재경: 이 현상의 기술적 기반은 블록체인이다. 90년대 펼쳐진 인터넷 보급처럼 블록체인 기술은 결과적으로 3번 째 거대한 웨이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살아온 인생에서 세 번의 큰 기술적 변곡점을 겪은 것 같은데 1차가 앞서 언급한 인터넷 시대라면 2차는 아이폰을 필두로 한 모바일 시대였다. 3차는 블록체인 기술과 이를 기반으로 한 NFT가 될 것이다.

시몬: 왜 그렇게 보는가? 1차와 2차 웨이브는 우리가 이미 겪었다. 블록체인 기술을 3차 웨이브로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송재경: 결국 ‘연결’의 이슈다. 90년대 말 인터넷이 광범위한 연결을 가능하게 했고, 2010년대 초 스마트폰은 시공간 제약을 제거함으로써 연결을 더 가속화했다. 블록체인은 정부나 통신사, 플랫폼 업체의 주도권을 탈중앙화한다는 데에서 자유로운 연결을 가능하게 하리라고 본다. SNS 회사들의 사례만 봐도, 느슨하고 자유로운 연결보다는 회사의 돈벌이를 위한 연결을 유도하고 있지 않은가?

시몬: 기반 기술로서 블록체인이 무척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아직 인터넷이나 모바일이 우리 생활에 미친 영향처럼 큰 웨이브가 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대신 요즘 내가 듣고 본 블록체인의 실상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투기적 성격이 강하다. 실제 투자하는 분들 중에서도 ‘폰지 사기’ 같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송재경: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다. 일단 스캠이 좀 끼어 있다는 생각에 동의한다. 90년대 벤처붐을 대표했던 ‘골드뱅크’(아래 이미지)처럼 현재 블록체인의 모습에 거품이 있을 수 있다.

 

골드뱅크: '광고를 보면 현금을 준다'는 아이디어로 1990년대 후반 한때 벤처업계 선두주자로 꼽혔던 업체. 150만 회원을 기반으로 코스닥에 상장했고, '묻지마 투자'가 몰려들며 16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2,000억 원에, 수십 개 계열사를 거느렸고, 프로 농구단까지 인수했다. 3년 만에 주가는 폭락하고 경영자는 투옥됐다.

당시 그런 문제들 때문에 골든뱅크를 비롯한 수많은 회사들이 사라졌지만 우리나라 N사들을 비롯해 해외의 구글, 페이스북 등이 살아남았고 시대를 주도하는 회사가 되지 않았나. 지금도 그때와 비슷하게 판을 뒤집는 형태로 일부는 거품으로 사라지고 일부는 살아남아 크게 될 것으로 본다.

시몬: 닷컴 버블 때 정말 많이 망했다. 그래서 요즘 앞뒤 안 가리는 업체들이 좀 걱정되기도 하고. 당시 엔씨소프트나 넥슨 같은 게임 회사들은 수익모델이 있어서 치고 나갔다. 투자는 많이 받았지만 수익모델이 없던 네이버가 한게임과 합병했던 것도 그 이유가 컸고. 그런 관점에서 보면 첫 번째 웨이브 때 온라인게임이 그랬던 것처럼 블록체인 웨이브에서 <미르4>나 <엑시 인피니티> 같은 P2E 게임이 성과를 거두는 것을 비슷하게 보는 것인가?

송재경: P2E 게임이 새로워 보이는데, 사실 코인 게임의 시초는 <리니지>라고 본다. 이미 <리니지> 초창기에 비슷한 현상이 있었다. 몇 시간 <리니지> 하면 아데나와 강화주문서 같은 아이템을 얻을 수 있고, 다들 획득한 아이템을 현금으로 거래하지 않았나. 코인은 없었지만 P2E였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P2E 게임이 다시 도래하고 있다고 본다.

시몬: 그렇지만 아이템 소유권은 여전히 게임 회사에게 있고, 약관으로 유저간 거래를 막지 않았나. 요즘 NFT나 블록체인 기반 P2E 게임은 상당수 아이템 소유권을 유저에게 주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듯한데 그게 맞는 방향일까?

