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카드뉴스] 어느 날 그 게임이 사라졌다

꼼신 | 2016-05-05 11:15:21


 

어느 날 디스이즈게임 날아온 한 독자의 제보 “윈도우에 핀볼이 사라졌어요” 오락실에서 시작해 윈도우 기본게임으로 들어와 나름 인기를 끌었던 게임 <핀볼>. MS는 대체 왜! 윈도우에서 <핀볼>을 지웠을까? 

 

<핀볼>이 사라진 것은 2006년 윈도우 비스타가 시작이었다. <지뢰찾기>도 있고, 프리셀도 있었지만 키보드 내려치기(?)로 우리의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던 <핀볼> 만 쏙 사라진 것.

 

많은 사람들은 판권 문제라고 생각했다.  사실 <핀볼>은 MS가 만든 게임이 아니다. 개발사는 다름아닌 <심시티> <심즈>의 맥시스. 맥시스는 이미 EA에 인수된 상황이었기에 유저들은 핀볼의 계약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2012년 12월 MS의 한 개발자자가 블로그에서 고백한다. 

 

“핀볼이 사라지게 된 건 사실 제 실수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사건의 시작은 MS가 비스타를 개발하던 때로 돌아간다. 64비트의 윈도우 비스타를 위해 MS는 32비트 윈도우 XP를 포팅하는 작업이 필요했는데, 레이먼드 첸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첸은 여느 개발자들과 마찬가지로 매일 수백만 개의 코드와 싸워야 했다. 그러던 마감을 얼마 앞둔 어느 날 첸의 작업을 멈추게 한 프로그램이 나타났다. 그것이 바로 <핀볼>이었다. 

 

<핀볼>은 64비트로 포팅만하면 공이 발사장치 아래로 사라지는 버그가 발생했다. 첸은 원인을 찾기 위해 오리지널 버전의 코드를 분석해야 했다. 그런데, 개발 코드를 열어 본 첸은 경악하고 말았다. 코드를 아무리 봐도 주석이 보이지 않았던 것.

 

주석이란 프로그래밍에서 소스 코드를 쉽게 이해하도록 내용을 메모하는 것을 말한다. 주석이 제대로 있으면 직접 개발하지 않은 게임이나 프로그램이더라도 그 의도와 내용을 파악하는 데 수월하다. 하지만 알고 보니 개발사 맥시스는 1995년 게임을 판매하며 주석은 커녕 관련 문서도 주지 않았다. 수백만 줄의 코드와 싸워야 했던 첸. 마감시간을 코 앞에 둔 그는 결국 핀볼을 빼 버리는 선택을 한다. 

 

그리고 2006년 비스타를 만난 사람들은 예고도 없이 <핀볼>이 사라진 것을 보고 당황했다. 급기야 사람들은 불법도 감행하는 데, 다른 이들의 PC에 있는 XP버전의 게임폴더를 복사했던 것이다.  그나마 최근에는 윈도우 스토어가 생기면서 합법적으로 다운로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다만, 맥시스 버전의 <핀볼>이 아닌, 다른 회사에서 개발한 버전을 플레이할 수 밖에 없다. 

 

“나 역시 핀볼을 좋아했기에 여러분만큼 게임이 사라진 것이 슬펐어요. 하지만 그 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요” 첸은 블로그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오늘의 교훈: 협업 프로젝트는 문서 및 주석을 잘 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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