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사라진 대표, 완전히 망가져 버린 스타트업… 어떻게 되살릴 수 있었을까?

우티 (김재석) | 2024-10-15 13:00:04

쿠키플레이스. 이들은 '서브컬처 시장을 지속 가능하도록 만들기' 위해 창작물 커미션 플랫폼 '크레페'(CREPE)를 운영 중인 한국의 스타트업이다. 


서브컬처, 특히 동인(또는 연성) 문화에서 커미션이란 창작자가 금전적 대가를 주고 의뢰자가 주문한 그림이나 글 등을 창작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쿠키플레이스의 크레페는 1년여 만에 거래액이 2.6배 증가해 14개월 연속 순성장을 기록 중이다. 크레페는 지금 개월당 10만 건이 넘는 커미션을 중개하고 있다,


그러나 쿠키플레이스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블랙기업'이라는 지탄을 받았던 곳이다. 전 대표는 회사의 모든 권한을 쥔 채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근로기준법 위반, 배임, 임금 미지급 문제 등이 발생했다. 


쿠키플레이스는 '블랙기업' 낙인이 찍힌 지 만 2개월 만에 대표를 해임하고, 재창사에 가까운 개편을 감행한 끝에 지금의 성장 궤도를 만들었다. 두 공동대표는 어떻게 완전히 망가져 버린 스타트업을 부활시킬 수 있었을까?


[디스이즈게임 쿠키플레이스 인터뷰 4부작]


① 사라진 대표, 완전히 망가져 버린 스타트업, 어떻게 되살릴 수 있었을까? (현재 기사)

② 5,000억 '커미션' 시장, 10% 중개 수수료로 성장하는 크레페 (바로가기)

③ 10대·20대 여성은 왜 커미션을 할까? 2차 창작은 왜 중요할까? (바로가기)

④ 中은 미호요·빌리빌리 투자하는 커미션… 이들이 지키는 '덕질의 고향' (바로가기)




쿠키플레이스의 남선우(우), 장동현(좌) 공동대표

Q. 디스이즈게임: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어떻게 쿠키플레이스에 합류하게 되었나?


A. 남선우 대표 (이하 남): 쿠키플레이스 공동대표 남선우라고 한다. 서비스 운영 총괄 및 기획 업무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미술이론을 전공했고, 그 뒤에는 갤러리에서 큐레이터로 근무했다. 2022년 6월, 건강 문제로 퇴사 후 한창 애용하던 ​크레페를 운영 중인 쿠키플레이스의 채용공고를 보고 입사했다.

원래 게임을 좋아했다. <마비노기>는 거의 론칭할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고, LCK에서 T1의 팬이기도 하다. 오랜 핑크블러드(SM 팬을 의미) 이기도 하다. 여전히 커미션을 많이 신청(의뢰)하기도 하고 글 커미션을 의뢰받기도 한다. 애정하던 서비스를 만든 회사에 입사한 것이 기뻤다. 

2022년 4월에 설립된 회사에 6월 입사한 것이니 극초기였다. 실제로 세 번째 구성원이자 첫 직원이었다. 입사 당시 포지션은 마케팅 기획이었다. 업무를 하면서 총괄 PM 업무를 겸했고 잠시 회사를 떠났던 뒤, 2023년 10월에 복직, 2024년 1월 공동대표로 선임이 됐다.


A. 장동현 대표 (이하 장): 공동대표 장동현이라고 한다. IR이나 자본 조달, 회계, PR, 운영 등 경영지원 업무를 맡고 있다. 대학교 졸업 때 운동을 계속할까 고민을 하던 찰나 시민단체 CMS 시스템에 착안해서 정기 결제 클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기획했다. 법인 설립도 전에 임팩트 투자를 받게 되어 소셜 벤처를 창업한 게 스타트업에서의 첫 발자국이다.

그렇게 첫 창업 뒤 대학생 창업의 흔한 말로를 겪은 후, 추천 솔루션 스타트업의 B2B 세일즈로 근무했다. 그 다음에는 K-뷰티를 인도에 유통하는 스타트업에서 운영 총괄 업무와 사업개발 업무를 담당했다. 직전 회사에서는 3D 스케칭 SaaS를 만드는 아트테크 스타트업에서 일을 했다. 다양한 도메인들을 거치며 사업 운영 포지션 커리어를 이어갔다. 

