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GIGDC2023] 메인 빌런을 직접 조종하는 공포 게임이 있다?

그리던 (신동하) | 2023-10-04 10:4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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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올해의 인디게임은 무엇이 있을까요?


매년 독창적인 게임 콘텐츠를 소개하는 '글로벌 인디 게임제작 경진대회(이하 GIGDC)가 올해에도 진행되었습니다.


GIGDC는 한국콘텐츠협회와 게임개발자협회가 직접 주관하는 게임 공모전입니다. 수상자에는 '대상'의 수상자에게는 500 만원의 상금과 함께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이 수여됩니다. 그렇기에 이 공모전에서 입상한 게임은 '국가대표 인디게임'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TIG에서는 올해 GIGDC에서 수상한 스무 곳의 개발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이번 기사에서 소개할 팀은 포비아 게임즈입니다. '김현 팀장', '장유성, 함창수 팀원'으로 구성된 팀은 공포게임인 <마미앤도터>를 개발하여 GIGDC에서 기획 부문 대학부 은상을 수상했습니다.

<마미앤도터>는 일반적인 공포게임의 외관을 하고 있지만, 그 안에는 여러 독특한 시스템이 있었는데요. 특히 플레이어가 직접 메인 빌런의 스크립트를 직접 다시 짜서 조종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런 시스템은 어떻게, 왜 도입하게 되었을까요?







게임명: <마미앤도터>

개발사: 포비아 게임즈

장르: 공포, 추리, 퍼즐

플랫폼: PC


게임소개: <마미앤도터>는 게임과 동명의 동화책 속 주인공인 '딸'이 자신의 '엄마'로부터 위화감을 느끼며 시작합니다. 그러나 책의 내용이 끝에 도달하면 '딸'의 기억은 초기화되기 때문에 매일 반복되는 행동을 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딸'은 '엄마'로부터의 탈출을 꿈꾸며 책 속 세상과 '엄마'의 비밀을 쪽지로 남겨왔습니다. 


플레이어는 '딸'이 되어 과거의 자신이 남긴 쪽지를 찾아 추리를 완성해 나갑니다. 이때, '딸'에게는 '엄마'는 모르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데요. 바로 동화책 <마미앤도터>를 직접 읽고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플레이어는 '낱말 카드'를 활용하여 스크립트를 다시 쓰며 '엄마'에게 대항합니다.

 수상경력

- 2023 GIGDC 기획부문 대학부 은상





Q. 한국 게임개발자협회: 자기 소개 및 팀 소개 부탁드립니다.


A. 김현 팀장: 안녕하세요. 저희는 <마미앤도터>라는 스토리 형식의 공포게임을 제작한 '포비아 게임즈'입니다. 저는 기획, 프로그래밍, 컨셉아트를 담당했습니다.

함창수 팀원: 안녕하세요. 3D 그래픽과 기획을 담당한 함창수입니다.

장유성 팀원: 저는 게임에서 기획과 사운드를 주로 담당했어요.


Q.  인디 게임을 개발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김현 팀장: 저는 제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서 시작했어요. 시장에 이미 충분히 많은 게임들이 있지만 항상 어딘가 미흡하더라고요. 이런 부분들을 개선해서 제가 생각하는 완벽한 게임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인지 어떤 게임을 하든지 플레이하는 과정에서 계속 느끼는 아쉬움과 부족함이 동기부여를 해주느 것 같아요. 반대로 제 게임을 즐겁게 플레이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 자체도 보람있고요.

함창수 팀원: <마미앤도터>는 제가 게임 개발에 직접 참여한 첫 프로젝트예요. 항상 게임을 좋아하고 즐겨와서 게임 개발에 참여하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는데요. 마침 지난해 김현 팀장님이 함께 게임을 만들자고 제안해 주셔서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장유성 팀원: 게임이라는 매체는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장점을 가진 것 같아요. 제가 생각했을 때 해보지 못한 경험을 간접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과거에는 글을 이용했고, 이후에는 영상을 이용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게임 분야 역시 고도로 발달해서 단순한 유희적 체험을 넘어서서 간접 경험의 수단이 된 것 같아요. 특히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판타지 영역을 전달하는 데에 특효인 것 같고요. 기획 과정에서 여러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재미있겠는데?', '이게 게임으로 나오면 정말 괜찮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본격적으로 기획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김현 팀장과 함창수, 장유성 팀원 (사진 제공: 포비아 게임즈)


Q. 수상작 <마미앤도터>는 어떤 게임인가요?

A. 김현 팀장: <마미앤도터>라는 게임과 동명의 책 속의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그려요. 등장인물은 딸과 엄마 뿐인데요. 어느날 딸이 이 책 속 세계와 엄마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매일 매일 초기화되는 세계관에서 자신이 과거에 남겨온 쪽지를 통해 진실을 찾고 집을 탈출해야 해요.

