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이상민의 돈보임] 네오위즈, ‘한국의 캡콤’에 다가서는 중

이상민 (이상민) | 2024-01-29 11:4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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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은 게임 업계에 한파가 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많은 회사들이 직원을 떠나보냈습니다. 그래서 디스이즈게임은 격주 월요일, 이상민 애널리스트와 함께 게임 업계의 맥을 짚어보기로 했습니다. 여러 증권사에서 경력을 쌓아온 그는 스퀘어에닉스의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를 사랑하는 '진성 게이머'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게임사들의 숫자를 읽다 보면, 한파가 끝나고 봄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상민의 돌이가 는 게임. /편집= 김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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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장 뜨거웠던 게임사를 꼽으라면 단연 네오위즈일 것입니다. <P의 거짓>이라는 소울라이크 게임으로 호평을 받아 100만 장 판매에 성공했고, 퍼블리싱한 <산나비>와 <스컬>도 홈런을 쳤습니다.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게이머의 관점 이외에도 경영자와 투자자의 관점에서도 네오위즈는 성공한 한 해라고 볼 수 있을까요? 당연히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숫자로 자세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경영자의 성과를 하나의 지표로 집약하여 표현하자면 어떤 지표를 봐야할까요? 경영자의 성과는 ROE(자기자본 이익률)로 표현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회사의 자기 자본(총 자산에서 부채를 차감한 순수한 자기자본) 규모에 비해 얼마나 순이익이 높은지를 따지는 비율입니다.

2023년 4분기 재무제표가 나오지 않은 관계로, 2023년 1~3분기 지배주주 순이익을 기준으로 하여 ROE를 산정해 보았습니다. 다음과 같은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중소 게임사가 많은 관계로, 편의를 위하여 1월 5일 기준 시가총액 3천억 원 이상의 기업만을 산정하였습니다.)

2023년 1~3분기 국내 게임사 ROE (시가총액 3천억원 이상) (출처 : Fnguide)

네오위즈는 시가총액 3천억원 이상의 기업 중, ROE가 3번째로 높은 기업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다만 더블유게임즈의 경우 소셜 카지노 게임을 만드는 회사로 다른 게임사와는 결이 다르기 때문에 제외를 하고 보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네오위즈는 2023년 크래프톤 다음으로 경영성과가 훌륭했던 기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1등 공신은 누가 뭐라해도 <P의 거짓>입니다. 한국 게임사는 대체로 모바일에 기형적으로 특화되어 있습니다. 뉴주(Newzoo)에 따르면, 글로벌 게임 시장 비중은 모바일 50%, 콘솔 28%, PC 22%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은 모바일 선호도가 높습니다. 한국의 게임 개발사들에게 있어서 콘솔은 미개척지이며, 가지 않은 길이었습니다. 

글로벌 게임 플랫폼 별 시장 비중 (2021) 출처 : Newzoo

이유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모바일게임의 성과가 너무 좋았습니다. 게임사는 몰라도 투자자들은 콘솔/패키지 게임을 매우 비선호합니다. 모바일/온라인 게임은 지속적으로 매출이 발생하는 반면, 콘솔/패키지 게임은 일회성 판매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즉, 한 번 팔고 나면 끝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또 AAA급 게임이 넘쳐나는 콘솔 시장을 감안하면 개발비와 인력 부담도 큽니다. 그렇다고 해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도 장담 못합니다. 같은 개발비와 인력을 투입한다면, 확실히 성과를 내고 있는 모바일 시장에 집중하는 것이 타당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2021년, <Fate/Grand Order> 근하신년 스타트 대시 캠페인 중단 사태, 엔씨소프트의 '문양사태'를 시작으로 유저들의 민심이 국내 게임사로부터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지나친 과금유도, 소비자에 대한 기만과 같은 게임사의 횡포에 분노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럼 하지마 콰아아’ 좌가 만화를 올렸던 시절과 달리, 유저들이 전례없는 항의와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에는 '사료'(보상 아이템)를 뿌리는 것으로 이런 유저들의 분노가 잠재워졌습니다. 그런데 2021년은 달랐습니다. 트럭 시위가 시작되고, 불매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게임사들이 과거 10년간 생각하고 대응해 왔던 것처럼 해결이 되지 않았던 사태입니다. 엔씨소프트, 넷마블, 넥슨으로 대표되는 3N의 이익은 큰 폭으로 감소하여 사실상 ‘한국판 아타리 쇼크’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습니다.

