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모바일 RPG '아이들프린세스' 선정성 논란... 아청법 위반일까?

우티 (김재석) | 2020-10-05 18:2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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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휴 동안 모바일게임 <아이들프린세스>가 여아 캐릭터를 성적으로 대상화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SNS에서는 화면 터치에 반응하는 캐릭터의 대사와 일러스트가 공유됐다. 

<아이들프린세스>는 '폴라리스 오피스'로 유명한 인프라웨어의 자회사 아이앤브이게임즈가 만든 모바일 RPG다. ​고전게임 <프린세스 메이커>의 오마주를 전면에 내걸었으며, 사전예약자 100만 명을 넘기기도 했다. 대만에서 먼저 출시된 데 이어 한국에 출시됐으며, 내년 일본 출시를 노리고 있다.

<아이들프린세스>는 입양한 딸을 성적 대상으로 삼는 게임일까?​ 심의까지 받은 국산 게임이 정말로 아청법을 위반하고 있는 걸까? 직접 확인해봤다.



# 수양딸은 직접적 성애 대상 아니지만, 정령들 대사는 다분히 성적 뉘앙스 있어

 

<아이들프린세스>는 간단한 튜토리얼과 함께 시작된다. 이세계에서 만난 정령 여왕의 딸 '오를레아'를 키우면서 세상을 정화시킨다는 것이 콘셉트. 플레이어는 시작과 함께 등장하는 히로인 오를레아뿐 아니라 각자 다른 특성을 보유한 정령을 활용해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게임은 오를레아가 8세일 때부터 시작하는데, 각종 요구 조건을 달성함에 따라 오를레아를 성장시키면서 줄거리를 보는 방식이다. 자동 전투, 자동 커맨드 등 크게 조작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방치형 요소를 갖추고 있으며, 유료·무료 다이아를 소비해 40가지에 이르는 정령을 수집할 수 있다.

 

다이아를 소진해
정령을 소환할 수 있다

실제 플레이 결과, <아이들프린세스>에는 법적 '음란물'에 해당하는 묘사는 없다. 수 시간 플레이를 통해 수양딸 오를레아가 직접적인 성적 대상으로 등장하지 않는 것도 확인했다. 플레이어는 오를레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격려할 수 있지만, 다른 캐릭터들과 달리 성적 수치심이나 불쾌감을 유발하는 반응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수집형 캐릭터인 정령은 터치 인터랙션에서 ​간접적인 성적 반응을 보인다. 대사나 터치 반응 요소, 일러스트는 성적인 뉘앙스를 가지고 있다. 게임에서 정령들은 수양딸과 달리 터치에 따라 "내 팬티가 그렇게 보고 싶은 거야?"나 "만지고 싶어...?​" 같은 대사를 사용한다. 플레이어가 터치하는 부위에 따라 다른 반응을 나타내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정령이 미성년자로 인식되는 요소가 보인다는 데 있다.

게임은 각종 장치를 통해 논란을 피하려고 드는 모양새다. 문제의 "만지고 싶어...?" 대사는 발화자인 정령이 아니라 정령이 들고 있는 인형을 지칭했다는 식이다. ​또 게임의 설정상 정령의 생일은 나오지만 연령은 나타나지 않는다. 아동인지 아닌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는 것.

<아이들프린세스>의 정령들은 플레이어가 게임에 투자함에 따라 신체 노출도가 높은 아트씬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플레이 초기 지점에서는 그런 노출도를 확인할 수 없다. 전술한 바와 같이 플레이어를 유일하게 '아빠'라고 부르는 오를레아는 이런 묘사에서 제외된다.


<아이들프린세스>의 정령들에겐 공개된 나이가 없다


# 나이를 쓰지 않았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사실 이같은 시도는 <아이들프린세스>만의 것이 아니다. 서브컬쳐에서 '겉모습은 어리지만 나이는 훨씬 많은 여 캐릭터'는 굉장히 자주 등장했다. 이같은 캐릭터들은 종종 '로리바바'로 정의되곤 하는데, 애니메이션, 만화뿐 아니라 서브컬쳐계 게임에서도 수백 살 넘는 캐릭터들이 여럿 나왔다.

 

외형적으로는 여아에 가깝다는 판단을 부정하기 힘들지만, 종족의 특성과 같은 설정 부여에 의해 "알고 보니 400살"과 같은 장치가 마련된 지 오래다. 문제는 일반적인 서브컬쳐 콘텐츠가 아닌 음란물에 가까운 콘텐츠에 등장하는 캐릭터 묘사에 있다. 

