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성공한 콘솔 게임 개발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2019년 국내에서 콘솔 게임 개발 도전을 위해 설립된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의 김희재 대표는 "시도"를 강조했다. 콘솔 분야에서 성공한 수많은 개발사의 사례를 연구해 보면 처음부터 성공한 곳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짧아야 5년, 길면 15년의 끝없는 도전 끝에 개발사의 역량을 키우고 끝내 성공한 개발사가 대부분이다. 빠르게 성공한 개발사도 보통 '특정 장르를 잘 아는 개발자'가 주축이 되어 '잘 만드는 게임'을 만든 경우가 대다수다.
이에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는 '3트'의 법칙을 세우고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못해도 특정 장르에 3번의 도전은 해 보자는 방식이다. 그리고 단순히 유행을 쫓는 것이 아닌, 개발진이 잘 좋아하고, 깊게 이해하고 있는 장르의 게임을 계속해서 개발해 유의미한 피드백과 경험을 쌓고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이는 최근 콘솔로 이동하고 있는 국내 게임 업계의 흐름과도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창간 20주년을 맞아 김희재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Q.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는 어떤 회사고, 어떤 이유로 설립됐는가?
A. 모바일을 아예 배제한 것은 아니지만 PC, 콘솔 게임을 위주로 개발하는 개발사다. 기존의 온라인 게임보단 패키지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2019년 말 설립됐는데 당시에는 국내에 패키지 게임을 만드는 개발사가 거의 없었다. 큰 회사에서는 이런 시도를 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마침 저와 오랜 기간 게임을 같이 개발해 온 동료와 뜻을 맞췄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열심히 하고 있다.
Q. "우리가 좋아하는 게임을 직접 만들어서 시장에서 인정받자"는 모토를 가지고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다. 어떻게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는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자 했는가?
A. 설립할 때부터 세운 3가지 기준이 있다. 먼저 '잘 이해하는 장르의 게임을 만들자'다. 시장에는 항상 유행해 따라 인기를 끄는 특정한 장르가 있다. 특정 게임이 크게 성공해 시장을 압도하면, 이를 기반으로 보완하고 시스템을 강화한 팔로우형 게임이 많이 나온다. 대형 개발사에서 게임을 개발할 때도 유행하는 게임을 만들라는 요구를 많이 받았다.
요구에 따라 만들려 하면 개발자가 그 게임이나 장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결국 시장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게임이 나온다. 유행을 쫓기보단, 조금 니치하거나 유저 풀이 적더라도 잘 아는 장르를 재미있게 만들자고 생각했다. 특히 요즘은 스팀 같은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소비자가 쉽게 접할 수 있다.
다음은 '어떻게 만들 것이냐?'의 측면이다. 저희 스튜디오 멤버들은 길게는 20년 정도를 저와 함께 게임을 개발해 왔다. 이런 과정 속에서 익힌 개발 노하우나 파이프라인이 있다. 정해진 기간에 정해진 예산으로 목표한 게임을 만들어내는 것에는 자신이 있다. 모든 게임이 소스 베이스를 공유해서 중복 투자를 줄이고, 아이디어가 있다면 빠르게 구현할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서비스다. 게임을 만드는 시점에서 사업과 개발이 어떻게 타겟 유저를 포지셔닝하고 마케팅할 것인지를 논의한다. 서비스를 담당하는 인력이 개발팀 못지 않은 게임 이해도를 가지도록 하고 있다. 과정에서도 유저의 피드백을 많이 듣고, 내부에서 이를 정말 열심히 토론하고 고민한다.
Q. 첫 게임인 <로스트 아이돌론스>도 그런 의미에서 개발됐나? SRPG가 그렇게 대중적이지는 않다.
A. 저희가 바로 직전에 개발했던 게임이 <삼국지 조조전 온라인>이고, SRPG를 오랜 기간 플레이해온 개발자가 많았다. 경험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SRPG를 만들고 싶어하는 분이 많았다.
그리고 대중성이란 것은 상대적이다. 스팀 등의 유통 플랫폼을 통해 조금 마이너한 장르라도 밀리언 셀러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요즘이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잘 되는 장르를 우리가 잘 모름에도 억지로 개발하기보단, 잘 만들 수 있는 장르의 게임을 선보이려 했다.

