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용하P'가 말하는 블루 아카이브의 미래, 그리고 애니메이션

깨쓰통 (현남일) | 2024-07-04 15: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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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게임즈가 개발하는 모바일 캐릭터 수집형 게임 <블루 아카이브>는 최근 소위 '서브컬처' 게임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작품 중에 하나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특히 확고한 대세 게임 중에 하나로 자리를 잡았죠. 최근에는 TV 애니메이션도 화제 속에 방영을 마쳤고, 오는 7월 말에는 3.5주년을 맞이하기 때문에 이를 계기로 계속해서 대세감을 이어 나간다는 계획입니다.

<블루 아카이브>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김용하 총괄 PD입니다. 디스이즈게임은 김용하 PD를 넥슨게임즈 'MX 스튜디오' 사무실에서 만나 어느덧 3.5주년을 맞이하는 <블루 아카이브>의 현재와 미래, 서브컬처 문화와 게임에 대한 여러 견해, 그리고 '김용하 PD' 개인에 대한 이야기까지 폭넓게 들어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현남일(깨쓰통) 기자


# 본격적인 인터뷰 시작에 앞서...

넥슨 게임즈 김용하 PD, 그리고 그와 함께 한 '히후미' 인형

디스이즈게임 현남일(깨쓰통) 기자: 아니, PD님. 회의실 들어오시면서 히후미 인형을 굉장히 소중하게 ​꼭 안고 들어오셨는데... 

김용하 PD: 혼자 인터뷰하기 너무 무서워서 히후미와 함께 왔습니다. 생각해보니 <블루 아카이브> 오픈 이후 기자님과 단독 인터뷰는 처음이라 그런지 많이 두렵습니다.


사실 인터뷰가 처음은 아니거든요? 2022년 초에 인터뷰를 진행했고, 심지어 영상으로 찍어서 편집까지 거의 다 끝났던 적이 있어요. 결과적으로 못 나갔지만... 

김용하 PD: 그러고 보니 우리 인터뷰 했었죠? 그런데 그 인터뷰가 왜 못 나갔더라?


이름을 말해서는 안 되는 그 버튜버... 

김용하 PD: 아 맞네요. 인터뷰 직후에 '그' 사태가 터졌었죠. 개인적으로도 많은 아쉬움이 있었던 사건인데... 네. 오늘 인터뷰에서 그때 일도 말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블루 아카이브>는 지난 2022년 초, '한국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위해 '버추얼 유튜버'를 통한 게임의 홍보와 유저 서비스를 기획했습니다. 하지만 발표 직후 오히려 선생님(블루 아카이브 유저)들의 공분을 사고 계획은 취소되었죠. 당시 개발진들이 많은 비판을 받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출고 직전이었던 디스이즈게임의 인터뷰도 결국은 못 나갔다는 슬픈 전설(?)이 전해집니다.

# 애니메이션 방영, '다음'이 있다면 확실하게 준비 기간을 갖출 것

지난 6월 23일(일본 기준), 총 12화로 방영을 마친 <블루 아카이브 The Animation>

Q. 최근 <블루 아카이브> TV 애니메이션이 총 12화로 방영 마무리되었습니다. 자신이 만든 게임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는 것에 대해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습니다. 

A. 김용하 PD: 물론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어릴 적부터 만화를 보고, 일본의 TV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라왔습니다. '애니메이션화를 목표로' 게임을 만든 것은 아니지만, 분명 특별한 일이었고, 기대를 많이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처음 1화가 방영할 때는 일본 본 방송 시간에 맞춰서 미리 정화수 떠놓고 대기하고, 무사히 방송되기를 기원했어요. 방영 시작과 함께 오프닝이 흘러나오는 순간은 감개가 무량해서 사진과 영상으로도 남겨뒀습니다. 

이번 애니메이션 제작과 방영은 무사히 '마무리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블루 아카이브>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IP로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통과점이었다고도 볼 수도 있겠죠. ​물론 그와 별개로 애니메이션 제작에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있긴 했습니다만. 


