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기자수첩] 결국 누구를 위한 대한민국 게임대상이었나

깨쓰통 (현남일) | 2024-11-14 00:24:35

우리나라에는 게임과 게임사들에게 주어지는 수많은 '상'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권위'를 가진 상이라고 하면 역시나 매년 11월, 지스타에 앞서 진행하는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꼽을 수 있다. 실제로도 수많은 게임사들이 이 상을 받기를 갈망하며, 행사에는 수많은 게이머들과 업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되어서 항상 많은 이야기를 남긴다. 

그런데, 2024년 진행된 대한민국 게임 대상은 '부정적인' 의미에서 뒷말을 남기고 있다. 종합하면 '업계와 게이머들의 눈높이에 맞는 수상자 선정'이 미흡했고, 업계에 대한 기초적인 '존중' 조차 부족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 결과 사전 유출로 맥 빠진 시상식

13일 오후에 시작한, 이번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식은 시작도 하기 전부터 논란이 일었다. 행사 개시 당일 새벽에 한 언론사의 기사를 통해 시상식의 하이라이트인 '대상'을 어떤 게임이 받는지, 그 결과가 사전에 유출된 것이다. 영화로 비유하자면 <스파이더맨> 최신작의 주요 장면이 개봉 전날 언론사 기사를 통해 스포일러 된 꼴이다. 

대체 어떤 경로를 통해서 정보가 유출되었는지, 그리고 설사 정보를 얻었다고 해도 언론 계 관행상 '당연히 나가면 안 될' 기사가 어떻게 나가게 된 것인지 정확한 경위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주최측이 이 중요한 정보에 대한 '보안'을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이 사태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이 누구에 있는지는 너무나도 명확하다.

결과를 '스포일러' 당한 대상 후보작 관계자들 중에서는 노골적으로 불만을 숨기지 않는 분위기도 감지되었다. 대상을 받은 넷마블네오와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 입장에서도 쓸 데 없는 찝찝함을 남기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유출의 가장 큰 피해자는 넷마블네오일지도 모른다. 대상 수상 후 인터뷰를 진행 중인 넷마블네오 권영식 대표

# 수상자도, 보는 사람도 '왜 받는지 모르는' 상이 있다?

게임대상은 자타공인 대한민국 최고 권위를 가진 상이다. 당연하지만 상의 '권위'는 가장 먼저 게임업계와 게이머들의 눈높이에 맞는 수상자(수상작) 선정에서부터 출발한다. 게이머 모두가 인정하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최소한 '게이머 모두가 납득하기 힘든' 수상은 이뤄지지 말아야 권위가 설 수 있는 법이다.

그런데 2024년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정말 아쉽게도 각종 분야에서 "대체 왜?" 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심지어 일부 상에서는 대놓고 수상자도 소감에서 "대체 왜 나에게?"라는 반응을 보였을 정도다. 

가장 많은 논란을 야기한 '공로상'의 수상자인 김규철 前 게임물관리위원회장.

현재 대한민국 게임 대상은 각 부문별로 '선정방식'에 대한 최소한의 공지는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누가' 심사 위원이 되어서 선정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주관사 2~3배수 추천, 추천인 중 주최사 검토 후 확정' 외에는 일절 공개하지 않는다. 

심사위원이 '업계 전문가'가 맞는지, 프로 게이머인지, 전문 언론인인지, 현업 개발자인지 등에 대해 알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대체 왜?" 라는 물음이 발생했을 때 이에 추정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게임 대상 공식 '선정기준'에 달하면 '누군지 알 수 없는' 심사위원회의 비중이 60% 이상에 달한다.

심지어 주최측이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는 대상 포함 '본상' 공식 선정방식에 따르면, '누군지 알 수 없는' 심사위원회의 비중이 60% 이상에 달한다. 이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어느 한 쪽에 일방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는 구조라는 것. 이럼에도 심사위원의 정보를 일절 공개하지 않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참고로 세계 최대의 게임 시상식 '더 게임 어워드'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권위를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대부분의 게임 시상식은 '누가' 투표를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비교적 투명하게 공개한다. 대한민국 게임 대상도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

현재 심사위원회의 '심사위원'의 선정에 대해서는 위 문장 말고 정보가 전혀 없다.

 
# 이름을 틀렸으면 유감이라도 표명했어야

기자로서 취재와 기사 작성법을 배울 때 가장 먼저 주의를 듣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인명' 혹은 '게임명'을 틀리지 않고 작성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이름을 정확하게 부르는 것은 그 사람을 '존중'하는 기본 중에서도 기본이기 때문. 

그런데 정말 유감스럽게도 이번 대한민국 게임 대상에서는 이 기본중의 기본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장면이 수차례 나왔다. <트릭컬: 리바이브>는 <트릭컬리 바이브>가 되었고 '넷마블 네오'는 '넷마블 마오'가 되었다. 

우수상을 받은 <트릭컬: 리바이브>의 한정현 대표

그나마 시상자가 "게임명이 발음하기 어렵다" 라며 유감을 표한 장면은, 정말로 해당 인물이 게임업계에 있는 사람이 아닌 데다 분명히 유감을 표했기 때문에 양해할 수 있다. 

하지만 무려 '공식' 수상자(수상작) 호명에서 게임명이 틀리고, 회사명이 틀리는 것은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사전에 철저한 준비가 없었다는 증거가 되니까, 하다 못해 행사 말미에 이에 대한 사과가 진행 되었어야 한다. 만약 유명 영화 시상식에서 배우의 이름이나 작품의 이름이 틀린다면 과연 이때도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넘어갈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2024년 대한민국 게임 대상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게임상"인지 의문을 진하게 남긴 행사였다고 정리할 수 있다. 수많은 게임업계 관계자, 게이머, 심지어 일부 수상자들 마저도 "적어도 나는 아닌듯" 이라는 답변을 할 것이다.

전체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