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퍼스트 디센던트', 가을 업데이트로 반전의 기회 잡을까?

퀴온 (한지훈) | 2024-10-14 18: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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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3개월 차에 접어든 <퍼스트 디센던트>가 초반 성적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한때 26만 명에 달했던 동시접속자 수는 1만 명 수준으로 감소했다가 10월 업데이트 이후인 현시점에선 3만 명 수준으로 살짝 반등한 상태다. 그러나 최고점을 기준으로 본다면 대략 23만여 명의 이용자가 빠져나간 상태.


초기에는 평점은 복합적이었어도 이용자수는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많았다. <퍼스트 디센던트>는 루트 슈터 장르의 탄탄한 마니아층을 보유한 서구권은 물론, 해당 장르에 대한 인지도가 비교적 낮은 국내에서도 적지 않은 관심과 인기를 누렸다. 당시에는 유저들의 피드백이 반영된 신속한 업데이트로 커뮤니티에서 호평을 받기도 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출시 이후 첫 주말인 7월 6일 최고 동시접속자 수를 기록한 이후, 8월에 이르러서는 10만 명대로 가파르게 감소했다. 이후로도 이 같은 감소세는 계속되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가파르게 이용자 수가 감소한 원인은 무엇일까? 

유저들이 손꼽는 이유는 오히려 간단하다. 루트 슈터라는 장르에 대한 유저들의 기대가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장르의 공식은 적용했지만, 그만큼의 매력은 부족했다

출시 이후 레딧에 올라온 한 게시글.
"파밍을 위해 시간을 쏟아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게임이 너무 반복적이라 재미가 없어요."

게임의 출시 직후부터 현재까지도 단조로운 게임 플레이는 꾸준히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이다. 게임을 처음 시작해 한창 계승자를 파밍하고 성장시키는 과정에서는 임무 지역만 조금씩 달라질 뿐, 비슷한 내용의 임무가 반복된다. 어찌어찌 캠페인까지 모두 마치고 본격적으로 엔드 콘텐츠에 진입한 유저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새로운 계승자와 무기 파밍을 위한 반복 플레이다.

물론 강제되는 반복 플레이는 비단 <퍼스트 디센던트>만의 문제가 아닌, 대부분의 루트 슈터 장르가 가지고 있는 고충이다. 특히 <퍼스트 디센던트>와 구조적으로 매우 유사한 시스템을 가진 기존작 <워프레임> 역시 여러 종류의 워프레임과 무기, 그리고 여기에 장착할 ‘모드’를 파밍하는 과정에서 수차례의 반복 플레이를 요구하고 있다.

다만 동일한 문제를 겪고 있음에도 유독 <퍼스트 디센던트>의 유저 이탈이 큰 것은 이 같은 반복 플레이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워프레임>에선 탈출하기 전까지 무한히 반복되는 미션을 몇 시간 동안 플레이하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 출처: 레딧)

앞서 언급했듯 <퍼스트 디센던트>는 구조적으로 <워프레임>과 굉장히 유사하다. 전투를 통해 자원을 모아 캐릭터와 무기를 제작하고 이들을 성장시키기 위해 전투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그라인딩(Grinding)’이 게임의 핵심이다. 이러한 반복의 동력은 결국 전투와 파밍, 성장 경험으로, 세 가지 요소가 톱니바퀴처럼 제대로 맞물려 돌아가야 유저들이 기꺼이 막대한 시간과 노력을 쏟을 수 있는 콘텐츠로 자리 잡게 된다.

그런데 <퍼스트 디센던트>의 전투는 유저들이 반복 플레이를 감내할만한 충분한 재미를 선사하지 못했다.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넓은 맵에 분산된 적 배치로 인해 단절되는 전투의 흐름과 불합리한 임무 구성, 유기적이지 않은 전투와 퍼즐 등을 문제점으로 꾸준히 지적해왔으나, 이는 제대로 개선되지 못했다. 이미 검증된 기존작의 시스템을 유사하게 채용했음에도 기존작만큼의 매력이 없으니, 게임을 떠나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철구 패턴'​으로 대표되는 <퍼스트 디센던트>의 단조로운 전투와 달리,

<워프레임>은 불릿 점프와 파쿠르의 빠른 속도감과 맵 곳곳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교전,
강력한 스킬과 무기로 적들을 일망타진하는 쾌감이 맞물리면서 "반복해도 재미있는 전투"를 선보인다.


# 무너진 밸런스와 고착화된 빌드… 파밍 동력 상실


또한 <퍼스트 디센던트>를 향한 평가가 이렇게까지 달라진 것은 무너진 캐릭터(계승자) 및 무기 밸런스의 영향이 크다. 다양한 ‘빌드’에 대한 연구와 활용이라는 반복 플레이의 주요 동력이 사라지면서 게임의 매력도가 크게 감소했다. 


