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리뷰] 도트 미소녀는 귀엽고 총도 잘 쏴 '니트로 익스프레스'

음주도치 (김승준) | 2025-05-22 09:21:15

요즘 스팀에서 게임을 성공시키려면 '스팀 넥스트 페스트' 기간에 위시리스트 확보를 잘 해야 한다는 말이 업계에서 자주 들리곤 한다. 지난 2월 넥페에서도 여러 걸출한 게임들이 경쟁했으나, 가장 강렬하게 기자의 눈을 사로잡았던 작품은 단연 <니트로 익스프레스>였다. 미소녀 슈팅 게임이야 흔하다면 흔하지만, 이 정도 수준의 아트 퀄리티와 총기 액션 디테일, 트윈 스틱 조작의 맛까지 제대로 다 챙긴 게임은 거의 없다.


"장르 대표작과 필연적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는데, 어떤 차별점을 신경쓰셨나요?"


개발자들을 만날 때마다 기자가 매번 물어보는 질문이다. <니트로 익스프레스>에게 드리운 그림자는 <메탈슬러그>다. 5월 19일 출시 이후 스팀 평가가 '대체로 긍정적'에 머무른 이유도 <메탈슬러그>의 지분이 적지 않다. 추억의 게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테고, 그 경험과 <니트로 익스프레스>의 경험을 비교하지 않는 게 더 어려운 장르다. 


기자는 오히려 이 지점에서 <니트로 익스프레스>에 더 높은 평가를 주고 싶다. 대표작의 그림자에 가려지지 않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하려 한 점이 여러 요소를 통해 확실히 전해졌기 때문이다. 재치 있고 치밀하며 경쾌하다. 긴 말 필요 없이 정말 재밌다. 아쉬운 구석도 일부분 있었지만, 이 개발사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다려질 정도로 <니트로 익스프레스>의 매력에 깊게 빠져들었다.



니트로 익스프레스
출시일: 2025-05-19
개발사: Grayfax Software
유통사: PLAYISM
플랫폼: 스팀
가격: 14,500원 (스팀 정가)
장르명: 비뎀업, 런앤건, 픽셀그래픽, 미소녀
리뷰 버전: PC
리뷰 빌드: 정식 출시 버전

# 기가 막힌 아트와 콘셉트


<니트로 익스프레스>에 흥미를 느끼고 들어오는 많은 사람들이 '아트'의 매력을 언급하곤 한다. 기자도 그랬다.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분량의 측면에서도 퀄리티의 측면에서도 전혀 아쉽지 않은 대화, 화면, 컷씬 연출 등이 등장하는데, 웬만큼 작화 좋다 소리 듣는 만화들 뺨 치는 수준으로 인상적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니 그 중 일부만 먼저 살펴보고 시작하자.



게임은 도쿄 특별행정구 니트로 시티에서 시작되며, 니트로 시티의 경찰 특수부대 '비정형 차량 처리반'이 불법 차량을 파괴하는 임무를 따라가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여기서 말하는 '비정형 차량'은 쉽게 말해 전투용으로 개조된 로봇과 메카닉이라고 보면 된다.


주인공 '요코'는 각종 임무를 해결하며 사건 현장을 분주하게 드나들게 된다. 다른 주인공 '타마키'는 해킹을 하거나 상황 전달을 해주는 등의 역할도 하지만, 로봇을 원격으로 조작하며 함께 싸워주기도 한다는 점이 꽤 재밌다. 


그런 의미에서 <니트로 익스프레스>의 콘셉트는 <메탈슬러그>와는 매우 거리가 멀다. 오히려 <기동경찰 패트레이버>나 <로보캅> 스타일에서 인간이 직접 싸우는 부분을 집중 조명한 쪽에 가깝다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린다. 이러한 경찰 특수부대라는 콘셉트는 전투와 미션 진행 중에도 매우 재치 있게 어필이 된다.


