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방구석게임] 정식 출시도 안 한 밸브의 신작 '데드록'이 17만 명을 홀린 이유

사랑해요4 (김승주) | 2024-09-04 15:41:21

디스이즈게임이 새로운 연재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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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게임 클럽'의 문은 활짝 열려있습니다.



아직 정식 출시도 안 한 게임이 동시 접속자 20만을 향해 가고 있다니?


최근, 테스트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게임을 공개한 밸브의 신작 <데드록>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제 막 개발 초기 단계의 테스트를 시작한 게임임에도 동시 접속자는 끝없이 올라가고 있으며, 커뮤니티에는 어떻게든 테스트 초대 권한을 받고자 하는 게이머의 아우성으로 가득하다.

MOBA에 3인칭 슈팅을 결합한 <데드록>은 아직 초기 빌드를 테스트 중인 만큼 아직 미완성이란 느낌이 강하다. 아직 캐릭터의 콘셉트는 명확히 잡히지 않았고('사이버펑크' 콘셉트에서 '오컬트' 콘셉트로 바뀌면서, 아직 수정된 디자인이 적용되지 않은 캐릭터가 일부 있다고 한다), UI는 아직 임시로만 만들어진 느낌이 강하다.

<데드록> 플레이 화면


하지만, 게임의 베이스 자체는 이미 탄탄하게 만들어져 있다. 자잘한 폴리싱 작업만이 남았다는 느낌이다. 조금만 다듬고 캐릭터를 추가하면 바로 출시해도 문제가 없다는 듯한 인상이다.

게임 개발사지만, 게임은 가뭄에 콩 내듯이 개발하기로 유명한 밸브는 늘 출시한 게임마다 트렌드를 바꿀 만큼의 놀라운 완성도를 보여 왔다. 멀티플레이 게임에서도 같다. <팀 포트리스 2>는 협동 팀 슈팅의 개념을 정의했고, <레프트 4 데드>는 4인 좀비 코옵 게임의 기본이 됐다. <도타 2>에서 보여주는 MOBA의 특성과 e스포츠 시스템은 말할 것도 없다.

설레발이라 할 수 있지만, <데드록>에서도 게임 업계에 또 다른 파도를 일으킬 만큼의 완성도가 엿보인다. 애초에 아무런 홍보도 없이 유출과 정식 공개 하나만으로 17만 명에 가까운 동시 접속자를 끌어 모으며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는 인기가 증명하고 있다. 순전히 입소문과 게임의 '순수 재미'로 일궈낸 결과다. 

<데드록>에는 왜 이렇게 많은 게이머가 몰리는 걸까?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본래 '정보 공개'를 삼가 달라고 한 테스트 게임에 대한 기사를 쓰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 할 수 있지만, 이미 정식 공개 후 <데드록>에 대한 유튜브와 기사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기가 힘들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 라인전부터 시작되는 '재미'


<데드록>의 가장 큰 특징은 3인칭 슈팅에 MOBA의 재미를 섞었다는 점이다.


먼저, <데드록>은 모든 캐릭터의 기본 공격이 원거리다. 스킬에 따라 총을 잘 사용하지 않고 근접해 전투를 풀어나가는 캐릭터도 있긴 하지만, 기본적인 공격은 원거리기에 라인전에서 근거리와 원거리 사이의 유불리가 잘 발생하지 않는 편이다. 몇몇 MOBA 형식의 PvP 게임이 '근딜'과 '원딜'간의 구조적인 차이로 인해 끝없는 밸런스 토론을 낳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상당히 흥미로운 시스템이다.


<데드록>의 기본은 슈팅이다. 모든 캐릭터가 총을 사용한다.


MOBA의 특성을 띄고 있는 만큼, 라인전과 CS의 개념도 존재한다. 기본적으로 4개의 라인이 존재하며, 팀은 6명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2-1-1-2의 형태로 라인에 캐릭터가 배치된다. 게임이 랜덤하게 플레이어가 향해야 할 라인을 정해 주기에 원하는 라인으로 가고 싶어하는 유저들의 싸움은 거의 없는 편이다. (라인전이 약한 영웅도 있어 판단에 따라 소통을 통해 바꿀 수는 있다.)

