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카피바라 GO!' 매출 한국에서 가장 높았다? 하비에게 한국 시장은

음주도치 (김승준) | 2024-11-28 17:05:41

지난 한 달 사이, 지하철에서 어떤 게임을 가장 많이 했느냐고 누군가 기자에게 묻는다면 <카피바라 GO!>와 <궁수의 전설 2>를 꼽겠다.(참고로 기자는 하루에 지하철을 4시간 이상 타는 날이 일주일에 몇 번씩 있을 정도로 이동해야 할 일이 많다) 두 게임 모두 <궁수의 전설>, <탕탕특공대>, <배배배뱀> 등으로 유명한 'Habby'(하비)의 최신작이다. 


재밌는 점은 <카피바라 GO!>는 텍스트 기반 방치형 RPG고, <궁수의 전설 2>는 탄막 액션 게임인데, 전투 플로우엔 공통점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두 게임 모두 '로그라이크' 전투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빌드 전개 방식도 유사한 편이다. 원판을 돌려 보상을 얻거나, '운'으로 선택지 등급이 높아지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연출 등 기대값보다 높은 로그라이크 성장을 계속한다-는 감각을 끊임없이 주는 구조도 동일하다.


두 게임 모두, 기자를 비롯한 적잖은 게이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듯하다. 센서타워는 10월 23일 출시된 <카피바라 GO!>의 지난 한 달 사이의 지표 집계 결과를 공개했다. 11월 23일까지 한국 시장에서만 다운로드 130만 건으로 모바일게임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한 게임이 <카피바라 GO!>였다. 


<카피바라 GO!>가 전 세계에서 기록한 다운로드 기록 중 한국에서 발생한 130만 건이라는 수치는 전체의 21.8%에 해당하는데, 국가별 비중으로 봤을 때 가장 큰 수치다. 한국 사람들이 <카피바라 GO!>를 가장 많이 즐겼다는 의미다.(국가별 인구 차이를 고려하면 굉장한 결과다) 베트남이 10%, 인도네이사가 8.6%, 일본이 7.8%로 그 뒤를 이었다.(21.8%와는 격차가 크다)


11월 19일에 출시된 하비의 또 다른 게임 <궁수의 전설 2> 역시 10일이 채 지나지 않아, 벌써 구글플레이 스토어에서만 50만 회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추세를 봤을 때, 향후 한 달 사이 <카피바라 GO!> 이상의 인기를 보여줄 듯하다.


두 신작을 선보인 하비는 한국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일까. 또 어떤 접근법을 시도했길래 한국에서 유독 큰 매출과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있는 것일까. 장르가 완전히 다른 두 게임이지만, 끌어들이고자 하는 유저층과 그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경험에는 유사한 지점이 많았다.


아니, 이렇게 귀여운 카피바라를 앞에 두고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액션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은 <궁수의 전설 2>


<카피바라 GO!>는 10월 31일 이후 구글플레이 한국 시장 일일 매출 10위권 안에 안착해 있는 상태다. 출시 이후 한 달 동안 한국 시장 모바일게임 매출 6위를 기록했다.


출시 첫 달, <카피바라 GO!>가 한국에서 달성한 누적 매출은 약 900만 달러(약 125억 5,400만 원)다. 전 세계 매출의 무려 41%가 한국에서 발생했다고 한다. 그 뒤를 이은 것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로, 대만에서 28.7%, 일본에서 11.9%의 발생했다.


참고로, <카피바라 GO!>는 올해 출시된 방치형 RPG 중 가장 빠른 속도로 매출 900만 달러를 달성한 게임이라고 한다. 작년에 출시되어 올해 상반기까지 방치형 열풍을 일으켰던 <버섯커 키우기>, <세븐나이츠 키우기>와 유사하게 출시 초반 화력이 굉장한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2024년 상반기 이후 방치형 및 키우기 게임이 눈에 띄게 줄어든 상황이기에, <카피바라 GO!>의 시작점이 조금 더 유리했다고 볼 수도 있다.


<궁수의 전설 2>의 경우, 출시 직후라서 매출 집계는 되지 않은 상황이다. 게임성을 보면 <카피바라 GO!> 이상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데, 어느 정도의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기대되는 상황이다.


(10월 23일부터 한 달 사이) 한국 시장 모바일게임 매출 순위 탑 10. <카피바라 GO!>는 6위에 있다.


한국에서 전체 매출의 40.1%인 900만 달러 규모의 매출이 발생했다.


# 하비의 저력과 한국 시장

<카피바라 GO!> 출시 전까지 '하비'는 한국 시장의 모바일게임 퍼블리셔 매출 순위 38위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카피바라 GO!> 출시 후 단기간에 8위까지 올라오게 됐다. 여기엔 <카피바라 GO!>의 인기도 당연히 한몫을 했고, 그 사이 신작을 자주 내지 않았던 모습도 영향을 준 결과다.


<카피바라 GO!>의 전 세계 매출 중 한국 시장 매출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앞서 전해드렸다. 이는 <카피바라 GO!>라는 게임 하나에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하비가 앞서 성공시킨 게임 <탕탕특공대>의 전 세계 매출에서 한국 시장은 3번째, <궁수의 전설> 1편의 전 세계 매출에서 한국 시장은 2번째로 큰 매출을 내고 있다. '하비'라는 기업에게 한국 시장이 얼마나 중요한 곳인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한국 게이머들도 '하비'의 게임을 그만큼 재밌게 즐기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 귀여움이 치사량을 넘어섰다.