송재경: 내가 <리니지>를 처음 만들 때만 해도 솔직히 기술도 조잡했고, 뭔가 큰 비전이 있지는 않았기 때문에 단순한 핵앤슬래시 게임에 지나지 않았다. 당시 그 게임을 키운 건 나나 회사가 아니라 유저들이었다. 게이머 상호 작용에 의해 게임 플레이가 만들어졌고, 그들의 요구에 맞춰 기능을 추가했다. ‘바츠 전쟁’ 같은 역사적 사건도 있지 않았나. 

그런데, 언젠가부터 유저는 돈벌이 대상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지난해 발생한 일련의 사건이 그 결과라고 본다. 이제는 유저 피드백을 반영하는 수준을 넘어 유저에게 주도권을 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게임 내에서 획득한 자산의 소유권도 인정하고, 나아가 게임의 방향에도 유저가 적극 참여하도록 말이다.

가령, 유튜브는 열심히 하는 스트리머가 돈을 꽤 번다. 게임은 그렇지 않은데, 바뀔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시몬: 이상적인 주장인데, 현실은 만만치 않다. 그 이야기는 조금 있다 하고 오늘 보면 이것 먼저 물어보고 싶었다. 약 20년 전에 제이크(송재경)는 나에게 하나의 게임 안에서 이것저것 다 할 수 있는 버추얼 월드(가상 세계)를 구현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 요즘 메타버스 이슈를 보면서 그때 기억이 났다. '이 인간이 세상을 너무 앞서 나갔다'는 생각도 들었고.

송재경: 그렇게 생각해오던 게임들이 요즘에는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 같은 블록 모양의 게임으로 이뤄지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유형보다는 더 현실감을 주고 싶었다. 현재는 이를 테면 가두리 양식 같아 보인다. 게임 내에서 에디터 정도를 제공하고, 창의에 제한이 있다. 이것보다는 더 오픈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시몬: 블록체인 기반이 아닌 <로블록스>나 <마인크래프트>를 비판하는 것 같기는 한데, 향후 메타버스는 NFT와 연계되어야 한다고 보나?

송재경: 게임 특히 MMORPG는 메타버스의 원형을 제시했다고 본다. 그곳에 삶과 정치와 경제가 있으니까. 메타버스가 현실 속에 더 강하게 자리잡기 위해서는 그 안에서 경제 활동이 이뤄져야 하고, 블록체인과 NFT, 암호화폐가 중요한 역할을 할 거다.


# 갈 길 먼 NFT와 P2E, 넘어야 할 한계와 풀어야 할 숙제는? 

 

필리핀 사람들이 <엑시 인피니티>를 하고 있는 모습. (출처=유튜브 Play to Earn 채널)

시몬: 이상과 현실은 다를 때가 많다. 현재 블록체인 기반 P2E 게임 시장은 넘어야 할 한계와 풀어야 할 숙제가 꽤 있어 보인다. 먼저 <엑시 인피니티>나 <미르4>의 주요 유저는 필리핀과 브라질 등 동남아와 남미에 몰려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중국은 당국이 허락해줄 가능성이 없다. 북미 게이머들은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확장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나?

송재경: P2E 게임은 게임하면 돈 벌 수 있다는 점으로 많은 유저들을 끌어 모으는 데 성공했다. 쉽게 말하면 마케팅이 성공한 것이다. 모든 게임이 그렇듯, 게임 자체가 재미있지 않으면, 그래서 돈을 써가면서  즐기려는 진성 유저들이 모이지 않으면, 마케팅만으로 모은 유저들은 금방 떠나가기 마련이다. P2E 그 이상의 게임성을 담보하고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본다. 

가령 <미르4>는 나름 꽤 잘 만들어진 MMORPG라고 생각한다. 블록체인 접목 전에 국내에서도 이미 상당한 사용자와 매출을 올리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 최근에 NFT로 아이템을 거래 가능하게 했고, 억대 거래가 생긴 것으로 들었다. 이런 게 정착되면 게임 자체 생명력 또는 확장성이 이어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P2E 게임은 게임에 블록체인 기술과 토큰노믹스(tokenomics, 토큰 경제)를 접목하고, 유저의 소유권과 참여를 보장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P2E에서 멈춘다면 게임 수명도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

시몬: 국경의 한계 외에도 장르의 한계도 있지 않을까? 블록체인 기반 게임이 잘 된다 하더라도 특정 장르 중심으로 성장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시장의 일부를 가져갈 수는 있겠지만, 시장을 완전히 재편할 웨이브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