그리고 <데드록>에는 경험치의 개념이 없다.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울'이라는 자원이다. 획득한 '소울'의 총량이 곧 캐릭터의 강함을 나타낸다. 획득한 소울은 영웅을 강화하는 아이템 구매에 사용된다. 일정 소울 이상을 획득하면 스킬을 강화할 수 있는 별도의 포인트를 얻기도 한다.

소울은 일정 시간마다 생성되는 트루퍼(미니언)을 마지막으로 공격하는 일반적인 MOBA 게임의 개념으로 획득할 수 있다. 트루퍼가 사망하면 일정 시간 동안 깜빡이며 죽지 않아 '막타'를 칠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는 편의성 요소도 있다.

대신 약간 다른 점이 있는데 <도타 2>를 생각나게 한다. 라인에 위치한 병력을 총으로 사살하면 일정 시간 후 소울이 떠오른다. 이 소울을 총으로 사격해 추가적인 소울을 얻을 수 있는데, 나보다 먼저 상대방이 소울을 사격하면 '디나이'가 된다. 상대방이 내가 처치해서 만든 소울을 빼앗아갈 수 있다는 뜻이다. 

디나이가 싫다면 상대방보다 정확한 타이밍과 에임으로 소울을 먼저 사격해야 한다.


주위에서 트루퍼가 사망하면 소울이 떠오르는데, 이것까지 총으로 맞춰야 온전한 소울을 획득할 수 있다.
자동으로 사라질 때까지 방치해도 되지만, 상대방이 그걸 방관하고 있지는 않는다.


근접 공격 시스템도 흥미롭게 되어 있다. 모든 캐릭터는 버튼을 눌러 주먹을 휘두를 수 있으며, 버튼을 꾹 눌러 차징해 사용할 수 있는데 초반 라인전에서 대미지가 상당하다. 근접 공격으로 트루퍼를 처치하면 소울을 한 번에 획득할 수도 있다. 반대로 방어 버튼을 눌러 상대방의 근접 공격을 막아내고 스턴을 걸 수도 있다. 재장전 없이 사용할 수 있고 대미지가 강력한 대신 그만큼의 리스크를 가진 셈이다.

덕분에 라인전부터 서로가 서로의 소울을 디나이하기 위한 심리전이 치열하게 벌어진다. 게임이 기본적으로 3인칭이고, 기본 공격은 자동 조준이 아닌 에임을 맞춰 사격해야 하는 총기류로 이루어져 있기에, 엄폐물을 끼고 서로 간에 견제 사격과 근접 공격을 한 방 먹이기 위한 싸움이 끝없이 발생한다. 이를 의식한 듯 라인에 다양한 엄폐물이 마련되어 있기도 하다.

탄창의 총알은 유한하고 '재장전에는 긴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도 중요하다. 따라서 탄창 안에 들어 있는 총알을 병력 처치에 쓸 지, 상대방을 견제하는 데 사용할 지, 위험을 감수하고 엄폐물에서 나와 근접 공격을 사용할 지 아니면 디나이를 위해 아껴 둘 지 효율적으로 계산해야 한다. 앞에서 소울이 떠오르고 있는데 내가 재장전 중이라면 꼼짝없이 디나이를 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엄폐물을 끼고 서로 한 방 먹이기 위한 심리 싸움이 치열하다.


# 라인 관리의 중요성을 직관적으로 깨우쳐 주는 레일 시스템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를 생각나게 하는 레일 시스템도 재미를 더해 준다. 플레이어는 아군의 트루퍼가 전선을 형성한 곳까지 레일을 타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레일은 4개의 라인으로 뻗어 있으며, 미니맵에 아군의 병력이 진군한 곳과 어디까지 레일을 타고 갈 수 있는지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이런 레일 시스템은 시각적으로 전황을 보여 줘 MOBA류 게임에 정말로 문외한인 것이 아니라면, 게임의 시스템을 이해한 순간 '라인 관리'가 얼마나 <데드록>에서 중요한지를 곧바로 깨우치도록 한다. 

