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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창간기획] 그린라이트 희미해진 스팀, 그 속에서 살아남는 법

다미롱 (김승현 기자) | 2016-03-14 10:56:07

지금 우리는 어디쯤 와있을까? 그리고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지금 게임업계의 화두는 '생존'과 '길'입니다. 온라인게임 시장은 급성장한 모바일게임 시장에 밀려 생존을 고민하고 있고, 전래 없는 성장을 거듭한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는 많은 개발사가 길을 잃고 헤매고 있습니다.

 

디스이즈게임의 11주년 기획은 '물음'입니다. 디스이즈게임에서 11주년을 맞아 각각의 상황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과 길을 찾는 사람들에게 물음을 던졌습니다.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 인디게임, VR, 보너스로는 저희 자신에게도요.

 

당장 이 몇 명의 인터뷰가 업계의 모든 시선을 대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최소한의 방향을 제시하거나 시선을 넓혀주는 계기가 될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11주년까지 곁에 계셔주셔서 고맙습니다.

 

인디에게 스팀은 로망이다. 광대한 유저풀과 그린라이트라는 걸출한 입점 절차 덕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떠도는 스팀 정보 대부분은 몇 년 전 이야기다. 지금도 스팀은 인디의 희망일까?

 

TIG는 스팀에 도전하려는 개발자들을 위해 <룸즈: 불가능한 퍼즐>을 스팀에 서비스 중인 김종화 대표를 만났다. 그가 스팀서 1년 여간 부대끼며 깨달은 스팀의 현황, 그리고 스팀 생존 노하우를 들어보자.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핸드메이드게임 김종화 대표

  

■ 희미해진 그린라이트의 빛, 스팀은 결코 낙원이 아니다

 

김종화 대표가 겪은 스팀은 그간 알려진 희망찬 낙원이라기보단 모바일 오픈마켓과 다르지 않은 냉혹한 전장이었다. 스팀 자체의 매출 기반 노출 시스템, 그리고 무엇보다 그린라이트 시스템의 변화 때문이었다.

 

그린라이트는 스팀 유저들이 직접 스팀에 입점할 타이틀을 투표해 선정하는 시스템이다. 그린라이트가 화제가 되었던 2013년, 스팀은 그린라이트 통과 타이틀을 10~20개로 한정하고 론칭 시 그린라이트 타이틀임을 알려줘 인지도 낮은 중소 개발사도 게임만 좋으면 주목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줬다.

 

하지만 2016년 현재, 이 이야기도 옛말이 되었다. 2014년 초, 스팀은 그린라이트 통과 타이틀을 기존 10~20개에서 50~100개로 대폭 늘린다. 이제는 어지간히 게임이 나쁘지 않는 한, 그린라이트 신청 2~3개월이면 통과되는 세상이 되었다.

 

여기에 스팀은 그린라이트 페이지를 메인 노출에서 제외하거나 통과 타이틀을 정기적으로 알리는 것을 중단하는 식으로 그린라이트에 대한 비중을 줄여갔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자연히 그린라이트 타이틀 자체에 대한 주목도도 낮추게 되었다. 김종화 대표의 말을 빌리면 지금의 그린라이트는 “자랑도 안되고 인지도 보장도 안 되는 장치”가 되었다.

 


 

그린라이트의 주목도가 떨어지자, 이를 통해 입점한 개발자들은 빈손으로 거대 게임사들과 노출 경쟁을 하게 되었다. 스팀의 신작 노출은 기본적으로 판매량 기준이다. 그린라이트가 주목도를 보장해주지 못하는 현재, 첫 페이지 메인 공간은 대부분 유명 블록버스터 게임, 혹은 SNS 등에서 화제가 된 극소수의 작품 차지다.

 

나머지 작품들은 ‘스타트가 좋다면’ 첫 페이지 가장 밑에 있는 ‘새로 출시된 인기 작품’ 목록에, 그마저도 안되면 따로 메뉴를 눌러야 들어갈 수 있는 ‘모든 새로 출시된 제품’ 목록 안에 있을 뿐이다. 