단적인 사례가 계승자다. 출시 이후부터 지금까지 수 차례 업데이트로 새로운 계승자가 추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퍼스트 디센던트>에서 대부분의 이용자들이 사용하는 계승자는 한정되어 있다. 필드에서는 ‘버니’의 성능을 따라잡을 수 있는 계승자가 없고, 요격전에서는 ‘헤일리’ 내지는 ‘레픽’ 같은 일부 캐릭터가 월등히 좋은 성능을 자랑한다. 다른 계승자로는 아무리 빌드를 연구해도 이들에 못 미치는 성능을 보일 뿐이다.


자타공인 <퍼스트 디센던트>의 최약체 계승자 '에시모'.
버니처럼 달리기는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굳이 부족한 성능을 가진 계승자를 파밍할 필요가 있을까?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답은 “아니오”다. 드라마틱한 성능 변화가 있지 않은 이상 다른 계승자들은 ‘랭크작’에 잠깐 쓰이고 방치되기 일쑤다.


기존 루트 슈터에선 다양한 빌드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력으로 기능한다. 상기한 <워프레임>에는 50여종의 워프레임과 500종이 넘는 무기가 있고, 어떻게 ‘모딩(Modding)’ 하느냐에 따라 성능이 천지차이로 달라진다. 그래서 특정 콘셉트에 ‘꽂힌’ 유저들은 그 콘셉트를 극한으로 강화해 특이한 빌드를 만들어내고, 종종 그렇게 만들어진 빌드가 주력 세팅으로 자리 잡기도 한다.



워프레임 '야렐리'의 보조무기 연사력 강화 기믹에 집중해 만들어진 빌드.
이 같은 '예능 빌드'가 커뮤니티에서 밈이 되면서 종종 주력 빌드로 자리잡기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빌드는 누군가의 파밍 목표가 되기도 하고, 더 나아가 유튜브 등 커뮤니티에서 소비되는 하나의 콘텐츠가 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게임을 참여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는 것인데 <퍼스트 디센던트>가 이 부분을 놓쳤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떠난 유저들 불러올 ‘가을 전어’가 될 수 있을까?
이렇듯 매력적인 전투 기반의 그라인딩과 다채로운 빌드 구현이라는 유저들의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출시 초 게임을 찾았던 많은 이용자들을 놓치는 결과를 맞았던 <퍼스트 디센던트>는 지난 10일 진행된 시즌 1의 2차 업데이트로 유저들의 민심을 어느 정도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해당 업데이트로 추가된 신규 콘텐츠인 ‘400% 침투 작전’은 다른 던전에 비해 더욱 많고 강력한 몬스터가 연속적으로 등장하는 난이도다. 유저들에게 패널티를 적용해 억지로 게임의 난이도를 높였던 이전 250% 침투 작전과 달리, 이번 콘텐츠에서는 호쾌하게 많은 적들을 처치하는 것이 가능해 재미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반적인 게임의 적 배치를 이 정도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올 정도다.

400% 침투 작전에서 적들을 공격 한 번에 쓸어버리는 장면.
유저들이 기대하고 원했던 것은 이렇게 시원시원한 전투 경험이었다.

이와 함께 추가된 새로운 계승자 ‘얼티밋 프레이나’는 버니에 버금가는 수준의 강력한 성능을 자랑해 많은 유저들의 새로운 파밍 목표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상기한 400% 침투 작전에서 압도적인 화력을 보여주는 빌드가 발견되면서 국내외 커뮤니티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이번 얼티밋 프레이나 출시 직전 원본 계승자인 프레이나의 대대적인 성능 개선이 이뤄졌다는 부분이다. 이전 얼티밋 버니와 동일하게 미형의 캐릭터 디자인과 스킨을 전면에 내세운 캐릭터가 이토록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것에는 무료 게임인 <퍼스트 디센던트>의 비즈니스적인 판단이 반영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퍼스트 디센던트> 얼티밋 버니와
얼티밋 프레이나

해당 업데이트 이후 이용자 수는 상당히 증가했다. 업데이트 이전 1만 명대를 유지했던 스팀 동시접속자 수는 업데이트 이후 주말 동안 3만 명대로 올랐다. 개선의 가능성을 엿본 것일까, 개발사 넥슨게임즈는 게임의 개발 역량 강화를 위해 개발팀의 인력을 집중 채용하기로 결정했다. 

늘 그렇듯,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업데이트다. 아직 게임을 떠난 유저들은 남아있고, 이들은 <퍼스트 디센던트>가 더 나은 게임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워프레임>과 <데스티니 가디언즈>, 그리고 <퍼스트 디센던트>까지 3파전 구도가 정착한 루트슈터 시장에서 <퍼스트 디센던트>가 떠나간 유저들을 다시 불러오는 ‘가을 전어’가 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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