Q. 그 '이상과 현실'에 대한 질문은 잠깐 뒤로 미루고, 혹시 애니메이션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A. 김용하 PD: 역시 '오프닝 애니메이션'이 너무 좋았습니다. 관련자 여러분께 신경 써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본편 내용 중에서 지금 당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자면 역시나 '11화'에서 이오리와 선생님이 등장하는 '그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웃음) 아니 진짜 그 장면은 저희도 걱정이 많았던 장면이고, 피드백을 막판까지 했던 기억이 있어요. 방영 이후 좋은 반응을 얻었기 때문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게임속 주인공)과 이오리가 만나는 장면으로...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직접 보세요(?)

Q. 애니메이션에 대한 유저들의 피드백을 직접 챙겨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A. 김용하 PD: 그야 물론 소중한 '선생님들'의 의견은 꼼꼼히 챙겨봤습니다. 많은 분들이 실시간으로 애니메이션을 감상하고, 여러 '밈'을 만들고 즐거워 해주시는 모습도 흥미롭게 잘 봤습니다.(웃음) 

선생님들의 목소리는 모두가 소중한 피드백이고, 새겨 들어야 하죠. 개인적으로 선생님들의 감상에 공감하는 부분도 많습니다. ​


Q. 하지만 애니메이션에 대해 좋은 반응도 있었던 반면, 퀄리티에 대해서는 '조금 더 잘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많이 표출되었습니다.

A. 김용하 PD: 저희도 원작자로서 '조금 더 많은 부분에서 선제적으로 피드백을 주었으면 어땠을까?', '기간을 좀 더 갖고 철저하게 준비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게임 개발' 이라면 그 진행 과정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애니메이션 제작'은 처음이었다 보니 제작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어요. 원작자로서 '언제 어디까지, 어떻게 의견을 전달해서 반영할 수 있는가?'에 대한 감각이 부족했다고 할까요? 또 타이트한 제작 일정 속에 존중해야 하는 영역들이 있다 보니 피드백을 전달하는 데 일부 조심스러웠던 시점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이번에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교훈과 선생님들의 피드백을 거울 삼아, 충분한 준비 기간과 시스템을 갖추고 잘 진행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호평을 받은 애니메이션의 오프닝 영상

Q. 아직 애니메이션으로 다루지 못한 '청춘' 이야기가 많이 있습니다. 혹시 후속 애니메이션 제작 계획은 있으실까요?

A. 김용하 PD: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계획'을 말하기에는 이른 것 같습니다. 방금 말한 것처럼 후속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면 충분한 준비를 해야 하는 것도 있고 말이죠. 실제로 오프닝 영상은 꽤나 오랜 기간 충분한 준비 기간과 공을 들여서 제작한 끝에 그 정도 퀄리티가 나올 수 있었습니다. 결국 애니메이션을 잘 만들려면 이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확실한 것은 '다음 기회가 있다면' 저 스스로도 납득할만한 수준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애니메이션 제작에는 많은 사람들과 회사가 참여하기 때문에 ‘제작 과정이 까다로운 편이라고 합니다. 최근에는 일본의 애니메이션 업계가 호황을 맞은 덕분에 많은 회사들이 타이트한 제작 환경에 놓여있다고 하는데요. 이런 여러 사항에 대해 확실하게 배운 만큼 '다음' 에는 좀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개발팀 구성 변화, '게임의 미래를 위해서도 필요했던 일'
최근 <블루 아카이브>는 게임의 개발 초창기부터 유저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주요 '리더' 급 개발진들이 대거 교체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져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일본 서비스를 담당하던 박병림 PD, 비주얼을 총괄한 김인 AD, 시나리오를 담당했던 양주영 디렉터 등이 대표적이죠. 이 때문에 확인되지 않은 각종 소문도 돌았고, 불안 여론도 일었습니다.


Q. 최근 진행된 개발진 개편에 대해 밝히고 싶은 점, PD님의 입장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A. 김용하 PD: <블루 아카이브> 개발을 시작한 것이 2018년이었으니까 처음부터 함께 했던 동료들은 이 게임 하나에 올인을 한 것이 6년이 넘었습니다. 물론 다들 <블루 아카이브>를 정말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렇기에 최종편 이후 라이브 개발 체제에 있어 '세대 교체'를 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은 모두가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개발자 개인의 입장에서도, 게임 입장에서도 필요한 일이라는 것이죠. 

