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디스이즈게임에서 아마 가장 이질적인 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통상 디스이즈게임은 게임 산업의 이슈, 변화를 짚어내고 이를 게이머와 기업의 임장에서 다루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게임은 엄연한 하나의 산업이고 국내 주식시장에도 많은 게임사들이 상장되어 있습니다.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의 경험을 살려, 투자자의 관점에서 게임사의 주식을 투자하는데 있어 어떻게 접근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글이 길어 1부와 2부로 나누려고 합니다. 1부는 ‘이벤트 드리븐’ 전략을 소개하고, 2부는 게임사의 가치평가에 대하여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상민의 돈돌이가 보는 게임. /편집= 김재석 기자
※ 알림 ※
- 이 글은 투자의견이 아니며, 매수·매도 추천 또한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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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에서 '실적 추정'에 대하여 설명할 내용은 개인투자자 수준에서 너무 복잡하지 않게 설명하기 위해서 일부 내용이 생략되거나 단순화되었음을 밝힙니다. 현업 종사자분들께 너른 이해를 부탁 드립니다. ‘교양’ 수준의 칼럼에서 회계를 자세히 다루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하였기 때문입니다. 실제 금융권 실무에서는 이보다 더 정밀한 단계를 거쳐 추정하나, 그 뼈대는 비슷하다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게임주, 투자자들은 어떻게 접근하는가?
1부에서 이야기한 것들을 정리해봅시다.
주식시장은 회사의 미래의 명목이익을 거래하는 시장입니다. 주식투자로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는 기업의 미래 이익을 전망하고, 성장성에 대하여 이익에 대한 적정한 배수(Multiple)를 부여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통상 게임사들은 순이익의 10~20배에서 거래되며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경우 25배까지도 받기도 합니다.
게임 투자는 일종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Project Financing)의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현재의 사업과 미래의 사업계획의 현금흐름 및 리스크를 평가하여, 이를 현재 가치로 평가하여 프로젝트의 가치를 계산한 후 투자를 하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는 제약/바이오 업종의 성격과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성공할 수 있을지 없을지 장담을 할 수 없는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 시장 규모, 예상되는 이익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게임회사는 게임을 판매해서 돈을 법니다. 하지만 게임의 성공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출처: 이라스토야)
[이전 화]
펀드매니저는 어떻게 게임주에 접근할까? ⑴ (바로가기)
게임사의 이익을 어떻게 추정할 수 있을까요?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운 작업이 되겠습니다. 힌트가 될 만한 것들은 (1) 회사가 과거에 내놓은 게임들의 성적 (2) 비슷한 장르의 국내사 게임들의 성적 (3) 게임사의 역량 등이 되겠습니다.
이를테면 모바일 MMORPG를 제작하는 기업의 실적을 추정한다고 해 보겠습니다. 이 회사가 최근 내놓은 MMORPG와, 경쟁사의 유사한 장르들의 매출을 비교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먼저 해당 기업이 출시한 게임들의 과거 사례를 놓고 이들의 일간 매출이 얼마였는지를 조사합니다.
물론 과거 사례가 반드시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고, <펠월드>와 같이 게임 제작 레코드가 아주 빼어나지 않은 기업도 얼마든지 히트작을 만들 수 있죠. 그러나 반대로 모두의 기대를 받던 작품이 처참하게 실패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때문에 과거와 미래는 분명히 독립적으로 움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거의 기록을 무시하는 것은 지나친 행위입니다. 이런 과거 레코드는 보통 증권사 레포트에서 이를 정리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5년치를 정리해보면 충분합니다.
난생 처음 듣는 회사에서 4일 만에 600만 장 판매하는 게임을 만들지도 모를 일이죠.
그 다음으로는 경쟁사의 작품들입니다. 이들의 일매출을 조사합니다. 역시 증권사 레포트의 도움을 받으면 편합니다. PC MMORPG로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로스트아크>, <검은사막> 등이 있습니다. 모바일 MMORPG는 <미르M>, <리니지M>, <오딘>, <검은사막 모바일> 등등 너무나도 많습니다. 다만 대형 게임사와 중소형 게임사의 게임을 분리하여 비교 대상으로 삼는 것이 타당합니다.
개발력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개발 인력 30명 이하, 개발비 100억 원대의 게임사에게 <파이널 판타지 14>나 <로스트아크>같은 기대치를 가지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너무하지 않겠습니까?