직전 회사에서 이직을 결정하며 여러 오퍼를 제안받았고, 그중 하나가 쿠키플레이스였다. 2023년 7월 입사해 현재 딱 1년 2개월 됐다. 여러 가지 일을 겪은 후 2023년 9월에 단독 대표로 먼저 선임이 되었다가 남 대표님을 모시게 되었다.

무엇을 좋아한다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회사이다 보니 남 대표님을 이어 소개하자면, 밴드 공연과 페스티벌을 좋아한다. 크레페가 기반하는 문화는 내 지금의 본진은 아니지만 오랜 기간 몸담았던 씬이다. 쿠키플레이스에 입사했을 때는 마치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었다. 


Q. (남 대표에게) 큐레이터와 커미션 중개는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은데.

A. 남: 유사한 결이 있다. 결국 큐레이터도 갤러리라는 플랫폼을 통해 작가를 대하고 작품을 다루며 고객과 연결한다. 특히나 커미션은 작가와 고객이 직통으로 연결되기에 보다 더 세밀한 고민을 필요로 한다. 개인적으로는 커미션을 신청하시는 분들이 메디치 가문과 같은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Q. 일종의 창작 지원이라는 뜻인가? 커미션은 작가의 응원보다 자신의 만족이 우선되지 않나?

A. 남: 분명 그런 측면이 있다. 실제로 커미션은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주문 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받고 싶은 것이 확실한 편이다. 단순한 창작 지원이라면 '자유롭게 네가 창작하고 싶은 것을 창작하라'라고 할 수 있으나, 커미션은 결국 신청자가 원하는 것이 있고 이것을 당신이 창작해달라는 점에서 분명 차이점이 있다.

하지만 커미션도 결국 커미션주(작가)와 신청자의 관계가 중요하다. 처음엔 커미션주의 작업물들을 보고 커미션을 신청한다. 하지만 커미션을 진행하며 대화를 나누고 자료를 공유하며, 창작의 과정을 함께하는 과정 속에 커미션주와 신청자의 관계가 형성된다. 그 과정 속에서 맺어진 신뢰와 결과물에 대한 만족을 통해, 결국 많은 분들이 같은 커미션주에게 여러 번 커미션을 신청하게 된다. 그렇게 관계성이 형성되는 모습은 전통적인 미술계의 창작지원과 흡사한 맥락이 있다고 생각한다.


​Q. (장 대표에게) 스타트업에서만 커리어를 이어오고 있는데,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를 거두고 떠난 건가?

A. 장: 어디는 스톡옵션을 받아 퇴사하였고, 어디는 단순 이직이었다. 가장 길게 근무한 곳은 인도에 K-뷰티를 유통하는 스타트업이었다. 3D 스케치 스타트업에서도 세계의 여러 아트테크 회사, 3D 아티스트, 테크니컬 아티스트, 크리에이터 등을 만나며 글로벌 창작 산업과 생태계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런 글로벌 창작 밸류체인에 대한 경험과 배움 역시 이번 회사에 여러 도움이 되고 있다.


Q. 인도에 오래 있었다고 그랬는데, 스타트업 오피서에게 인도 시장은 어떤 곳인가? 게임시장에서도 진출에 어려움을 겪기로 유명한 곳인데.

A. 장: 외부에서 보이는 것과 내부 모습이 다른 시장이었다. 가처분 소득 측면에서 1선 도시보다 2선, 3선 도시의 성장 속도가 높았고, 소비재나 문화 콘텐츠에 대한 수요 역시 빠르게 성장하는 것을 목격했었다. 편한 영어 사용으로 글로벌 콘텐츠를 쉽게 접한 세대의 눈높이를 내수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현지의 프로토콜을 존중하면서, 현지 정서에 맞게끔 업무 체계를 현지화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했다. 그런 프로토콜을 잘 풀어내는 플레이어들의 퍼포먼스가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인도 시장이 크다는 것만 믿고 들어갔다가 무너지는 경우를 많이 봤었다.

두 대표는 다른 환경에서 일을 해오다가 쿠키플레이스에서 '지속가능한 덕질'을 위해 만났다.