게임은 1인칭 시점에서 엄마와 한 공간에서 진행되고 컷 신 애니메이션을 통해 게임의 스토리가 흘러가게 돼요. 또 엄마에 의해 주어지는 미션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집안에서 몇 가지 퍼즐이 풀 수 있어요. 이 과정을 통해서 쪽지와 이 세계에 대한 정보를 동시에 얻을 수 있어요.

스토리 서사에 공을 많이 들인 게임이다 보니 쪽지의 내용을 잘 해석하면서 숨겨진 진실을 파헤쳐보는 것을 추천해요.


Q. <마미앤도터>라는 게임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물어볼게요. '기억이 초기화되고, 그 기억을 과거의 자신이 남긴 메모를 통해 진실을 파악한다'는 콘셉트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요?

A. 장유성 팀원: '간접 경험'이라는 테마를 강조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게임의 배경이 '책 속'에서 진행되는 만큼 현실과 다른 요소가 있었으면 했고요. 그런데 '책'은 사람이 펼쳐야만 읽힐 수있는 수동적인 물건일 뿐이잖아요. 그래서 기억이 초기화된다는 설정을 하게 되었어요.

기획 과정에서는 영화 <메멘토>처럼 시네마틱한 느낌의 시나리오도 있었어요. 여러 번 플롯을 뒤집어 사건들을 나열하면서 공포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형식이었어요. 그밖에도 다른 여러 논의들도 거친 결과 최종적으로는 지금의 기획이 나오게 되었어요.

'엄마'가 주는 미션을 수행하다 보면
과거의 '딸'이 남긴 쪽지를 찾을 수 있다.
'쪽지'에는 세계 속 비밀이 쓰여있다.


Q. <마미앤도터>에는 여러 시스템이 등장해요. 특히 '쪽지', '읽고 쓰기', '낱말 카드'의 경우는 다른 게임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요소인 것 같아요. 이 시스템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A. 김현 팀장: ​주인공인 딸에게는 '읽기' 능력이 있어요. 이 능력은 사물에 적힌 글씨를 볼 수 있는 능력이에요. 그렇게 읽은 사물에는 플레이어에게 주어진 낱말카드를 사용하여 읽은 물건에 '쓰기'능력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게임속에서 냉장고를 '읽기' 능력을 사용하여 관찰할 경우 'Refrigiator'라는 단어를 읽을 수 있습니다. 그 후 'Open'이라는 낱말카드를 사용하여 '쓰기'능력을 사용한다면, 냉장고 문이 열리게 됩니다. 이렇듯 주인공은 책 속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것들을 읽고 쓰는, 책 속을 조작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메인 빌런인 '엄마'도 마찬가지이고요.

이 시스템은 모든 이야기가 책 속에서 진행되는 세계관 상 '단기 기억 상실증에 걸린 어린 아이'가 '책 세계에 집착하는 마녀'를 이길 수 있는 장치가 필요했어요. 이때 책이라는 매체의 특성을 이용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 있었고 게임에도 넣게 되었어요.


Q. 공포의 대상인 '엄마'도 플레이어의 명령어에 의해 움직일 수도 있다고 했어요. 수동적인 탈출이 아닌 적극적인 탈출 방식이 인상적인데요. 플레이어가 어디까지 엄마를 조종할 수 있을까요?

A. 김현 팀장: 엄마를 조작하는 데에는 확실한 제한을 두려고 해요. 왜냐하면 '엄마'는 게임의 메인 빌런이기 때문에 '엄마'를 너무 과하게 조종하게 되면 게임이 너무 쉬워지거나 루즈해질 수 있어서요.

그렇기 때문에 간단한 정신 조작계 능력으로만 제한하려고 해요. 예를 들어서 '엄마'의 이동 패턴이 딸방에서 부엌, 부엌에서 거실로 진행된다면 'Move'라는 낱말 카드를 활용하여 거실에서 부엌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게 한다든지요.

'Forget'이라는 낱말카드를 추가하여 주인공이 엄마에게 수상한 행동을 들키는 상황이 와도 그 상황을 잊게 만드는 내용도 추가하려고 기획하고 있어요.