 

그리고 스팀의 폐쇄적인 커뮤니티 특성 상, 첫 출발의 차이는 어지간해서는 뒤집혀지지 않는다. 세일이나 업데이트로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으려 해도 스팀이 보장하는 노출 수는 최초 출시의 절반 수준. 스팀 밖에서 다른 화제가 없는 한, 론칭 초기의 성적이 평생을 좌우하게 된다. 스팀도 모바일 오픈마켓처럼 인지도와 마케팅 없이는 살아남기 힘든 시장이 됐다.

 

때문에 김종화 대표는 스팀 출시를 희망하는 이들에게 모바일 오픈마켓처럼 철저한 시장조사와 마케팅 계획이 필수라고 조언한다.

 

“그린라이트 비중이 낮아진 이상, 이제 스팀은 어떤 것도 보장되지 않는 플랫폼일 뿐입니다. 상대해야 할 게임사 규모나 서로 간의 노하우 차이를 고려하면 모바일 오픈마켓보다 더 힘든 시장이죠. 사전에 게임성과 마케팅 계획을 철저히 검증해야만 성공, 아니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막연한 환상보단, 다른 마켓처럼 냉정한 자기 분석과 시장 분석이 필요한 곳이죠.”

 


 

 

■ 세일을 조심해라! 스팀 생존 노하우 7선

 

그렇다면 냉혹한 스팀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떤 계획, 어떤 노하우가 필요할까? 김종화 대표가 스팀서 살아남으며 깨달은 노하우들을 정리해 보았다.

 


1. 우리는 정말 스팀에 적합한 게임인가?

 

스팀은 PC 게이머 중에서도 코어 유저들이 주로 모인 플랫폼이다. 자연히 캐주얼 게임보다는 그래픽 좋고 콘텐츠 풍부한 전통적인 대작게임이 선호된다.

 

물론 이것은 어지간한 대형 게임사도 쉽지 않은 일. 때문에 스팀 출시를 노리는 중소 개발자라면 자기 게임의 특징이 얼마나 뚜렷한지를 먼저 판단하는 것이 좋다. <다키스트 던전>처럼 자신만의 색이 있거나, <언더테일>처럼 작가 정신이 가득한 게임이 대표적인 예다.

 

이런 강점은 게임성 외에도, 마케팅 영역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팀은 내부 커뮤니티가 폐쇄적이라 게임이 아무리 좋아도 때를 놓치면 입소문을 타기 힘들다. 허나 확실한 특징이 있다면 유튜브나 인터넷 스트리밍 방송, SNS 등으로 입소문이 퍼질 수 있다. 중소 개발사가 가진 인지도의 약점을 보강할 수 있는 셈이다.

 

인지도가 높지 않은 회사라면 평범하게(?) 잘 만든 게임보다, 이야깃거리가 있는 게임이 더 좋은 성과를 얻을 수도 있다. 때문에 스팀 출시가 목적인 회사라면 입점 전에 우리 게임이 스팀에 어울리는지, 어울린다면 마케팅 요소로 사용할 것이 어떤 것이 있는지를 먼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2. 퍼블리셔와 그린라이트,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나?

 

중소 개발사가 스팀에 입점하는 경로는 크게 2가지다. 하나는 스팀 전문 퍼블리셔를 통하는 것, 다른 하나는 그린라이트를 이용하는 것이다. (밸브와 직접 연락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것은 밸브조차 추천하지 않는다)

 

만약 여력이 있다면 스팀 퍼블리셔를 통해 입점하는 것이 좋다. 디볼버(Devolver) 같은 대형 퍼블리셔는 계약만 맺을 수 있다면 퍼블리셔의 인지도나 노하우 덕에 노출 면에서 큰 득을 볼 수 있다. 똑같은 세일을 하더라도 게임 1~2개 가진 중소 게임사가 세일하는 것과, 수십 개 게임 가진 퍼블리셔가 우루루 세일하는 것은 주목도부터 다르다.