# 이 사람들이 망가진 스타트업을 되살린 방법

Q. 남 대표는 회사를 떠났다가 돌아왔고, 장 대표는 '여러 가지 일'을 언급했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전 대표의 비위와 관련한 사건이 있었다고 들었다. 이 이야기를 풀고 가야지 앞으로의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

A. 장: 이 이야기는 피해당사자인 남 대표님보다 중재자였던 제가 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 이야기를 언론에 공개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우리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그 플랫폼을 만드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미 한 차례 자체적으로 공표를 한 적이 있지만, 언론을 통해서도 이렇게 사례를 남기는 것이 우리 플랫폼 사용자를 위해서라도 필요한 일이라고 믿는다. 아울러 비슷한 문제를 겪어왔거나 겪을 서브컬처씬의 여러 당사자들에게 이 기록이 남아 참고가 되기를 바랬다.

처음 쿠키플레이스에 합류했을 때 외부로 노출된 문제와 내부에서 확인되는 문제의 간극이 상당히 거대했다. 외부로는 사내 정치나 경영진의 책임회피, 부족한 복리후생, 구성원 간 이간질과 같은 이슈들이 보도되었다. 사실 관점에 따라 젊은 창업가의 미숙한 역량이 문제를 심화시킨 흔한 사례 아니냐는 해석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입사 후 자료를 뒤지고 구성원과 면담하며 확인한 현실은 충격적이었다. 배임, 폭언, 사내괴롭힘, 근로기준법 및 상법 위반 등 이미 많은 부분에서 단순히 민사를 넘어 형사 고소까지 가능한 일들이 자행되고 있었다. 미숙한 역량이 윤리 차원의 문제였다. 지금까지도 외부에 공표된 내용들은, 여전히 피해자였던 팀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많이 여과한 것이다.

지난해, 쿠키플레이스에는 내부 조직 문화에 대한 폭로가 이루어졌다. 채용공고에 적시된 복지가 제공되지 않았으며, 당시 대표가 회사에서 직분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쿠키플레이스는 9월 대표의 비위행위를 확인하여 해임했고, 민형사상 소송을 진행하지 않는 조건으로 당시 대표로부터 모든 지분을 돌려받았다. 밝혀진 사실은 법인카드 유용, 근로기준법 위반과 직장 내 괴롭힘 등이다.


이때 수습을 위해 투자조합으로부터 영입된 것이 장동현 대표, 장 대표가 크레페 서비스의 당사자성을 중요시해 공동대표로 영입한 것이 남선우 대표다. 두 공동대표는 새로운 대표가 선임되기 이전의 회사와 이후의 회사는 완전히 다른 회사라고 이야기한다. / 편집자 주



Q. 당시 쿠키플레이스는 어떤 회사였나?

A. 장: 단적으로 말해서 대표가 없는 회사였다.

업무든, 복지든, 조직 운영이든 회사로서의 기본적인 절차나 체계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그 상태에서 전 대표이사는 출근과 업무를 거의 하지 않다시피 했다. 그럼에도 결정권과 업무를 위한 SaaS 계정 권한 등은 모두 손에 쥐고 내려놓지 않으려 했다. 팀원들이 대표도 없고 권한도 없다시피 한 상태에서 업무를 어떻게든 품의를 올려도, 출근하지 않는 대표가 메신저를 통해 비상식적인 이유로 엎는 것이 부지기수였다. 팀원들이 확인할 수 없는 영역에서 온갖 문제가 벌어지고 있었다.

입사하자마자 작업이력과 확인가능한 사내 메신저 내용을 모두 확인하고 팀원들뿐만 아니라 퇴사한 사람들까지 모두 만났다. 정말로 서비스를 만들어온 건 전 대표가 아닌 팀원들이었다. 팀원들은 대부분 우리 서비스(크레페)의 헤비 유저이자 커미션이란 문화의 당사자들이었고 서비스에 대한 애정 때문에 쿠키플레이스를 첫 회사로 선택한 주니어분들이었다. 그 상태에서 수많은 사내 정치, 경영진의 갈등, 당시 대표이사의 불법행위와 괴롭힘을 견디며 크레페를 만들어 왔고, 또한 유지하려 노력했던 것이다.


