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판매는 제조원가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개발 비용을 회수한 뒤라면 저렴하게 판매해도 '충분한 이익'이 나온다."
2023년 3월 개인 투자자용 투자 설명회에서 나온 캡콤의 발언이다. 캡콤의 2023년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4% 증가한 1,249억엔(약 1조 1,600억 원), 영업이익은 18.4% 증가한 508억 엔(약 4,724억 원)이었다.
1분기 실적 발표를 보면, 패키지 판매 방식에서 다운로드 판매 방식으로 전환한 캡콤의 전략이 성공적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률이 40.3%로 1,000원의 매출이 있다면 400원이 넘게 남은 셈이다. 이는 동일 기간 스퀘어 에닉스의 12.9%, 코나미의 14.7% 등과 비교해 두드러지는 수치다.
매출과 영업이익 추이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가늠할 수 있다. 캡콤은 이전부터 주요 사업 전략으로 '신/구작의 다운로드 판매 강화'를 추진해 왔다.
2020년 1분기 기록이 대표적이다. 2019년 1분기 대비 매출이 18.4% 하락했음에도 오히려 영업이익은 10% 넘게 상승했다. 이때 캡콤은 패키지 판매 방식에서 벗어나 다운로드 판매에 주력함으로써 판매 단가가 내려가 매출이 감소하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2023년 1분기 역시 판매량 중 70%가 구작이었고, 전체의 80%가 다운로드 방식으로 판매됐다. 구작 판매는 2018년 출시한 <몬스터 헌터 월드>, 2019년 출시한 <바이오하자드 RE:2>가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결국 캡콤의 지속적인 성장은 출시 이후로 시간이 지나도 계속해서 판매할 수 있는 자체 IP의 힘을 바탕으로 한 유형(有形)의 비용 절감 덕분인 셈이다.
캡콤은 새로운 파이프라인 구축을 위한 재투자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내년 1분기의 1인당 평균 연봉은 873만 2,000엔(약 8,100만 원)으로 계획하고 있다. 작년 1분기의 626만 6,000엔(약 5,800만 원)에 비교해 1.4배로 증가한다.
올해 캡콤의 기본 보수는 748만 9,000엔(약 7,0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36.1% 증가했다. 또 올해 스톡옵션 제도를 도입해 1인당 33만 4,000엔(약 310만 원)의 주식보상비용이 기록되기도 했다. 이익률의 증가에 따라 직원에 대한 대우도 개선한 것이다. 추가 채용도 계속할 예정이다.
적극적인 설비 투자도 진행했다. 2023년 1분기 설비 투자액은 직전 기간의 2.5배인 96억 2,400만엔(약 895억 원) 규모다. 이번 분기에 캡콤은 일본 내 최대 규모의 모션 캡처 스튜디오를 갖춘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를 신설했다.
이러한 대규모 설비 투자는 현금흐름의 악화와 같은 부담을 초래할 수 있음에도 <스트리트 파이터>, <바이오하자드>, <몬스터 헌터> 등 인기 시리즈의 퀄리티를 보장하기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