다음으로 비즈니스 모델(BM)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같은 MMORPG라도 리니지라이크와 같은 과금체계와, <파이널 판타지 14>와 같은 깔끔한 정액제는 같은 유저 수에도 불구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이 완전히 다릅니다. 정액제를 서비스하는 기업의 경우 유저 수 x 정액제 요금을 하면 매출이 대략적으로 추정됩니다. MMORPG의 경우 서버 동접 수, 유저 중 결제유저 비율, 결제유저의 평균 결제 금액 등을 세세히 나누는 방법이 있겠습니다.
그런데 개인투자자의 경우 이렇게 할 실익이 별로 없다고 판단합니다. 그렇게 자세히 한다고 해서 맞춘다는 보장도 없고, 가정이 세밀할수록 사소한 변화로 틀리기 더 쉬워집니다. 때문에 비슷한 규모의 게임의 일매출과 러프하게 비교하는 것이 좀 더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이를테면 유사한 게임이 일간 매출이 5억 원 수준이었으므로 '이건 4~5억 정도 아닐까'로 접근하는 겁니다.
30일 이용권, 90일 이용권, 또는 시간제 이용권 등 정액제 모델은 이제 국산 게임에서는 사실상 사장된 모델이 되었습니다. 정액제를 유지하는 주요 MMORPG는 일본 스퀘어에닉스의 <파이널 판타지 14> 뿐입니다. (사진은 <테라>의 옛 정액제 요금표)
그렇게 일간 매출을 구했다면, 절반은 끝났습니다. 대부분의 비즈니스는 P*Q-C로 정의됩니다. P(Price : 제품 단가)와 Q (Quantity : 판매량)을 곱하고, C(Cost : 비용)을 차감하는 것입니다. 경험적으로 대략 영업이익률 30% 정도를 마진으로 잡으면 비슷합니다. 콘솔 게임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약 50% 정도로 보입니다.
비용 단에서 이슈를 알아봅시다. 먼저 매출에서 판매 및 관리비가 빠집니다. 판매 및 관리비는 연구개발비 및 인건비, 마케팅비, 지급수수료 등으로 구성됩니다. 연구개발비와 인건비는 거의 상수나 마찬가지인데, 마케팅비와 지급수수료가 문제입니다. 지급수수료는 구글, 애플 등과 같은 플랫폼이 가져가는 몫으로 그간 30% 정도를 기록했습니다. 퍼블리셔가 가져가는 몫도 있으므로 이를 구분해서 비용을 추정해야 합니다.
마케팅비는 회사의 마케팅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에 따라 다릅니다. 이를테면 일간 매출 10억을 추정했다면, 연간 3650억 원이고 영업이익은 이 30%인 1,000억 원 수준이 붙는다고 생각하면 대충 비슷합니다. 실제로 엔씨소프트의 2018~2022년 전성기 당시 영업이익률은 34~36%정도였습니다. 최근 영업이익률 8%대가 나오는데, 이는 매출하락으로 인하여 고정비인 인건비 및 연구개발비의 감당이 힘들어졌기 때문입니다.
복잡하다면, 애널리스트 추정치를 대략적으로 훑어보시는 정도로 충분합니다. 아래는 신한증권의 강석오 애널리스트의 엔씨소프트 실적 추정입니다. (엔씨소프트 – 흥행 실패와 이익률 악화,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2024.2.13) 위의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일매출 추정 (PC, 모바일, 로열티 등) → 비용 추정 → 영업이익 추정으로 나아가는 셈입니다.
또한, 애널리스트 추정치를 이용할 시 신작의 일매출을 어느 정도로 판단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곧 투자자들의 기대치이기 때문입니다. 대략 1년이 365일이고 1개 분기(3달)이 90일 가량이기 때문에, 연간 매출이면 365일로, 분기 실적이면 90일로 나누면, 러프하게 일일 매출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투자 배수, 즉 ‘멀티플(Multiple)’을 구하는 작업입니다.
적정한 주가가 얼마인지를 가늠하는 작업입니다. 우리가 마트에서 신라면을 5,000원에 파는 광경을 보았다고 가정해 봅시다. 왜 비싸다고 느낍니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먼저 나오는 대답은 비슷한 라면의 가격이 800~1300원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비교할 수 있는 기업군과 비교하여 분석하는 것을 비교 그룹 분석(Peer Group Analysis)이라고 합니다.