 

게임에 자신이 있거나 스팀 론칭 경험이 있다면 그린라이트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단, 그린라이트가 예전보다 위상이 떨어진 만큼 초반부터 강하게 유저들 끌어 모을 계획을 짜야 한다. 유저를 빨리 모을수록 주목 받기 유리하고 많이 모을수록 출시 이후 판매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린라이트는 기본적으로 등록 순으로 게임을 보여준다. 때문에 게임이 보이는 초반 1~3일 간 모객을 집중하는 것이 유리하다. 초반부터 트레일러나 플레이 영상 등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공개하고, SNS 등으로 지속적으로 유저 관심을 환기하는 것이 좋다. ☞ 관련기사 바로가기

 

2013년, 데브아크 허민구 대표의 ‘인디게임을 팔아보자’ 강연 中 스팀 그린라이트 관련 내용.

 

 

3. 출시 첫 날 노출의 중요성. 썸네일에 혼을 담아라

 

스팀은 게임을 노출할 때 판매량을 기준으로 노출 수준을 조절한다. 참고로 스팀이 론칭 당일 보장하는 노출 횟수는 약 100만 번. 이후 업데이트나 세일 등의 이슈는 이 절반 정도다. 때문에 출시 직후에 어떤 성적을 거뒀느냐가 앞으로의 스팀 성적까지 좌우하게 된다.

 

게임이 100만 번 노출된다고 해서 안심해선 안 된다. 이는 다른 게임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숫자이며, 또한 노출이 클릭으로 이어질 확률은 소수점 단위다. 클릭한 유저가 모두 게임을 사는 것이 아닌 만큼, 어떻게든 많은 유저를 끌어 모아 구매자 수를 늘려야 한다.

 

노출이 클릭으로 이어지게 하려면 ‘썸네일’에 공을 들이는 것이 가장 편하다. 대부분의 게임은 출시 직후, 스팀 메인 공간이 아닌, 다른 수많은 출시작들과 함께 ‘목록’으로 보여진다. 목록은 제목과 가격, 장르, 그리고 ‘게임을 대표할 작은 이미지’(= 썸네일)로 구성되어 있다. 당연히 유저의 눈길은 이미지로 쏠리게 된다.

 

때문에 썸네일을 만들 때 휑하니 게임 제목만 넣는 것은 금물이다. 게임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이미지나 예쁜 캐릭터 등으로 어떻게든 유저 눈길을 끌어야 한다. 물론 페이지 안에는 이렇게 유입된 유저들이 구매 욕구를 가지도록 트레일러와 플레이 영상, 각종 스크린샷 등으로 채워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초기 판매량이 중요한 만큼, SNS나 커뮤니티 등을 통해 관심 있는 유저들을 환기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4. 초반 ‘제품 코드​ 나눔은 독이다

 

스팀에 게임을 출시한 개발자 중, 간혹 출시 기념으로 SNS에 제품 코드를 나눠주는 이들이 있다. 경우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런 초반 제품 코드 나눔은 나중에 독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앞서 이야기한 스팀 노출 시스템 때문이다. 스팀은 판매량 기준으로 노출 우선 순위를 결정하기 때문에, 출시 직후에는 되도록 제품 코드를 나누지 않는 것이 좋다. 제품 코드로 등록된 게임은 판매량으로 집계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제품 코드를 나누는 것이 노출, 그리고 이를 통한 매출로 연결이 된다면 상관 없다. 허나 대부분의 중소 개발사는 이 부분에서 십중팔구 제품코드만큼의 득을 보지 못하게 된다.

 

제품 코드를 뿌린다면 차라리 출시하고 시간이 지난 뒤, 게임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을 때 하는 것이 유리하다.

 

 

 

5. 어설픈 지원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번역은 해당 유저들이 게임을 사게 하는 강한 유인이다. 그렇다면 스팀 게임을 출시하며 영어 외에 러시아어나 스페인어 등을 지원하면 좋을까? 혹은 리눅스나 OS X같은 비주류 OS라면?

