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저니 오브 모나크' D-Day… 리니지 IP 기원 돌아보기

퀴온 (한지훈) | 2024-12-05 10:18:40

<리니지>. 한국 게이머들 사이에서 이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엔씨소프트를 지금 이 자리에 있게 한 작품이자 한국 온라인게임 역사 전반에 크고 작은 족적을 남긴 작품이니,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보진 않았더라도 대부분 한 번쯤은 그 이름을 들어봤으리라.

이 <리니지> IP를 기반으로 한 신작 <저니 오브 모나크>가 오는 5일 출시를 앞두고 있다. ‘여유로운 사냥’, ‘통제 없는 필드’, ‘라인 없는 세상’을 전면에 내세운 <저니 오브 모나크>는 원작 팬들이 꿈꿔온 ‘나만의 리니지’를 즐길 수 있도록 개인화된 시스템으로 설계되어 기존 <리니지> IP와 차별화된 게임성을 예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원작 팬들이 기억하고 있는 <리니지>는 무엇일까? 마침 게임의 출시가 머지않은 지금, 1998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리니지> IP의 기원과 초기 모습을 되짚어보고자 한다. 



# 26년 <리니지> IP의 역사, 그 시작은 순정 만화?

<리니지> IP의 탄생을 이야기함에 있어 만화에 대한 언급을 빼놓을 수가 없다.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1998년작 <리니지>는 신일숙 작가의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했다. 아마 비교적 최근 게임을 접한 이들은 잘 모르는 사실일 것이다.

<리니지>는 원작 만화의 많은 부분을 차용했다. <리니지> 시리즈에서 꾸준히 등장하는 ‘데포로쥬’, ‘켄라우헬’ 같은 많은 고유 명사들이 원작 만화에서 먼저 등장한 것이며, 초기 클래스들의 디자인도 원작 만화의 캐릭터 외형에 기초를 두고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면 <리니지> 시리즈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혈맹’ 시스템 역시 원작에서 비롯됐다고도 할 수 있다. 반역으로 왕위를 잃은 군주가 피의 맹약을 맺은 동료들을 모아 자신의 자리를 되찾는 과정을 그린 원작의 이야기가 <리니지> 혈맹과 공성전의 토대가 된 것이다.

신일숙 작가의 만화 <리니지>의 인물들.
이들의 외형은 이후 <리니지>의 클래스 디자인에 모티브가 됐다.

# 그 시절 우리가 주사위를 굴렸던 이유

오늘날의 명성에 비하면 <리니지>의 시작은 다소 조용했다고도 볼 수 있다. ‘온라인게임’이라는 개념이 대중화되기 전인 1998년 9월 <리니지>는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시 동시접속자 수는 100명 정도에 그쳤으나 이후 출시 첫 달에는 500명까지 증가했다.

<리니지>의 스토리가 원작 만화에 기반을 뒀다면, 게임의 시스템은 유명 TRPG <던전 앤 드래곤>(이하 D&D)에서 채택한 일련의 규칙에 기반을 뒀다. <D&D>와 동일하게 <리니지>의 캐릭터 스탯은 힘, 민첩, 체력, 지능, 지혜, 매력의 6개 항목으로 나뉘고, 6면체 주사위 3개를 굴려서 능력치가 결정된다. 캐릭터의 방어도 수치를 ‘AC(Armor Class)’로 표기하는 것 또한 <D&D>에서 비롯된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지금까지도 활용되는 ‘베르(귀환 주문서)’, ‘데이(무기 마법 주문서)’, ‘젤(갑옷 마법 주문서)’ 같은 용어가 원작 만화, <D&D>도 아닌 <넷핵>에서 유래했다는 점이다. 각각 ‘베르 예드 호레’, ‘데이엔 푸엘스’, ‘젤고 머’라는 <넷핵>의 주문서 이름을 차용한 것이다. 리니지 초기 개발자들이 <넷핵>의 유저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리니지>의 초창기 캐릭터 생성 화면. 당시에는 원하는 스탯이 나올 때까지 주사위를 굴려야 했다.


초창기 <리니지> 상점에서 판매됐던 주문서들의 이름은 <넷핵>의 주문명에서 유래됐다.
괜히 지금도 귀환 주문서를 '베르'라고 부르는 게 아니다.


# IP의 정체성 확립한 <리니지> 시즌 1의 역사

과거부터 지금까지 <리니지>의 업데이트는 에피소드 구성으로 진행된다. 서비스 초기 <리니지>는 원작 만화의 스토리에 발맞춰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에피소드 1: 말하는 섬’을 시작으로, 같은 해 11월에 ‘에피소드 2: 글루디오 영지’ 업데이트로 본토 대륙을 최초로 선보이며 인지도를 계속 쌓아갔다.

<리니지>의 인기가 급상승한 계기는 1999년 7월 ‘에피소드 3: 켄트성’ 업데이트다. 이 업데이트를 기준으로 공성전 시스템이 최초로 도입된 것이었다. 공성전 적용 후 마법사 직업이 추가된 그 해 10월 누적 이용자는 100만 명, 동시접속자는 1만 명을 기록했다. 지금 와서 보면 적게 보일 수도 있지만, 당시 <리니지>의 기록은 한국 온라인게임 역사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최초의 기록이었다.

<리니지>의 기록 경신은 멈추지 않았다. 서비스 2년 반만인 2001년 1월에는 누적 이용자가 1,000만 명에 달했으며, 같은 해 12월에는 최고 동시접속자 18만 명을 넘어섰다.

서비스 초창기의 <리니지> 인게임 화면과


지금의 <리니지>를 있게 한 핵심 콘텐츠 공성전

이후 <리니지>는 원작자인 신일숙 작가와 법적 분쟁에 휘말리게 된다. 양측이 극적으로 합의에 성공하면서 분쟁은 해결됐지만, 원작에 의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개발진은 원작 만화에서 더욱 확장된 자체적인 세계관 구현에 나섰다.

그렇게 나온 것이 2003년 2월 ‘에피소드 12: 아덴’ 업데이트다. 해당 업데이트로 추가된 ‘아덴성 공성전’에선 원작에서 주인공 ‘데포로쥬’의 왕위를 빼앗은 반왕 ‘켄 라우헬’을 물리치고 ‘아덴성’의 성주에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리니지>는 원작의 스토리를 끝맺는 동시에 핵심 콘텐츠인 공성전의 체계를 확립했다.

원작 스토리의 최종 보스인 '켄 라우헬'이 아덴성 공성전에서 등장했다.

이렇게 완성된 시즌 1은 <리니지>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상상할 수 있는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말하자면 <리니지> IP의 정체성이 수립된 셈이다. 이후 업데이트로 여러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지만 이때 만들어진 <리니지>의 정체성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리니지> IP의 피는 <리니지M>과 <리니지W>를 거쳐 지금까지 이어졌다. <저니 오브 모나크>가 <리니지>가 20년 넘게 써내려 온 흥행 신화를 다시 이끌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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