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녕 귀여움의 끝은 어디란 말인가?”
처음 <큐링 온라인>(Qring Online, 이하 큐링)을 접했을 때 든 생각이었다. 큐링은 패키지게임 개발사에서 온라인게임 개발사로 변신에 성공한 그리곤 엔터테인먼트가 <씰 온라인>(이하 씰) 이후 만 2년 만에 내놓는 차기작이다.
2003년, 여름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며 ‘쓰나미’와 같았던 <리니지2>의 흥행여파도 버텨냈던 씰이었다. 시점도 2005년 여름, 계절도 비슷하다. 과연 큐링은 씰 만큼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까?
디스이즈게임은 큐링의 사내 알파 테스트가 끝난 직후인 7월 초, 그리곤 엔터테인먼트의 방수현 차장(31)을 만났다. 방 차장은 2002년 5월 그리곤에 입사해 씰의 개발 초기부터 참여했으며 현재는 큐링을 개발하고 있는 그리곤 개발 3실을 맡아 이끌고 있다.
참고로 현재 그리곤에는 씰을 만드는 팀과 콘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팀, 그리고 스포츠 온라인게임을 개발중인 팀, 그리고 큐링 팀까지 총 4개의 개발실이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그렇다면 방 차장이 말하는 큐링, 과연 어떤 게임일까?
큐링 온라인의 개발을 맡고 있는 그리곤 엔터테인먼트의 방수현 차장.
◆ 횡스크롤 방식의 3D 캐주얼 RPG
큐링 온라인은 2004년 10월부터 시작된 프로젝트다. 아무리 캐주얼 컨셉트라지만 엄연한 RPG인데 만 1년도 되지 않아 클로즈 베타테스를 시작한다니, 엄청난 속도다. 짧은 감탄에 방수현 차장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리곤의 장점은 패키지 시절부터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면서 쌓인 ‘추진력’입니다. 덕분에 큐링도 기획의 가닥이 잡힌 후에는 일사천리로 개발이 진행돼 올 수 있었죠.”
큐링은 3D 캐주얼 RPG로 횡스크롤 방식으로 전개된다. 하지만 세로축의 깊이가 의외로 있어서 답답하지 않을 만큼 충분히 왔다 갔다 할 수 있으며 전투에서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여기에 이단 점프, 콤보 공격 등 아케이드적인 요소도 갖춰 ‘캐주얼’이라는 단어가 무안하지 않게 배려했다.
인터뷰 후에 실제로 접한 큐링의 모습에서 씰의 느낌을 찾은 것은 어렵지 않았다. 캐릭터가 조금 작아졌고, 깨물어 주고 싶을 만큼 더 귀여워졌다는 것만 빼 놓고… 과연 씰과 큐링의 관계는?
씰의 느낌이 묻어나는 큐링의 게임화면, 실제 움직임도 닮았다.
◆ 씰의 카툰 렌더링 엔진을 사용한 큐링
“게임의 엔진은 거의 새로 만들었다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다만 캐릭터를 만드는 카툰 렌더링 엔진은 씰의 그것을 이어받아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방 차장의 말처럼 사실 큐링은 씰에 바탕을 둔 ‘씰 차기작’의 컨셉트로 출발한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기획이 진행되면서 개발진들의 욕심이 더해져 씰의 엔진과 애니메이션 기획 부분의 아쉬운 점을 모두 새롭게 다시 만들게 됐다. 그래도 ‘형제 게임’처럼 보인다는 질문에 방 차장은 미소를 지었다. “그런가요? 사실 의도를 한 건 아닌데요, 귀여운 캐릭터 때문에 비슷하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사실 큐링과 씰의 연관성은 그래픽의 느낌에 그치지 않는다. 바로 게임의 코믹한 분위기. 씰이 몬스터들의 엽기 대사와 코믹한 설정으로 ‘개그 액션 RPG’라는 수식어를 얻었다면, 큐링은 고전동화를 비틀어서 구성한 캐릭터와 스토리로 ‘패러디 액션 RPG’라 부를만 했다.
◆ '씰은 원래 진지한 RPG였다' 파문?
