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NDC 16] 데이비드 킴, '스타2' 밸런스 커뮤니티와 함께 만들어 간다

아둥 (홍민) | 2016-04-27 16:18:07

<스타크래프트> 시리즈는 오리지널부터 최근 <스타크래프트2> (이하 ‘스타2) 확장팩 <공허의 유산>까지 게임내 밸런스 변화에 민감한 대표적인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고유한 특징을 갖는 3 종족 중 하나를 선택해 1:1로 승부를 내야하기 때문에 밸런스가 갖는 의미가 어느 게임보다 크다 할 수 있다.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2> 팀이 생각하는 ‘게임 밸런스’가 갖는 의미와 밸런스를 잡아가는 방식에 대해 ‘데이비드 킴’의 강연을 들어봤다. /디스이즈게임 홍민 기자 


 블리자드 <스타2> 팀의 데이비드 킴.

 

<스타2> 밸런스는 재미, 공평성, 다양성 3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고 있다. 공평성은 있지만 재미가 없는 경우가 있다. <자유의 날개>에서 저그와 프로토스 전이 그 예다. 저그는 살모사와 무리군주로, 프로토스는 모선이 나오고 인구수 200이 될 때까지 수비적으로만 플레이하던 때가 있었다.

  <스타2> 밸런스를 보는 3가지 관점: 재미, 공평성, 다양성.


이 경우 공평성은 50:50이라고 볼 수 있지만, 교전이 없고 매번 똑 같은 상황이 반복되서 재미없었다. <군단의 심장>에선 군단숙주가 그랬다. 유닛의 다양성도 그렇다. 공평성과 재미에 문제는 없지만, 전략의 다양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 공평성에 문제가 없는 유닛을 버프하는 패치를 한다. 맵의 다양성도 중요하다. 새로운 게임 양상이 생길 수 있도록 맵도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다.

 

 밸런스를 조정할 때 비대칭, 명료함, 보수성 3 가지를 고려한다.

 

<스타2>에서 밸런스를 고려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1) 비대칭 디자인 2) 명료한 디자인 3) 보수적인 디자인을 꼽을 수 있다.

 

첫째, 비대칭 디자인은 각 종족의 특징을 살려 각기 다른 재미를 줄 수 있는지, 매 번 게임을 할 때 내가 딱히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유리하거나 불리한 상황이 계속 뒤바뀌는 것을 중요하게 본다. 예를 들어, 테란은 공성 전차, 화염차의 모드 변신과 같은 특징이 있으며 이는 오직 테란만이 갖도록 하고 있다. 저그는 변태, 프로토스는 무적, 쉴드와 같은 경우가 같은 원리다. 이렇게 하면 개성이 강한 종족이 탄생할 수 있다.

 

다른 예는 매번 유불리가 계속 바뀌는 유닛의 상성 관계를 들 수 있다. 해병과 광전사의 경우 초반엔 광전사가 강하지만, 스팀팩 개발이 끝나면 해병이 광전사를 녹일 수 있다. 하지만, 광전사의 발업이 끝나면 다시 광전사가 유리한 식이다. 저그가 테란을 상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저글링, 화염차, 발업된 저글링과 맹독충 같이 서로 유리한 상황이 계속 바뀌게 되어 있다. 이런 경우 똑같은 맵, 전략을 상대하더라도 교전 결과에 따라 매번 다른 전개를 기대할 수 있어 반복해서 플레이를 하더라도 계속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타이밍에 따라 각 종족의 유리한/불리한 시점이 서로 교차하여 반복플레이 시 재미를 높였다.


둘째, 명료한 디자인은 겹치는 유닛이 없고, 유닛 메카닉을 단순하고 깔끔하게 만드는 것이다. <공허의 유산>에서 테란의 신유닛일 뻔했던 투견은 불곰과 역할이 겹쳐 삭제된 것이 한 예다. 만약 <워크래프트3>의 디스트로이어가 <스타2>에 도입된다고 가정해보자. <워크래프트3>는 <스타2>보다 진행이 느리고, 유닛 하나하나가 갖는 의미가 컸다. 그래서, 디스트로이어의 경우 상당히 많은 능력이 있었지만, 다. <스타2>에 추가할 경우 디스펠과 데미지 버프 같은 핵심 능력만 빼고, 나머지 능력과 특수한 규칙은 삭제하여 단순화 시킬 필요가 있다.