Q. 성과는 어땠나. 당초 목표한 것을 이뤘는가?
A. 아무래도 욕심만큼의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첫 번째 게임임을 생각하면 평가나 판매량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로스트 아이돌론스>는 내러티브가 중요한 게임이다 보니 얼리 액세스를 하지 않고 곧바로 정식 출시를 했었고, 론칭 이후 약 4개월 정도 피드백을 반영하고 게임을 개선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교훈을 많이 얻었다. 아쉬웠던 점은 첫 게임이다 보니 욕심이 많았다. 제한된 예산과 인력 속에서 하고 싶은 것을 최대한 하려 하다 보니, 컷신이나 내러티브 면에서 시장의 눈높이를 잘 못 맞췄다. 전투에서도 진입 장벽이 있었다. 한 전투의 템포가 긴 고전적인 방식을 사용했는데 진입 장벽이 됐다. 그 후속작인 <베일 오브 더 위치>는 이런 피드백과 교훈을 반영했고, 덕분인지 얼리 액세스부터 평가가 조금 더 좋다.
Q. 게임스컴 2024에서 만난 사업총괄은 실패하더라도 실패를 자양분 삼아 차근차근 개발 역량을 쌓고, 한 장르에 매진해 언젠가는 한국의 '라리안 스튜디오'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A. 국내 업계가 콘솔로 본격적인 이동을 시작하기 전에 스튜디오를 설립하면서 생긴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질문의 답이었다고 보면 된다. 설립 과정에서 다른 성공한 콘솔 게임 개발사들이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 연구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한 게임사는 모두 알아봤다.
결과는 간단했다. '뜬금포'가 없다는 것이다. 글로벌의 수많은 게이머에게 어필할 수 있는 퀄리티를 만들려면 정말 많은 노하우가 필요하다. 빠르게 히트작을 내놓은 개발사가 소수 있기는 하다. 그런데 사실 이런 경우조차 특정 장르에서 오랜 기간 게임을 개발자들이 모여서 잘 알고, 잘 만들 수 있는 장르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멘땅에 헤딩을 해서 곧바로 성공한 개발사는 없다.
무료 게임은 그냥 하다가 떠나도 소비자가 쓴 돈이 없다. 근데 패키지게임은 플레이하기 위해 소비자가 돈을 미리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개발사의 평판이나 역사가 판매량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 예를 들어서 저는 <파 크라이> 시리즈를 처음부터 플레이해 왔다. 매우 좋아한다. <파 크라이 5>를 하고 나서 <파 크라이 6>가 나왔을 때 당연히 곧바로 구매했다.
지속 가능한 형태의 콘솔 게임 개발 구조를 갖추려면 잘 만드는 게임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미지나 팬덤이 갖춰져야 한다. 그리고 유명 개발사들이 이를 갖추기까지는 짧아야 3~5년, 길면 15년이 넘게 걸렸다. 그 유명한 라리안 스튜디오도 거의 15년이 걸렸다. <위쳐> 시리즈도 <위쳐 3>이 가장 성공했지 않나. 잘 만드는 장르의 게임을 열심히 개발하고, 때로는 실패를 해 보고, 때로는 중박만 치는 등의 과정을 거치며 궁극적으로 '대성공하는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역량과 노하우를 구축하려 한다.

그래서 오션드라이브를 설립하던 당시 '3트'라는 법칙을 호기롭게 세웠다. SRPG 장르에서는 <베일 오브 더 위치>가 '2트'에 해당하는 셈이다. <로스트 아이돌론스>가 대성공을 거두지 못했으니 SRPG에서는 발을 빼야 하나? 아니다. 첫 게임의 출시를 통해 값진 경험을 얻었고, 이를 기반으로 다음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또다시 '제로'에서부터 게임을 개발해야 한다.
인디나 중소 규모의 게임에서도 그렇다. 이전에 <V 라이징>이라는 한 미드코어 게임이 대박을 쳤다. 하지만 이 개발사도 <배틀라이트>를 출시해 초기에는 상당히 흥행했으나, 성공을 길게 이어가지는 못했다. 그런 와중에도 여러 게임을 출시하며 계속해서 노하우를 쌓았고, 결국 <V 라이징>을 내놓을 수 있었다.
