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도 <LoL>은 '플레이할 가치가 있는 게임'이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14일, 종로 롤파크에서 진행되는 <LoL>의 신규 국제 대회 '퍼스트 스탠드 토너먼트'와 관련해 라이엇 게임즈의 핵심 개발진이 한국에 방문했다. 개발진은 국내 미디어에게 앞으로 <LoL>의 방향성에 대해 소개하고, 퍼스트 스탠드 토너먼트에서 사용 중인 새로운 밴픽 시스템 '피어리스 밴픽'이 어떤 방식으로 논의됐고 도입됐는지 설명했다. 피어리스 밴픽은 한 세트에서 사용한 챔피언은 다른 세트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새로운 규칙이다.
개발진에 따르면 피어리스 밴픽은 2023년 아이디어가 시작해 2025년까지 시범 적용 및 각 프로 구단의 의견을 철저히 수렴해 도입됐다. 그 외에도 개발진은 별도의 질의응답 세션을 통해 매칭 수락 버튼 삭제를 하지 않는 이유, 피어리스 밴픽의 진영별 승률 문제 등에 대해 자신들의 생각을 밝혔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 발표에 참가한 개발진
피유 리우 : 리그 스튜디오 게임 디렉터
매튜 릉-해리슨 : <LoL> 리드 게임플레이 디자이너
제스로 차 : <LoL> e스포츠 대회 운영 담당
다음은 '피유 리우' 디렉터가 말한 <LoL>의 방향성이다.
라이엇 게임즈의 모토는 플레이어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더 나은 게임플레이 경험과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들이 라이엇 게임즈의 의도대로 되진 않았다. 라이엇도 실수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으며, 바로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플레이어의 피드백 덕분이다.
지금까지 많은 것들이 플레이어의 피드백을 기반으로 개선됐다. 수락 버튼을 누르지 않았을 시의 패널티를 강화해 매칭 조작 및 스트리머 저격 문제를 일부 해결할 수 있었다. 랭크 게임의 리셋을 1년마다 1회로 다시 롤백한 것도 플레이어의 피드백에 따른 것이다. 마법공학 상자 삭제 역시 피드백을 받아들여 게임 내에 존치되도록 했다.


피유 리우 디렉터는 "앞으로도 <LoL>을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 게임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며 "겸손한 자세로 피드백을 반영하고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관련해 여전히 <LoL>에 가장 열정을 보여주고 있는 나라는 한국이다. 현재 통계 상으로 PC방 점유율 345주 연속 1위, 1,690만 시간의 주 평균 플레이 시간, 10대 남성 인구 중 70%가 <LoL>을 플레이하고 있다. 피유 리우 디렉터는 한국의 <LoL>에 대한 적극적인 피드백이 많은 도움이 된다며 감사함을 표했다.

다음은 <LoL> 리드 게임플레이 디자이너 '메튜 릉 해리슨'과 e스포츠 대회 운영 담당 '제스로 차'가 설명한 피어리스 밴픽의 도입 이유다.
라이엇이 피어리스를 도입한 이유는 e스포츠의 재미를 극대화한 밴픽 방식이기 때문이다. <LoL> e스포츠가 오랜 기간 진행되며 똑같은 챔피언만 계속해서 등장한다는 피드백이 시청자와 선수, e스포츠 관계자를 가리지 않고 제기되어 왔다.
프로의 입장에서도 기존의 경직된 시스템에서는 늘 티어 챔피언만을 연습해야 하기에, 특이한 픽을 꺼내들거나 연습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다. 특이한 챔피언은 대회에서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나오기 어렵기에 자칫하면 연습이 시간 낭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피어리스 밴픽이란?
<LoL>의 다전제 e스포츠 경기에서 사용되는 새로운 챔피언 선택 규칙. 한 세트에서 선택했던 챔피언은 해당 경기의 다른 세트에서 사용할 수 없다.