 

결론부터 말하면 ‘제대로 하지 못하면 손해다’이다. 분명 스팀에는 러시아나 중국 등 미국 못지 않은 지분을 가진 국가가 있다. 그리고 번역은 해당 국가 유저를 유혹하는 강력한 장치다. 문제는 자신들에게 이를 완벽히 할 역량과 시간이 있느냐다. 스팀은 중소 개발사가 돈 벌기 쉽지 않은 플랫폼이며, 번역이나 다른 OS 지원은 생각보다 많은 품이 드는 작업이다.

 

무리하게 다른 언어(혹은 다른 OS)를 지원했다간 역으로 좋지 않은 평만 받을 수도 있다. 실제로 김종화 대표의 경우, <룸즈: 불가능한 퍼즐>을 스팀에 론칭하며 리눅스 OS도 지원했다가 한 유저로부터 ‘리눅스 OS에서 엑스박스 컨트롤러가 인식되지 않는다’며 비추천을 받은 바 있다. 아예 리눅스 지원을 하지 않았으면 없었을 평이다.

 

물론 비추천을 받는 대신, 더 많은 추천과 판매량을 확보할 수 있다면 상관없다. 허나 대부분의 중소 개발사는 애초에 그럴 유저 풀도 확보하기 쉽지 않다. 오히려 몇 없는 평 중 악평 한두 개 생기는 것이 더 치명적일 수도 있다.

 


 

 

6. 세일을 함부로 하지 말라

 

세일은 론칭 이상으로 유저를 모으기 좋은 수단이다. 스팀은 세일로 뜬 플랫폼이고, 그런 만큼 게임사들의 세일에 굉장히 친화적(?)이다. 개발자들은 2개월에 한 번 세일을 할 수 있고, 이와 별개로 스팀 자체적으로 하는 세일(홀리데이 세일, 설 세일, 여름 세일 등)에 언제든 신청할 수 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할인 폭이다. 세일이란 결국 게임의 가격을 낮춰 유저들에게 파는 행위다. 때문에 지나친 할인율은 장기적으로는 독이 된다. 그리고 스팀에서는 이것이 특히 더 치명적이다. 스팀은 기본적으로 세일이 잦은 플랫폼. 얼마나 세일이 잦은지 유저들이 게임마다 역대 할인율(!)을 기록해 놓을 정도다. 

 

때문에 초반에 섣불리 할인율을 높이 잡으면, 다음 할인 때 유저들이 반응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미 DB 사이트에 게임의 최고 할인율이 기록되기 때문에, 그에 준하는 할인율이 아닌 한 유저들은 ‘지금 사면 손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스팀에서 세일을 할 때는 할인율을 보수적으로 잡는 것이 좋다.

 

참고로 이것은 스팀 자체 세일 뿐만 아니라, 다른 번들 사이트에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만약 번들 사이트로부터 ‘게임을 노출해 줄 테니 싼 가격에 제품 코드를 달라’라는 요청을 받는다면 심사숙고 해야 한다. 설사 유저 DB에 남진 않더라도, 한번 낮아진 가격은 유저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기억되기 때문이다.

 


 

 

7. 스팀만 바라보지 말아라

 

이제 스팀은 중소 개발사가 살아남기 힘든 시장이 되었다. 마켓에는 유비소프트 같은 대형 게임사들이 진을 치고 있고, 중소 개발사를 도와주던 그린라이트는 빛이 바랬다. 한국의 중소 개발사는 이런 상황에서 익숙하지도 않은 시장에서 노하우도 없이 거인들과 맞서야 한다.

 

실제로 지난해 스팀에 진출한 한국 게임 중 대부분은 수익이 천만 단위였다. 참고로 2016년 기준, 5명이 최저임금만 받으며 1년 개발해도 ‘인건비만’ 6천 만원이 넘는다. 기본적으로 스팀은 한국 중소 개발사들에게 힘든 시장이다.