 

이러한 장치는 외모나 발육 상태가 ​아동에 가까운 캐릭터에게 성적 대상화가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연령이 아동이 아니라는 이유로 도의적 책임을 회피하는 방법으로 악용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이런 회피에 대한 대법원의 판례가 있다.

 

2019년 대법원 판시에 따르면, '알고 보니 400살' 케이스라고 하더라도 "사회 평균인의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청소년으로 인식"되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소위 아청법)이 적용된다.​ 2015년, 헌법재판소는 '아청법'이 "각종 매개물의 시청이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한 성범죄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잠재적 성범죄로부터 아동·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행 아청법에서는 (유사) 성행위뿐 아니라​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성교, 유사 성교, 신체 전부 또는 일부를 접촉·노출하는 행위​"를 보이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아이들프린세스>가 아청법을 어긴다는 주장에는 이같은 근거가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이들프린세스>는 일러스트, 목소리, 인터랙션을 통해 성적으로 반응하는 정령을 여럿 등장시켰지만, 나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프린세스>는 '선정적인 노출이 직접적이고 구체적 묘사'는 없어 15세 이용가 등급을 받아 서비스 중. 해당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 평균인의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봤을 때(발육, 음성, 복장 등) 적지 않은 정령들이 여아의 모습을 하고 있다. 게임이 이세계를 배경으로 삼는다고 해도, 배꼽을 내놓거나 무릎 위까지 올라오는 옷을 입고 터치에 반응하는 모습은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다. 

 

 

# 심의는 누가 한 걸까?

<아이들프린세스>의 심의는 구글과 애플이 자체 등급분류를 통해 진행한 것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분류결정 확인'에는 게임이 검색되지 않는다. 구글과 애플은 자체적으로 해당 게임에 15세 이용가 분류를 내린 것이다. 게임의 등급분류와 관련해 조선일보는 "정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아이들프린세스>의 15세 이용 판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는데 사실이 아니다.

 

'정부 산하 게임위'는 <아이들프린세스>를 심의한 적 없다

현행 분류에 따르면 "가슴과 둔부가 묘사되나 선정적이지 않은 경우", "성을 연상시키는 요소가 영상, 음향, 언어에 있지만 구체적이지 않고 간접적인 경우"에는 15세 이용가를 받을 수 있다.​ 경미한 수준의 표현으로는 15세 이용가를 받게 되는데, 구글과 애플은 <아이들프린세스>의 선정성을 그렇게 높게 보지 않은 것이다.

 

일명 로리바바계 캐릭터들은 성적 대상화 여부와 관계없이, 특정 소비자에게 반전 매력 내지는 갭 모에의 재미를 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5세 이용가를 받은 <아이들프린세스>엔 아슬아슬 줄타기하듯 문제적 요소가 들어있다. 상업적 선택이자 마케팅 전략이겠지만, 이는 분명 많은 이들에게 불편함을 주고 있다.

 

 

# [Update: 2020-10-05 18:35] "18세 이용가로 수정... 광고 전면 중단하고 수정 조치 진행 중"

 

아이앤브이게임즈는 게임의 선정성 논란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사과했다. 문제에 대해 즉시 수정 조치를 진행 중이며, 대중매체 광고도 전면 중단할 예정. 게임의 이용가는 18세로 올려서 서비스할 계획이다. 이하 전문.

 

안녕하십니까, 아이앤브이게임즈 대표이사 이해석입니다.

 

모바일 RPG ‘아이들프린세스(IDLE Princess)'의 게임 설정 및 일부 캐릭터 묘사에 대해 불쾌감을 느끼신 유저 분들께 고개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회사는 일부 캐릭터 컨셉의 부적절성과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즉시 수정조치를 진행 중입니다. 

 

부적절한 이미지 및 설정에 대한 수정과 더불어, 게임 사용등급을 오는 7일부터 18세로 수정해 서비스를 재개하겠습니다. 이와함께 현재 송출되고 있는 대중매체 광고, 지하철역 광고 등을 전면 중단할 예정입니다.

 

이번 게임은 한  명의 딸을 키우는 과정에서 다양한 정령을 수집하고 함께 육성한다는 스토리를 기반으로 제작됐습니다. 그 가운데 메인 캐릭터는 유저를 ‘아빠’라고 칭하고, 각 정령들은 유저와의 유대 관계를 형성합니다.

 

하지만 게임 진행 과정에서 과도한 설정, 부적절한 묘사가 이뤄졌습니다. 이 점에 불쾌감을 느끼셨을 유저 분들께 거듭 사과드립니다.

 

유저 분들의 질책을 달게 받고 향후 이와 같은 논란이 재발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이앤브이게임즈 대표이사 및 임직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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