“씰이 개그 RPG로 뜨긴 했지만 사실 개발진들은 정말로 진지하게 개발한 RPG였거든요. 그런데 밖에서 ‘너희들 참 웃긴다’라고 봐 주시니 방향을 개그로 잡게 된 것이었죠.” 방 차장은 개발진들의 개성 넘치는 아이디어와 캐릭터들이 들어가다 보니 씰이 자연스럽게 코믹 게임으로 불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마 이번 큐링도 동화를 패러디 한 캐릭터와 내용 덕분에 ‘개그’나 ‘코믹’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을지도 모른다. 이쯤 되니 방 차장의 대답도 명쾌해졌다. “사실 유저들의 눈이 정답이잖아요. 예쁘게 봐주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초기에 큐링의 컨셉트와 시나리오를 만들던 개발진의 고민은 이것이었다. “어떻게 캐주얼 RPG로 유저들에게 접근할 수 있을까?” 답은 먼 곳에 있지 않았다. 동화였다. 그것도 작가 사망 후 수십 년이 지나 저작권이 자유로운 고전동화로 말이다.
사랑스런(?) 백설공주를 호위하는 백마탄 왕자들.
◆ 백설공주? 노노~ ‘뷁살공주’!
동화란 소재를 착하게 사용하기엔 너무 심심하다. 이리하여 큐링의 소재는 ‘반전’의 요소가 듬뿍 들어간 패러디 동화로 결정됐다. 그런데 이 동화 컨셉트가 해외에서 반응이 좋단다.
“이미 씰이 수출된 국가의 유통사들이 큐링을 보고 자국의 전래동화도 넣어달라는 주문을 해오고 있습니다.” 덕분에 큐링의 클로즈 베타테스트는 한국과 일본, 대만이 큰 시차 없이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과 일본의 테스트가 거의 동시에 진행중인 <그라나도 에스파다>처럼 처음부터 아시아권 전체를 타깃으로 삼은 것이다.
지금까지 확정된 동화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별주부전’, ‘개미와 베짱이’, ‘아기돼지 삼형제’, ‘백설공주’, ‘미운 오리 새끼’. 완전히 동서양 퓨전 판타지인 셈. 각각의 동화는 게임에서 하나의 스테이지로 등장한다.
모든 동화는 충분한 패러디 과정을 거쳐 이름부터 동화의 줄거리, 악역이 뒤바뀐다. 이를 테면 백설공주 스테이지의 보스는 ‘출산드라'의 축복을 듬뿍 받은 ‘뷁살공주’이다.
이 외에도 ‘못된 아기 돼지 삼형제’, ‘뷁살공주를 호위하는 개념 탈출한 백마탄 왕자’ 등이 등장해 때리기 민망할 정도로 웃겨준다.
뷁살공주의 설정 스케치. 그녀의 진실은 엄청나게 강력한 보스 몬스터!
◆ 옴니버스식 스테이지 구성
큐링은 스테이지 방식으로 구성되며 각각의 스테이지는 완벽하게 독립되어 있다. 모든 필드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었던 기존의 RPG와 달리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된 스테이지가 게임의 주 무대다. 하나의 스테이지는 마을 → 필드 → 인스턴스 던전의 순서로 구성되며 던전의 끝에는 스테이지 보스가 기다리고 있다.
큐링에서의 파티는 기본적으로 5~6명이 함께 맺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스테이지 끝에 나오는 인스턴스 던전에 들어가는 인원도 자연스럽게 파티 수준이 될 전망이다. 그리고 PVP는 게임의 컨셉트상 예정된 계획이 없으며, 그 대신 랭킹이나 학교대항전 같은 유저간 경쟁시스템이 도입될 예정이다.
스테이지는 오픈 베타테스트 기준으로 6개, 궁극적으로는 11개까지 업데이트 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방 차장은 “물론 게임이 순조롭게 서비스될 경우에는 계속 늘어나겠죠?”라며 빙그레 웃었다.
이어서 그는 "컨텐츠 소비를 우려해 스테이지 업데이트를 늦추거나 하는 일 없이 최대한 빨리 11개 스테이지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개발속도와 인력으로는 1달에 1개의 스테이지(새로운 동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하다고.
◆ 직업? 스탯? 그런 건 잊어라!
큐링은 철저히 대중적인 게임성에 초점을 맞춘 게임이다. 3D 캐주얼 RPG를 슬로건으로 내 건 만큼 ‘모든 것은 캐주얼로 통한다’는 기준에 맞춰 개발되고 있다. 그래서 RPG지만 유저들을 고민에 빠트릴만한 요소를 최대한 덜어냈다.
일단 직업이 없다. 그리고 스탯(능력치)도 없다. 유저는 그저 자신이 쓰고 싶은 무기를 쓰다가 그쪽 계열로 필요한 스킬에 포인트를 투자해서 키워나가기만 하면 된다. 일단 게임에서 신나게 싸우다가 특정 무기를 키울 필요성을 느끼게 되면 자연스럽게 포인트를 분배하는 시스템을 익히게 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확정된 무기 계열은 한손검과 양손검, 그리고 원거리 무기의 총 3가지다. 그렇다면 마법사의 역할은 누가 할까? “마법사 계열은 없습니다. 그 대신 ‘변신’이라는 소재를 넣어서 마법에 대한 갈증을 풀어줄 계획입니다.” 방 차장은 이어서 큐링의 핵심이라고 부를 수 있는 ‘변신 시스템’을 소개했다.