 

때문에 김종화 대표는 개발자들에게 스팀을 최종 목표로 두지 말 것을 조언한다. 스팀 외에 다른 마켓에 진출하는 것도 방법이고, 아니면 스팀에서 유저들의 성향을 분석한 후 콘솔 쪽을 노려보는 것도 방법이다. (스팀 유저들과 콘솔 유저들은 서로 통하는 면이 있다) 중요한 것은 스팀에만 목을 매 다른 가능성까지 잘라 버리지 않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어디쯤 와있을까? 그리고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지금 게임업계의 화두는 '생존'과 '길'입니다. 온라인게임 시장은 급성장한 모바일게임 시장에 밀려 생존을 고민하고 있고, 전래 없는 성장을 거듭한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는 많은 개발사가 길을 잃고 헤매고 있습니다.

 

디스이즈게임의 11주년 기획은 '물음'입니다. 디스이즈게임에서 11주년을 맞아 각각의 상황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과 길을 찾는 사람들에게 물음을 던졌습니다.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 인디게임, VR, 보너스로는 저희 자신에게도요.

 

당장 이 몇 명의 인터뷰가 업계의 모든 시선을 대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최소한의 방향을 제시하거나 시선을 넓혀주는 계기가 될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11주년까지 곁에 계셔주셔서 고맙습니다.

 

인디에게 스팀은 로망이다. 광대한 유저풀과 그린라이트라는 걸출한 입점 절차 덕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떠도는 스팀 정보 대부분은 몇 년 전 이야기다. 지금도 스팀은 인디의 희망일까?

 

TIG는 스팀에 도전하려는 개발자들을 위해 <룸즈: 불가능한 퍼즐>을 스팀에 서비스 중인 김종화 대표를 만났다. 그가 스팀서 1년 여간 부대끼며 깨달은 스팀의 현황, 그리고 스팀 생존 노하우를 들어보자.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핸드메이드게임 김종화 대표

  

■ 희미해진 그린라이트의 빛, 스팀은 결코 낙원이 아니다

 

김종화 대표가 겪은 스팀은 그간 알려진 희망찬 낙원이라기보단 모바일 오픈마켓과 다르지 않은 냉혹한 전장이었다. 스팀 자체의 매출 기반 노출 시스템, 그리고 무엇보다 그린라이트 시스템의 변화 때문이었다.

 

그린라이트는 스팀 유저들이 직접 스팀에 입점할 타이틀을 투표해 선정하는 시스템이다. 그린라이트가 화제가 되었던 2013년, 스팀은 그린라이트 통과 타이틀을 10~20개로 한정하고 론칭 시 그린라이트 타이틀임을 알려줘 인지도 낮은 중소 개발사도 게임만 좋으면 주목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줬다.

 

하지만 2016년 현재, 이 이야기도 옛말이 되었다. 2014년 초, 스팀은 그린라이트 통과 타이틀을 기존 10~20개에서 50~100개로 대폭 늘린다. 이제는 어지간히 게임이 나쁘지 않는 한, 그린라이트 신청 2~3개월이면 통과되는 세상이 되었다.

 

여기에 스팀은 그린라이트 페이지를 메인 노출에서 제외하거나 통과 타이틀을 정기적으로 알리는 것을 중단하는 식으로 그린라이트에 대한 비중을 줄여갔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자연히 그린라이트 타이틀 자체에 대한 주목도도 낮추게 되었다. 김종화 대표의 말을 빌리면 지금의 그린라이트는 “자랑도 안되고 인지도 보장도 안 되는 장치”가 되었다.

 


 

그린라이트의 주목도가 떨어지자, 이를 통해 입점한 개발자들은 빈손으로 거대 게임사들과 노출 경쟁을 하게 되었다. 스팀의 신작 노출은 기본적으로 판매량 기준이다. 그린라이트가 주목도를 보장해주지 못하는 현재, 첫 페이지 메인 공간은 대부분 유명 블록버스터 게임, 혹은 SNS 등에서 화제가 된 극소수의 작품 차지다.

 

나머지 작품들은 ‘스타트가 좋다면’ 첫 페이지 가장 밑에 있는 ‘새로 출시된 인기 작품’ 목록에, 그마저도 안되면 따로 메뉴를 눌러야 들어갈 수 있는 ‘모든 새로 출시된 제품’ 목록 안에 있을 뿐이다. 

