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험블 게임즈 전원 해고 이후...불안해진 인디 개발사들

음주도치 (김승준) | 2024-08-05 17:4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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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햇 인 타임>, <슬레이 더 스파이어>, <위저드 오브 레전드> 등 여러 인디게임 퍼블리싱을 지원해왔던 험블 게임즈가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 7월, 기존 직원 36명 전원이 해고됐다는 소식이 갑작스레 전해졌지만, 험블 게임즈는 "구조조정"은 맞고 "폐쇄는 아니다"라는 주장을 했다. 외신들을 통해 해당 소식이 다뤄졌을 때, 해고된 직원들과 사측의 말의 내용과 온도가 달라 더더욱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일각에선 주요 게임 라인업에 대해 험블 게임즈가 '퍼블리싱' 및 '지원'만 해왔으니, 게임 출시에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으나, 상황은 녹록지 않았던 것 같다. 해고로 인한 여파는 험블 게임즈와 협력하던 개발사들에게도 전해졌다. 기존 서비스는 물론, 준비하고 있던 (플랫폼 단위의) 퍼블리싱과 콘솔 포팅 등에 있어서도 문제를 겪을 수 있다는 후문이 나왔다.



# <위저드 오브 레전드 2>의 걱정은...


개발사 데드 메이지의 <위저드 오브 레전드 2>도 험블 게임즈가 퍼블리싱을 담당한 출시 예정작이다. 데드 메이지 스튜디오 디렉터 아미르 파시히는 외신 더 버지를 통해 "지난 2년 반 동안 협업했던 퍼블리셔의 모든 인원이 갑자기 사라졌기 때문에, 어떤 변화가 강요될지 확신할 수 없다. 험블 게임즈가 새로운 팀을 통해, 기존에 기대했던 다양한 퍼블리싱 서비스를 제공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라 전했다.


험블 게임즈는 전원 해고 이후에도 "출시 예정작과 기존 게임 서비스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 주장했는데, 제3자 컨설팅 회사에 퍼블리싱 사업 운영이 이관된다는 사실이 그 배경에 있었다. 외신들에 의하면 서비스를 이어갈 "새로운 팀"은 비디오게임 컨설팅 회사 '파웰 그룹'이라고 한다. 


험블 게임즈가 퍼블리싱 및 지원을 담당했던 게임 라인업 중 일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디게임들의 퍼블리싱을 다수 지원한 회사다.


험블 게임즈 퍼블리싱 라인업 중 출시 예정작들.


전작 <위저드 오브 레전드> 또한 험블 게임즈 퍼블리싱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던 개발사 데드 메이지는 
개발 중인 <위저드 오브 레전드 2>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 <보우: 월하의 청연> "콘솔 포팅은 어떡하나"


험블 게임즈 전원 해고로부터 일주일 전인 7월 17일에 출시된 <보우: 월하의 청연>은 최근 공식 트위터(X) 계정을 통해 입장문을 냈다. 기존 게임 및 출시 예정작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던 험블 게임즈의 주장과 정반대의 내용이다. 이하 공지 전문을 옮겨왔다.


<보우: 월하의 청연>에 대한 소식을 전하고자 합니다. 저희는 이 게임의 출시가 정말 자랑스럽고, 여러분들의 피드백을 들을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출시에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험블 게임즈가 사실상 문을 닫았고, 36명의 팀원 모두를 해고 했다는 사실을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십니다. 이 소식을 듣고 많이 놀랐으며, 저희 같은 소규모 개발 팀들에게는 출시 후 지원에 결정적인 타격이 옵니다.

험블 게임즈와의 계약에 포팅(타 플랫폼에 게임을 이식하는 작업)과 QA 지원이 모두 포함되어 있어, 현재 저희는 콘솔 포팅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콘솔 버전에 대한 업데이트를 배포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를 구현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릴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분들께 저희가 이 문제를 꼭 해결할 것이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희는 PC 버전에 대한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관련 업데이트와 수정 사항이 향후 콘솔에 제공될 것임을 보장하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이해와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보우: 월하의 청연>

7월 30일 <보우: 월하의 청연> 공식 계정을 통해 올라온 공지.

# <코랄 아일랜드> "1.1 업데이트 다른 플랫폼에서는..."

일명 "매운맛 <스타듀밸리>"로 불리던 <코랄 아일랜드> 또한 험블 게임즈가 퍼블리싱을 담당한 게임이다. 작년 11월에 출시된 이 게임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14,420개의 스팀 리뷰 중 87%가 긍정적인 '매우 긍정적'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코랄 아일랜드>는 1.1 업데이트를 최근 진행했다. 험블 게임즈 정리해고 이후 타 플랫폼에 이를 적용하는 데 큰 문제를 겪고 있다고 한다. 특히 아직 스위치 버전은 미출시 상태라서 더더욱 걱정이 많은 상태다. 아래는 <코랄 아일랜드> 공식 트위터(X) 계정에 올라온 공지 전문이다.