Q. 확실히 국내 게임 업계는 그런 과정에 있는 것 같다. 당장 엄청나게 멋지고 좋은 콘솔 게임을 내놓기는 어렵겠지만, 일단 시도해 보며 노하우를 쌓고 있다.
A. 맞다. 첫 게임이 곧바로 성공하면 정말 좋지만, 반드시 시작부터 잘 되어야만 성공이라고 기준을 세우면 안 된다. <로스트 아이돌론스> 이야기를 해 보자면 아무래도 80년대의 SRPG 느낌을 추구했다. 전투 하나에 호흡을 정말 길게 가져가는 그런 게임을 만들려 했다. 하지만 출시해 보니 요즘은 전투 하나에만 수 시간을 소비하는 게임은 원하지 않음을 알게 됐다. 여기서 얻은 교훈을 차기작에 잘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물론, '3트'를 언급했다고 해서 차기작까지 망해도 괜찮다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내부적으로 정말 많이 이야기를 했다. 유저가 만족한 부분, 불만족한 부분을 조사하고, 설문 조사를 진행하고,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했다.
후속격인 <베일 오브 더 위치>는 2025년 연내 정식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정식 출시는 저희의 피드백 과정이 옳았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진심으로 올바르길 바라고 있고,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 중이다.

Q. 그런데 스팀은 성과가 DB를 통해 투명하게 드러난다. 이 부분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A. 수치적인 부분을 여러 방면에서 알 수 있긴 하다. 정확도도 높다. 그렇게 우려하거나 걱정하지는 않는다. 스팀이라는 플랫폼은 유저의 의견이나 피드백을 취합하기 좋아 게임을 더 잘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곳이다. 오히려 개발자로써 효용감이 큰 플랫폼이라 좋다.
Q. 이전에 2020년 인터뷰에서 유저와 소통하며 게임을 만드는 '오픈 디벨롭먼트' 방식을 이야기했다. 실제로 여러 게임을 진행하며 소통하니 어떤가? 확실한 강점이 있는가? 아니면 생각과 다른 부분이 있었는가.
A. 피드백을 적극 검토하고 반영한다는 것은 자칫 “유저가 원하는 대로만 게임을 만든다”라는 오해가 있을 수 있다. 결국 게임을 리딩하는 디렉터가 본인이 만들고 싶었던 게임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상상하던 것을 구현하다 보니 원했던 재미가 올바르게 인식되지 않거나 오인되는 것에 대해, 사전에 미리 알고 해결책을 고민하는 것이 '오픈 디벨롭먼트'라 본다.
게임을 공개하고 개발할 때마다 매번 배우고 있다. 가장 크게 느낀 점은 개발진의 의도가 항상 잘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원했던 것 그리고 우리가 원했던 것이 다를 수 있고, 이 괴리를 잘 해소하는 것이 핵심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이런 개발 방식에 대한 개인적인 소감을 말하자면, 정말 좋다. 진짜 좋다. 네임벨류도 없는 게임을 유저가 직접 찾아와서 "야, 너네 게임 괜찮아 보이는데? 내가 테스트해 줄게!"라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찾아온 유저는 정말 적극적이고 상세하게 피드백을 해 준다.
개발자 블로그 영상도 업로드하고 있다. 단순히 만드는 게임에 대한 소개도 있지만, 유저의 피드백을 어떻게 검토했고, 어떤 결론을 냈고, 반영할 수 없는 부분은 왜 그런지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하고 있다. 솔직히 이야기하고 진심으로 설득하면 "왜 내 피드백은 안 반영해 줘!"라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Q. 그렇다 보니 개발자가 전면에 등장해야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도 유튜브 채널을 보면 블로그를 업로드하는 등 무언가 해외 개발사의 채널에서 보이던 방식을 사용해 소통하는 듯하다.
A. 유저에게 어떻게 이름을 알리고 게임 개발에 대한 진정성을 보일 수 있을까 고민했다. 콘솔 게이머들에게 오션드라이브는 처음 들어보는 회사다. 개발 조직도 한국에 있다. 광고를 대규모로 하기에도 저희가 큰 회사는 아니다. 디스코드 등 여러 방법을 사용했고, 저희가 몇 번 시도하다가 사라질 개발사는 아니라고 어필하고 싶었다. 부족한 점은 있겠지만, 진정성 있는 개발사의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Q. 그렇다 보니, 이전에는 미디어 인터뷰가 아니면 개발자가 나올 일이 없었지만 이제는 소규모 게임도 개발자가 얼굴을 자주 비춰야 한다. 얼굴 노출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A. 당연히 부끄럽긴 하다. 저도 영상을 몇 번 찍었는데 그런 마음이 있다. 그래도 저희를 조금이라도 더 알리고 진정성을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니 감수하고 있다. 개발자에게도 쉽지는 않지만 필요성에 대해서는 적극 공감하고 있어 노력하고 있다.