하지만 본래대로라면 지난 해부터 단계적으로 진행되었어야 할 이 '세대교체'가 노출되는 과정에서 외부에서 보기에는 개발진이 갑자기 교체된 것처럼 보인 것 같아요. 그래도 새롭게 리더로 올라오신 분들 모두가 책임감을 가지고 작업을 이어받으면서 현재는 스튜디오도 안정되었고, 게임의 개발도 문제없이 진행중입니다. 


Q. 그럼에도 익명 커뮤니티 등에서는 여러 안 좋은 루머가 돌았죠, 이 기회에 해명하실 것이 있다면? 

A. 김용하 PD: 저도 봤습니다. 하지만 이 자리를 빌어서 확실하게 말하자면 게임에 대한 견해 차이가 있었다 거나, 보상을 두고 갈등이 있었다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익명 커뮤니티에서 그런 이야기가 돈 것은 알지만, 일단 그런 말을 한 분이 진짜 현 넥슨게임즈 혹은 MX 스튜디오 소속 인원인지부터 불분명하고요. 설사 실제 재직중이라고 해도 회사의 모든 일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계셨던 분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습니다. 

개발팀 개편의 영향으로 김용하 PD는 최근 '개발 PD' 역할도 함께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생방송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얼굴을 비추고 있죠.

Q. 그렇다면 이직한 분들도 '서로 웃으며' 헤어졌다고 봐도 좋을까요?

A. 김용하 PD: 음... 혹시 <장송의 프리렌> 만화나 애니메이션 보신 적이 있을까요?

아, <장송의 프리렌> 아시는구나. 정말 갓...

<장송의 프리렌>을 보면 본래 파티원이었던 성직자 '자인'이 과거의 동료였던 '전사 고릴라'를 찾아 파티를 떠나는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비록 행선지가 갈라지지만, 언제든 그가 다시 파티에 합류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여운을 남기죠. 

게임 개발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게임 개발이라는 긴 여정에서 가고자 하는 다음 행선지가 갈라졌을 뿐이고, 모두가 저에겐 소중한 동료이고, 모두가 <블루 아카이브>를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그런 만큼 앞으로도 기회가 있으면 함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 일은 모르니까요. 

넥슨게임즈를 떠난 분들과도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확실하게 밝혔습니다.

Q. 아무래도 이 부분이 화제가 된 것은 그만큼 주요 개발진분들의 존재감이 컸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A. 김용하 PD: '개발자 누군가가 빠진다고 해서 이후의 게임 개발이 대책이 안 선다'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그건 게임의 상태가 건강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PD로서 개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고, 실제로 <블루 아카이브>는 그런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니 걱정 안 하셔도 될 듯합니다.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개발자들, 동료들이 소중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다시 말하지만 떠나신 분 포함해서 동료들 한 분 한 분이 정말 소중하고, 지금의 <블루 아카이브>의 성공은 모두 개발자 한 분 한 분의 공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 '게임 개발자' 김용하 PD에 대한 이야기

Q. <블루 아카이브>와 <마법도서관 큐라레> 이전 PD님의 삶에 대해서는 제대로 조명이 된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A. 김용하 PD: 딱히 특별할 것이 없었죠. 게임을 좋아했고, <마크로스> 같은 TV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던 오타쿠였고, 90년대 후반에 <킹덤 언더 파이어> 프로그래머를 시작으로 '개발자' 명함을 받았습니다. 

이후 <샤이닝 로어>, <마비노기> 등의 개발에 프로그래머로 참여했고 넥슨, 아이덴티티게임즈, 스마일게이트 등에서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여러 프로젝트의 'PD'로 개발에 참여했습니다. 캡콤과 합작 프로젝트도 진행했고, MMORPG도 만들었고. 이렇게 되돌아보면 개발자로서 활동한지 25년이 넘었는데 나름 파란만장했던 것 같습니다. 

김용하 PD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인물(?)로, <마크로스>의 히로인인 '린 민메이'를 꼽았습니다. 사춘기 시절, 인생을 이쪽으로 굴절시켰다고...