 

그리고 스팀의 폐쇄적인 커뮤니티 특성 상, 첫 출발의 차이는 어지간해서는 뒤집혀지지 않는다. 세일이나 업데이트로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으려 해도 스팀이 보장하는 노출 수는 최초 출시의 절반 수준. 스팀 밖에서 다른 화제가 없는 한, 론칭 초기의 성적이 평생을 좌우하게 된다. 스팀도 모바일 오픈마켓처럼 인지도와 마케팅 없이는 살아남기 힘든 시장이 됐다.

 

때문에 김종화 대표는 스팀 출시를 희망하는 이들에게 모바일 오픈마켓처럼 철저한 시장조사와 마케팅 계획이 필수라고 조언한다.

 

“그린라이트 비중이 낮아진 이상, 이제 스팀은 어떤 것도 보장되지 않는 플랫폼일 뿐입니다. 상대해야 할 게임사 규모나 서로 간의 노하우 차이를 고려하면 모바일 오픈마켓보다 더 힘든 시장이죠. 사전에 게임성과 마케팅 계획을 철저히 검증해야만 성공, 아니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막연한 환상보단, 다른 마켓처럼 냉정한 자기 분석과 시장 분석이 필요한 곳이죠.”

 


 

 

■ 세일을 조심해라! 스팀 생존 노하우 7선

 

그렇다면 냉혹한 스팀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떤 계획, 어떤 노하우가 필요할까? 김종화 대표가 스팀서 살아남으며 깨달은 노하우들을 정리해 보았다.

 


1. 우리는 정말 스팀에 적합한 게임인가?

 

스팀은 PC 게이머 중에서도 코어 유저들이 주로 모인 플랫폼이다. 자연히 캐주얼 게임보다는 그래픽 좋고 콘텐츠 풍부한 전통적인 대작게임이 선호된다.

 

물론 이것은 어지간한 대형 게임사도 쉽지 않은 일. 때문에 스팀 출시를 노리는 중소 개발자라면 자기 게임의 특징이 얼마나 뚜렷한지를 먼저 판단하는 것이 좋다. <다키스트 던전>처럼 자신만의 색이 있거나, <언더테일>처럼 작가 정신이 가득한 게임이 대표적인 예다.

 

이런 강점은 게임성 외에도, 마케팅 영역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팀은 내부 커뮤니티가 폐쇄적이라 게임이 아무리 좋아도 때를 놓치면 입소문을 타기 힘들다. 허나 확실한 특징이 있다면 유튜브나 인터넷 스트리밍 방송, SNS 등으로 입소문이 퍼질 수 있다. 중소 개발사가 가진 인지도의 약점을 보강할 수 있는 셈이다.

 

인지도가 높지 않은 회사라면 평범하게(?) 잘 만든 게임보다, 이야깃거리가 있는 게임이 더 좋은 성과를 얻을 수도 있다. 때문에 스팀 출시가 목적인 회사라면 입점 전에 우리 게임이 스팀에 어울리는지, 어울린다면 마케팅 요소로 사용할 것이 어떤 것이 있는지를 먼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2. 퍼블리셔와 그린라이트,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나?

 

중소 개발사가 스팀에 입점하는 경로는 크게 2가지다. 하나는 스팀 전문 퍼블리셔를 통하는 것, 다른 하나는 그린라이트를 이용하는 것이다. (밸브와 직접 연락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것은 밸브조차 추천하지 않는다)

 

만약 여력이 있다면 스팀 퍼블리셔를 통해 입점하는 것이 좋다. 디볼버(Devolver) 같은 대형 퍼블리셔는 계약만 맺을 수 있다면 퍼블리셔의 인지도나 노하우 덕에 노출 면에서 큰 득을 볼 수 있다. 똑같은 세일을 하더라도 게임 1~2개 가진 중소 게임사가 세일하는 것과, 수십 개 게임 가진 퍼블리셔가 우루루 세일하는 것은 주목도부터 다르다.