Q. 이전에 게임스컴에서 (이정수 사업총괄이) 해외 게이머들이 가진 한국 게임에 대한 편견이 줄어들고, 한국 개발사가 콘솔에 도전하는 것을 알아주고 있다는 답변이 있었다. 미국에서 느끼기엔 어떤가?
A. 많이 보인다. 중국도 개발하는 여러 콘솔 게임을 선보이며 이미지가 바뀌지 않았나. 한국에서도 여러 좋은 게임이 나와서 영향이 크다. 이전에는 관계자들에게 한국 게임은 '서구권 시장에서는 조금 제한된 유저 풀을 가진 무료플레이 게임'을 만든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달라졌다. 한국의 콘솔 게임 개발사에 관심을 가지는 곳도 많다.
Q. 최근 '퓨처 게이밍 쇼'에 참여했다. 이런 중, 소규모의 게임 쇼케이스나 게임쇼 참여도 많은 도움이 되는가? 모두가 게임스컴이나 TGA같은 대형 게임쇼에 비싼 돈을 내고 갈 수는 없으니 말이다.
A. 저희와 같은 작은 개발사에게 도움이 많이 된다. 게임을 노출할 수 있는 채널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저희가 북미의 PAX 행사에는 매번 개근하고 있다. 부스를 크게 준비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연 빌드를 항상 준비해 개발자가 직접 참관객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면 피드백이 정말 알게 모르게 개발에 큰 도움이 된다.
PAX 행사는 저희와 같은 미드코어 게임, 프리미엄-인디 게임의 트렌드를 알기 좋다. 어떤 장르의 게임이 주로 선보여졌는지, 어떤 장르의 게임이 주로 관람객의 관심을 받는지를 현장에서 느낄 수 있다.
Q. 게임스컴에서 <베일 오브 더 위치>, <섹션 13>, <갓 세이브 버밍엄>, <검술명가 막내아들>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스팀을 통해 출시되는 <베일 오브 더 위치>, <섹션 13>, <갓 세이브 버밍엄>은 작은 단위로 개발되는 게임이다. 이처럼 작은 단위의 게임을 연속적으로 공개 및 개발한 이유는 무엇인가?
A. 소속된 개발자 모두가 SRPG 마니아는 아니다. 개발자 각자가 이해도가 높은 장르는 다양하다. 다행히 저희가 어떻게, 어떤 속도로 만들까에 대한 부분에는 노하우와 자신감이 있고,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 진행해도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판단이 있었다.
아직 저희는 재미있는 게임을 개발하고자 여러 시도를 하고 있는 작은 회사다. 처음부터 큰 게임을 만든다는 것은 회사에 큰 부담을 줄 수 있고, 개인적으로도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한 글로벌 팬베이스를 갖추고 성공한 개발사도, 만들고 싶었던 게임을 작게 시작한 경우가 많다. 그러다 팬덤이 쌓이고, 팬덤을 통한 자연스런 바이럴이 만들어지고, 이런 성과를 기반으로 조금 더 큰 게임을 만들며 더욱 큰 선순환을 만들어 냈다. 라리안 스튜디오의 <디비니티> 시리즈도 처음부터 엄청나게 큰 대작은 아니었지 않나.
특히, 네임벨류가 없는 회사가 시작부터 큰 프로젝트를 하면 이것을 '플레이해 줄 사람'이 없다. 경쟁하는 대형 게임이 정말 많은 시대다. 자신이 좋아하는 대형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만 해도 시간이 모자라지 않나. 팬 베이스를 충분히 갖추고 어느 정도 성과를 내야 큰 프로젝트를 시도할 수 있는 역량과 환경이 갖춰진다고 생각한다.

Q. 위의 세 프로젝트 중 <섹션 13>까지 얼리 액세스를 시작했다. 이전에 얼리 액세스 출시했던 <블랙아웃 프로토콜>을 재개발한 게임인데, 어떤 교훈을 얻어 개발이 결정된 것인가.
A. <블랙아웃 프로토콜>은 멀티플레이를 중점에 둔 게임이었다. 어려운 난이도와 컨트롤을 지향했다. 아군 오사 시스템이 기본으로 적용되어 있기도 하다. 팀에서 만들고 싶었던 트윈스틱 슈터 장르의 모습을 최대한 구현하려 했다. 만들고 싶었던 것을 만들어보자고 했다. 테스트 등을 통해 받은 우려사항이 있긴 했지만, 개발팀과의 논의 끝에 처음 만들고 싶었던 하드코어함을 선보이자고 결정해서 얼리 액세스를 시작했다.