직관적이고 쉬운 인터페이스 조작방식을 가진 큐링 온라인.
◆ 큐링의 핵, ‘변신 시스템’의 3대 의문
일단, 변신을 하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큐링의 변신은 탱커형, 레인저형, 마법사형으로 계열을 나눌 수 있다. 각각의 변신 형태마다 고유의 스킬을 사용할 수 있으며 이동속도 및 공격력이 모두 달라진다. “변신이 너무 강하거나 과하면 기본 캐릭터의 아바타성이 떨어지잖아요. 그래서 전투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방 차장은 변신 시스템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음을 잘 알고 잇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변신을 할 수 있을까?
해답은 세트의 형태로 구현된 ‘변신 아이템’에 있다. 그렇다고 세트의 모든 구성물을 갖춰야 변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정 변신 아이템만 착용해도 변신은 가능하지만,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 제한된다. 즉, 변신용 세트 아이템의 하나하나마다 고유의 스킬이 지정돼 있는 셈이다. 만일 세트를 모두 착용해서 변신하면 해당 형태의 모든 스킬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변신 아이템은 소모성인가?
“사실 그 부분은 아직도 고민 중인데요, 아마도 횟수를 제한하는 등의 소모성으로 갈 확률이 높습니다.” 방 차장은 현재 설정상 퀘스트를 통해서, 그리고 몬스터를 사냥해서 변신 아이템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변신 아이템은 부분 유료화와 관련돼 있었다.
방 차장이 예를 들어 소개한 변신 아이템은 ‘소’의 형태로 변신할 수 있는 ‘타우로’와 상어의 형태로 변신할 수 있는 것의 두 가지였다. 향후 변신 아이템은 오픈 베타테스트를 기준으로 8종류를 선보일 예정이며 기획상으로는 24 종류가 개발될 예정이다.
'별주부전'에 등장하는 토끼, 간을 맞춰달라고 과녁까지 그렸다.
◆ “그리곤의 내공을 확실히 보여주겠다.”
큐링은 처음부터 부분 유효화 모델을 염두에 두고 개발되고 있다. 유료화 모델은 꾸미기 아이템과 변신 아이템, 그리고 펫(Pet)도 있다.
펫은 게임 상에서는 유저를 따라만 다니면서 떨어지는 돈이나 아이템을 줍는 소극적인 역할만 맡게 될 예정이다. 특이한 것은 유저가 게임에서 로그아웃 한 후에도 활동을 한다는 것. 다마고치 처럼 혼자서 필드를 돌아다니면서 유저가 다시 접속 했을 때 주워온 돈과 아이템을 주게 된다.
부분 유료화를 선택했다는 것, 그만큼 게임성을 확실히 인정 받아야 한다. 게다가 큐링은 그리곤의 두 번째 온라인 프로젝트로 어깨가 무겁다. 방 차장이 생각하는 큐링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솔직히 기존의 2D 기반 캐주얼 RPG들과의 경쟁은 피하기 힘들겠죠. 하지만 큐링은 3D로 개발된 횡스크롤 RPG라는 점에서 경쟁력을 갖습니다. 여기에 기존 게임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조작감과 완성도로 승부할 계획입니다.”
그렇다면 횡스크롤 캐주얼 RPG의 강자 <메이플 스토리>가 목표일까?
“포스트 메이플 스토리요?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래도 일단 그리곤 다운 밝고 재미 있는 게임으로 유저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현재 큐링은 1차 클로즈 베타테스트를 위한 사내 알파 테스트를 마친 상태다. “윤곽은 거의 잡혔다”는 방 차장의 말처럼 올 여름 클로즈 베타테스트를 시작하고, 연내 오픈 베타를 진행하는 것이 목표이다.
2003년, 씰이 나왔을 땐 시장에서 귀여움을 독차지 할 수 있었다. 그만큼 귀여운 RPG 부문에선 경쟁자가 없었다. 하지만 현실은 2005년, 캐주얼 게임과 RPG가 득실대는 ‘별들의 전쟁’이다.
과연 큐링은 어떤 모습으로 유저를 만날 것인가?
올 여름 클로즈 베타테스트가 진행될 큐링 온라인의 홈페이지(www.qringonline.co.kr)을 주목하면서 발표를 기다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