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기자수첩] PS5 Pro 발표로 보는 온라인의 한계와 오프라인의 딜레마

음마교주 (정우철) | 2024-09-12 17:56:46

소니가 PS5 Pro를 발표했습니다. 

그동안 루머로 나온 소식이 공식화되면서 실제 성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발표는 유튜브와 각종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진행됐고 수많은 사람들이 이를 지켜볼 수 있었죠. 근데 발표 영상을 보면서 과연 “이래야 했나?”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게임스컴이 약 2주 전에 끝났고, 앞으로 2주 뒤면 도쿄게임쇼가 있습니다. 현존하는 글로벌 게임쇼 중 가장 큰 행사를 사이에 두고 온라인으로만 발표를 진행한 것입니다. 말 그대로 게임쇼를 패스해버린 모양새입니다. 과연 온라인 발표가 PS5 Pro의 진정한 가치를 전달하는 데 적합했을까요?



# 온라인 발표가 가진 한계

일반적인 게임의 발표회라면 온라인 만의 발표는 그리 문제되지 않았을 겁니다. 지금까지 아무 문제없었고요.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온라인에서의 발표는 마케팅 포인트를 극대화한 결정이고 사실 그게 맞습니다.

그런데 PS5 Pro의 가장 큰 핵심이자 사람들의 관심을 모은 부분은 아마도 향상된 그래픽 성능일 것입니다. 4K 해상도에서의 더 높은 프레임 레이트, 레이 트레이싱 개선, 그리고 8K 출력 지원 등이 PS5 Pro에서 기대되는 특징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혁신적인 기능들은 유튜브 스트리밍을 통해 제대로 전달되기 어렵습니다.

PS5 Pro의 특징적인 성능을 발표하면서...

저 역시 영상을 시청하면서 간간히 나오는 PS5와 PS5 Pro의 화면 비교 모습을 보면서 “프레임이 부드러워진 것 말고 도대체 뭐가 달라진거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건 PS5 Pro의 성능을 담은 실제 영상이 아닌 유튜브 영상이라는 걸 깨달었습니다.

알다시피 유튜브의 스트리밍 품질은 시청 플랫폼, 플랫폼의 압축 알고리즘, 인터넷 속도, 기기의 성능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제한됩니다. 결과적으로, 저 외에도 많은 사람들은 PS5 Pro가 제공하는 실제 화질 향상을 체감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실적으로 4K HDR 콘텐츠조차 제대로 전달되기 어려운 유튜브 시청 환경이라는 현실에서, PS5 Pro의 그래픽 성능 향상을 온전히 보여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무엇이 달라졌는지 유튜브 영상에서는 확인하기 힘듭니다. 차이를 느낄 수 있나요?


# IF... 소니가 게임스컴이나 TGS에서 발표했다면?

앞서 이야기했듯 PS5 Pro 발표는 게임스컴 끝과 TGS의 시작 전이라는 미묘한 시기에 진행됐습니다. 

만약에 PS5 Pro를 이런 게임쇼에서 오프라인으로 발표했다면 어땠을까요?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오프라인 이벤트는 분명 제품의 성능을 더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관객들은 직접 PS5 Pro로 구동되는 게임을 플레이하고, 고품질의 대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그래픽의 세밀한 변화를 관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시대에 오프라인, 특히 게임쇼를 통한 발표는 완벽한 해결책이 아닙니다. 참석할 수 있는 인원이 제한적이죠. 역대 최대 규모였던 게임스컴 2024는 관람객 32만 명, 취재기자 6,000여명으로 발표됐습니다. 모두 합쳐도 33만여명 정도입니다.

이 중에서 물리적 공간과 시간을 고려하면 4일간의 게임쇼 기간동안 PS5 Pro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사람은 최대 1만여 명 정도로 예측할 수 있습니다. 반면 실제 온라인으로 발표한 영상은 1,580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310만여 명이 영상을 봤죠. 단순 계산으로만 310:1의 비율이 나옵니다.

플레이스테이션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의 숫자는 오프라인에서 볼 수없는 숫자입니다.


# 오프라인 만의 발표도 답은 아니다

오프라인 발표 역시 그 경험을 전 세계에 전달하는 데에는 점점 한계를 느낍니다.