Q. 지금까지 참여했던 수많은 프로젝트 중에서 <블루 아카이브> 빼고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A. 김용하 PD: 아이덴티티게임즈 시절에 개발했던 <프로젝트 B6>가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PD로서 참여한 프로젝트로, 서브컬처 게임은 아닌 PC 온라인 MMORPG였어요. 하지만 당시 좋은 동료들과 만났고, 저 개인적으로도 PD로서 '동료가 정말 소중하다' 라는 것을 일깨워준 프로젝트라 애착이 가고, 또 기억에 남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시행착오로 배운 경험 하나하나. 동료들과 인연과 경험 하나하나가 연결되어서 결국 <블루 아카이브>까지 이어져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B6>에서 함께 했던 동료 중에서는 이후 다시 인연이 닿아서 넥슨게임즈에서 함께 하는 분도 있고 말이죠. 

김용하 PD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프로젝트 B6>. 지난 2021년 NDC 강연 자료에서 발췌.

Q. 그렇다면 만약 <B6>가 잘 되었다면 '서브컬처 게임 PD' 김용하가 아니라 'MMORPG PD' 김용하로 이름을 남길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네요.

A. 김용하 PD: '게임 개발'은 1인 개발 인디게임이 아닌 이상, 개발자 한 명이 자신이 만들고 싶은 걸 온전하게 만드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함께 하는 동료들 모두가 만들고 싶어 하는 지점을 잘 찾아야 하고. 무엇보다 PD는 경영진의 니즈에도 함께 맞춰 나가야 하는 프로젝트의 '조율자'로서의 역할도 수행해야 합니다. 

다만 저부터가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 때 신이 나고, '즐겁게 게임을 만들 때' 그 결과가 좋게 나오는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블루 아카이브>는 정말 '기적 같이' 제가 만들고 싶었던 게임. 제 욕심이 제대로 투영이 된 프로젝트입니다. 


Q. 혹시 김용하 PD님께서 본인 스스로가 만들고 싶었던 게임은...

A. 김용하 PD: 남성 캐릭터가 좀 적게 나왔으면 했어요. 

넥슨게임즈 박용현 대표. 게임 하나가 세상의 빛을 보려면 '경영진의 지지'가 필수입니다. 그런 면에서 <블루 아카이브>는 넥슨게임즈 박용현 대표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탄생할 수 있었다고 김용하 PD는 설명했습니다.

Q. <블루 아카이브>가 크게 히트를 하면서 '김용하 PD와 함께 일하고 싶다' 며 입사를 지원한 개발자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A. 김용하 PD: 면접 때 그런 이유를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시긴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특별 점수를 주거나 하지는 않지만요. (웃음)​

감사하기도 하고 감동도 느껴지죠. 제가 그렇게 나쁘게 살지는 않았구나 생각도 하는데요. 전 제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과분한 이야기라고도 생각합니다. <블루 아카이브> 개발팀에 지원하시는 분들을 보면 감사하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서브컬처 게임'은 말 그대로 주류 문화가 아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접을 해보면 서브컬처 게임이나 문화에 '진짜'로 관심을 가지고, 애정을 가지고, 또 의욕을 가진 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래서 그런 분들이 입사하면 동료로서 저도 잘 해야 한다는 생각과 동시에 자극도 많이 받습니다.


# 서브컬처가 '주류'는 되지 않더라도...

Q. 게임의 흥행 이후 업계에서 유명인이 되셨는데, 혹시 일상 생활에서도 알아보고 사인이나 사진 촬영 요청하시는 분들이 있을까요?

A. 김용하 PD: 실제로 식당 등에서 마주치면 알아봐 주시고, 사진 요청하시는 분들이 계시긴 했습니다. 감사한 일이죠.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런 아저씨하고 굳이 사진 안 찍어도 될 텐데 요청 주신다는 게 제가 다 송구스럽고… 좀 여러 모로 복잡한 생각을 많이 합니다.​

동시에 '착하게 살아야겠다' 생각도 듭니다. 그렇잖아요? 제가 혹시라도 안 좋은 일로 뉴스 사회면에 나온다면 저랑 사진 찍은 분들이 얼마나 무안해 하시겠어요?