교훈은 역시 어려운 시도였다는 것이다. 코옵과 로그라이트의 조합은 익숙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 같더라. 로그라이트 시스템은 주로 싱글 게임에 사용된다. 멀티가 중심인 게임에 로그라이트를 핵심으로 내세운 게임은 적다. 생소하다는 피드백이 많았다.
토론 끝에 트윈스틱 슈터의 매커니즘은 그대로 가져가되, 어려운 난이도보단 싱글 플레이도 가능하도록 바꾸고 다른 게임이 제공하는 적절한 내러티브와 즐길 수 있는 난이도를 기반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 보기로 결정했다. 약 1년 정도 수정 작업을 진행해 얼리 액세스를 했고, 올해 정식 론칭할 생각이다. 확실히 이렇게 바꾸니 유저 피드백이나 리뷰 데이터가 좋아지더라.
Q. 게임스컴 2024 현장에서 미디어에게 가장 반응이 좋았던 것은 <갓 세이브 버밍엄>으로 기억한다. 이후 개발은 어떻게 되고 있나. 가능성을 보고 개발 규모를 키웠나?
A. 개발 규모를 키운 것은 아니다. 아시다시피, 저희가 큰 개발사는 아니라 개발 팀의 규모를 무작정 키우기는 어렵다. 열심히 개발 중이고, 초기에 구상했던 '중세 좀비 서바이벌'이라는 방향성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확실히 해외 반응이 괜찮긴 하더라. 해외의 퍼블리셔나 개발사와 만나면 항상 "<갓 세이브 버밍엄> 만드는 곳이죠?"라고 먼저 이야기하신다. 첫 트레일러도 프로토타입을 기반으로 빠르게 만든 건데 그것조차 많은 관심을 보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Q. 설립된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2019년 설립됐으니 이제 6년 차다. 그동안 게임 트렌드도 많이 바뀌었는데, 오션드라이브의 생각이나 전략도 조금 바뀌었을 듯하다.
A. 19년 설립이지만 제대로 개발한 것은 2020년이니 만 5년이라 보면 될 것 같다. 게임 트렌드가 그렇게까지 바뀌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시아 시장에서는 그럴 수 있다. 기존의 무료 플레이 온라인 게임에서 PC와 콘솔 패키지로 넘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북미나 유럽, 일본 같은 시장은 과장을 보태면 80년대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온라인 다운로드를 통한 게임 유통이 주류가 되긴 했지만, 여전히 좋아하는 게임이 나오면 '게임스톱'에 가서 게임을 사고, 집에서 콘솔에 CD 넣고 즐기는 사람이 많다. 여기는 수십년 간 그랬다.
게임을 오래 하다 보면 선호하는 장르가 생기고, 새로움을 원해 여러 스타일의 게임을 찾기도 한다. 스팀을 통해 여러 장르의 게임을 쉽게 접할 수 있고, 콘솔 마켓에도 온라인 다운로드 방식의 게임 유통이 일상화되며 판매되는 게임 종류가 늘어나고 있다. 좋아하는 게임을 발견하면 테스트 신청도 해 보고, 얼리 액세스도 해 본다. 이런 패턴은 저희가 스튜디오를 설립한 당시와 비교해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저희의 생각과 전략은 큰 틀에서는 여전히 같다.
바뀐 부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게임을 만들고 출시해 오며 얻은 시행착오를 통해 디테일적인 단에서는 개선된 부분이 많다. 어찌 되었건 잘 만들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진정성 있게 서비스하고, 피드백을 받고, 이를 기반으로 더 좋은 게임을 선보이려 한다. 올해는 <베일 오브 더 위치>와 <섹션 13>의 정식 론칭을 위해 집중하고 있다.
Q.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도 이제는 성과를 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2025년부터는 어떤 목표를 가지고 움직이려 하는가.
A. 설립 인터뷰에서 조급해하지 않고 우리가 잘 좋아하는 게임을 만들어 성공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조금씩 조급해지는 시점이긴 하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가 생각한 이 방향성이 옳다고 믿고 있고, 개발한 프로젝트들이 알게 모르게 개선되며 점진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올해는 두 개의 게임을 론칭해야 하는 만큼 만큼 중요하다. 준비한 만큼 게이머에게 잘 어필하고 성과를 이뤘으면 하는 바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