Q. 책을 탈출하면 게임이 끝나는 것으로 보이는데, 게임의 엔딩이 궁금합니다.

A. 함창수 팀원: <마미앤도터>의 플레이어는 책 속의 주인공이잖아요. 그래서 마지막에 책을 탈출할 때 메인 빌런인 '엄마'로부터 자유로워지지만 이 때 주인공은 다른 책으로 넘어가게 되거든요. 이야기는 계속해서 이어지는 셈이죠. 그래서 게임이 완전히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책에서 진행되는 Part 2가 시작됩니다.


김현 팀장: '가짜 엄마' 에피소드 이후의 스토리도 기획 중에 있어요. 아직 공개할 정도로 준비된 건 아니어서요.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하시는 분들께서는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때, '딸'은 책 속의 문장을 읽고 '낱말 카드'를 통해 변형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Q. <마미앤도터>를 기획하고 개발하면서 힘들었던 일이 있었나요?

A. 장유성 팀원: 사실 <마미앤도터>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학교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도 참여했었어요. 특정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성과를 내면 그에 맞는 학점을 받는 제도였고요. 저희 세 명은 그것을 신청해서 한 학기 동안 게임을 만드는 데에 전념했어요.

그런데 막상 시작해보니 이 제도 자체가 게임 개발과는 거리가 있는 거예요. 다른 과목의 학점 관리도 해야하다 보니 시간적 여유도 없었고요. 그래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어요. 저희 스스로는 좋은 아이디어로 정말 열심히 만들었다고 생각해서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GIGDC에서 입상하게 되면서 마음이 어느정도 풀린 것 같아요.


Q. 수상 이후 근황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A. 김현 팀장: 일단 제가 아주대학교 미디어학과의 재학생이라 개강을 해서 학교 수업을 듣고 있고요. 


GIGDC 때 제출했던 프로토타입을 데모 버전으로 출시할 수 있을 만큼 개선시켰어요. 그에 따라서 스토브인디와 Itch.IO라는 플랫폼에 업로드될 예정이에요. 사람들의 의견을 참고해서 여러가지 요소들을 계속 채워나가고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려고 해요. 


추가로 현재 유니티 3D 엔진으로 만들어진 게임을, 퍼포먼스와 관련된 이슈로 언리얼 엔진으로 옮기려는 고민도 하고 있어요. 언리얼 엔진은 유니티에 비해서 뛰어난 그래픽 렌더링이 특징이거든요. <마미앤도터>를 만들 때 높은 품질의 그래픽과 렌더링 기능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서 고급 시각 효과와 그래픽을 구현하는 데 유리할 것 같아서요.



Q. 향후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A. 김현 팀장: 언급했다시피 우선 스토브인디와 Itch.io에 출시한 후 여러가지 피드백을 받아 게임을 채우려고 해요. 그후 <마미앤도터>에 흥미나 관심이 있는 분들이 많아지면 공개된 데모의 뒷이야기를 기획해서 두번째, 세번째 시리즈도 제작하고 싶어요. 사실 이후 이야기들은 어느정도 기획이 되어있는 상태랍니다.


함창수 팀원: 데모버전을 완성하고 보니까 부족한 점이 많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더 공부를 하고 역량을 끌어올리려고요. 그렇게 발전을 거듭해서 저희가 봤을 때 '완벽에 가깝다'라고 생각될 정도로 업데이트 할 것 같아요.



Q. GIGDC는 상 외에도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을 통해 인디게임개발자들을 지원하고 있어요. 가장 마음에 드는 보상과 GIGDC 재참여 의사가 있을까요?


A. 장유성 팀원: 수상자 목록에 저희 팀 이름이 있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이전부터 게임을 스토브인디에 출시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출시 기회가 주어져서 정말 영광이에요. 사실 <마미앤도터>를 만들면서 마주친 가장 큰 벽 중 하나가 홍보, 출시 등 게임 외적인 부분이었거든요. GIGDC를 통해 해소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앞으로 듣게 될 수상자 대상 특강도 너무 기대가 되고요.


함창수 팀원: 역시 내년에도 참여하고 싶어요. 다음에는 더 새롭고 참신한 아이디어로 대상을 노리겠습니다.


김현 팀장: 저는 예비 참여자들에게 조언해주고 싶어요. 기존의 좋은 게임들의 레퍼런스가 많잖아요. 게임을 많이 플레이 해보고 스스로 인상적이고 재미있다고 느꼈던 점을 벤치마킹하는 방법이 도움이 돼요. 반대로 아쉬웠던 점들을 개선한다고 생각하며 게임에 반영하면 더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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