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어택땅'만 가능한 초보가 고수에게 덤빌 수 있는 RTS가 있다?

춘삼 (안규현) | 2024-06-27 18:2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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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RTS(실시간 전략) 장르에는 정형화된 '테크 트리'(빌드)가 있다. 특정 인구수에 도달했을 때 어떤 건물을 짓고, 또 어떤 유닛을 뽑는지가 (초반부의 경우 특히) 굳어져 있다. 정교하게 '최적화'된 빌드의 경우 초 단위로 취해야 하는 행동이 정해져 있기도 하다.  

이같은 요소는 분명한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 가령 처음으로 <스타크래프트>(또는 2)를 시작하려고 한다면, 각 종족 별로 존재하는 빌드에 대해 학습하고 대전 중 발생하는 변수에 대한 대처법을 익혀야 한다. 바둑을 시작하려면 '기보'를 알아야 하듯 말이다. 

바둑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RTS에서는 학습한 빌드를 실제로 수행할 수 있는 조작 능력, 일명 '피지컬'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초보 입장에서는 유닛이 특정 방향으로 공격을 가하도록 '어택땅'을 찍어 두고 일꾼과 건물을 관리하기도 벅차다. 유닛을 하나하나 조작해 효율적으로 전투를 펼치는 경지는 쳐다보기조차 힘들다. 

데이비드 킴의 신작 <배틀 에이스>는 '덱 빌딩' 시스템으로 이러한 진입 장벽을 해소하고자 했다. 플레이어는 총 40개 이상의 유닛 중 8개를 골라 게임에서 사용할 덱을 미리 구성한다.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에는 덱에 있는 유닛만으로 경쟁을 펼친다. 종족 구분은 없으며, 오로지 '수 싸움'만으로 게임을 풀어 나간다.

플레이어는 오롯이 유닛 생산과 전투에만 집중할 수 있다. 유닛 풀이 이미 갖춰져 있는 만큼 추가 기지(멀티) 이외의 건물을 건설할 필요가 없다. 일꾼은 별도로 조작하지 않아도 시간에 비례해 자원을 생산한다. ​장르적 재미를 압축해 핵심만 남긴 '숏폼 RTS' <배틀 에이스>를 소개한다. 

<배틀 에이스>는 한국어를 지원한다.




# "14 보급고, 15 정제소..." 더 이상 외우지 마세요 


게임에서 사용할 유닛을 구성하는 화면

우선 덱 빌딩 시스템을 살펴보자. <배틀 에이스>에는 기본 등급인 '코어'에 더해 '주조소'와 '철공소' 두 종류의 테크 트리가 존재한다. 각 테크 트리는 상위 등급인 '상급 주조소'와 '상급 철공소'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사진상의 윗 줄은 주조소 빌드, 아래 줄은 철공소 빌드다. 가령 윗 줄에는 코어, 주조소, 상급 주조소 유닛을 순서대로 넣는다. 마지막 4번째 칸에는 해당 테크 트리에서 임의의 유닛 하나를 넣을 수 있다. 

가령 중반에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의 폭을 높이고 싶다면 철공소 유닛 둘을, 후반에 힘을 주고 싶다면 상급 철공소 유닛 둘을 기용하는 식이다. 참고로 주조소는 지상, 철공소는 공중 유닛이 중심이다.


클로즈 베타 버전 기준, 유닛 종류는 총 45개다. <배틀 에이스>에는 종족 구분이 없기 때문에 덱 빌딩에 있어 유닛 간 상성 관계만 고려하면 된다.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근거리와 원거리 코어 유닛만 주어지지만, 대전을 진행함에 따라 점차 사용할 수 있는 유닛이 늘어난다. 이후로는 게임 플레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워 크레딧' 재화를 소모해 유닛을 해금해 이용할 수 있다. 

<스타크래프트 2> 밸런스 디자이너를 맡았던 당시 변칙적인 유닛 운용을 중시했던 데이비드 킴이 개발을 총괄한 만큼, 유닛의 쓰임새가 굉장히 다양하다. 가령 코어(기본) 유닛인 '교란꾼'은 체력과 공격력이 낮지만 현재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기지로 복귀할 수 있는 '리콜' 스킬을 보유하고 있다. 일시적으로 이동 및 공격 속도가 증가하는 '터보 모드', 일정 거리를 순간이동하는 '워프' 스킬을 가진 코어 유닛도 있다.

상위 등급으로 올라가면 유닛의 수는 적어지지만 게임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크다. 강력한 스플래시 대미지의 시즈 모드를 오갈 수 있는 '대포', 움직이면서 지상의 적을 공격할 수 있는 공중 유닛 '활공기', 기지 방어에 사용할 수 있는 '중형 삼각포' 등의 유닛을 편성할 수 있다. 

코어 유닛인 '교란꾼'과 상급 철공소 유닛인 '크라켄'의 모습


크라켄은 지상과 공중을 모두 공격할 수 있는 강력한 유닛으로, 비싼 만큼 전투에 큰 영향을 끼친다.


