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 아크>라는 프로젝트가 시작된지 벌써 12년이다. 여느 게임들이 그렇듯이 <로스트 아크>도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그 과정 과정마다 라이브 방송을 켜고 유저들과 소통을 한 디렉터가 있다. 그렇다. '금강선 디렉터'다.
11월 16일 지스타 2023의 강연 행사인 'G-Con'에서는 금강선 디렉터가 강단에 올라 <로스트아크>의 개발 비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로스트 아크>가 프로젝트 T라고 불리던 시절, 레임덕이 온 스튜디오에 동기부여를 한 이야기부터, 사과문을 공지하기 전 80 번이 넘게 수정한 사연까지 '웃픈' 이야기들을 지면에 옮겼다.
<로스트 아크>를 사랑하는 팬들부터, 개발자와의 소통이 힘든 게임 디렉터들, 심지어 유저들에게 사과문을 작성해야 하는 운영자들까지 도움이 될 것이다.
금강선 디렉터는 "할 말이 너무 많은데 시간으로 50분이 배정되지 않았다"고 농담하면서 강연을 시작했다. 금 디렉터는 기획 당시의 <로스트 아크>를 한 문장으로 "쿼터뷰 놀이의 블록버스터화"라고 표현했다.
금 디렉터에 따르면, 그 시기 게임 업계에서 '쿼터뷰'는 장단점이 뚜렷한 게임으로 받아들여졌다. 카메라 조작 없이 액션에만 몰입할 수 있으며, 파티 협력이나 기믹을 수행할 때 시야의 관리가 편리했고, 게임의 제작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지만, 다른 게임에 비해 공간감이 떨어지며, 시야가 제한적이고, B급 감성으로 여겨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퓨전 판타지는 다 망한다'는 징크스까지 있어 내부에서 설득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그는 <로스트 아크>의 방대한 설정을 텍스트로 설명하면 설득이 어렵다고 생각했고, 프리젠테이션 문서에 200개가 넘는 애니메이션을 추가하여 성공했다. 이때가 2011년 9월이다.
이후 3년 간은 팀원 모두가 <로스트 아크>가 가진 비전을 공유하고 개발에 착수하는 단계였다. 모든 구성원이 쉽게 공유하고 읽을 수 있도록 세계관을 작성한 시나리오를 워드가 아닌 보다 익숙한 웹페이지로 제작하여 사내에 공유했다. 특히 문서 중간 중간마다 적절한 사진을 배치하여 구성원들의 이해도가 높아졌고 개발에 점차 속도가 붙었다.
그는 "꼭 넣고 싶은 요소가 있다면 이때 R&D를 먼저 해두어야 무리가 없다. 또한, 게임에서 절대로 변하면 안되는 기준선인 이 단계에서 정해야 한다. 특히 모든 것이 준비된 다음 보여주고 싶겠지만, 그 마음은 잠시 넣어두고 최대한 빨리 구조를 잡아둬야 편하다"고 전했다.
그렇게 3년이 지났다. 그러나 어떠한 결과물도 내지 못한 상황이었고, <로스트 아크> 팀은 레임 덕을 마주했다. 특히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쿼터뷰인데 무슨 시점 전환이 이렇게 많아', '컷신에서 시점 전환은 왜 이렇게 많아' 등의 불만이 쏟아졌다.
이 과정을 극복한 것은 다름아닌 지스타2014였다. 그는 지스타를 몇 개월 앞 둔 시점에서 지스타에서 <로스트 아크>의 데모 버전을 공개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팀은 5개월 간 새로운 목표를 위해서 나아갔고, 지스타에서 뜻밖의 대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이후 유저들을 실제로 마주한 팀은 다시 한 번 힘을 낼 수 있었다.
그는 이 시기에는 프로그래머들은 대부분 MBTI가 T인 집단이기 때문에 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로스트 아크> 속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지형인 '크라테르의 심장' 을 만드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화를 예시로 들었다.
그는 "'크라테르의 심장'을 구현하려는 당시 프로그래머들에게 "움직이는 리프트에서 전투하는 장면을 넣고 싶다"고 개발자들에게 전했으나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개발자들이 말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여 지형과 캐릭터가 따로 좌표 이동을 하면 동기화가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형을 움직이는 느낌을 주고 싶어요'라고 말하자 캐릭터는 가만히 둔 채 배경만 이동하는 식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그는 업계에서 '소통'을 잘하는 디렉터로 통한다. 그는 “많은 디렉터들이 '어떻게 소통을 해야 하냐'는 질문들을 자주 한다.”고 운을 뗐다.
강연에 따르면, <로스트 아크>는 '탑다운 방식'과 '바텀업 방식'을 동시에 활용하여 개발되고 있다. 가장 중요한 <로스트 아크>만이 가진 핵심은 '탑다운 방식'으로 실무진들에게 전달되지만 세부 사항들의 경우에는 '바텀업 방식'으로 실무진 30명이 참여하는 회의에서 결정된다고 전했다. 그는 <로스트아크>의 군단장 중 하나인 '쿠크세이튼'를 개발할 당시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쿠크세이튼의 맵은 '팝업북'의 형태다. 이는 배경 원화 팀장의 아이디어였는데, 실무진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되었다. 그러다 보니 원화 팀장이 엄청난 퀄리티로 3배는 빠르게 일하더라. 본인이 기여한 게 있고, 본인이 낸 아이디어로 무언가를 진행해야 즐겁게 일할 수 있다”고 전했다.
'좋은 사과문과 좋은 사과방송'에 관한 내용도 이어졌다. 그는 최근 <로스트 아크>에 있었던 '중국몽' 논란에 대해 장난스럽게 언급하며 '사과문을 잘 쓰는 비법'에 대해 소개했다. 때로는 정말 억울한 상황도 있지만, 우선 '진심'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유저들이 단순히 '화가 났다'고만 생각하지 않고 진짜 니즈를 확인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사이버 유격 논란'이 있었던 '아브렐슈드 레이드'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사이버 유격' 논란이 있었던 당시 모든 연대 기믹을 없애달라는 유저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그러나 이 문의들은 실제로 연대 기믹이 너무 싫어서 삭제해달라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연대기믹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 설명한 후 '연대 기믹'을 삭제하는 대신 적절하게 줄여 '사이버 유격'을 줄이겠다고 말했고, 다들 이해해줬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아버지에게 헌사를 전하며 강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