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지금 ‘멘붕’이 오더라도 나는 다시 큐를 돌린다

달식 (김진수) | 2012-04-25 20:58:15

2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에서 넥슨 신사업본부 푸키팀 황성환 과장은 지금 멘붕이 오더라도 나는 다시 큐를 돌린다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이 강연에서 황성환 과장은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 유저들이 게임이 잘 안 풀릴 때, 화를 내면서도 게임을 그만두지 않고 다음 게임을 시작하는 데는 <LOL>의 마술 같은 기획이 숨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비밀에 대해 기획을 해 본 입장에서 분석한 내용을 설명했다.

 

그는 대전 중심의 게임이 스트레스가 엄청나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보통 사람들은 50%의 승률을 기대하고 게임을 시작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실력이 좋은 유저가 계속 이기고, 소위 양민학살이 시작되며, 실력이 안 좋은 유저는 게임을 접는다.

 

하지만 <LOL>은 달랐다. 왜일까?

 

 

 

첫째, ‘나가기가 없다.

 

강연자는 이를 ‘콜럼버스의 달걀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AOS장르 게임의 특성상 게임 중 나가는 유저가 생기면 방이 깨지는데, 이런 경우를 원천적으로 봉쇄한 간단한 방법이었다. <LOL>은 강제로 게임을 종료하더라도 해당 게임이 끝나기 전까지는 다른 게임에 참가할 수 없도록 강제했다.

 

나가기버튼이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기획자 입장에서는 강제로 이렇게까지 해도 되나?’ 싶었지만, <LOL>은 기획 아이디어에서 발상을 전환한 사례였다. 당연히 있어야 할 나가기버튼을 없앤 결과, 게임 시작 후 팀이 깨지는 스트레스가 줄어들었다.

 

 

 

둘째, 남 탓을 문화로 만들었다.

 

대전 중심의 게임을 하던 유저는 자신이 하수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보통 게임을 그만둔다. 공평함이 보장되기 때문에, 실력이 좋은 유저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때,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지 않기에 게임을 그만두게 된다. 좋은 아이템을 산다고 해서 발이 손으로 바뀌진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LOL>은 실력이 모자라는 유저의 스트레스를 남 탓으로 해결했다. <LOL>남 탓하는 문화는 유저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게임이 조장하는 것이다. <LOL>은 특성상 승패를 가르는 변수가 많고, 유저의 플레이 정보도 많다. 그래서 못하는 유저도 자신의 정보를 보며 한 가지 정도는 좋은 정보를 찾을 수 있다. 이는 곧 유저에게 변명할 수 있는여지를 제공하는 셈이다.

 

덕분에 유저는 나는 한 사람 몫을 했는데, 우리 팀이 못해서 졌어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다음 게임은 이길 수 것이라고 기대하며 게임을 계속하게 된다.

 

 

 

셋째, 누구에게나 승률 50%를 보장한다.

 

<LOL>은 체스에서 따온 ‘ELO’라는 실력 점수 시스템을 사용한다. 유저의 실력을 ELO 점수로 환산해서 비슷한 실력을 가진 유저끼리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자동매칭한다. 연승을 이어 나가면 더 잘하는 유저와 게임을 하도록 매칭해서 지도록 하고, 계속해서 지는 유저는 더 못하는 유저와 게임을 하도록 해서 이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누구에게나 50%의 승률을 보장하고, 질 때는 지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도록 한 것이다. 결국 유저들은 승리에 대한 강박관념이 약해지고, ‘한 판 이겼으니, 한 판 지겠지라고 편하게 생각한다. 유저의 승률 관리를 통해 승패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인 것이다.

 

 

 

넷째, 1인분 이상 하기가 힘들다.

 

실력이 좋은 유저 혼자 여러 명을 상대하는 일이 가능한 대전 중심의 게임이 꽤 있다. FPS 같은 게임도, 죽지 않으면 연속으로 여러 유저를 죽일 수 있다. 하지만, <LOL>에서는 한 명이 두 명 이상의 유저를 상대하기 힘들게 밸런스를 맞췄다. 좋은 아이템을 장착하면 챔피언이 굉장히 강해지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체감하는 것만큼 강해지지는 않는다.

 

그 대신 한 번에 세 명 이상을 처리하는 트리플 킬이상이 나오면 음성 등을 통해 강렬하게 뇌리에 새겨주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자주 나올 수 없는 상황이기에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고, 또 그런 상황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이다.

 

잘하는 유저 한 명이 여러 명을 커버할 수 없기 때문에 승률 50%를 맞추는 데 용이한 측면이 있다. 5명이 한 팀을 이루는 게임에서, 잘하는 유저 한두 명이 게임을 뒤집을 수 없으니 자연스럽게 팀의 전체적인 실력이 중요해진다. ELO 점수를 통해 승률을 조절하기 수월해지는 요인이다.

 

 

 

다섯째, 신고 시스템

 

<LOL>에는 신고 시스템과 재판 시스템이 있다. 신고 시스템은 항목도 다양하다. 욕설을 한 유저, 고의로 죽는 유저, 심지어 실력이 모자라는 유저를 신고하는 항목도 있다. 그리고 재판 시스템을 통해 유저들이 신고한 사안에 대해 10명 이상의 유저의 동의를 얻으면 이용정지 같은 처벌이 내려진다.

 

보통 게임들은, 유저가 신고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GM(게임 운영자)들이 처리한다. 자신의 신고에 대한 처리 결과가 어떤지 만족스러운 피드백을 받지 못한 유저는 신고 시스템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하지만 <LOL>은 유저가 직접 신고 사안을 처리할 수 있는 장치를 제공해 자신의 신고가 실제 처벌에 반영된다는 점을 알 수 있게 했다.

 

때문에 <LOL>을 하는 유저들은 자신의 신고 접수가 실제로 반영될 것이라 기대하게 된다. 실제로 반영되든, 그렇지 않든 불량 유저에게 받은 스트레스는 신고 시스템을 통해 풀 수 있게끔 만들었다.

 

황성환 과장 마지막으로 게임이 흥행하기 위해서는 타이밍과 운보다는 기획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LOL>은 기획적 요소가 좋았기 때문에 다른 회사들이 하지 못한 성공을 거둔 것이다.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은 성공한 게임의 성공 요인을 잘 분석해 반영하라”고 덧붙였다.

 

강연자도 레이팅이 1566점에서 1156점으로 떨어진 이유를 “같은 편이 못해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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