입소문이 중요하다 하지만, 전달이 쉽지 않습니다. 한 때 유행했던 3D TV 시대를 떠올려보면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저 역시 각종 게임들의 3D 효과를 게임쇼 등에서 보고 경험했지만 이 느낌과 매력을 온전히 전달하는 건 불가능 했죠. 시간이 지나서 VR이 처음 나왔을 때 "이 멋진 경험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지만 뾰족한 답은 없었죠. 

즉 3D TV 시대에 체험을 글로 전달하기 힘들었 듯, 4K, 8K를 넘어가는 고해상도의 시대에 라이브 스트리밍 영상만으로는 그 성능의 체감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습니다.

3D TV는 맨눈으로 보면 이렇게 보입니다. 어떻게 전달을 해야할까요?

PS5 Pro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프라인에서 직접 체험한 사람들의 반응을 아무리 생생하게 전달하려 해도, 그것을 영상으로 지켜보는 시청자들에게는 여전히 제한적인 경험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유튜브 등의 영상 스트리밍이 없던 PS3의 시절도 아닙니다.

전 세계의 팬들과 미디어에게 동시에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글로벌 기업의 입장에서는 온라인 발표가 여전히 매력적인 옵션인 이유이고 온라인에서 발표를 선택한 명백한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 그리고 온라인 발표는 오프라인 발표에 비해서 비용이 매우 저렴합니다. 비교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말이죠.


# 뻔한 결론이지만, 하이브리드한 접근의 필요성

과거 소니의 발표 프로세스를 보면 재미있습니다. E3 또는 별도의 오프라인 발표회에서 새로운 모델을 공개하고, 게임스컴 등에서 새로운 모델의 성능을 발표한 뒤, TGS에서 가격과 함께 실제 체험할 수 있는 모델을 선보이는 패턴입니다.

그래서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2주 정도 남은 TGS에서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갖게 됩니다. 한동안 게임스컴은 물론 TGS에 불참한 소니가 올해 TGS에는 참가사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TV 화질에 목숨을 걸던 소니가 바보가 아닌 이상, 저도 예상했고 느꼈던 온라인 스트리밍에서의 화질 문제를 몰랐을리가 없습니다. 

100%의 확신은 없습니다. 수치적으로 따진다면 올해 TGS에 소니 부스에서 PS5 Pro를 보고 만져볼 확률은 10% 미만으로 봅니다. 그러나 올해 11월 발매를 예고한 PS5 Pro를 직접 만져볼 기회를 제공할 TGS를 소니가 그냥 넘길리 없다는 희망은 있습니다.

PS VITA 발표 당시 도쿄게임쇼를 제대로 활용한 소니. 올해는 과연...

소니가 TGS도 패싱하고 발매일과 비슷한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지스타에서 부스를 통해 PS5 Pro 판촉활동을 기대하는 것보다는 높은 확률로 말이죠. (그런데 지난 2016년 PS4 Pro는 발매일에 맞춰 지스타에 부스를 냈습니다. 하지만 올해 공개된 부스맵에 소니는 없었죠). 어쨌든 중요한 건 온라인 만의 발표와 마케팅은 적어도 PS5 Pro는 부족함이 많습니다.

실제로 발표 이후 온라인에서의 반응은 기기의 성능보단 가격에 집중되었으니까요. 실제 얼마나 큰 업그레이드가 있는지 체감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존보다 2배 가까운 비용을 지불해야 할 가치를 알 수 없습니다. 당연히 "너무 비싼 거 아니야?"라는 반응이 지배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소비자에게 제품의 가치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하느냐입니다. 기술의 발전에 발맞춰 마케팅 방식도 계속 진화해야 할 것입니다. PS5 Pro의 이번 발표가 앞으로의 하이엔드 기기 마케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소니가 어떤 후속 전략을 펼칠지 주목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것이 디지털화가 가속되는 시점에서 물리적 체험의 가치는 무엇일지를 가늠할 마지막 무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온라인의 효율성과 접근성은 오프라인의 직접적인 교류와 감각적인 경험을 대체할 수 있을까요? 

사실 도쿄게임쇼도 직접 안 가도 VR로 볼 수 있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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