▲ 하드 피어리스
자신의 팀을 포함해 상대 팀이 선택했던 챔피언도 그 다음 세트에서는 고를 수 없도록 하는 규칙. 현재 한국에서 진행되는 국제 대회 '퍼스트 스탠드 토너먼트'가 이 규칙으로 진행되고 있다.
▲ 하프 피어리스 (소프트 피어리스)
자신의 팀이 선택했던 챔피언만 다른 세트에서 고를 수 없도록 하는 규칙

피어리스 밴픽의 도입 이유에 대해 설명한 리드 게임플레이 디자이너 '메튜 릉 해리슨'(좌)과
e스포츠 대회 운영 담당 '제스로 차'(우)
게임플레이 디자이너의 설명에 따르면 e스포츠에서의 경험을 '솔로 랭크 게임'과 조금 더 밀접하게 만들려 한 것도 있다. 실제 게임에서 보이는 챔피언이 프로 대회에서도 활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라이엇의 목표다. 프로 대회와 솔로 랭크 간의 챔피언 밸런스 괴리를 조절하는 것도 늘 과제였는데, 피어리스의 도입을 통해 밸런스 디자이너 입장에서도 조금 더 상세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다.
일반 <LoL> 플레이어 사이에서 종종 문제로 제기되어 왔던 "프로 대회에서의 활약 때문에 자신이 플레이하던 챔피언이 너프되는" 문제를 조절하기 위한 점도 있다.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만큼 피어리스는 오랜 기간의 논의와 검토를 거쳤다. 2023년 중국의 2부 리그 'LDL'에서 하프 피어리스 방식으로 첫 테스트를 시작했고, 다른 대회에서는 풀 피어리스 방식을 도입하되 4세트와 5세트에서는 별도의 규칙을 할당하는 등의 검증을 거쳤다. 프로 팀에게도 지속적인 피드백을 받은 결과 '풀 피어리스'의 도입이 가장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 것이라는 결과가 도출됐다.
성과에 대해 설명하면 피어리스의 도입 덕분에 2025년 시즌부터 e스포츠 대회의 챔피언 다양성이 크게 늘어난 상태다. 가령 109개의 게임이 진행된 2025년의 첫 스플릿에서만 116개의 챔피언이 등장했다. 204개의 게임이 진행됐던 작년 서머 시즌에서 선택된 103개의 챔피언을 크게 넘어서는 수치다. 오래간만에 프로 무대에 데뷔한 챔피언도 늘어났다.

그래프 상으로도 유의미한 데이터가 도출됐다. 가장 픽률이 높던 챔피언은 60%의 밴픽률을 지난 시즌 기록했으나, 2025년 시즌에서는 가장 많이 플레이된 챔피언도 약 20% 중간 정도의 밴픽 비율만을 가지고 있다. 나머지 비율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던 챔피언에게 고르게 분배됐다.
다양한 챔피언이 등장할 수 있었던 덕분에 애니비아와 갈리오, 피오라와 같은 카운터 픽 용도로 사용되는 챔피언이 대회에 나와 유의미한 활약을 할 수도 있었다. 2월 마무리된 LCK 컵에서도 미드 비에고와 클레드, 탑 피오라가 등장했다. 과거에는 대회에서 챔피언이 활용되도록 하기 위해 상향하면 솔로 랭크에서 지나치게 강력해질 수 있어 밸런싱이 쉽지 않았다.
팬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에서는 과반수 이상이 피어리스 밴픽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프로 선수 역시 긍정적인 평가를 남겼는데, 발표에서는 한화생명e스포츠의 '피넛' 한왕호 선수가 "시청자가 재미있으면 선수로써 전혀 상관이 없다. <LoL>은 주어진 패치에 적응해야 하는 게임이기에, 프로가 대회 룰에 적응하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발언한 내용이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됐다.
