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한국어 삭제에 지역 차단까지, 스팀게임의 미래는?

다미롱 (김승현) | 2014-12-09 15:07:10

스팀 게임의 한국 서비스 지원 중단이 늘어남에 따라 게이머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디스이즈게임 취재 결과, 지난 10월 이후 스팀에서 한국어 및 한국 지원 서비스를 중단한 게임이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12월 9일 현재, 인디게임 <디펜더즈 퀘스트>와 <미니 메트로>는 한국어 지원이 중단됐다. 또한 비영리 한글화팀 ‘Team.SM’의 조사에 따르면 <커맨드 앤 컨커 4> <디펜스 테크니카> <배틀 네이션즈> 등 10여 개 게임이 한국 지역의 신규 구매를 차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어 지원 중단 게임, “등급분류 때문에 한국어 삭제했다”


먼저 잇따른 한국어 지원 중단 사례는 지난 10월 말 스팀에 전달된 게임물관리위원회의 권고에 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오픈마켓 청소년 이용가 게임을 제외한 국내에 유통되는 모든 게임은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

지난 9월 새정치민주연합 박주선 의원은 국내 게임과 스팀 게임의 등급분류 역차별 문제를 거론하며, “엄격한 법 집행이나 제도 개선을 통해 해외 개발사와 국내 개발사 사이 역차별을 해소하라”라고 주문했고, 문화체육관광부 김종덕 장관은 이에 “모바일과 페이스북, 스팀 등은 사후조치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보다 엄격하게 법을 적용하겠다”고 답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지난 10월 스팀에 비심사 국내 서비스 게임에 대해 심의 권고를 전달했다.
그리고 지난 10월 31일과 11월 26일, <디펜더즈 퀘스트>와 <미니 메트로>는 스팀 커뮤니티를 통해 “등급분류 문제로 한국어 지원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스팀 커뮤니티를 통해 한국어 지원 중단 소식을 밝힌 <미니 메트로>

<커맨드 앤 컨커 4> <디펜스 테크니카> <배틀 네이션즈> 등 한국 지역의 구매를 차단한 10여 개의 게임은 현재까지 공식적인 제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대다수의 게임이 올해 9월까지 정상적으로 구매가 가능했던 것을 미루어 볼 때, 한국어 지원 중단 게임과 마찬가지로 심의 때문에 구매를 제한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스팀 게임이 지역제한을 하는 이유는 3가지. 개발사가 직접 요청했거나 현지의 유통업자가 요청하는 경우, 마지막으로 해당 국가의 법령이 게임의 유통을 금지하는 경우다. 하지만 지역 제한이 확인된 <아노다인> <배틀 네이션즈> 등의 게임은 올해 9월까지 정상적으로 구매가 가능했던 게임. 그리고 별도의 국내 유통사도 없다.


<커맨드 앤 컨커 4> 등 10여 개의 게임이 한국 구매를 차단했다


제도 개선 논의 중인 게임위, 적용 시기는 미정


물론 해외 개발사도 게임물관리위원회나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의 심의를 받으면 국내 유통이 가능하다. 하지만 두 기관 모두 현재 해외 사업자를 위한 뚜렷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한국어 지원을 중단하거나 한국 구매가 차단된 게임의 서비스 재개는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의 경우 아직 영문 홈페이지가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해외 개발사가 직접 심의는 커녕 심의 절차조차 알아볼 수 없다. 더군다나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는 당분간 영문 안내 페이지를 마련할 계획이 없어 심의 문제로 인한 한국어 지원 중단 게임이나 한국 지역 구매 제한 게임은 앞으로도 더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참고로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는 현재 성인게임을 제외한 모든 PC 플랫폼 게임 등급분류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사실상 스팀 게임 대다수가 이용해야 할 기관이다.


아직 구체적인 영문 홈페이지 추가 계획이 없는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

아케이드 게임과 성인 게임의 등급분류를 담당하는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영문 홈페이지가 있어 그나마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이곳 또한 등급분류 절차에 대한 설명과 문의할 연락처는 있어도 온라인 등급분류 신청은 불가능해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국내 사업자등록증이 있어야 등급분류를 받을 수 있는 현행 시스템 때문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이러한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법조계와 함께 TF팀을 구성해 논의 중이다. 하지만 TF팀 자체가 11월부터 운영되었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제도가 개선되기는 어렵다. 이에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개선 논의 중 일어나는 유저 불이익을 막기 위해 스팀에 “제도 개선 논의 중이니 구매자들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달라라고 전달했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는 기존 구매자의 게임 이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현재 문제시되고 있는 한국어 지원 중단이나 신규 구매 제한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영문 안내는 존재하지만 실질적인 등급분류 심사는 불가능한 게임물관리위원회 홈페이지


한국 파트너 찾고 있는 스팀, 심의 문제 해결책 될까?


다만 최근 스팀이 한국에 파트너사를 찾고 있는 움직임이 파악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디스이즈게임 취재에 따르면 스팀은 최근 홍보나 컨설팅 등 다방면에 걸쳐 파트너사를 찾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스팀의 이같은 움직임과 관련해 가장 가능성 높은 이유는 지난 9월 공개된 ‘원화 결제다. 게임업계에 따르면 현재 스팀은 단순 원화의 달러 환전뿐만 아니라, 문화상품권 등 다양한 결제방법을 지원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스팀이 직접 전자결제대행 사업자 자격을 취득하거나 이러한 자격이 있는 대행사와 손을 잡아야 한다. 어느 쪽이든 스팀으로서는 국내 유저들에게 게임을 유통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셈이다. 

이는 즉 이후 스팀을 통해 국내에 제공되는 모든 게임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스팀이 별도의 심의문제 해결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일부 대형 게임사 게임을 제외하곤 대다수의 게임이 판매될 수 없게 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스팀이 원화결제를 준비하면서 심의문제 또한 플랫폼 차원에서 해결할 것이다라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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