비정형 차량들 때문에 도시가 위협 받는 상황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스토리 미션의 시작은 경찰차가 출동하는 장면이 짧게라도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주인공 '요코' 혼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도 종종 있는데

'타마키'가 뒤에서 해킹을 하는 방식으로 돕거나

로봇을 원격 조종하며 현장에서 함께 싸워주기도 한다. 
적이 어느 방향에서 접근해오는지 표시해주는 것은 물론
로봇이 코일을 쏴 적에게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 트윈 스틱의 매력 그리고 건 앤 건

Pixel Game Maker MV로 만들어진 게임이지만 액션 조작의 깊이는 절대 얕지 않다. <니트로 익스프레스>는 총기 액션에 굉장히 진심인 작품이다. 


키보드로 이동을, 마우스로 총기 및 가젯을 활용하는 트윈 스틱 조작 기반의 게임이고, 360도 어느 방향으로든 자유롭게 총을 쏠 수 있다. 일단 <니트로 익스프레스>에는 몇 가지 특징적인 무브먼트가 있다. 앉은 자세에서 더 정밀하게 총을 쏘는 '앉아 쏴' 조작이 있는 것도 눈에 띄고, 앉은 상태에서 이동하면 짧은 거리를 구르는 것도 꽤 자주 활용되는 동작이다. 점프의 체공 시간도 길어 적 너머로 뛰어넘거나, 총알 사이를 비집고 아슬아슬한 회피를 해야 할 때도 종종 있다.


마우스 좌클릭로는 총기를 쏘는 반면, 우클릭은 가젯을 활용하는데 이 종류도 다양하다. 단순한 투척 수류탄에서부터 투척용 단검, 크레모아, 대전차 지뢰, 자신의 체력을 소량 회복하는 구급 키트, 화염방사기, 방패, 설치형 자동 공격 터렛, 드론, 로켓 런처 등이 있다. 재밌는 점은 이런 가젯이 플레이 스타일에 변주를 주는 용도로만 있는 게 아닌, 적극적인 가젯 활용을 기반으로 한 스테이지 공략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가령 <니트로 익스프레스>에선 좌우 양뱡향에서 한 번에 적이 우르르 몰려오거나, 위 아래에서도 날아오거나 점프하며 빠르게 접근해오는 적이 다가오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이럴 때 큰 도움이 되는 게 크레모아다. 크레모아를 설치하고 뒤로 살짝 물러나면서 총으로 크레모아를 쏴서 터트리면 전방의 넓은 범위에 동시에 대미지를 줄 수 있다. 샷건 등의 총기도 생각보다 산탄 범위가 넓지 않은 편이기 때문에, 가젯 활용을 영리하게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모든 스테이지와 미션 진입 전엔 총기 세팅을 한 후에 들어가게 된다.
총과 가젯의 종류만큼이나 공략의 재미도 강한 편이다.
자세히 보면 앉아서 쏠 때, 서서 쏠 때, 이동하며 쏠 때, 점프하며 쏠 때 각각 대미지 퍼센트가 다르고 
총기 숙련도 레벨이 표시된 것도 눈에 띈다.

이런 느낌으로 자신이 설치한 크레모아 가젯을 자신이 총으로 쏴 터트리는 연계를 해 적들을 쓸어버리는 방식이 
초반에 매우 자주 사용된다.
별도의 가이드가 있는 게 아니지만, 새로 해금하는 무기와 가젯을 사용해볼 때마다
이런 활용법을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는 구조로 구성됐다.

마우스 휠을 누르면 발차기를 해 근접 공격을 할 수 있고, 이 근접 공격은 특정 기물과의 상호작용에도 활용된다. 예를 들어, 자판기를 발로 차면 캔이 나와 체력을 회복할 수 있고, <메이플 스토리> 인내의 숲처럼 발판 사이를 점프해 꼭대기까지 올라가야 하는 스테이지에선 강풍기를 발로 차 가동시켜 바람을 타고 더 높은 점프를 해야 할 때도 있다.


마우스 휠을 돌리면 2세트까지 챙겨갈 수 있는 무기, 가젯 세팅을 교체할 수 있다. 상황에 맞는 여러 무기 세팅을 스테이지나 미션마다 바꿔가며 도전하는 재미가 있어 좋았다. 