Q. 그래서 '블랙기업' 논란은 어떻게 정리를 한 것인가?

A. 장: 입사 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돌이켜 보니, 그 시기는 남아있는 팀원들도 나를 '믿을 만한 사람'인지 시험하는 시간이었다. 입사하고 딱 2주가 지난 월요일이었다. 팀원 중 한 명이 대표를 해임하고자 다른 팀원들과 모아왔던 자료를 나에게 건네며 부탁하더라. 그게 차마 회사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되었다. 어떻게든 애정을 쏟아온 서비스를 살리고 싶은 팀원들의 간절함이 너무 느껴져서, 나 역시 내 덕질에 진심인 사람으로서 남의 덕질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있어서.

그 일 이후, 나를 회사에 영입한 주주들에게 자료들을 건네며 물었다. 회사를 살리고 싶은 건지, 그 대표를 살리고 싶은 건지. 돌아온 대답은 회사였다. 그 즉시 중재자를 자처하고 모든 이해관계자인 팀원들과 주주들을 모아 해임안을 작성하여 전 대표이사에게 안을 보냈다. 최종적으로 어떠한 민형사상 소송도 진행하지 않는 조건으로 합의를 이루었다. 대표는 해임되었고 지분은 모두 되돌려받았다.

Q. 남선우 대표는 어떻게 떠났던 회사로 돌아왔나?

A. 장: 중재를 하는 과정에서 명확히 했다.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독 대표로 선임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플랫폼도 어떤 관점에서는 창작물이고, 나는 크레페라는 창작물의 창작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창작을 다루는 회사가 창작물의 크레딧이 창작자들에게 온전히 돌아가도록 노력해야한다는 것은 기본적인 전제니까.

더군다나 부재해 온 전 대표를 대신해 당시의 남선우 기획자님은 팀원들을 이끌며 사실상 대표의 역할을 수행해왔었다. 가장 오래 근무했고 당연히 가장 오래 괴롭힘 받았기에 결국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었지만, 가장 서비스를 잘 아는 것도 실제로 창작해온 것도 남 대표님이었다. 당장 크레페라는 이름을 붙인 것조차 남 대표님이었으니깐.

그래서 퇴사한 남 대표님을 다시 모셔 와야만 했다. 창작자에게 정당한 크레딧이 돌아가는 것만큼이나, 크레페라는 서비스의 암묵지(暗默知)는 사실상 남 대표님에게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A. 남: 오랜 직장 내 괴롭힘 끝에 결국 퇴사를 했었다. 퇴사하니 기획자가 공석이 되었고, 그에 대한 채용 공고가 SNS에 게재되었는데, 그 게시물에 회사의 문제가 공론화되며 언론보도까지 나가게 되었다. 

퇴사한 뒤 한동안 마음을 추슬렀다. 그 후 다른 회사를 알아보고 합격하여 근무하기도 했다. 내 후임으로 입사한 당시 장동현 기획자를 처음 만난 것은, 다른 회사에 입사 전 잠시 마음을 추스를 때였다. 당시엔 복귀와 관련된 이야기는 없었고, 그저 회사의 상황이 왜 이런 건지에 대한 질문만 받았다. 내가 가장 오랫동안 재직했다가 퇴사를 했던 입장이었기 때문에 공유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말씀드렸다. 그로부터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만났을 때 문제가 해결되었음을 안내받으며 복귀 제안을 받게 됐다. 공동대표 제안에 대한 맥락도 소개를 받을 수 있었다.

회사를 한 차례 떠났는데, 복귀 제안을 받으니 굉장히 갑작스럽기는 했다. 고민 끝에 움직이게 되었는데 서비스(크레페)에 대한 애정이 컸던 것 같다. 우리 서비스는 당사자성이 큰 서비스고, 나도 마찬가지다. 나는 '덕후'고, 커미션을 넣거나(신청하거나) 받는 것을 지금도 하고 있고, 실제로 창작을 하는 사람이고, 글을 쓰는 사람이다.

첫 입사 때부터 이런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서 지원을 했고, 회사를 나간 뒤에도 서비스에 대한 애정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그리고 떠나온 팀원들에 대한 애정과 동료의식이 컸다. 그런 점에서 장 대표가 회사를 다시 잘 움직이기 위해서는 나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설득을 하셨다. 내가 너무나도 애정하는 플랫폼이고, 서브컬처 씬이었기 때문에 돌아오기로 결정했다.