▲ 이젠 전설이 된 <궁수의 전설> 1편도 한국 시장에서 2번째로 큰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 귀여움은 통했다, 안재홍을 내세운 광고도

센서타워의 리뷰 분석에 따르면, 호평을 남긴 리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은 '카피바라'와 '귀엽다'는 단어였다. 가령, 대표 이미지에서도 볼 수 있듯 메인 캐릭터인 '카피바라'가 타고 다니는 '악어'와 같은 탈 것, 함께 싸우는 펫도 등장하는데, 이런 동물 캐릭터에 대한 정서적 애착이 장기 플레이로 이어지게 된 배경 중 하나라는 것이다.


유튜브에서 한 번쯤 배우 '안재홍'이 출연한 <카피바라 GO!> 광고를 보셨을지 모르겠다.(기자의 알고리즘엔 정말 많이 떴다) 실제로 10월 23일부터 한 달 사이, 한국 시장에서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주요 채널의 게임 광고비 지출 및 노출 수 양쪽 모두에서 '하비'는 1위를 기록했다. 노출수는 무려 27%로, 2위였던 나이언틱의 5%와는 큰 격차를 보였다. 하비가 광고 마케팅에 굉장히 적극적인 투자를 했다는 뜻이다.


가장 높은 점유율을 달성한 광고 소재는 '안재홍'이 출연한 광고였다. 전면 광고에 리워드 방식을 더한 형태로 제작된 버전이었다. 두 번째로 높은 광고 점유율을 달성한 소재는 인게임 플레이 영상에 방치형 게임의 특성을 강조한 버전이었다.




하비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광고에 돈을 얼마나 썼을지 궁금할 정도의 비중이다.


하비는 <궁수의 전설 2>의 한국 공식 모델로, 2024 파리 올림픽 양궁의 주역인 '김우진' 선수를 선정했다. <카피바라 GO!>에서 배우 '안재홍'을 필두로 한 광고 전략에 힘썼던 것처럼, <궁수의 전설 2>에서도 한국 시장에 대한 적극성을 보여주고 있는 하비다.




# 캐주얼 게이머만 즐긴 것도 아니다

<카피바라 GO!>는 꽤나 특이한 구성을 가진 게임이다. 전투 연출 자체는 꽤 리드미컬하고 무난하게 화려한 편이지만, 기본적인 전투 진행은 하단의 텍스트 로그를 따라가는 구조다. '어떤 행동을 하고 있던 상인을 만났다 약탈할 것인가, 거래할 것인가', '알 수 없는 몬스터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전투를 강행하며 살펴볼 것인가, 몰래 숨어들 것인가.' 로그라이크 선지 외에도 이런 진행 선지가 꾸준히 등장한다.


그래서 기존에 이런 게임 스타일에 익숙한 코어 게이머들이 <카피바라 GO!>가 단순한 방치형이 아니라는 것에 반가워하는 반응을 많이 관찰할 수 있었다. 그런 동시에, 모든 인터페이스는 화면 하단 엄지손가락 위치에 거의 고정되어 있어서, 플레이 감각 자체는 매우 가볍다. 깊이 있는 신선함과 캐주얼함을 동시에 잡은 셈이다.


센서타워 오디언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카피바라 GO!> 상위 플레이어가 일반 인구 대비 코어 게이머에 속할 가능성은 397%, 하이퍼캐주얼 게이머에 속할 가능성은 318%였다. 코어 게이머와 캐주얼 게이머를 모두 사로잡았다는 뜻이다.


반면, 짧은 간격을 두고 출시한 <궁수의 전설 2>는 이와는 같은 목표를 위해 정반대의 접근법을 보여주고 있다. 핵심 전투의 난도는 적절히 유지하면서, 기존 탄막 게임들보다 자동화된 공격 기술을 다수 포함시켜, 역시 코어 게이머와 캐주얼 게이머를 모두 노렸다는 인상이다. 동시에 기존 <궁수의 전설> 1편의 팬들이 괴리감을 느끼지 않을 난도와 호흡을 가지고 있다. 한 판의 길이도 적절히 긴 편이고, 코어 게이머들이 컨트롤로 넘어설 요소도 많다.


텍스트 로그 기반으로 진행이 되는데, 꽤 섬세하게 짤 짜여져 있다는 인상이다.
  

장비며 로그라이크 선지며 코어 게이머들에게 익숙한 요소가 다수 배치되어 있는데, 
캐주얼 게이머가 입문해도 문턱이 없게 학습하기 쉽게 구성해둔 게 특징이다.
스크린샷은 기자의 플레이 계정이다.


코어 게이머와 캐주얼 게이머 모두를 사로잡은 <카피바라 GO!>였다.


<궁수의 전설 2>는 기존의 적절히 매운맛을 유지하면서 입문자를 위한 시스템을 다수 확보한 게 눈에 띄었다.
결국 <카피바라 GO!>와 접근법만 다를 뿐, 
코어 게이머부터 캐주얼 게이머까지 고루 게임을 즐기게 하기 위한 전략은 동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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