송재경: 맞다. 스토리 중심 게임은 블록체인이나 NFT로 하기 힘들 것 같다. 영화처럼 일방적인 콘텐츠 소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리니지> 등 MMORPG류처럼 게이머가 직접 플레이하면서 캐릭터 가치가 올라가고, 콘텐츠도 늘어나고, 그와 함께 게임 가치도 높아지는 류의 게임은 게이머가 기여한 만큼 이익을 공유하는 게 공정하고, 정당할 것이다. 요즘 MZ 세대가 부르짖는 공정이 그런 것 아니겠는가. 그런 관점에서도 블록체인이나 NFT를 도입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시몬: 그럼에도 스팀이나 구글, 애플 등 지금 게임 생태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플랫폼들은 블록체인 기반 P2E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다. 판을 흔들 정도로 이해관계가 연관돼 있으니까.

송재경: 당연히 플랫폼 홀더들은 개발사와 유저들에게 30%라는 거대 수익을 얻는데 이런 시장 변화에 저항이 클 것이다. 단기적으로 <미르4>가 했던 것처럼 우회 방법이 생길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대세에 따라 변화할 것 같다. 이더리움이 이미 십여 만 개의 노드를 갖고 있는데, 어느 누구건 막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미 제한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은 것 같다. 기존 플랫폼들이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일퀘로 암호화폐(무돌코인)을 지급하는 게 화제가 돼 구글 플레이 인기 1위까지 올랐던 P2E 게임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나트리스). 2021년 12월 24일 등급분류 취소가 확정됐다.

시몬: 당장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한국 게이머들은 정식으로는 P2E 게임을 할 수 없다. 지난해 말 론칭 초반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무한돌파삼국지 리버스>도 등급분류의 벽을 돌파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캐릭터나 아이템은 재산으로 인정받지 않아서 금융당국이나 세무당국으로부터의 관리감독을 피할 수 있었다. 만약 소유권을 게이머가 갖게 되고 거래가 자유로워진다면 거래의 안정성과 소유권 보호를 위해 규제당국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생길 텐데.

송재경: <무한돌파삼국지 리버스> 건은 현행 법을 지켜야 하는 게임물관리위원회로서는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국내는 온라인게임 초기부터 사행성 이슈가 크게 발목을 잡아 왔고, 해외와 다른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업계 초기부터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이런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여기까지 온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장기적으로는 한국이 갈라파고스처럼 세계적 흐름을 타지 못하고, 규제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부자연스러운 현상이 시대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폐지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생각된다. 모바일 초기에 한국만 게임 카테고리가 없었던 것도 그랬고, 셧다운제가 그랬고, 일 결제한도가 그랬다. 원활한 논의를 통해 해결되기를 바란다.

근본적으로 한국 사회는 국가 권력에 너무 많은 것을 의존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개인의 자율과 책임을 더 존중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시몬: 모바일 초기 게임 카테고리 이슈는 정말 엄청난 삽질이었다. 근데 P2E 게임은 규제 당국이 안정성 차원에서 신경을 쓰는 게 맞다고 본다. 블록체인 기반 P2E 게임은 코인 시장과 연결돼 있으니까. 당연히 급등하는 게임들은 코인 가격 상승과 함께 마구 올라가는 반면 내려올 때는 코인 투매 현상과 함께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 

필리핀이나 브라질에서 돈을 벌기 위해 게임을 하는 유저들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게임은 계속 붙잡지 있지 않는 현상이 발생할 거고. 게임이나 코인에 시간이나 돈을 투자했던 이들은 낭패를 볼 거고.

송재경: 하나의 게임에 한 종류의 코인이 직접 연결되면 말씀하신 대로 그런 상황, 그러니까 게임의 라이프 사이클에 따라 코인 가격이 상승했다가 하락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게임 하나가 반짝 성공하고 후속작이 안 나오는 게임사 주가가 크게 올랐다가 폭락하는 것도 비슷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게임사가 한 게임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후속작을 내놓듯이, 블록체인 게임도 코인의 생태계 지속성을 위해서, 그리고 유저들에게 계속된 재미를 선사하기 위해서, 후속작이나 연관된 작품을 계속 내놓지 않을까 싶다.