라이엇 게임즈는 피어리스 모드에서 가장 모토에 맞는 밴픽을 선보인 선수로 팀 리퀴드의 '엄티' 엄성현과 디플러스 기아의 '쇼메이커' 허수를 꼽았다. 개발진은 "쇼메이커 선수가 카타리나를 플레이하는 날만 기다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Q. 아타칸은 강팀이 약팀을 찍어 눌러 역전이나 반전이 잘 일어나지 않게 하는 시스템이란 평가가 일부 있다.
A. 매튜 릉 해리슨: 아티칸이라는 오브젝트를 기획한 이유는 게임에 변화를 주기 위함이었다. 조금 더 팀들이 공격적으로 게임에 임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싶었다. 물론, 너무 많은 힘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도 있다. 아타칸의 위력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검토하고 있다. 변화를 주기 위해 실험적으로 추가한 면도 있기에 쌓여가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조정할 것이다.
A. 피유 리우: 추가로, 개발 단계부터 20분 바론이 리젠되자마자 즉시 사냥한 경우와 아타칸을 사냥한 경우와의 승률 차이를 비교하며 너무나 강해지지 않도록 조정했다. 통계는 지금도 살피고 있다.
Q. 디도스에 관한 대응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디도스 테러로 선수가 연습을 제대로 못 하는 상황이 작년에 생겼었다. 현재는 디도스에 관련한 이야기가 잘 나오지 않는 것 같은데 문제가 안정화된 것인가?
A. 피유 리우: 디도스 문제는 내부에서 최우선 해결 과제였다. 1년 간 한국 커뮤니티에서 디도스 문제가 심각했다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고, 내부에서 여러 방법을 사용했다. 현재 디도스 공격은 확연히 줄었다. 때로는 디도스인 것으로 보고가 올라왔지만 직접 확인해 보니 무관한 경우가 있었다.
세부적인 대응 내용은 디도스 공격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 말씀드리기 어렵다. 관련해 확실하게 약속드릴 수 있는 것은 건전한 <LoL> 생태계를 위해 라이엇 게임즈는 이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대응하고 있으며, 프로 팀들과도 계속해서 소통하고 있다는 점이다.

피유 리우 디렉터
Q. '퍼스트 스탠드 토너먼트'가 열리기 전 과감한 방식으로 라인 스왑을 막았다. 결국 협곡이 비대칭 구조이기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방식의 패치 말고도 협곡의 디자인이나 밴픽 순서 조절을 통한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는가?
A. 매튜 릉 해리슨: 맵의 구조적인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변경은 현재로써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여러 시도는 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레드 진영이 챔피언 두 종을 고정 밴할 수밖에 없어 불리할 수 있다는 문제와 같은 것도 살펴보고 있다.
그리고 디자인적인 문제를 이야기하면 고려해야 할 것이 상당히 많다. 카메라의 위치, UI가 하단에 존재한다는 문제, 블루가 선픽을 하고 레드가 카운터픽을 선택하는 방식의 밴픽 양상 등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밸런스를 잡아나가고 있다.
Q. 블루 팀의 승률과 관련해 공허 유충의 가치가 너무나 높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다.
A. 매튜 릉 해리슨: 공허 유충이 우선시되는 오브젝트임은 알고 있다. 그래서 최근 패치를 통해 가치를 낮췄다. 라인 스왑 방지 패치가 미친 영향도 있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라인 스왑을 통해 각 팀이 돌아가면서 유충을 획득하는 모습이 이번 대회에서 줄어든 것 같다.
하지만, 오브젝트로써 유충의 가치가 있어야 각 팀이 이를 획득하고자 경쟁할 수 있기에 일정 수준 이상의 강함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합리적으로 강력'한 느낌을 주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균형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Q. 수락 거절에 대한 패널티를 강화하긴 했지만, 한국에서는 수락 버튼을 아예 삭제하길 원하는 사람이 많다.