 

게임에 자신이 있거나 스팀 론칭 경험이 있다면 그린라이트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단, 그린라이트가 예전보다 위상이 떨어진 만큼 초반부터 강하게 유저들 끌어 모을 계획을 짜야 한다. 유저를 빨리 모을수록 주목 받기 유리하고 많이 모을수록 출시 이후 판매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린라이트는 기본적으로 등록 순으로 게임을 보여준다. 때문에 게임이 보이는 초반 1~3일 간 모객을 집중하는 것이 유리하다. 초반부터 트레일러나 플레이 영상 등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공개하고, SNS 등으로 지속적으로 유저 관심을 환기하는 것이 좋다. ☞ 관련기사 바로가기

 

2013년, 데브아크 허민구 대표의 ‘인디게임을 팔아보자’ 강연 中 스팀 그린라이트 관련 내용.

 

 

3. 출시 첫 날 노출의 중요성. 썸네일에 혼을 담아라

 

스팀은 게임을 노출할 때 판매량을 기준으로 노출 수준을 조절한다. 참고로 스팀이 론칭 당일 보장하는 노출 횟수는 약 100만 번. 이후 업데이트나 세일 등의 이슈는 이 절반 정도다. 때문에 출시 직후에 어떤 성적을 거뒀느냐가 앞으로의 스팀 성적까지 좌우하게 된다.

 

게임이 100만 번 노출된다고 해서 안심해선 안 된다. 이는 다른 게임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숫자이며, 또한 노출이 클릭으로 이어질 확률은 소수점 단위다. 클릭한 유저가 모두 게임을 사는 것이 아닌 만큼, 어떻게든 많은 유저를 끌어 모아 구매자 수를 늘려야 한다.

 

노출이 클릭으로 이어지게 하려면 ‘썸네일’에 공을 들이는 것이 가장 편하다. 대부분의 게임은 출시 직후, 스팀 메인 공간이 아닌, 다른 수많은 출시작들과 함께 ‘목록’으로 보여진다. 목록은 제목과 가격, 장르, 그리고 ‘게임을 대표할 작은 이미지’(= 썸네일)로 구성되어 있다. 당연히 유저의 눈길은 이미지로 쏠리게 된다.

 

때문에 썸네일을 만들 때 휑하니 게임 제목만 넣는 것은 금물이다. 게임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이미지나 예쁜 캐릭터 등으로 어떻게든 유저 눈길을 끌어야 한다. 물론 페이지 안에는 이렇게 유입된 유저들이 구매 욕구를 가지도록 트레일러와 플레이 영상, 각종 스크린샷 등으로 채워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초기 판매량이 중요한 만큼, SNS나 커뮤니티 등을 통해 관심 있는 유저들을 환기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4. 초반 ‘제품 코드​ 나눔은 독이다

 

스팀에 게임을 출시한 개발자 중, 간혹 출시 기념으로 SNS에 제품 코드를 나눠주는 이들이 있다. 경우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런 초반 제품 코드 나눔은 나중에 독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앞서 이야기한 스팀 노출 시스템 때문이다. 스팀은 판매량 기준으로 노출 우선 순위를 결정하기 때문에, 출시 직후에는 되도록 제품 코드를 나누지 않는 것이 좋다. 제품 코드로 등록된 게임은 판매량으로 집계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제품 코드를 나누는 것이 노출, 그리고 이를 통한 매출로 연결이 된다면 상관 없다. 허나 대부분의 중소 개발사는 이 부분에서 십중팔구 제품코드만큼의 득을 보지 못하게 된다.

 

제품 코드를 뿌린다면 차라리 출시하고 시간이 지난 뒤, 게임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을 때 하는 것이 유리하다.

 

 

 

5. 어설픈 지원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번역은 해당 유저들이 게임을 사게 하는 강한 유인이다. 그렇다면 스팀 게임을 출시하며 영어 외에 러시아어나 스페인어 등을 지원하면 좋을까? 혹은 리눅스나 OS X같은 비주류 OS라면?

 

결론부터 말하면 ‘제대로 하지 못하면 손해다’이다. 분명 스팀에는 러시아나 중국 등 미국 못지 않은 지분을 가진 국가가 있다. 그리고 번역은 해당 국가 유저를 유혹하는 강력한 장치다. 문제는 자신들에게 이를 완벽히 할 역량과 시간이 있느냐다. 스팀은 중소 개발사가 돈 벌기 쉽지 않은 플랫폼이며, 번역이나 다른 OS 지원은 생각보다 많은 품이 드는 작업이다.