다만, 블록체인 게임의 핵심이 유저에게 재산권과 함께 게임에 대한 의사결정 권한도 이양한다는 것이고, 이게 DAO(탈중앙화 자율조직) 등을 통해 구현된다는 건데, 코인과 게임이 직접 연결되지 않고, 무슨 항공사 마일리지나 오케이캐시백처럼 되면 곤란하다. 즉, 모든 전개를 유저, 즉 코인보유자와 협의하며 진행하는 흐름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게이머의 것은 게이머에게?

 

시몬, "아직은 안개가 너무 짙다. 관심을 꾸준히 갖되 희망과 전망을 혼동하지 말자!"

시몬: 국내에서는 위메이드, 컴투스, 카카오게임즈 등 대기업이 뛰어들었고 뉴스도 큰 회사 중심으로 나와서 그렇지만, 블록체인 기반 P2E 게임 개발사 중 상당수는 코인으로 돈을 번 그룹에서 자금을 댄 경우가 많다. 소규모 개발사를 만들어 신규 코인 발행과 함께 게임을 출시한다. 대개 기대감을 반영한 프리세일(사전판매)을 하고, 관련 코인 업계나 커뮤니티에서 돈을 많이 번 사람들이 함께 호응해주면서 수익을 거두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투기적 성격이 강해 보인다.

송재경: 지금 코인 시장은 매우 초기 형태라 상식적이지 않은 범주에서 돌아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영끌과 투기가 받치고 있는 것도 맞고. 그러나, 시장이 정착되고 콘텐츠가 활발하게 얹어지면, 안정적 질서가 잡히리라고 보인다. 

가령, 요즘 NFT로 거래되는 <크립토펑크>가 어떤 몇 백억 한다고 하는데,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코인으로 돈 번 사람들이 ‘플렉스’하는 것 같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그 자산의 효용성과 희소성이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즉, 사용가치와 교환가치가 접근하는 경향이 생길 것이다. NFT는 단순히 디지털 등기부등본 같은 거라서, 그 자체로 의미는 없을 것이다. 

게임도 마찬가지이다. 지금은 P2E게임에 불과한데, 플랫폼이 발전하면, 장르의 진화가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점점 더 높은 퀄리티의 다양한 게임들이 나오고, 더 세련된 구조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시몬: 그게 말처럼 쉽게 되겠나? 지금 현재의 상황은 다르지 않나? 최고 히트작 중 하나인 <엑시 인피니티>도 게임성에 대한 비판이 많은데.

송재경: 여태까지 나온 크립토 게임들은 퀄리티 차원에서 좀 그랬다. 아직 출시 전인 <스타 아틀라스>라는 게임이 있는데 코인 먼저 팔았다. 백서를 잘 썼다고 호평을 얻었다. 크립토 월드 쪽 사람들은 철학이나 이데올로기에 대해 반응하는 것 같고, 이런 것 때문에 코인 가격이 높아졌다. 코인의 시총이 3조 원쯤 됐다. 우주선을 팔고 있는데 백서에는 2주 전 게임을 론칭하기로 해서 무슨 게임인가 기대하고 봤더니 겨우 미니게임 하나 나왔더라.

시몬: 역으로 생각해보면 기회가 있어 보이기도 한다. 한국 게임회사들이 <스타 아틀라스>보다는 더 나은 게임을 만들 것이고, 백서는 잘 만든 것 벤치마크하면 잘 따라서 만들 수 있을 것이고, 코인을 마케팅해서 사전에 잘 팔고, 게임 퀄리티를 증명한다면 성공할 확률이 있긴 한 것 같다. 그렇지만 게임의 지속성은 또 다른 이야기이고, 초반 성공적인 론칭도 결국 크립토 월드의 인적 네트워크나 인플루언서 등에 의해 띄워지는 형태로 거품이 있는 건 마찬가지 같다.

 

<크립토펑크>(2017년): NFT의 시조로 불리는 프로젝트. 2021년 소더비 경매에서 7523번 크립토펑크가 약 140억 원에 거래됐다.