전선을 충분히 밀어 놨다면 언제든지 레일을 타고 기지에서 최전선까지 이동할 수 있다. 라인을 잘 관리할수록 맵을 넓게 쓸 수 있는 것이다. MOBA류 게임에선 당연한 개념이지만 <데드록>은 맵이 복잡하고 와드가 없으며, 정글 몬스터는 곳곳에 나뉘어 있기에 더욱 심화된 편이다.


<데드록>의 맵


기지에서 한 라인의 최전선으로 이동하는 것은 빠르지만, 맨 좌측 라인에서 맨 우측 라인으로 이동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모되기도 한다. 만약 한 라인은 푸쉬되어 있지만 다른 라인은 상당히 밀려 있는 상태라면 더욱 긴 시간이 소요된다. 좌측 라인을 밀고 한타까지 열심히 이겨 놨더니, 맨 우측 라인에서 상대방이 라인을 푸쉬하고 아군의 건물을 박살내고 자기 팀의 레일을 타고 유유히 도망가는 일은 <데드록>에서 흔히 벌어진다.​


여기에 복잡한 구조의 맵이 더해졌다. <데드록>은 샛길이 많고, 한 쪽에서 건너편을 볼 수 없는 연막(부쉬의 개념으로 이해하면 쉽다)이 많으며, 레일이 좌우로 뻗어 있는 것은 아니기에 한 라인에서 다른 라인으로 이동하려면 걸어서 가야 한다. 미로 같은 맵에 대량의 소울을 주는 중립 몬스터가 산재해 있기도 하다.


그리고 시야를 밝힐 수 있는 와드가 있는 것도 아니며, 헤이즈처럼 은신하고 이곳저곳을 빠르게 이동하며 상대방을 암살할 수 있는 영웅이 있다. 시야플레이가 제한되어 있기에 서로가 맵에서 마주치며 산발적인 교전이 자주 일어나는 편이다.




오브젝트만 보아도 밸브가 이런 싸움을 은근하게 유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게임의 초중반 오브젝트는 '소울 항아리'다. 소울 항아리는 맵 맨 좌측 혹은 맨 우측에 생성돼, 완전히 반대되는 라인에 들고 가는 데 성공하면 팀원 모두에게 일정량의 소울을 주는 오브젝트다. 

항아리를 들면 미니맵에 실시간으로 위치가 표시되며, 들고 있는 사람은 공격을 사용할 수 없다. 항아리를 떨어트리면 일정 시간 뒤 원 위치로 돌아가기도 한다.



# 플레이어의 창의성과 실력을 요구하는 스킬과 성장 시스템


<도타 2>에서 보여줬던 직관적이면서도,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강력한 효과를 가진 캐릭터의 스킬도 눈여겨볼 만하다. <도타 2>를 해 본 게이머라면 국내에서 친숙한 <LoL>보다 강력한 효과를 가진 스킬들이 많음을 알 고 있을 것이다. <도타 2>에는 맞기만 해도 수 초를 기절하는 스킬이 있고, 궁극기를 사용하면 맵에 있는 모든 플레이어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침묵을 거는 궁극기를 가진 영웅이 있다.


<데드록>에서도 이런 기조는 이어지고 있으며, 여러 스킬의 조합을 통해 기상천외한 상황이 일어나기도 한다. 가령 아이비라는 영웅의 궁극기는 아군을 갈고기로 걸어 같이 공중을 체공하는 능력이다. 일종의 배달에 가까운 개념인데, 보통은 위기에 빠진 아군을 '구출'하거나 자신의 생존에 쓰이곤 한다.