엔씨소프트 및 넷마블 4개 분기 합산 영업이익 추이 (2016.1Q ~ 2023.3Q) 출처 : Fnguide

영업이익이 감소하자 게임사들은 곤경에 처하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인건비 문제를 들어보겠습니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은 인건비가 지속적으로 크게 늘었으나, 영업이익이 감소하자 큰 문제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증가한 인건비가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된 것입니다. 

엔씨소프트의 인건비 및 매출액 추이를 살펴보겠습니다. 엔씨소프트의 인건비는 2015년 1,768억원에서 2020년 4,032억원으로 약 128.0% 증가한 반면, 동 기간 매출액은 8,383억원에서 24,162억원으로 약 188.2% 증가하였으며, 영업이익은 2,375억원에서 8,248억원으로 247.3% 증가하였습니다. 인건비가 늘어난 만큼 그 이상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성장하였고, 회사는 성공가도를 달렸습니다. 당연히 '리니지 삼형제' 를 필두로 한 모바일 MMORPG의 성과였습니다.

그러다 이러한 분위기는 2021년 트럭시위와 함께 전기를 맞이합니다. 엔씨소프트의 2022년 4분기부터 2023년 3분기까지의 매출액은 18,901억 원, 영업이익 1,809억 원, 인건비 4,589억 원입니다. 2020년 전성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21.8%, 영업이익 -78.1%를 기록하는 등 큰 폭의 침체를 겪은 셈입니다. 그 추세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엔씨소프트의 매출액, 인건비, 영업이익 출처 : Fnguide
엔씨소프트의 매출액, 인건비,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율 (2015~2022) 출처 : Fnguide

이러한 사태를 보면, 트럭시위는 게임사들이 지금껏 관행적으로 해왔던 모바일게임의 BM과 운영 과정에서의 리스크가 실적에 심각한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고 판단됩니다. 바로 이 시점, 네오위즈의 콘솔시장 진출은 굉장히 현명한 결정으로 판단되며, 이로써 한국의 독보적인 게임사로 발돋움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왜 이렇게 판단하는지 근거를 제시해 보겠습니다.

먼저 스탠드얼론 게임은 라이브 서비스 게임에 비해 운영 리스크를 상대적으로 덜 집니다. 적지 않은 콘솔게임이 하나의 완성된 제품으로서 시장에 출하됩니다. 때문에 모바일게임과 달리 운영에서의 리스크가 적은 편입니다. 회수한 이익으로 다시 차기작을 준비하거나, 다른 스튜디오를 인수하는 등, 게임 라인업을 천천히 늘려나갈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게임사들이 콘솔 시장이 매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하였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운영 리스크와 BM에 대한 유저들의 거부감이 보다 적극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네오위즈는 이러한 리스크를 상대적으로 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P의 거짓 출처 : 네오위즈

두 번째로, 자체 IP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을 입증하였다는 점입니다. <P의 거짓>이라는 새로운 IP를 만들어 냈다는 것은 대단한 성과입니다. 이는 단순 판매량으로 평가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을 합니다. 먼저, 자체적으로 IP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을 입증했다고 판단합니다.

최근 게임사들이 구작을 리메이크하거나, 영화나 만화 IP를 사 와서 게임을 제작하기도 한다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스스로 IP를 만들 수 있는 회사가 되었다는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한국의 몇 안되는 회사가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세 번째로 완성도 높은 IP를 통한 확장성입니다. 완성도 높은 IP라 함은, 게임성 뿐만 아니라 스토리, OST, 아트 측면에서 모두 높은 수준을 요구합니다. 국내 타 게임사들도 대체로 자체 IP를 보유하고 있으나, 스토리, OST, 아트 측면에서 모두 높은 평가를 받는 게임사는 드뭅니다. 이는 캐릭터 및 상품 매출, 외전 시리즈 구성, 영화 및 애니메이션 제작 가능성 등 무궁무진한 수익창출 전략이 가능합니다.