A. 피유 리우: 삭제가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삭제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에 대한 가능성을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칭을 진행하며 누군가는 잠시 자리를 비울 수 있고, 수락 버튼이 없어 자리를 비운 사람이 챔피언을 고르지 않아 결국 픽창에서 닷지가 난다면 나머지 9명이 시간적인 피해를 보게 된다. 한국의 경우 PC방에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은데 시간이 곧 돈인 상황에서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수락 버튼 삭제를 원하는 의견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삭제를 통해 만들어질 수 있는 긍정적인 가능성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삭제로 인해 발생할 모든 문제에 대한 가능성을 검토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턱대고 없애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Q. e스포츠의 GRP(수익 총괄 적금- Global Revenue Pool)를 통한 생태계 강화는 잘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올해부터 한국에서 진행되는 국제 대회가 많던데, e스포츠에서 중요하게 보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인지.
A. 제스로 차: GRP를 도입한 이유는 e스포츠의 지속 가능을 위해서다. 아쉽게도 제가 담당이 아니라 결과나 수치적인 부분을 말씀드리긴 어렵다. 한국에서 국제 대회가 많이 열리는 것은 기쁜 일이다. e스포츠 대회를 진행하기 좋고, 열성적인 시청자나 플레이어가 많아 그렇게 결정됐다.
A. 피유 리우: 이전에 발표한 전투아카데미 스킨 등을 통해 e스포츠를 계속해서 직접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전설의 전당 같은 스킨도 계속해서 검토하고 있다.
Q. 피어리스에 대해 시청자들이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데, 리그 측면에서는 피어리스로 인해 강팀이 더욱 강해졌다는 이야기가 있는 것 같다. 체급으로 경기 결과가 결정된다는 의견이 있다.
A. 제스로 차: 강팀임을 결정하는 요인은 많다. 그리고 프로 팀의 피드백 중에 다양한 챔피언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신인에게 더욱 기회가 주어질 수 있겠다는 내용이 있었다. 궁극적으로 라이엇이 목표하는 것은 공정한 환경에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략을 짜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한데 이 부분에서 피어리스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전제 경기에서 5세트까지 게임이 진행되는 수가 많아졌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덕분에 어느 팀이 딱 봐도 강한지 예측하기가 어려워졌다고 생각한다. 이번 퍼스트 스탠드 토너먼트도 한화생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팀이 1패 이상을 기록했다. 피어리스 덕분에 오히려 누가 쉽게 이길지 예측하기 어려워진 것이 아닌가 싶다. 말씀하신 부분에 대한 문제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조정할 것이다.

Q. 대회 UI를 바꿨다.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고, 피드백을 받아 일단 1차 개편을 진행했는데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A. 제스로 차: 계속해서 팬과 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Q. 한국의 <LoL> 플레이어들에게 마지막 한 마디 부탁드린다.
A. 피유 리우: 한국 팬 분들의 열정에 대해서는 항상 감사하고 있다. 앞으로도 <LoL>을 솔직하고 겸손하게 서비스하려 한다. 피드백을 받는 것을 넘어 커뮤니티에서 만들어진 밈도 적극 확인하고 있다. 한국은 정말로 라이엇에게 깊은 의미를 가진 곳이고 항상 <LoL>에 크나큰 열정을 보여주고 있어 개발자로써 감사하다.
A. 매튜 릉 해리슨: 이번 방문을 통해 한국에 네 번째로 오게 됐다. 올 때마다 기쁘고, 새로운 시스템을 추가한다는 것이 밸런스 담당으로써 참 어려운 일인데, 한국에서 늘 좋은 피드백을 주셔서 감사하다.
A. 제스로 차: e스포츠에 대한 감사도 드리고 싶다. 이번 피어리스 밴픽을 도입하면서 전 세계의 프로 구단에서 피드백을 받았는데, LCK가 가장 길고 세세한 피드백을 보내 줬다. 커뮤니티에서도 정말 좋은 의견을 많이 내 주셔서 항상 참고하고 있다. 앞으로도 e스포츠에 대한 열정을 유지하며 의견을 보내주시면 좋겠다. 이번 퍼스트 스탠드 토너먼트도 결승까지 즐겁게 시청해 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