 

무리하게 다른 언어(혹은 다른 OS)를 지원했다간 역으로 좋지 않은 평만 받을 수도 있다. 실제로 김종화 대표의 경우, <룸즈: 불가능한 퍼즐>을 스팀에 론칭하며 리눅스 OS도 지원했다가 한 유저로부터 ‘리눅스 OS에서 엑스박스 컨트롤러가 인식되지 않는다’며 비추천을 받은 바 있다. 아예 리눅스 지원을 하지 않았으면 없었을 평이다.

 

물론 비추천을 받는 대신, 더 많은 추천과 판매량을 확보할 수 있다면 상관없다. 허나 대부분의 중소 개발사는 애초에 그럴 유저 풀도 확보하기 쉽지 않다. 오히려 몇 없는 평 중 악평 한두 개 생기는 것이 더 치명적일 수도 있다.

 


 

 

6. 세일을 함부로 하지 말라

 

세일은 론칭 이상으로 유저를 모으기 좋은 수단이다. 스팀은 세일로 뜬 플랫폼이고, 그런 만큼 게임사들의 세일에 굉장히 친화적(?)이다. 개발자들은 2개월에 한 번 세일을 할 수 있고, 이와 별개로 스팀 자체적으로 하는 세일(홀리데이 세일, 설 세일, 여름 세일 등)에 언제든 신청할 수 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할인 폭이다. 세일이란 결국 게임의 가격을 낮춰 유저들에게 파는 행위다. 때문에 지나친 할인율은 장기적으로는 독이 된다. 그리고 스팀에서는 이것이 특히 더 치명적이다. 스팀은 기본적으로 세일이 잦은 플랫폼. 얼마나 세일이 잦은지 유저들이 게임마다 역대 할인율(!)을 기록해 놓을 정도다. 

 

때문에 초반에 섣불리 할인율을 높이 잡으면, 다음 할인 때 유저들이 반응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미 DB 사이트에 게임의 최고 할인율이 기록되기 때문에, 그에 준하는 할인율이 아닌 한 유저들은 ‘지금 사면 손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스팀에서 세일을 할 때는 할인율을 보수적으로 잡는 것이 좋다.

 

참고로 이것은 스팀 자체 세일 뿐만 아니라, 다른 번들 사이트에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만약 번들 사이트로부터 ‘게임을 노출해 줄 테니 싼 가격에 제품 코드를 달라’라는 요청을 받는다면 심사숙고 해야 한다. 설사 유저 DB에 남진 않더라도, 한번 낮아진 가격은 유저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기억되기 때문이다.

 


 

 

7. 스팀만 바라보지 말아라

 

이제 스팀은 중소 개발사가 살아남기 힘든 시장이 되었다. 마켓에는 유비소프트 같은 대형 게임사들이 진을 치고 있고, 중소 개발사를 도와주던 그린라이트는 빛이 바랬다. 한국의 중소 개발사는 이런 상황에서 익숙하지도 않은 시장에서 노하우도 없이 거인들과 맞서야 한다.

 

실제로 지난해 스팀에 진출한 한국 게임 중 대부분은 수익이 천만 단위였다. 참고로 2016년 기준, 5명이 최저임금만 받으며 1년 개발해도 ‘인건비만’ 6천 만원이 넘는다. 기본적으로 스팀은 한국 중소 개발사들에게 힘든 시장이다.

 

때문에 김종화 대표는 개발자들에게 스팀을 최종 목표로 두지 말 것을 조언한다. 스팀 외에 다른 마켓에 진출하는 것도 방법이고, 아니면 스팀에서 유저들의 성향을 분석한 후 콘솔 쪽을 노려보는 것도 방법이다. (스팀 유저들과 콘솔 유저들은 서로 통하는 면이 있다) 중요한 것은 스팀에만 목을 매 다른 가능성까지 잘라 버리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