IP 확장성을 설명하는데 있어 사례로 들고 싶은 것은 <파이널 판타지>입니다. <파이널 판타지 7>이 나온 것은 1997년이나 여전히 관련 굿즈 매출이 발생하고 있으며, 애니메이션과 영화 등으로도 IP가 확장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파이널 판타지>에 등장한 OST만으로 만들어진 리듬게임인 <시아트리듬>이 긍정적인 IP 활용 사례입니다. 단순히 파이널 판타지 팬층의 팬심에 기댄 ‘추억팔이’로 끝나지 않아 더더욱 긍정적입니다. <시아트리듬 : 파이널 바 라인>은 메타크리틱 90점을 기록하며 호평을 받았습니다. JRPG에서 리듬게임으로 IP를 확장시킨 특이한 사례입니다.

시아트리듬 : 파이날 바 라인 출처 : 스퀘어에닉스

이런 능력들을 가진 걸출한 글로벌 게임사로는 어디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바로 캡콤입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록맨> <바이오하자드> <몬스터헌터> <역전재판>를 가진 IP 부자입니다. <바이오하자드>는 영화화도 기대되고 있으며, <스트리트 파이터>는 e-스포츠가 되어 새로운 팬층을 유입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네오위즈의 김승철 공동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자사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캡콤을 제시했습니다. 필자는  네오위즈가 <P의 거짓>으로 그 꿈에 한 걸음 다가섰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캡콤은 2013년 이후 매년 영업이익이 상승해 왔으며, 영업이익률도 40.3%로 우수한 회사입니다.

캡콤의 영업이익 및 영업이익률 추이 (2013~2023) 출처 : 캡콤

2024년 네오위즈는 <고양이와 스프> <프로젝트IG> <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될까> 등을 출시할 계획입니다.

여기에, 파우게임즈와 같은 중소형 게임회사를 인수하여 신작 라인업을 늘리는데 힘쓰고 있습니다. 캡콤이 2023년 <스트리트 파이터 6> <바이오하자드 4:RE> 등을 출시하였던 것이 오버랩이 됩니다. 매년 기대할 게임이 계속 나오는 회사가 된 셈입니다. 다른 게임사들이 신작 부재로 인하여 골머리를 앓는 것과 매우 대조적입니다.

2023년 네오위즈가 보여줬던 행보는 그 어떤 게임사보다 화려했습니다. <파이널판타지 16> <바이오하자드 4:RE> <젤다의 전설 : 왕국의 눈물> <데이브 더 다이버> <발더스게이트 3> 등 대작들이 유독 쏟아졌던 해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네오위즈는 첫 걸음을 내딛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입지를 확보했습니다. 소울라이크를 좋아하지 않는 필자도 올 한해 네오위즈의 행보에는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직까지는 대형 게임사를 말하면 3N을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누군가 한국 게임업계의 미래를 책임질 회사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저는 네오위즈를 꼭 포함하고 싶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의견은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이야기는 하고 싶습니다. 국내 게임사들의 침몰과 중국 게임의 습격, 그리고 해외 대작의 홍수 속에서도 빛났던 네오위즈는, 5년 후에는 최소한 지금과는 아주 다른 위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약력


- 前 현대자산운용 주식운용그룹

- 前 카카오페이증권 투자전략/퀀트 애널리스트

- 前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 한국경제신문 2020 상반기 ETF 베스트 애널리스트 2위

- <소음과 투자> 공동 번역

- 한경닷컴 <머니이스트> 기고자

- MTN, 조선일보 등 매체 출연

- [email protected]

- http://blog.naver.com/darksun1998

- 독립 리서치 <Pluto Research> 대표

- https://contents.premium.naver.com/dohwado/strategy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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