'세븐'이라는 영웅은 궁극기를 사용하면 움직일 수 없는 대신, 주위에 강력한 전기 대미지를 계속해서 입힌다. 그렇다면, 아이비의 궁극기로 궁극기를 사용한 세븐을 옮긴다면? 날아다니는 전기 괴물이 탄생한다. 이처럼 <데드록>에는 직관적이면서도 강력하고, 창의적으로 응용할수록 엄청난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 스킬이 많다.


세븐과 아이비의 조합은 유명하니, 한 가지를 더 서술하면 헤이즈와 비스커스의 조합을 생각할 수도 있다. 광역으로 총알 대미지를 가하는 헤이즈가 궁극기를 사용할 때, 아군을 네모 모양의 젤리에 넣어 무적으로 만드는 비스커스의 스킬을 사용하면, 무적 상태의 젤리가 적진 한가운데에서 광역으로 딜을 쏟아붓는 모습이 나온다.


우연히 찾은 헤이즈+비스커스
사진으로 보면 이해가 잘 안 갈 수도 있는데, 비스커스의 스킬로 인해 무적이 된 상태에서 궁극기가 사용되고 있다.


스킬은 지형에 따라 응용되기도 한다. 위에서 설명한 세븐의 궁극기는 강력하고, 공중으로 날아오른 후 사용하면 막기가 어렵기에 일견 대처가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엄폐물 뒤에 숨는 식으로 파훼 할 수 있다. 반대로 좁은 곳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거기서 세븐이 궁을 사용한다면, 세븐이 모두를 쓸어 담는 대참사가 나기도 한다.

덕분에 <데드록>에서는 버려지는 영웅이 없다. 서포터에 가까운 캐릭터를 선택하더라도, 충분한 아이템을 구비한 다음 스킬 한번 잘 사용하면 한타를 뒤집을 만한 활약을 선보일 수 있다. 상대를 광역으로 긴 시간 동안 묶을 수 있는 '다이너모'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오브젝트는 '미드 보스'다. 맵 한 가운데 위치해 있으며, 강력한 대신 처치하면 팀원 전체에게 '부활 시간이 빨라지는' 버프를 부여한다. 위에서 언급한 레일 시스템이랑 결합하면, 한타에서 패배하더라도 빠른 부활 시간으로 레일을 타고 복귀할 수 있어 '한 번의 패배'를 방지해 주는 시스템이 된다.


<데드록>의 미드 보스 (출처: esports.gg)


문제는, 미드 보스는 맵의 작은 건물 안에 위치해 있으며, 반드시 근접해야 대미지를 넣을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적의 습격에 노출되기 '상당히' 쉬운 지형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덕분에 게임 실력이 부족한 하위권 게임에서는 미드 보스를 사냥하다가 난입한 한 두 명이 적이 광역 궁극기를 사용해서 역으로 쓸려나가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는 한다. 


위험성은 하나 더 존재한다. 미드 보스를 처치하면 버프를 곧바로 얻는 것이 아니다. 처치 후 일정 시간 뒤 떨어지는 초록색 크리스탈을 '차징 근접 공격'으로 터트려야 버프를 얻는데, 이는 상대 팀이 근접 공격을 해도 동일하다. 


따라서 궁극기로 적군을 타겟팅해 하늘 위로 올려 보내는 영웅 '래쉬'가 다가와 모든 팀원을 날려 보내고 버프를 훔쳐 가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반대로 바깥에서 간섭할 수 없는 '돔'을 만들 수 있는 켈빈의 궁극기를 통해 안전하게 획득할 수도 있다.


확실히 이런 모든 변수들은 의도됐다는 느낌이다. <데드록>은 맵에 여러 가지 구조물이 존재하는데, 하나하나 이런 변수를 생각하고 배치됐다는 것이 크게 느껴진다.


미드 보스는 작은 건물 안에 있기에, 
무리하게 사냥하다가는 건물 안에서 상대 팀의 광역 궁극기에 쓸려나갈 수 있다. (출처: 유튜브)


# <도타 2>가 생각나는 아이템들

아이템 시스템도 특기할 만하다.