# 대전 시간은 길어야 '10분', 핵심 재미만 남긴 RTS


인게임 UI는 모바일게임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간결하다. 탭(Tab) 버튼을 눌러 건설과 유닛 조작 메뉴를 오갈 수 있다. 테크 트리 업그레이드는 일정 시간이 소요되나 유닛 생산은 즉시 이뤄진다. 전반적인 게임의 흐름이 빠른 이유다. <배틀 에이스>의 대전은 길어도 10분을 넘기지 않는다. 

건설 메뉴
상단에 표기되는 자원의 이름은 각각 '매터'(Matter)와 '에너지'(Energy)다.
언캡드 게임즈 내부에서는 '레드'와 '블루'라고 부른다고. 블루가 레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게 충전된다.

건설 메뉴에선 기지 확장과 테크 트리 업그레이드, 유닛 생산을 할 수 있다. 단축키를 누르는 것 외에 추가적인 조작은 필요하지 않다. '멀티'라고 불리는 기지 확장은 버튼 하나를 누르는 것으로 해결된다. 기지 외에 인구수 제한을 늘려주는 추가 건물 등은 없다. 운영하는 기지의 수가 곧 자원의 생산량과 직결된다.

C와 V는 각각 주조소와 철공소 테크 트리를 업그레이드하는 단축키다. 멀티 확장과 테크 트리 업그레이드는 모두 자원을 각각 400씩 소모한다.

적의 기지를 공격하는 모습. 우측 상단에 위치한 것이 일꾼이다. 일꾼은 파괴된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복구된다.

기지를 건설하면 일꾼들이 자동으로 자원을 생성하며, 일꾼이 파괴될 경우 일정 시간이 지나면 복구된다. 즉, 복잡한 조작을 요구하는 부분은 사라지고 '기지 확장으로 인한 생산량 확충'이라는 결과만 남도록 한 셈이다. 그럼에도 적의 후방에 침투해 일꾼을 공격하는 등의 전략이 제한되지는 않는다는 점이 흥미롭다. 다만 이용자의 숙련도에 따른 복구 속도의 차이가 없을 뿐이다. 

단축키를 눌러 유닛 컨트롤 메뉴로 넘어가면 기본적으로 모든 유닛이 선택된다. 유닛을 이동하거나, A 키를 누르는 '어택땅' 등의 조작을 빠르게 할 수 있다. 기술을 가진 유닛이 있을 경우 Q, W, E, R 버튼을 눌러 사용한다. 물론 숙련자라면 이에 더해 특정 유닛을 더블 클릭해 해당 종류만 선택하거나, 부대에 숫자를 지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 왕년에 <스타> 좀 하셨다면...


간단한 튜토리얼을 마치면 곧바로 1:1 대전을 시작할 수 있다.

여기까지가 <배틀 에이스>의 조작 방법 전부다. 카메라 지정과 같은 조작도 없다. 게임을 시작하면 기본 조작 방법을 알려 주는 튜토리얼을 짧게 진행하고 곧바로 1 대 1 매치를 시작하는데, 초보자 입장에서도 게임을 플레이하기에 어려움이 없다. 

반면 숙련자끼리는 치열한 수싸움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유닛 간 상성 관계가 명확하다. 비행 유닛은 대공 유닛에 약하고, 중장갑 유닛은 관통 공격 유닛에 약한 식이다. 추가 기지에 부대를 순간 이동시켜 주는 유닛이나, 일꾼 제거에 특화된 유닛 등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는 유닛도 많다.

빠른 기동력을 살려 카이팅이 가능한 '괴말벌'

물론 <배틀 에이스>에서도 '피지컬 차이'는 존재한다. 고수가 변칙적인 운용이 가능한 유닛으로 덱을 편성해 오면 머리가 상당히 아파온다. 고수는 보법이 다르다. 

대신 기존의 RTS였다면 실력 차이로 인해 불가능했을 '반격'을 노릴 수 있다는 점 만큼은 분명하다. 터보 모드(일종의 피 안빠지는 스팀팩이다) 스킬이 있는 지상 유닛을 화려하게 운용하는 고수에 맞서 공중 유닛 테크를 올려 반격에 성공했을 때는 정말 짜릿했다. 결국에는 졌지만 말이다.

우려되는 지점이 있다면 역시 밸런스다. 클로즈 베타 버전에선 (시즈 탱크와 유사한 기능의) 대포 유닛이 OP로 평가받는다. 고정된 상태에서도 근접 포격이 가능하며, 스플래시 대미지가 상당히 강력하다. 

대포 vs 대포의 싸움이 펼쳐지기도.

물론 아직 테스트 초기인 만큼 유닛 간 상성 관계에 대한 연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탓일 수 있다. 대포를 사용하려면 주조소 테크를 타야 하는데, 상급까지 올리지 않으면 대공 대응 능력이 약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배틀 에이스>는 시즌 단위로 유닛 효과를 변경하거나 신규 유닛으로 대체해 지속적으로 메타를 바꿔 나갈 계획이다. 

<배틀 에이스>는 6월 26일부터 7월 17일까지 스팀에서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진행한다. 클로즈 베타 테스트 참여는 <배틀 에이스> 공식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한국어 닉네임 보다는 영어와 한자 닉네임이 자주 보인다. 왕년에 <스타크래프트> 좀 하셨다면 경험이 일천한 기자의 복수를 부탁한다.

점수제 래더 시스템도 있다. 기자는 300점의 고비(...)를 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꼬접'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 <배틀 에이스>의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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