콘솔 플레이어들에게(특히 스위치 버전을 기다리는 후원자들에게)

이번 기회를 통해, 험블 게임즈의 구조조정이 콘솔 시장에 불안함을 남겼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코랄 아일랜드>의 스위치 버전이 없어 아쉬워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여러 해 동안,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이 많았는데, 퍼블리싱 계약과 NDA(비밀유지계약)으로 인해 상세한 내용은 전해드리지 못했던 상황입니다.

험블 게임즈가 콘솔 쪽을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구조조정은 <코랄 아일랜드> 콘솔 버전의 포팅, 핫픽스(수정) 등에 영향을 줬습니다. 구조조정 소식을 접한 이후, 저희는 변호사와 연락을 주고 받으며 지금의 국면을 헤쳐나갈 방법을 모색 중입니다.

스팀에서 선보이는 1.1 업데이트 핫픽스가 하나의 예시입니다. 저희는 콘솔 플랫폼에서 업데이트를 진행할 백엔드 접근 권한이 없기 때문에, 이 업데이트를 다른 플랫폼에서 플레이어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모르는 상태입니다. 스팀 백엔드에만 접근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현재로서 스위치 버전을 기다리는 후원자분들께 저희가 해드릴 수 있는 일은,
스팀 키로 변경하는 옵션을 제공해드리는 것뿐입니다. 공식 이메일을 통해 연락을 주시면 스팀 키를 전해드리려 합니다. 디스코드 채널에서도 도움을 드리고 있습니다.

개발 중에 새로운 정보가 생기면 계속해서 상황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이런 방식이 매우 구리다는 것을(fucking sucks) 저희도 알고 있지만, 여러분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코랄 아일랜드>는 스팀에서 1.1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하지만 험블 게임즈 구조조정으로 인해 콘솔에서의 적용 방법을 모색 중이라 밝혔다.
스위치 버전의 출시 또한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7월 26일 <코랄 아일랜드> 공식 계정에 올라온 공지.

# 험블 게임즈 "우려는 사라질 것"

모든 개발사들이 피해를 본 것은 아니다. 몇몇 개발사들은 당장은 큰 영향이 없었고, 험블 게임즈의 서비스를 이어가는 '파웰 그룹'에 대한 판단은 아직 이르다고 반응했다. 이는 약 2주 전에 진행된 험블 게임즈 정리해고 이후 아직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만, "지금 한창 개발 중이거나, 최근에 출시된 게임을 작업하고 있었다면 훨씬 더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는 반응은 섞여 나왔다.


험블 게임즈 대변인 마이클 브라운은 외신 폴리곤을 통해 "행동은 말보다 더 중요하다"며 현재 상황에 대한 입장을 전했다.


"필요한 지원을 개발사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험블 게임즈의 가장 중요한 작업입니다. 구조조정이 많은 사람들에게 우려를 안겨주었을 수 있습니다. 저희는 이미 출시된, 그리고 앞으로 출시될 모든 게임에 힘쓰고 있습니다. 험블 게임즈의 새로운 팀(파웰 그룹)이 (함께 일하는) 모든 개발사들의 운영과 지원 수준을 개선하기 위해 투입됐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모든 우려는 사라질 것입니다" 


외신들을 통해 관련 보도가 전해진 전후로, 험블 게임즈 및 파웰 그룹과의 의사소통이 조금 더 원활해졌다는 후문도 있었다. 다만, 일련의 상황들을 통해 두 가지는 확실해졌다. 글로벌 시장에서 유명한 게임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어도, 인디 퍼블리싱 산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 불안감을 느낀 개발사들은 서로를 돕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험블 게임즈 퍼블리싱을 통해 <템템>과 <템템 쇼다운>을 선보인 개발사 크레마는, 앞서 소개한 <보우: 월하의 청연>이 겪는 어려움을 자신들의 공식 트위터(X) 계정을 통해 전하며, "그들(<보우> 개발사 스쿼드 쇼크)을 지원해주세요.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 곳입니다. 저희는 이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영향을 받은 이들과 게임들에 위로를 전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보우: 월하의 청연>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7월 26일 <템템> 공식 계정에서도 소개됐다. 
험블 게임즈 퍼블리싱 라인업에 있는 게임사들이 서로 돕고 있는 중이다.


험블 게임즈의 주장처럼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우려가 사라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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