이런 공략의 재미는 후반 스테이지로 갈수록 도드라졌다. CCTV를 먼저 파괴하지 않으면 적들이 몰려오는 잠입 스테이지도 있는데, 이 스테이지에서는 앉기 상태에서 주인공 '요코'가 상자를 뒤집어쓴다. 다시 말해 자체적으로 위장 은신을 하는 셈이다. 들키지 않게 상자 상태를 넘나들며 카드 키를 입수해 문을 따야 옥상으로 진입할 수 있다. 


앞서 다른 전투에서는 무적 판정이 짧아 점프 회피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활용되던 구르기도, 레이저 공격을 피할 땐 타이밍에 맞춰 굴러 피해야 하는 기믹에서 재치 있게 사용됐다.


노란 상자를 뒤집어쓰고 은신해서 잠입하는 스테이지.

흔히 <메탈슬러그>를 '런 앤 건' 장르라 부르곤 한다. 하지만 기자는 <니트로 익스프레스>를 '건 앤 건' 장르라 부르고 싶다. 일단, 구르기, 근접 공격, 가젯 활용, 앉아 쏴 등 이렇게 다양한 조작이 있으면서도 달리기 버튼이 별도로 없다는 점이 눈에 띈다. 자동 장전 모션도 있지만, 따로 리로드 조작도 할 수 있는데, 그 흔한 달리기가 없다니 왜 그럴까 싶다가도 이내 이해가 된다.


바로 이 게임만의 '템포'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니트로 익스프레스>는 <메탈슬러그>보다 무빙이 조금 느린 대신, 폭발하는 형태의 위협적인 적이 한 번에 굉장히 많이 접근해온다. 한 화면에서 상대해야 하는 적이 많은 만큼, 캐릭터의 공격 속도는 또 느리지 않은 편이라서, 적정한 템포감과 난이도 안에서 긴장감 있게 게임이 진행된다. 적이 등장하는 배치가 촘촘하게 되어 있어​ 달리기가 없어도 진행이 느리지도 않다.


총알 사이를 점프로 회피하거나 하는 등의 미세한 컨트롤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론 점프, 구르기 등 회피할 수 있는 경로가 타이트하지 않게 제시되는 편이다.
오히려 폭발하는 기물과 미사일, 적의 수가 신경 쓰일 때가 많다.
결론적으로 <니트로 익스프레스>의 긴장감은 <메탈슬러그>와는 확연히 달랐다.

# 돋보이는 센스 그리고 약간의 아쉬움

이렇게 장점이 많은 게임임에도 스팀 평가에선 호불호가 다소 갈리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30FPS 고정으로 실행되는 점이 <메탈슬러그>보다 살짝 느린 이동과 맞물려, 일부 유저들에겐 '조작감이 답답하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360도 모든 방향으로 자유롭게 조준을 할 수는 있지만, 캐릭터 중심 축을 기준으로 좌우로 마우스가 넘나들 때 가끔씩 화면 전환이 느릴 때도 있어서 이에 대한 불만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이 부분은 추후 패치 등을 통해 쉽게 개선될 수 있는 영역이라 생각된다.


'템포'를 바꾸는 것만이 답일까? 지금도 한 번에 상대해야 할 적이 많은데, 더 빠른 이동과 템포에 맞춰 게임이 진행된다면 난이도 조절을 위해 여러 요소가 동시에 변경되어야만 한다. 결정적으로, 지금의 <니트로 익스프레스>의 경험도 충분히 매력 있다고 느껴졌다.


여러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화면 흔들림, 시원한 총기 발사음과 폭파 사운드, 경쾌하게 박살 나는 적들, 폭발하는 기물이 많은 점, 신나는 BGM 등 여러 요소가 맞물려 전체적인 게임플레이가 역동적으로 다가왔다. 


스테이지 공간 구성이 다양한 것도 장점 중 하나다.


차량에 탑승한 채로 싸우는 등 특수 기믹이 등장하는 때도 많다.
사진의 화염방사기 가젯을 주목하자.

