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리메이크'와 '리마스터' 전성시대, 성공의 조건은 무엇일까?

춘삼 (안규현) | 2024-03-08 17:3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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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 스페이스>, <바이오하자드 RE:4>, <파이널 판타지 7 리버스>.

최근 리메이크를 통해 호평받은 대표적 타이틀이다. 꾸준한 리메이크 타이틀 발매는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도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과 같은 시도가 있었다. 리메이크 외에도 리마스터나 타 플랫폼 이식 사례 또한 자주 목격된다. 

물론 (알다시피) 모든 시도가 좋은 결과를 맺었던 것은 아니다. 퀄리티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 경우도 있고,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 시절' 콘텐츠를 그대로 재현하는 데 그쳐 시대의 흐름에 뒤쳐진다는 평가를 받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좋은 리메이크의 조건은 무엇일까? 또는 좋은 리마스터의 조건은 무엇일까? 외주 전문 개발사 '버추어스'가 이 질문에 대한 조사 결과를 담은 '비디오게임 리메이크와 리마스터 황금기' 보고서를 8일 선보였다. 200개가 넘는 리메이크 및 리마스터 타이틀에 대한 2012년 이후 판매 수치가 담겼다. 내용을 살펴봤다. /디스이즈게임 안규현 기자



# 리메이크는 '11년~15년' 후, 리마스터는 '5년 이내'

원작 출시 시기에 따른 리메이크(주황색), 리마스터(파란색) 게임의 평균 판매량 (자료: 버추어스)

리메이크의 경우 원작 출시로부터 11~15년 이후에 출시된 게임이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16~20년, 21~25년, 6~10년이 뒤를 이었다.

최초 출시 후 11~15년 뒤에 출시된 리메이크 작품 중 200만 장 판매를 달성한 비율은 70%에 이르렀다. 반면 21년~25년 뒤에 출시된 리메이크 작품이 200만 장 이상 판매량을 달성한 비율은 32%에 불과했다.

버추어스는 "게임플레이를 향상을 위한 기술이 발전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경과하면 리메이크가 성공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출시 후 10년 이내에 리마스터 되었음에도 판매량 200만 장을 돌파한 타이틀은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1>과 <오딘 스피어: 레이브스라시르> 두 개뿐이었다.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1>의 경우, 2013년 PS3로 출시되었던 게임을 다음 해 PS4 버전으로 리마스터했고, 9년 뒤엔 리마스터 버전으로 PS5에 출시했다. 그래픽 개선 외에 차별점이 없어 판매량 호조에도 불구하고 리마스터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보고서에 제시된 유의 사항은 다음과 같다. 10년 미만의 게임을 리메이크해야 하는 경우, 플레이어에게 충분한 부가가치를 제공해 게임의 구매 가격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반대로, 20년이 넘은 게임은 오히려 고전게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어 경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리마스터의 경우 원작 출시 후 0~5년 이내 출시된 게임의 평균 판매량이 가장 높았고, 시기가 늦어질수록 평균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특히 0-5년과 6-10년 구간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 감소가 일어났다. 

특히 <라스트 오브 어스 리마스터드>, <슬리핑 도그: 데피니티브 에디션> 등 성공적인 리마스터 타이틀의 경우 대부분 2014년에 출시되었는데, 이는 콘솔의 세대교체가 일어났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반면 PS5와 Xbox 시리즈 X/S가 보급되었던 2020~2021년에 개발자들은 동일한 전략을 채택하지 않았다. 직전 세대의 AAA급 타이틀 대신, 2세대를 거슬러 올라가 PS3와 Xbox 360의 게임을 리마스터한 것이다. <세인츠 로우: 더 서드>, <니드 포 스피드: 핫 퍼슈트> 등이 대표적이다. 

콘솔 세대 교체기마다 리메이크/리마스터 타이틀이 다수 출시되었으나,
2014년과 달리 2020-2021년 성적은 좋지 않았다. (자료: 버추어스)

해당 리마스터 타이틀들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10년 이상 경과한 게임 플레이와 스토리라인이 현 시점에서 유저들에게 먹히지 않은 탓이다. 

반대로, <마블 스파이더맨 리마스터>는 원작이 나온 지 2년 만에 출시되었음에도 대성공을 거두었다. 게임에 대한 인지도가 남아있는 시점에 리마스터 버전을 다시 출시함으로써 다시 한번 인기를 모을 수 있었던 것이다.


# 원작에서 벗어날 때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하프 라이프>와 리메이크작 <블랙 메사>. <블랙 메사> 플레이어의 36.5%는 원작 <하프 라이프>도 플레이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리메이크 게임을 구매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원작 게임의 소중한 경험을 재현하려는 '향수'다. 따라서 게임을 다시금 만들려는 개발자는 향수를 식별하고, 분석해야 하며, 향수를 유발하는 가장 중요한 순간을 강조해야 한다. 

좋아하는 게임에 대한 기억은 전체 플레이 경험에 대한 것 보다는 상징적인 순간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가령, 좋아하는 캐릭터의 상징적인 대사와 같은 것들이다.

새로운 IP를 만들 때와 달리, 리메이크나 리마스터를 만들 때는 원본이 존재하고 그에 대한 유저들의 피드백도 참고할 수 있다. 가령 스팀에서 '압도적으로 부정적' 평가를 받은 <XIII> 리메이크는 여러 기술적 문제 외에도 원작의 카툰 그래픽 및 만화적 연출을 경시해 게임의 차별점을 없앴다는 평가를 받았다. 즉, 원작의 핵심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리마스터의 핵심은 원작 게임의 본질을 충실히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타이틀을 구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원작의 경험을 강화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고, 콘텐츠를 변경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변경 사항을 적용할지 결정하기 이전에, 변화를 통해 달성해야 하는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가령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는 새로운 기술을 사용해 유저가 느끼는 몰입감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반대로 <바이오하자드 RE:4> 개발진은 현대 게임은 문제 해결 방식에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점에 착안해 리메이크 버전에선 원본과 달리 플레이어에게 선택지를 부여하는 것을 중시했다.

비교적 성능이 낮은 기기로 이식하는 경우도 있다. <다크 소울 리마스터>의 스위치 이식과 같은 경우다. <다크 소울 리마스터> 이식 팀은 시각적인 개선보다 부드러운 프레임 재생을 중요 목표로 성정했다. 확실한 목표를 설정함으로서, 개발진은 이후 남는 리소스를 활용해 앰비언트 오클루전과 같은 시각적 개선 사항을 스위치 버전에 적용할 수 있었다.


시간이 흘렀다는 점에서 원작의 요소가 현재의 기준에 맞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판단해야 한다. 리메이크 또는 리마스터 게임은 지금과 다른 시대의 맥락에서 나온 결과물에 기반한다. 

따라서 의사 결정 과정에 최근의 트렌드가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가령 <바이오하자드 RE:4> 개발진은 원작의 핵심 요소 중 하나였던 버튼액션(QTE) 이벤트가 최신 게임에는 잘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파악했고, 대신 패링 시스템을 도입해 유저들로부터 호평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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