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무너지는 '데스티니 2'... 루트 슈터 만드는 국내 개발사에겐 호재?

사랑해요4 (김승주) | 2024-12-24 15:57:21

'루트 슈터' 장르의 강자였던 <데스티니 2>가 역대 최저 동시접속자를 기록하며 흔들리고 있다.

최근 해외 웹진과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데스티니 2>의 흥행 부진에 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17년 미국 개발사인 번지가 출시한 <데스티니 2>는 서비스 이후 스팀 동시접속자 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하며 '루트 슈터' 장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해왔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번지는 소니로부터 4조 원이 넘는 금액에 인수되기도 했다.


<데스티니 2>


# 최근 역대 최저 동시 접속자 기록한 <데스티니 2>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확산되는 주된 이유는 <데스티니 2>가 마지막 확장팩 <최후의 형체> 출시 이후 동시접속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데스티니 2>는 스팀에서 일일 최대 동시접속자 1만 9천 명을 기록하며 출시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콘솔 플랫폼 이용자를 감안하면 실제 플레이어 수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되나, 게임에 대한 관심도가 하락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출처: steamDB)


<데스티니 2>의 흥행 저조에 대한 우려는 이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2014년 시리즈의 첫 작품 <데스티니> 출시 이후 약 10년 간 이어온 메인 스토리의 대미를 장식하기 위해 2024년 6월 출시된 <최후의 형체>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보였다.

공식적인 판매량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다수의 외신은 이전 확장팩 <빛의 추락>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최후의 형체>의 흥행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개발사 번지는 <최후의 형체> 출시 후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흥행 부진이 가속화된 또 다른 요인은 <최후의 형체> 이후의 불명확한 로드맵이다. 개발진은 기존의 1~2년 단위 대형 확장팩 출시 방식을 버리고, 6개월 단위로 중간 규모의 업데이트를 진행하는 '프론티어' 프로젝트를 예고했다.

여기에 더해 <최후의 형체> 본편 이후 제공된 업데이트 콘텐츠들이 잦은 버그와 미흡한 품질로 인해 게이머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데스티니 2>의 로드맵


후속작 출시 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개발진은 <데스티니 3>와 같은 후속작은 없을 것이며, <데스티니 2>의 사후 지원에만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꾸준히 유지해왔다.

<데스티니>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다뤄온 해외 매체 '포브스'의 폴 타시는 "내부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눠본 결과, 어느 누구도 <데스티니 3>를 비밀리에 개발하고 있다는 징후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현재 <데스티니> IP를 활용한 신작으로는 넷이즈가 파트너십을 통해 개발 중인 모바일게임 <데스티니 라이징>이 유일하다.

번지는 대규모 구조조정 이후 대다수의 프로젝트를 취소하고 익스트랙션 장르의 신작 <마라톤>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마라톤> 역시 테스트 단계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2025년으로 예정된 출시를 앞두고 흥행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루트 슈터 개발하는 국내 개발사에겐 호재?

<데스티니> 시리즈의 향후 행보는 불확실하나, 현재의 하락세가 지속된다면 이로 인한 공백을 채우기 위해 다양한 루트 슈터 게임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스팀에서 <데스티니>와 경쟁 관계에 있던 동종 장르의 <워프레임>은 최근 진행한 <워프레임 1999> 업데이트를 통해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워프레임>은 12월 업데이트 이후 최대 동시접속자 7만 8천 명을 기록했다. 이는 2021년 달성한 19만 명이라는 최고 기록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게임의 안정적인 서비스를 유지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은 루트 슈터 장르에 주목하고 있는 국내 개발사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넥슨게임즈는 <퍼스트 디센던트>의 시즌 2 업데이트를 진행하며 대규모 개발인력 채용을 통해 장기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오딘>으로 알려진 라이온하트스튜디오는 첫 콘솔/PC 플랫폼 도전작으로 루트 슈터 장르의 <프로젝트 S>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시즌 2 업데이트를 진행한 <퍼스트 디센던트>. 매출 역시 급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퍼스트 디센던트>는 스팀에서 집계한 2024년 최고 매출 순위 20위권을 차지하기도 했다.
<퍼스트 디센던트>의 이러한 흥행은 루트 슈터 장르를 개발 중인 국내 여러 개발사에게 자극이 됐을 확률이 높다.


다만, 주목해야 할 중요한 점이 있다. 루트 슈터 장르는 콘텐츠 소모 속도가 필연적으로 빠르기 때문에, 지속적인 흥행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업데이트를 통한 콘텐츠 축적과 개발 노하우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데스티니 2> 역시 출시 초기에는 부정적인 평가로 인해 유저 이탈이 심했으나, 1년 후 공개된 <포세이큰> 확장팩을 통해 전성기를 맞이했다. 따라서 <데스티니 2>가 시장 경쟁력을 잃더라도 그 자리를 대체할 만한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루트 슈터 장르에서 지속적으로 성공하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고려해야 한다. 텐센트나 바이오웨어와 같은 유수의 개발사들도 이 장르에 도전했지만 실패를 맛보았다. 대표적인 예로 유비소프트는 <더 디비전> 시리즈로 루트 슈터 시장에 진출했으나, 첫 작품의 높은 판매고에도 불구하고 장기 서비스를 통한 IP 확립에는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 디비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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