 <워크래프트3>의 '디스트로이어'가 <스타2> 유닛이 되기 위해선 단순, 명료해져야 한다.


셋째, 보수적인 디자인은 밸런스에 문제가 있을 때 가장 작은 변화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군단의 심장> 저그 대 저그전은 뮤탈 싸움으로 승부가 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뮤탈만 등장할 경우 재미없고, 뮤탈은 뭉치면 숫자를 파악하기 힘든 이슈가 있었다. 이때 뮤탈을 너프하면 그건 너무 큰 변화다. 그래서 포자촉수에 생체데미지를 추가해서 저그에게만 영향을 주도록 변화를 줬다.

 

밸런스 문제가 있을 때 급하게 패치하기 보다는 플레이어들이 스스로 해법을 찾도록 시간을 주는 것 역시 필요하다. 그럼 언제 패치를 빠르게 해야하고 언제 기다려야 할까? <군단의 심장> 초기의 지뢰를 생각해보자. 처음 지뢰가 등장했을 때 프로 선수들과 커뮤니티는 지뢰가 공평성 문제가 있다고 피드백을 줬지만, 재미와 다양성 요소도 중요해서 밸런스 상으로 괜찮다고 판단했다. 이유는 교전 시 누가 얼마나 잘했느냐 따라 결과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플레이어가 해법을 찾도록 시간을 줘 보고, 안된다면, 나중에 패치하자는 결론을 내렸었다.

 

마지막으로 밸런스 디자인 실수가 있었을 때다. 우린 설령 실수가 있더라도 플레이어 입장에서 좋다면, 그냥 두자는 쪽이다. <공허의 유산>에서 공성 모드를 한 공성전차가 의료선에 탑승할 수 있는 이슈가 그랬다. 우린 공성모드 공성전차의 의료선 탑승은 밸런스 디자인적으로 실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플레이어들이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컨트롤 하는 법을 익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기능을 삭제하기 보다는 그냥 두고, 데미지를 수정하던지 하는 방향으로 패치를 결정했다.

  먼저 불확실한 다양한 소스로부터 밸런스 문제를 파악한다.

 

밸런스 문제는 여러가지의 불확실한 정보를 종합해서 판단한다. 커뮤니티와 프로게이머의 피드백, 대회 결과, 래더 데이터 등을 보고 결론을 내리는 방식이다. 문제가 있을 경우, 어떤 이슈인지 파악하고 맞는 조치를 취한다.

 

얼마나 큰 이슈인지 파악하고, 심각하다면 바로 패치하고 아니면 플레이어가 스스로 해법을 찾도록 시간을 주는 편이다. 실제 수치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플레이어가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경우도 빨리 수정하는 편이 게임에도 좋고 플레이어도 만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순위가 낮은 이슈는 언젠가 고치긴 해야겠지만, 당장 고치지 않기도 한다. 테란의 전투순양함이 잘 쓰이지 않는 등의 이슈가 그렇다.

 

우린 처음에 해병이 맹독충을 상대할 때 산개한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의도는 안 했지만, 건드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군단숙주의 경우 한 번의 교전으로 우위를 갖기 보다 조금씩 타격을 주어 상황을 유리하게 만드는 유닛으로 디자인했다. 하지만, 너무 게임이 장기화되는 경향이 있어 너프했다.

 

큰 그림을 보는 것도 중요하다. 가끔 하나하나의 밸런스를 신경 쓰다가 큰 부분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고위기사의 케이다린 부적이 한 예다. 케이다린 부적을 당장 삭제하기 보다, 프로토스가 저그 상대로 어려워하는 부분을 고치고, 추후 삭제하는 방향으로 수정했었다.

 

 최상위와 최하위를 제외하고 50% 승률에 가깝도록 매치메이킹이 설계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밸런스에서 커뮤니티는 매우 중요하다. <스타2>가 최고의 게임이 되기 위해서는 커뮤니티와 함께 개발해 나가야 더 좋은 게임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매주 디자인 방식, 밸런스 방식에 대한 우리 생각을 커뮤니티와 공유하고 질문에 답변해주고 있다. 

 

아울러 밸런스를 볼 때 데이터와 감각 모두가 중요하다. 첫 출시 당시에는 경험도 부족하고 프로게이머들의 피드백도 약해서 데이터 의존율이 높았다. 출시 몇 년이 지난 요즘은 경험, 프로게이머들의 피드백 등에 더 의지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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