Q. 사건을 정리한 이후에 회사의 지분을 특이하게 정리했다고 들었다.

A. 장: 누차 말했지만, ​중재를 하는 과정에서 줄곧 '내가 이 회사의 단독대표가 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경영진의 어리숙한 행태로 직원들이 고통을 받는 상황이었고, 그 기간 동안 회사를 떠난 분들을 만나려고 노력했다. 권한은 없었지만, 그 분들에게 일일이 사과를 드렸다. 임금이 미지급된 분도 있었는데, 그 부분도 처리를 해드렸다. 일종의 과거사를 정리한 셈이다.

이후 회사 경영을 이어가는 데 있어 쿠키플레이스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회사라는 생각으로 남아있던 팀원 모두에게 공동 창업자 직책을 드렸고 지분 역시 나누었다. 이것이 보상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하는 것에 시간을 많이 썼다. 오히려 이것은 창작자에게 창작물의 크레딧이 정당하게 돌아가는 일이고, 지분은 창작자이자 소유자의 책임을 뜻하기도 한다고. 중재를 하는 과정 속에서 팀원 모두와 지분구조에 대해서도 합의하고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Q. 이상적인 답변이다. 지분 관계를 수평적으로 정리하면, 기업 운영에서 의사결정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극단적으로 상장에서 폐업까지, 의사를 결정해야 하는데 배가 산으로 갈 수 있지 않나? 창작자의 것을 창작자에게 주겠다고, 기업의 지분까지 그렇게 할 필요가 있었을까?

A. 장: 지금 단계의 스타트업 중 가장 지배구조에 대한 고민이 깊은 곳이라 자부한다. 플랫폼이라서 조금 더 그런 부분이 있는 듯하다. 예를 들어서 어떤 제품을 만들어서 팔거나, IT서비스인데 단순히 구독을 통해서 단방향으로 서비스가 제공되는 서비스라면 빠른 의사결정이나 공격적인 투자, 소위 말하는 '스타트업식 성장 방식'이 중요하겠지만, 플랫폼은 복잡한 고민과 고맥락의 결정이 필요한 비즈니스다.

채용 공고에도 늘 기재하지만, 플랫폼은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에 활동이 이루어질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매출을 얻고 성장한다.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모여 여러 층위의 이해관계가 상충한다. 그 공간이 다루는 것이 고맥락의 문화와 콘텐츠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플랫폼을 성장시키는 데 한두 사람의 의사결정이 재빠르게 반영되는 지배구조가 오히려 플랫폼과는 맞지 않고, 플랫폼 전체를 훨씬 더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서비스의 품질로서든, 아니면 사용자들의 경험으로서든, 어느 측면에서든 그렇다. 쿠키플레이스의 크레페가 커미션이라는 문화를 다루는 플랫폼이자 공론장이라면 이런 지배구조가 사업적인 측면에서조차 더 유리하다고, 더 건강한 성장을 만들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앞서 말했듯 이런 지배구조에 대해서도 팀원들과 논의하고 설득하는 시간을 가졌다.  


Q. 당시의 팀원을 회사의 핵심 자산으로 여기지 않으면 불가능한 결정이었을 것 같다.

A. 남: 실제로 그렇기 때문이다. 지금도 우리는 출근하면 크레페를 만들고, 퇴근하면 크레페에서 커미션을 넣거나 신청을 받아 커미션을 한다. 팀원들 중에는 이미 몇백 건의 커미션을 진행해 온 커미션주들도 여럿 있다. 

이런 사람들이 만들어왔기에 이 정도로 성장할 수 있었고, 이런 사람들의 애정으로 혼란스러운 시기도 버틸 수 있었다. 이 서비스와 비즈니스에 기여한 부분을 생각하면 모두에게 자격과 권리가 있다. 

핵심 자산이란 단어는 부족하다. 우리 팀은 회사이자 제품이자 문화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쿠키플레이스의 직원 책상.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의 피규어로 꾸며진 모습이다.

한때 블랙기업의 낙인이 찍혔던 크레페의 쿠키플레이스는 지난해 말부터 회복의 물꼬를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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