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기자수첩] 프로젝트 KV 논란, 그리고 넥슨게임즈의 차기작 RX

깨쓰통 (현남일) | 2024-09-03 20:13:29

넥슨게임즈가 아직 ‘넷게임즈’이던 시절부터 <블루 아카이브>를 개발한 주역들이 독립해서 설립한 개발사. ‘디니마스 원’이 신작을 공개했다. <프로젝트 KV>가 그 주인공으로, 아직 정식 게임명도 확정되지 않은 극 초기 단계의 프로젝트다. 

하지만 이를 두고 현재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디나미스 원 입장에서는 정말로 아쉽겠지만 ‘부정적인’ 이슈 일색이다. 

<프로젝트 KV>의 티저 이미지 중 일부. 캐릭터의 머리 위에 '광륜'이 그려져 있는데, 누가 봐도 <블루 아카이브>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헤일로'를 연상시킨다.

무엇보다 <프로젝트 KV>는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만 보면 <블루 아카이브>와 유사해도 너무나도 유사하다. 그림을 그린 사람이 동일하니까 ‘아트’와 관련해서는 그럴 수 있다고 쳐도, 게임의 기초 설정과 함께 <블루 아카이브>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던 '헤일로' 등의 요소들까지 그대로 <프로젝트 KV>에 등장하는 것이 문제다.

누가 봐도 <프로젝트 KV>의 공개된 정보를 보면 <블루 아카이브>의 후속작, 혹은 스핀오프작으로 비쳐칠 수준. 실제로 개발사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전달되지 않은 일본에서는 이 <프로젝트 KV>를 <블루 아카이브>의 외전이라고 오인하는 사례가 발생했을 정도다.

<프로젝트 KV>가 <블루 아카이브>의 외전이라는 이야기가 퍼지자, 이를 정정하는 한 유저가 올린 X의 글. 
<블루 아카이브> 개발을 총괄하는 김용하 PD가 직접 이를 리트윗해서 주목을 끌었다.

문제는 이에 대한 논란이 유저들 사이에서만 일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넥슨게임즈 내부에서부터 격양된 반응이 분출되고 있다. 

특히 넥슨게임즈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바로 ‘<블루 아카이브>의 차기작’ 포지션을 <프로젝트 KV>가 차지하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 그 자체다. 현재 넥슨게임즈에서는 염연히 <블루 아카이브>의 차기작 포지션으로 <프로젝트 RX>가 개발중이기 때문이다.


# 약 2년 만에 정식으로 스튜디오 깃발을 내건 <프로젝트 RX>

넥슨게임즈는 지난 2022년부터 MX스튜디오의 후속작 개념으로 <프로젝트 RX>의 연구 개발에 돌입했다. 처음부터 정식으로 개발을 진행했다기 보다는 일종의 TF(정규 조직 이전에 임시로 편성한 조직) 개념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외부에는 이것이 ‘RXTF’라는 신작을 개발하는 것으로 잘못 알려지기도 했다. 

게임 구직 사이트에 올라온 <프로젝트 RX>의 소개문

하지만 <프로젝트 RX>의 개발은 순탄치 않았다. 김용하 PD를 제외하면 기존 <블루 아카이브>의 개발진은 거의 참여하지 않은 데다, 게임의 콘셉트 역시 수시로 바뀌고 여러 난관이 발생하면서 2년 가까이 개발은 지지부진했다. 

그럼에도 넥슨게임즈는 이 게임의 개발을 포기하지 않았고, 마침내 최근 개발이 본 궤도에 올랐다고 판단. 개발 조직을 정식으로 ‘RX 스튜디오’로 재편하면서 본격적인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렸다.

<프로젝트 RX>는 현재 스튜디오로 개발실을 재편하면서 구인을 진행중이다.

넥슨게임즈는 최근 김용하 PD를 개발본부의 총괄 본부장으로 하고, 그 밑에 MX스튜디오(블루 아카이브)와 RX스튜디오(프로젝트 RX)를 두는 것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정확하게 <프로젝트 RX>가 어떠한 게임인지, <블루 아카이브>와 어떠한 연관이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분명하게 ‘차기작’ 구도로 신작의 개발을 고려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상황에서 지난 8월 18일부터 순차적으로 <프로젝트 KV>의 정체가 공개되기 시작했고, 게이머들의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박병림 PD의 퇴사 이후 공식적으로는 아직 개발 시작 채 5개월이 되지 않은 <프로젝트 KV>가 2년 넘게 개발 진행된 <프로젝트 RX>를 제치고 <블루 아카이브>의 후광 효과로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큰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프로젝트 KV> 첫번째 티저는 공개 이후 2주도 되지 않아 조회수 17만을 넘겼다. 이례적으로 관심이 집중된 것이 맞다.