<데드록>에서 아이템은 세 갈래로 나뉜다. 한글 패치 기준 무기, 생명, 마법이다. 무기에 속하는 아이템은 플레이어의 기본 공격에, 생명은 회복과 속도에, 마법은 스킬 대미지와 종합적인 능력치에 영향을 미친다. 각 종류별로 아이템은 4개 장착할 수 있다.


아이템들은 <도타 2>를 생각나게 하는데, 단순히 플레이어의 능력치를 상승시키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다. 핵심은 아이템들이 가지고 있는 개성적인 특수 능력이다. 플레이어의 헤드샷 대미지를 강화시키거나, 스킬의 지속 시간이나 범위를 늘려주는 등 아이템마다 확실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


강력한 액티브 스킬이 동반되기도 한다. 가령 가장 비싼 아이템인 '저주'는 상대방을 타겟팅해 약 4초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든다. 이처럼 아이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각 아이템의 특성이기에 상황에 따른 유연한 선택이 중요하다. 


적의 조합과 아군의 상황에 맞춰 유동적으로 아이템을 구매하며, 옳은 판단으로 인해 싸움에서 승리하고 이득을 봤을 때의 재미가 상당하다. 가령 세븐이 적 팀에 있다면, 손이 비는 인원이 3,000원의 '녹다운' 아이템을 사용해 궁극기를 끊어 주는 것이 좋다. 반대로 세븐이 적의 견제가 강하다고 느낀다면, 일반 공격 위주의 아이템 빌드를 채용하거나 CC기를 일정 시간 방지해 주는 '불굴' 아이템을 구매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데드록>의 상점과 장비 아이템들


위에서 라인과 레인에 대해 설명했는데, 이런 아이템 시스템이 게임의 목적과 녹아들기도 한다. 각 종류별로 아이템은 4개밖에 장착할 수 없지만, 별도로 원하는 아이템을 추가로 장착할 수 있는 '플렉스' 슬롯이 4개 존재한다. 

플렉스 슬롯은 각 라인에 위치한 상대 '워커'(<LoL>로 치면 2차 타워다)를 파괴할 때마다 해금된다. 아이템 슬롯이 상당히 모자라기에 자연스럽게 플레이어는 반드시 킬을 만들어 내기보다는 라인을 밀고 워커를 파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게 된다. 

<LoL>은 킬을 많이 만드는 게임이 아니라 상대방의 넥서스를 파괴해야 승리하는 게임이듯이, <데드록>도 상대방의 본진을 파괴해야 이기는 게임이다. 시스템을 통해 이 점이 자연스럽게 유도되고 플레이어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셈이다.

이런 아이템 시스템이 익숙하지 않다면 복잡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데드록>은 <도타 2>처럼 다른 플레이어의 공략과 아이템 빌드를 게임 내에서 실시간으로 참고할 수 있는 기능이 있으니 사용하면 보다 손쉽게 게임에 적응해 나갈 수 있다.


<도타 2>처럼 다른 플레이어가 공유한 빌드를 실시간으로 적용할 수 있다.


# 이 모든 익숙함이 조합돼 보여 주는 '미친 재미'

덕분에 <데드록>을 플레이하는 내내 플레이어는 끝없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최선의 전략을 찾아야 한다. 라인을 최대한 밀고, 남은 시간에 중립 몬스터를 사냥하고, 최선의 아이템을 구매하고, 정보를 얻으면 팀원과 소통해 달려가 상대를 기습하고, 스킬을 연계하고, 싸움에서 승리하면 상대방의 건물을 파괴해 나가야 한다. 여기에 슈팅의 재미도 더해져 있다.

맵이 복잡하고 캐릭터의 스킬은 상당히 강력하기에 잘못하면 "어?"하는 순간 캐릭터가 사망하기에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긴장감도 상당하다. 정말로 게임의 모든 것을 파악하려면 익숙해지기 전까지 정신이 없다. 와드라는 개념이 없어 정보가 제한되어 있기에 상대방이 라인에 위치해 있지 않다면 어디를 향하고 있을지 끝없이 계산해야 한다.

