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스팀에서 '매우 긍정적' 평가 받았는데, 소식 끊겼던 국산 인디게임의 사연

사랑해요4 (김승주) | 2025-05-27 16:12:28

이런 비화가 있었다고?

종종 스팀에서 흥미로운 체험판을 선보였지만, 갑자기 소식이 끊겨 버리곤 하는 인디게임이 있다. 기자에게도 하나 있었는데, 바로 지난 2022년 12월 출시됐던 <레버넌트>다. 청강문화산업대학교 학생들의 졸업 작품 전시회 '23회 청강게임크로니클'에 선보여졌던 이 짧은 분량의 게임은 현장 관람객의 호평을 타고 스팀에까지 선보여져 '매우 긍정적'(94%)이라는 유저 평가를 받았다.

<레버넌트>의 특징은 픽셀 아트 그래픽에 건슈팅이라는 요소를 덧붙였다는 것이다. 캐릭터를 조작해 이동하며 적을 쏘는 일반적인 슈팅 액션의 감각을 따르고 있지만, 적을 처치하기 위해서는 플레이어가 마우스를 정확히 조준해야 한다. 조준이 빗나가면 투사체가 발사되더라도 공격이 맞지 않는다. 

<레버넌트>(2022)


데모에서 선보인 방향성이 흥미로워 개인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스타, BIC, 네오위즈 방구석 인디게임쇼 등 다양한 전시회에 출품됐음에도 불구하고 <레버넌트>의 완전판에 대한 개발 소식은 발표되지 않았다. 아무리 졸업 작품 출품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도 이대로 끝내기에는 콘셉트와 방향성이 아깝다는 생각이 있었다.


이런 와중, 개발진은 2024년 2월 스팀 페이지를 통해 드디어 창업을 완료하고 완전판 개발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발표했다. 과연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금까지 인디게임 행사와 연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다가, 플레이엑스포 2025 현장에서 개발사 '메이플라이'의 유환진 대표를 만나 드디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메이플라이


# 완전판 개발을 할려고 했었는데요. 못했습니다.

<레버넌트>의 프로토타입은 조별과제를 위해 만들어졌다. 프로토타입에 대한 반응이 좋아, 팀원을 모아 졸업 작품 전시를 위해 1년 정도 추가로 개발한 버전이 현재 스팀에 공개된 <레버넌트>다. 이후 참여한 각종 오프라인 게임 전시회에서 좋은 반응이 오자 6명 정도로 이루어졌던 개발진은 완전판 개발을 위한 준비를 했다.

졸업 작품이었던 만큼 당시 개발진은 창업과 취직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팀원이 창업에 확신을 가지고, 개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공모전을 통해 가능성을 입증할 필요가 있었다. 문제는 신청한 모든 공모전에서 별다른 수상을 하지 못했다는 것. 개발 역시 자연스레 중단됐다.


초기 버전은 현재도 스팀에 공개되어 있다.


그러나 유환진 개발자는 <레버넌트>를 놓지 않았다. 팀원을 설득하고 새로운 개발자를 영입해 회사를 창업하고 개발을 재개했다. 지금까지 있었던 여러 피드백을 받아들여, 느린 템포를 가지고 있었던 게임을 빠른 속도감을 가지도록 기획의 방향성을 바꾸기도 했다. 결정이 옳았던 것인지 방향성 변경 이후 2024년 인디크래프트 2024에서 챌린저 부분 2위로 입상했다.

<레버넌트>는 스팀 데모 출시를 위해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등급면제게임물 신청을 통해 심의를 받았던 바 있다. 새로운 게임의 출시를 위해서는 게임명을 바꾸고 다시 심의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유환진 대표는 "아마 정식 출시 게임명은 <프로젝트: 레버넌트> 로 바뀌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프로젝트: 레버넌트>는 7~8시간의 플레이 타임을 보장하고 컷신과 스토리를 보강해 출시될 예정이다. 2025년 6월경에는 새로운 버전의 체험판을 선보이기 위해 준비 중이며, 목표 출시일은 2026년 가을이다.


새롭게 개발 중인 <프로젝트: 레버넌트>



# 그래서 이 게임 재밌음?




<프로젝트: 레버넌트>는 일반적인 액션 게임에 건슈팅의 요소를 접목한 것이 핵심인 게임이다. 비유하자면 <메탈 슬러그>의 진행 방식에 아케이드 슈팅 게임 <버추어 캅> 혹은 <타임 크라이시스> 시리즈의 조준 시스템을 섞었다고 보면 된다.

적을 처치하기 위해서는 플레이어는 마우스 커서를 정확히 적에게 조준한 후 사격해야 한다. 머리 부분을 사격해 적을 한 방에 처치할 수도 있으며, 적이 방패를 착용했기에 다리를 먼저 사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도 스팀에 공개되어 있는 이전 버전과의 가장 큰 차이는 템포가 빠른 건슈팅 액션으로 방향성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전 버전은 주인공의 이동 속도가 느리고, 잠입 콘텐츠까지 기획 중이었기에 엄폐물에 숨거나 하는 등의 기믹이 있어 느릿하게 진행되는 레일 슈터 게임을 떠올리게 했다. 

현재의 버전에서는 이런 모습이 사라졌다. 적들은 빠르게 주인공을 노리고 공격해 오며, 대응 역시 빠르게 해야 한다. 공격을 한 번 허용하는 순간 주인공은 쓰러진다. 그 대신 사망하면 곧바로 체크 포인트로 돌아가 빠르게 재도전할 수 있다.

빠른 액션의 템포를 가지도록 바뀌었다.

한 방에 사망하지만 빠르게 재도전할 수 있다. 여러 기믹 속에서 죽으면서 배우는 것이 핵심

체험판 버전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프로젝트 레버넌트>가 단순히 마우스 조준 사격이라는 기믹에 기대지 않고, 화면이나 스테이지가 전환될 때마다 플레이어에게 단계적으로 새로운 난관을 부여하는 구성을 적절하게 기획해 놓았다는 것이다.

가령 적이 오른쪽, 왼쪽이 아닌 위, 아래에도 배치되어 공격해 오거나, 맵의 오브젝트에 숨어 있다 등장하거나, 시야를 가리는 연막탄을 던지거나, 멀리서 조준 공격을 하는 저격수를 등장시키고 챕터 막바지에는 저격수를 직선 구간에 배치해 계속해서 점프하며 공격을 회피해야 하는 구조를 선보이는 등 플레이어가 단순히 적을 쏘아 맞추는 반복적인 행위에 질리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플레이어가 액티브 스킬과 기믹을 활용할 수도 있다. 섬광탄을 던져 적을 기절시킨 후, 맵의 구조물을 사격해 떨어트려 일거에 처치하거나, 저격 지원을 요청해 까다로운 위치에 있는 적을 손쉽게 처치할 수 있다. 다양한 기믹을 가진 보스와의 전투와 컷신도 개발진이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이다.

관련해 박상우 기획자는 "시연 버전 이후의 구간에서 정말로 다채로운 기믹이 등장한다. 기존에 학습한 내용을 비틀거나,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을 넣어 계속해서 짧은 시간 동안 빠르게 최선의 플레이를 찾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라며 "다채로운 액션의 재미를 선보이기 위해 열심히 개발 중이니 기대 부탁드린다"고 했다. 


컷신과 보스전 연출도 개발진이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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