통상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이야기 할 때 PER(Price Earnings Ratio)이라는 것을 많이 씁니다. 이익의 배수입니다. 엔씨소프트의 PER이 15배라고 할 때 이것이 비싸냐, 싸냐를 따질 때 동종 기업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높으면 비싸고, 낮으면 싸다고 판단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이론상 비슷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 A, B의 PER가 각각 10, 20배라고 치면, A는 B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있고, B는 A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평가되어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방법은 과거 역사 (5~10년)의 추이를 살펴보는 방법입니다. PER을 밴드로 그려보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넥슨의 PER이 과거 5년간 평균 15배 근처에서 움직였다고 하면, 15배보다 현저히 쌀 때(통상 30% 이상 쌀 때) 매수해서 15배 이상에서 매도하는 것이 유리한 전략이 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밴드는 네이버 증권 또는
Fnguide 등에서 쉽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엔씨소프트의 PER 밴드 (2020.4~현재)
매수 요령은 적당한 PER이 얼마인지를 고민하고, 이보다 30% 이상 쌀 때 사는 방법이 일반적입니다. 통상 해외 매출이 없는 게임사는 20배 이상을 받기 힘들다는 것이 증권가에서는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어차피 앞서 추정했던 실적은 틀리기 마련이기 때문에 반드시 정확히 구할 필요는 없습니다.
최대한 보수적으로 하고, 아주 싸게 매수하는 것이 틀리더라도 손실이 적습니다. 워렌 버핏 또한 정교하게 틀리기보다 대충 맞추는 것이 더 낫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는 추정을 너무 정확히 할 필요 없고, 결국 얼마나 싸게 사느냐가 핵심이냐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이렇게 게임이 출시되고 나면 매출액이 나옵니다.
증권사에서는 센서타워라는 유료 데이터를 구독하여 어느 정도의 매출이 나왔는지를 살펴봅니다. 개인투자자들은 일 매출 순위를 모바일인덱스 등을 통하여 살펴볼 수 있습니다. 비슷한 순위의 게임들이 어느정도 일 매출이 나오는지를 보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내가 투자한 회사의 게임이 매출 순위가 4위인데, 3위 게임이 일 매출 10억, 5위 게임이 8억이라면 '내가 투자한 회사의 일매출이 8~10억 사이 언저리에 있겠구나!'라고 판단할 수 있겠습니다.
실은 여의도에서도 센서타워 데이터를 기준으로 매출을 참고합니다. 센서타워의 데이터는 게임사가 직접 발표한 자료가 이니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면 추정치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내가 투자 당시 생각했던 일매출 정도보다 낮을 수도 있고 높을 수도 있습니다. 높다면 이를 서프라이즈(Surprise)라고 하고, 주가는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편입니다. 반면 기대한 것보다 낮다면 쇼크(Shock)라고 받아들이고, 주가는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편입니다. 그러므로 추정을 보수적으로 하고 충분히 싸게 사거나, 증권가의 기대가 일반적으로는 너무 높다/낮다는 것을 명확히 알고 투자에 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상과 같이 펀드매니저는 어떻게 게임주에 접근할까? 라는 주제로 2편에 걸친 글을 써 보았습니다. 단순화 한 과정도 있고 더 복잡할 수도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에게 있어서 이 정도면 충분하리라 생각을 합니다. '또한 게임산업 종사자들에게는 게임업의 주가가 이렇게 움직이는구나!'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디스이즈게임이 내놓는 기사들이 전혀 다른 시각으로 보이게 될 것입니다. 하나하나가 게임 회사에 투자하는데 도움이 되는 정보들이고, 다시 말해 ‘돈 되는 정보’가 되니까요.
누군가는 지식을 쌓는 작업을 ‘세상을 보는 눈의 해상도를 올리는 작업’이라고 말했습니다. 경제학을 전공함에 따라 뉴스에 나오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인하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화학에 대한 지식을 쌓으면서 인류가 여전히 석유가 없이 살 수 없음을 깨닫고 중동에 관한 뉴스에 흥미를 갖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 칼럼 또한 그런 역할이 되기를 바랍니다.
출처: X @toyoma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