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TIG 퍼스트룩]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짓눌리는 게임

춘삼 (안규현) | 2023-10-04 09:50:10

세상은 넓고 게임은 많습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18년 역사의 게임 전문지 디스이즈게임에서 어떤 게임이 맛있는지, 맛없는지 대신 찍어먹어드립니다. 밥먹고 게임만 하는 TIG 기자들이 짧고 굵고 쉽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TIG 퍼스트룩! 


RPG 게임과 그 후속작들을 하다 보면 종종 등장하는 소재가 있습니다. 바로 '타락'입니다. 정들었던 캐릭터가 어떤 일을 계기로 악에 물들고 후속작의 적으로 등장하는 레퍼토리는, 뻔하지만 흥미진진합니다.


그리고 여기 그런 클리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게임이 있습니다. 내가 키운 캐릭터가 보스로 등장하는 게임, <던전100>입니다.


<던전100>은 얼리 액세스를 마치고 8월 11일 정식 출시된 덱빌딩 로그라이크 게임입니다. "또빌딩 또그라이크야?"라고 하기는 이릅니다. <던전100>은 덱빌딩 로그라이크에 더해, 기물을 모아 강화하고 전투는 자동으로 치루는 오토 배틀러(체스류) 장르와 앞서 얘기한 유저 캐릭터를 보스로 만든다는 콘셉트를 잘 버무렸습니다.

게임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던전100>의 목표는 던전의 100층까지 클리어하는 것입니다. 플레이어는 층마다 상점 레벨에 따른 일정량의 코인을 지급받고, 카드를 구매해 성장해 나가게 됩니다. 그리고 15층 단위로 등장하는 보스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해당 캐릭터가 그 층의 보스가 됩니다. 내가 직접 구성한 스킬셋을 보유한 채로 말이죠.

15층을 클리어한 모험가 캐릭터는...

15층 보스로 계속 등장하게 됩니다.

다음엔 다른 캐릭터를 조종해 15층의 모험가 보스를 꺾고 30층까지, 그다음엔 또 다른 캐릭터를 조종해 15층과 30층의 플레이어블 캐릭터(였던) 보스를 꺾고 45층까지 진행하는 방식으로, 던전의 100층까지 도달하면 게임 클리어입니다. 

<던전100>은 밸런스와 레벨 디자인이 훌륭하다고 하긴 어렵지만, 여기서 오묘한 전략성이 생깁니다. 플레이어는 적절한 선에서 게임을 진행할 수 있도록 성장과 밸런싱 사이에서 계속해서 고민해야 합니다. 너무 잘 키웠다간 그다음 캐릭터로 이길 수 없을지도 모르니까요. 

때로는 보스룸 앞에서 사용하던 카드를 판매하고 낮은 성능으로 교체하는 기지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단, 로그라이크인 만큼 무르기는 없으니 신중해야 합니다.

75층 보스를 너무 강하게 만들어서 세이브 초기화를 고려중입니다.

전투는 가장 앞에 배치된 카드를 사용해 자동으로 치뤄지며, 스킬에 쿨타임이 있는 경우에만 다음 순서의 카드를 사용합니다. 일부 카드의 경우 '모든 카드를 순서대로' 사용한다거나, '모든 액티브 스킬을 한 번에' 사용하는 등의 효과가 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덱을 구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카드 도감은 플레이어가 본 적이 있는 카드에 한해 제공되니 처음에는 일단 부딪혀 볼 필요가 있기도 합니다. 

장착할 수 있는 카드의 수와 지급받는 코인, 그리고 상점에 등장하는 카드의 등급은 모두 상점 레벨에 따라 정해집니다. 상점의 최고 등급은 6등급(번역은 '식스스타 스토어')으로, 총 9장의 카드를 장착할 수 있고 매 층마다 9개의 코인을 받습니다. 카드 구매는 등급과 무관하게 3코인, 리롤(새로고침)은 1코인이 소모됩니다.

번역은 매끄럽지 않지만 게임 진행에는 큰 지장이 없었습니다.

덱빌딩의 자유도는 높은 편입니다. 40층~50층 정도에서 최고 상점 등급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재화 수급 대비 코스트가 적기 때문에 사실상 중반부터는 원하는 조합을 만들고 강화하기 위한 단계입니다. 동일한 카드를 세 장 모아 골든 카드, 골든 카드를 세 장 모아 전설 카드로 만드는 방식으로 강화를 진행합니다. 밸런싱은 유저의 몫(...)이기 때문에 카드와 재화 수급을 비교적 수월하게 풀어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던전100>은 개발자가 만든 스테이지를 어떻게 깰지 고민하는 게 아니라 '나 자신'과 싸우기 위해 고민한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내가 만든 캐릭터에게 죽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느낌은... 정말 씁쓸합니다.

만약 <던전100>을 직접 해보시겠다면, 게임이 잘 풀린다고 신나서 '너무 잘' 키우지는 마시길 바랍니다.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짓눌릴 수도 있으니까요.

다양한 조합을 시도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 추천 포인트
1. 내가 키운 캐릭터가 보스가 된다는 독특한 콘셉트
2. 성장 vs 밸런싱의 미묘한 길항관계에서 오는 전략성
3. 다양한 조합을 시도 가능

▶ 비추 포인트
1. 게임 도중에 세이브 불가능. 100층인데...?
2. 과도한 이펙트와 조절 설정의 부재
3. 번역기 퀄리티의 한국어화

▶ 정보
장르: 로그라이크 덱빌딩 오토 배틀러
가격: 13,500 원
한국어 지원: O
플랫폼: PC(스팀)

▶ 한 줄 평
아,
스킬 하나만 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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