<데드록>이 순수한 입소문으로 엄청난 플레이어를 끌어 모은 이유다. ​이렇게 모든 시스템들이 한데 얽혀 항상 최선의 플레이를 하고자 노력하며 만들어지는 재미가 상당하다. <데드록>이 유출되고 스크린샷만 봤을 때는 "왜 이런 게임을 지금 만들지?"라는 의문이 있었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는 순간 의문은 사라지고 깨달음만이 남았다. 

부분부분에 대한 섬세한 완성도와 디자인도 게임을 하는 사람을 하여금 즐겁게 한다.

 미니언을 마무리할 수 있는 유예 시간을 주거나, UI를 통해 캐릭터가 어떤 부분에서 강한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하거나, 위에서 언급한 미니맵으로 한눈에 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 그리고 제한된 시야와 복잡한 맵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유도되는 산발적인 교전을 생각하면 "밸브는 게임을 참 잘 만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탄탄한 시스템 완성도 덕분에, <데드록>은 너무나 재미있는 게임이다.


# 업계가 긴장해야 하는 이유, 아니 이미 긴장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콘코드>가 시장에서 철저하게 실패한 지금, <데드록>의 공개는 업계에 파도를 불러올 하나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최근, 여러 개발사가 너도나도 자신들이 개발한 팀 대전 기반의 '히어로 슈팅'을 내놓는 상황에서, 이렇게 MOBA와 슈팅의 재미를 적절하게 배합하는 데 성공한 <데드록>의 모습은 비슷한 장르의 게임에 대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개발사들에게 경고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히어로 슈팅 게임이 줄줄이 실패하는 마당에, 이 정도의 완성도와 아이디어가 없다면 게이머에게 관심 받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데드록>이 첫 테스트부터 보여준 완성도와 아이디어를 맛본 덕분에 장르 마니아의 입맛은 더욱 까다로워질 것이다.

물론, 이런 글은 설레발이 될 수도 있다. 기나긴 테스트로 인해 이미 게임에 신선함을 잃은 게이머들이 정식 출시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던지, 정식 출시 후 밸브 게임에 항상 터지곤 하는 운영 문제가 대두된다던지, 밸브가 게임의 완성도를 다듬는 데 실패하고 개발진들이 의욕을 잃는 경우가 생길 가능성도 아직 무시할 수 없다. 자유로운 밸브의 문화 상, <데드록>이 <도타 언더로드>처럼 실패작이 되어 방치될 가능성이 있다.

진입 장벽에 대한 문제도 있다. <데드록>은 절대 '쉬운 게임'은 아니다. '하드 투 런, 하드 투 마스터'라는 인상이다. 정말로 신경 써야 할 것이 많고, 수십 시간 <데드록>을 플레이한 지금도 배워야 할 것이 많다고 느껴진다. 기사에서 설명하지 않았지만 빠르게 움직이는 무빙 테크닉도 다양하고, 게임플레이에 있어 상당히 중요하다.



그렇다 해도, 밸브는 <데드록>의 출시에 확실한 흥미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의도치 않은 유출로 인해 빠른 공개가 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사고로 우연히 공개된 게임이 이처럼 많은 게이머를 순수한 입소문으로 끌어모았다는 것은 흥행 가능성에 대한 확실한 증거다. 아직 개발 과정인 게임이기 때문인지, 주 단위 혹은 며칠마다 버그 픽스나 캐릭터 밸런스 수정 등 업데이트가 상당히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기도 하다.

기자는 벌써 <데드록>을 30시간 넘게 플레이했다. 이 기사를 쓰고도 곧바로 퇴근 후 플레이할 요량이다. <데드록>은 게임을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써 생긴 불감증을 단숨에 해소해 준 게임이자, PvP 게임을 잘 하고 싶다는 꺼진 열정을 되살려준 게임이다.


그냥 기사를 끝내면 재미없으니 이 글을 읽는 <데드록> 유저를 화나게 하는 농담을 하나 하겠다. 기자는 빈딕타랑 헤이즈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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