# ‘웃으면서’ 헤어졌다? 그런데 이럴 줄 몰랐다?

김용하 PD는 지난 7월, 디스이즈게임과의 인터뷰에서 박병림 PD, 양주영 디렉터, 김인 AD 등 디나미스원으로 독립한 전 동료들에 대해 “웃으면서 헤어졌고,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취지로 밝혔다. 하지만 8월 18일, <프로젝트 KV>가 첫 번째 티저를 공개하고 넥슨게임즈 내부 분위기가 급변하기 시작했다. “설마하니 만들고 있는 게임이 이런 것일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프로젝트 KV> 첫 티저 공개 이후 익명 커뮤니티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넥슨게임즈 구성원들의 불만이 분출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는 게임에 관심이 많은 커뮤니티에 ‘썰’로서 퍼지면서 논란으로 확산되기에 이르렀다. 

급기야 9월 1일 게임의 발표와 함께 겉잡을 수 없이 증폭되어 현재 한국을 포함해 일본에서도 여러 논란이 양산되고 있다. 유저들 사이에서 양산중인 여러 논란들은 분명 ‘넥슨게임즈의 불만’이 기폭제, 혹은 일정 부분 지분을 차지하고 있음에 분명하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넥슨게임즈 소속 인원 작성 추정의 게시글 중 일부. 게임에서 '광륜'이 등장한 3번째 티저 공개 이후 비판글이 쏟아졌고, 이것이 곧 커뮤니티로 퍼지면서 논란이 확산되었다.

이 현상 자체도 굉장히 안타깝지만, 기자로서 이번 사태를 취재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이 일련의 사태는 사실 디나미스 원 입장에서는 게임 공개 전에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게임의 공개가 이루어지면 어떠한 후폭풍이 이어질 수 있을지가 뻔함에도 불구하고, 디나미스 원은 이에 대한 대비를 전혀 하지 않았다.
 
이 캐릭터 디자인을 공개하고 후폭풍을 예측하지 못했다면, 정말 '안일했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다. 

디나미스원은 현재 상황에 대해 공식적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입장은 어떤지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다. 넥슨게임즈 또한 ‘공식적으로는’ 어떤 대응을 할 것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디나미스원 뿐만 아니라 넥슨게임즈 입장에서도 <프로젝트 RX>가 분명히 개발중인 상황에서 이번 사태는 마냥 반가운 일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양측이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그리고 이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해 업계 내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확산된 루머에 대한 몇가지 팩트 체크

현재 게임의 주요 커뮤니티 등에서는 <프로젝트 KV>와 관련되서 다양한 의문 제기와, 루머들이 난립을 하고 있다. 이 중에서 몇 가지 잘못 알려진 사항들에 대한 팩트체크를 간단하게 덧붙이면  다음과 같다.

* 디나미스 원에는 프로그래머가 없다? - 당연하게도 참이 아니다. 해당 루머의 첫 시작인 한 경제지 기사의 문장을 정확하게 보면 '프로그래머 인력 수급에 고전한 것으로 알려졌다'다. 수급에 고전한 것과 구하지 못한 것은 천지 차이의 이슈임을 생각해보자.

* 디나미스 원은 3개월 정도 운영할 자금밖에 없다? 이 역시 참이 아니다. 위에 언급한 기사 포함 여러가지 팩트가 섞여서 탄생한 루머인데,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 최근 이 회사는 서울 모처에 공유 오피스 같은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사무실에 입주하고 본격적인 구인도 시작했다. 

* 게임의 개발 실체가 없다? - 위의 프로그래머 이슈와 여러가지가 묶여서 확대 재생산된 루머인데 이 역시 사실은 아닌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논란은 있지만 분명 게임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프로세스를 거쳐 개발중에 있다. 다만 이번에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 프로젝트 'KV'는 '키보토스'의 준말이다? - 지난 1일 공개한 게임의 시놉시스에 그 의미가 숨겨져 있는데, KV는 '카필라바스투'(Kapilavastu) 에서 따온 말이며, 이 밖에도 숨겨진 의미가 하나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필라바스투는 부처님의 고향을 의미한다.

여담으로 <프로젝트 RX>의 'RX'는 '건담'(RX-78)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메카닉 관련 게임이 아닐까 하는 추정이 있었지만, 실제로 어떤 의미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김용하 PD는 RX-78과는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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