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세계 최대의 게임 시상식이자 홍보 무대이기도 한 '더 게임 어워드'에서 한 의문의 게임이 등장했다. 'SuperAuthenti'라는 회사에서 첫 공개한 게임 <캐틀리>(Catly)로, 스팀 상점 페이지에 따르면 고양이를 테마로 한 액션, MMO, 오픈 월드 게임이다.
<캐틀리>는 트레일러 발표 직후 많은 해외 게이머에게 의문을 남겼다. 트레일러에 등장하는 고양이들의 디자인이 상당히 부자연스러웠으며, 내용 역시 어떤 의미인지 알기 어려울 만큼 혼란스러웠다. 공개된 출시 플랫폼은 PC, 닌텐도 스위치 그리고 '애플 워치'다.
행사 종료 후 해외 시청자들의 의문은 더욱 커졌는데, <캐틀리>가 더 게임 어워드를 통한 마케팅에 적잖은 지출을 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먼저, <캐틀리>의 공식 X를 살피면 해외 유명 스트리머 '닌자'나 일본의 유명 인플루언서가 <캐틀리>에 대한 기대를 부탁한 것을 리트윗한 내용이 많다. 보통 이런 유명 인플루언서의 게임에 대한 언급은 '유료'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캐틀리>가 더 게임 어워드에서 트레일러를 상영한 시간대도 중요하다. 트레일러는 시상식 시작 약 1시간 후 <인디애나 존스>와 <패스 오브 엑자일 2>의 광고 사이에서 상영됐다.
시상식 초반부 인디 게임이 적은 돈을 내고 홍보하는 자리가 아닌, 유명 게임이 수억 원을 지불하고 트레일러를 상영하는 위치에 배치된 것이다. 적지 않은 마케팅 비용이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캐틀리>는 행사 이후 별다른 게임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개발자 인터뷰도 없으며, 해외에 배포된 것으로 추정된 보도자료에도 'AAA'라는 점 외에는 모호한 문구로만 게임이 설명되어 있을 뿐이다.
<캐틀리> (출처: 스팀)
<팰월드>의 트레일러를 생각나게 하는 장면이 갑작스레 등장하기도 했다. (출처: 더 게임 어워드)
'더 게임 어워드'는 신규 게임의 트레일러 상영 후에는 공식 유튜브에 동영상을 업로드해 준다. 그러나 <캐틀리>의 경우에는 업로드되어 있지 않다. 합의된 결과로 볼 수 있으나 AAA 규모로 개발됐다고 주장하는 첫 공개 게임이 트레일러를 더 게임 어워드의 채널에 업로드하는 것을 꺼릴 이유는 없다.
게임의 홈페이지도 여러 의문을 남기는 상황이다. <캐틀리>의 공식 홈페이지에 찾아가면 "고양이의 눈으로 세상을 펼쳐보다"라는 문구와 "스타일 컬렉션"라는 항목에 AI로 만든 듯한 옷 이미지 외에는 별다른 정보를 얻을 수 없다. 스팀 게임 홈페이지에도 "웅장한 모피의 모든 가닥은, 완벽하게 제작된 걸작"같은 이해하기 어려운 문구만이 나열되어 있다.
참고로, 스팀 홈페이지에 따르면 <캐틀리>는 정식 한국어화될 예정이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한 사진 (출처:SuperAuthenti)
# <캐틀리>는 스캠 게임?
이에 해외 몇몇 게이머는 '스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캐틀리>가 AI를 활용해 눈속임에 가까운 결과물을 만들고 과장된 홍보로 사람을 속여 돈을 벌기 위한 사기 프로젝트가 아니냐는 이야기다.
가령 <캐틀리>의 개발사 'SuperAuthenti'에 대한 정보는 지금까지 대중에 알려진 바 없다. 커뮤니티에 따르면 비즈니스 플랫폼 '링크드인'에서 검색한 결과 해당 회사의 창립자는 중국계 인물로 이전에 블록체인 게임 개발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회사의 구성원은 3명으로 추정된다.
해당 회사 및 관계자의 링크드인 페이지는 인터넷에 의혹을 제기하는 게시글이 올라온 이후 '비공개' 처리됐다. 비공개 전 링크드인 글을 캡처한 사진에 따르면 개발사의 대표는 <캐틀리>를 前 소니 임원인 '요시다 슈헤이'에게 시연한 것으로 보이지만, 지금은 확인할 수 없기에 진위 여부를 알기는 어렵다.
그 외에도 인터넷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해당 개발사가 이전에 중국에서 한 상하이 소재의 블록체인 게임 개발사와 연관이 있다고 추정했다. 해외 매체 '80레벨'은 중국 기업 정보 사이트 '치차차'에 검색해 본 결과 두 회사 간의 관계가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치차차에 따르면 SuperAuthenti는 상하이에 위치한 한 중국 회사가 소유하고 있다.
(출처: 치차차)
스팀 상점 페이지 역시 의문을 사고 있다. 해외 게이머들은 상점 페이지에 적힌 게임의 설명이 AI가 작성한 것처럼 문장이 어색하고 작위적이라고 지적했다. 게임의 트레일러에 등장하는 고양이의 모델링은 일관적이기에 AI가 아닌 실제 그래픽 기술로 제작된 것으로 보이나, 등장하는 고양이들의 디자인은 AI의 영향을 확실히 받은 것 같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해외 매체 '디지털 트렌드'는 <캐틀리>의 AI 사용에 관해 개발사 홍보팀에 문의했다고 보도했다. 돌아온 답변은 2025년까지는 자세한 내용을 공개할 수 없고, 게임이 어떤 엔진으로 개발 중인지에 대해서도 언급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캐틀리>가 어떤 게임으로 나올지는 알 수 없다. 실제 동작하는 게임일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 첫 공개 시기와 실제 게임 간의 출시일 텀이 길거나, 지나치게 과장된 트레일러를 공개해 실제 게임과의 괴리가 크다는 지적을 받은 게임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캐틀리>를 둘러싼 논란은 심상치 않아 보인다. 현재까지 개발사는 논란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만약 게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애플 스토어의 출시일을 주목해 보는 것이 좋다. <캐틀리>는 2025년 출시 예정이라는 것 외에는 별다른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애플 스토어에는 2025년 6월 1일 출시 예정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출처: 애플스토어)
몇몇 게이머는 '더 게임 어워드' 측에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검증이 되지 않은 게임도 "돈만 지불하면" '세계 최고의 게임 시상식'을 추구하는 행사에서 틀어주는 것이 과연 올바르냐는 이야기다.
실제로 더 게임 어워드는 1~2분 단위의 트레일러 상영을 위해 수억 원이 들어가는 행사로 유명하다. 공식 SNS에서 게임명을 언급해 주거나, 트레일러를 상영하며 양 사이드의 스크린에 게임 관련 이미지를 잠시 틀어주는 것까지 별도의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