 

 

송재경: 블록체인 게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게임 자체의 재미에 끌려서 돈도 쓰고 시간도 쓰는 코어 게이머들, 가볍게 즐기면서 P2E로 돈도 버는 캐주얼 게이머, 그리고, 크립토 가치와 비전에 공감하는 컬렉터들이 다들 관심을 가지고 모여야 할 것 같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크립토펑크>처럼 거품이 끼는 것으로 보일 텐데, 결국은 게임의 생명력이 얼마나 가느냐에 따라 거품인지 아닌지가 판명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도 처음에는 다들 허황되다고 했고, 공매도의 타깃이었지만, 결국 ‘천슬라’가 되지 않았나? 


시몬: 게임은 차랑 좀 다르지 않나? 특히 P2E게임은 캐릭터나 아이템에 실물 가치가 인정되고 그 소유권이 유저에게 간다면, 밸런스를 건드리는 업데이트 등에 한계가 있지 않을까? 오히려 개발사의 창의성에 제약이 될 것이라는 관점도 있다.

송재경: <이브온라인> 팬페스트는 그 먼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 전세계 사람들이 모여서 게임의 미래를 서로 고민하는 자리로 알고 있다. 단순한 유저 피드백에서 나아가 게임의 주도권을 일정 정도 유저들에게 줄 수 있어야 한다. DAO(탈중앙화 자율조직)가 이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다만, 이는 민주적이기보다는 다수의 횡포로 빠질 우려도 없지 않기 때문에, 게임사가 일정 지분을 보유한다거나 해서 견제할 필요가 있다.

생각해보라. 모든 소스와 자산이 오픈되어 있고, 유저가 누구나 확률이나 밸런스를 볼 수 있고, 개선을 요구할 수 있고, 다양한 모드와 UGC(사용자 제작 콘텐츠)를 직접 제공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돈도 벌 수 있다면, 나아가 그 미래를 유저와 함께 결정할 수 있다면. 그보다 바람직한 세상이 있겠는가. 이렇게 해야, 게임의 생명력도 길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몬: 그렇더라도 P2E 게임이 잘 될 경우 게임 내 재화의 소비에 비해 생산이 넘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엑시 인피니티>와 <미르4>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경우 게임의 지속성에 크게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송재경: 초기 MMORPG의 경우에는 최상위 과금 유저들이 게임 내 생산되는 재화를 흡수해서 인플레이션을 억제 했다. 많은 유저들이 매일 재화를 생산하는데, 이 재화를 직접 쓰기도 하고 교환을 통해서 상위 유저에게 전달이 되어 상위 유저가 더 강해지기 위해 재화가 소비된다. 상위 유저는 결국 배수구 역할을 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으로 밸런스를 잘 맞추어서 설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시몬: 그게 말처럼 쉬운 문제는 아니지 않나?

송재경: 게임 내의 유저들을 잘 안착시켜야 하는 문제 같다. 게임 안에 재투자를 하게끔, 그런 마음이 들게 하고, 그 안에서 성장하는 사이클을 만들어가야 한다. 블록체인이나 NFT가 아닌 기존 게임 시장에서도 대규모 광고 등을 통해 유저들을 모으지 않나? 반복하는 이야기지만 결국 게임 자체가 재밌어야 게임 내에 남아 있는 유저가 많아지고 게임이 돌아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시몬: 엑스엘게임즈는 그런 NFT 게임을 만들 예정인가? 아니면 기존 게임을 NFT화할 것인가?

송재경: 기존 및 신규 게임을 모두 준비 중이다. 본격적으로 진행한 지는 한 1~2달 정도 됐다. 유저 분들이 결과물을 보실 수 있는 시기는 빠르면 올해 여름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시몬: 좋은 사례 만들어주길 기대한다. 우리 모두 인정하는 것처럼 현재 NFT는 좀 과열된 상황이다. 제이크 이야기처럼 거품이 꺼지면서 결국 3차 웨이브가 될지, 아니면 3D TV나 구글 글래스처럼 한때의 버즈로 끝날지 아직 알 수 없다. 이 이슈가 뜨거워진 지 겨우 6개월 남짓이니. 뜨거운 희망과 함께 차가운 관점도 필요해 보인다. 그 둘 사이 대화가 더욱 절실한 것 같고.

송재경: 우리의 미래는 더 나은 그래픽, 더 복잡한 월드, 더 자극적인 스토리가 아니라, 게임을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게임은 덕후들의 음지 세상으로 점차 숨어 들어갈지도 모른다. 

기술은 거들 뿐이다. 중요한 건 우리의 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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