첫 시도에 쉽게 깰 수 있는 스토리 스테이지도 있지만, 여러 차례 도전해야 깰 만하다 느껴지는 고난도의 스테이지도 있다. 이 지점에서도 연출적 재미와 편의성을 모두 잡은 '무전기' 시스템이 돋보인다. 


(일부 스테이지의 특정 연출을 제외하면) 무전 교신은 Q 버튼을 눌러 교신 수락을 하지 않는 한 굳이 다시 보지 않고 넘어가도 된다. 교신을 처음 볼 때는 미션에 대한 상세 내용과 클리어를 도와주는 힌트, 스토리 전개 연출 및 캐릭터 서사를 엿볼 수 있어 흥미롭게 지켜볼 수밖에 없게 설계됐다.


단순히 인물과 대화만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표정에 대한 연출도 다양하게 등장해 보는 맛이 있다.

<니트로 익스프레스>에서 무기와 가젯을 해금할 때는, 인게임에서 미션을 통해 획득한 '돈'을 내고 구매하게 된다. 스토리 스테이지를 하나씩 클리어할 때마다 서브 미션도 점차 해금되는데, 이 미션 클리어 과정에서도 제작진의 센스가 돋보였다.


처음엔 단순히 스토리에서 등장한 공간을 짧게 반복 활용하는 거 아닐까 싶었던 미션은, 굉장히 개성 있는 목표와 클리어 방식을 제시하고 있었다. 적을 모두 소탕하기, 특정 기물을 지키기, 제한 시간 안에 보스를 클리어하기 등의 예상 가능한 범위 안에 있는 미션도 존재했지만, 물에 총을 쏘거나 폭탄을 던져 물고기를 많이 잡는 미션도 있고, 특정 동작과 조작을 제한하는 미션도 있다.


예를 들어, 계란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가져가는 심부름(?) 미션에선 구르기를 사용하거나, 피격 당해 쓰러질 때마다 계란이 깨져 바닥에 계란을 조금씩 떨어트리며 실패에 가까워지게 된다. 미션 스테이지와는 별개로 경찰들이 하는 서류 작업도 클릭 연타를 하는 것으로 추가적인 금전적 보상을 받는 유쾌한 미니게임으로 녹여냈다. 


물고기 잡는 미션.

서류 작업의 애환을 녹여낸 미니게임.


이렇게 해금하는 가젯이나 총기 중엔 '화염방사기'를 비롯해 압도적으로 효율성이 좋은 아이템들도 있어, 밸런스가 다소 맞지 않는다는 유저들의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미션을 반복적으로 도전하는 등의 방식으로 힘겹게 번 돈을 소모해 얻은 총과 가젯인 만큼, 특정 무기들은 큰 보상감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기자는 느꼈다. 또한, 강력한 가젯을 획득해도 플레이 긴장감이 크게 저해되는 수준은 아니기도 했다.


소소하지만 세계관을 더 깊게 들여다 볼 수 있는 도감 시스템도 마련되어 있어, 플레이 진척도를 쌓아가는 재미도 더 크게 다가왔다. 만약 당신이 귀여운 아트, 총기와 가젯을 활용한 전략적인 전투, 촘촘하면서도 경쾌한 액션을 찾고 있다면 <니트로 익스프레스>를 강력 추천한다. 정말 독보적인 재미를 경험할 수 있는 만족스러운 게임이었다.


이 세계관과 캐릭터들이 마음에 든다면 도감도 꼼꼼히 보게 될 수밖에 없다.
 

근래에 한 게임 중 가장 취향저격이었던 <니트로 익스프레스>를 여러분들에게도 강력 추천한다.


니트로 익스프레스
7.9  /10
한줄평
슬쩍 봐도 재밌지만 깊게 볼수록 더 센스가 돋보이고 매력적인 게임. 강력 추천!
장점
- 만화 한 편 뚝딱인 아트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연출
- 가젯 활용과 총기 액션에 진심인 게임
- BGM부터 타격감까지 경쾌한 감각의 연속
- 미션 구성 등 여러 지점에서 돋보이는 센스
단점
- 안 한글(일본어, 영어, 중국어만 지원)
- 유저 성향에 따라 다소 호불호가 갈린 일부 조작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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