Q. 과거에 찍었던 사진이나 영상 자료가 뒤늦게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혹시 '지우고 싶은' 사진 같은 것이 있다면?

A. 김용하 PD: 저는 이전부터 '재미있을 것 같으면' 적극적으로 해보자는 쪽이라서 남은 사진이나 영상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뭐 과거의 자신을 원망해봐야 별 수 있을까요? 저는 많이 봤다 보니 이제는 큰 감흥이 없는데, 오히려 그런 걸 찾아보시는 분들이 민망해하실 거 같아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지우고 싶은 건… 사실 제가 생각하는 진짜 '흑역사'는 다 디지털 카메라가 없던 대학교나 동아리 시절의 일들입니다. 아니, 그런데 이렇게 떡밥 던지면 오히려 유저들이 '원피스'라고 생각할 거 같아서 말하는데, 이런 것에 관심 갖지 말아주세요. 정말. 

KBS '부부별곡' 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김용하 PD의 모습. 그는 본래 코스프레 모델의 사진 촬영을 적극 한 경험이 있었고, 그 경험이 바탕이 되어 <포커스 온 유>라는 VR게임의 개발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Q. 개인적으로는 CBS에서 방영되었던 강연이 인상 깊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 앞에서 '오타쿠 문화'에 대해 멋쩍게 설파하는' 강연이라는 식으로도 유명한데요. 

A. 김용하 PD: '우리가 모에 캐릭터에 끌리는 이유' 라는 제목으로 진행되었던 강연이죠. 굳이 해명(?)을 하자면 세간의 인식과 다르게 실제로 당시 강연 분위기는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듣는 분들도 호응하려 노력해주셨구요.

만약 이런 강연 요청이 또 온다면 해볼 용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그 강연을 진행한 것이 10년 전인데(2014년), 이제는 '서브컬처' 라고 불리는 오타쿠 문화에 대해 사회 전반적으로 좀 더 수용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있으니까요. 

현재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 이 강연에서 가장 많은 호응을 받은 댓글이 '(영화)조커 스탠딩 코미디 씬보다 이게 더 숨막힘' 입니다. (...)

Q. 이전에 비해 사회가 조금 더 '오타쿠 문화'를 수용하는 분위기가 되었다고 생각하시나요? 

A. 김용하 PD: 아무래도 '주류'까지 올라왔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저변이라고 할까요? 오타쿠 문화와 콘텐츠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분들이 많이 늘어나고, 또 사회적으로 용인해주고 받아주는 분위기 자체는 확실히 형성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서울 홍대입구 등을 가보면 유명 서브컬처 게임의 광고부터 버튜버의 생일 축하 광고가 아무렇지도 않게 걸려 있죠. 또 여러 행사 등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에 대한 애정을 거리낌 없이 발산하는 분들도 많아졌고요. 

이전부터 그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기도 한데(웃음) 어찌되었든 서브컬처 게임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이런 변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이런 분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앞으로 어떻게 이어 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항상 하고 있습니다. 


Q. 게다가 오타쿠 문화는 '대세'나 '트렌드'가 굉장히 빠르게 바뀌기 때문에 따라가는 것이 참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A. 김용하 PD: 다만 무조건 트렌드를 따라가기만 하면 안 됩니다. 오히려 트렌드를 따라가려고 하다가 <블루 아카이브>라는 IP와 게임의 방향을 잃으면 본말전도니까요. 대표적으로 저희가 실패한 사례가 역시나 '이루아'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버튜버라는 포맷이 트렌디하기도 하고 라이브 서비스 컨텐츠와의 궁합도 좋다고 생각해 추진을 했습니다. 게임 설정과 조금 거리를 둔 것은 사실 운영상의 자율성을 둘 수 있도록 고려한 것이었고, 그 만큼 퀄리티와 빌드업을 챙겼어야 하는데. <블루 아카이브>라는 IP에 정착시키기에는 방법이 너무 거칠었고, 무엇보다 유저들의 눈높이에서는 부족함이 많았기 때문에 좌초하고 말았죠. 반성 많이 했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또 트렌드를 무시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항상 반 발짝 앞서 나가면서 최신 트렌드 중에 우리 게임에 반영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지에 대해. 무엇보다 '유저들의 니즈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고, 콘텐츠의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고 봅니다.

합정역 애니플러스에서 진행된 <블루 아카이브> 콜라보레이션 카페의 모습.

Q. '서브컬처 게임'을 서비스하는 입장으로서 보다 많은 '일반인' 유저들을 모으고, 저변을 확대하는 것은 큰 숙제이실 것 같습니다. 

A. 김용하 PD: 실제로도 매번 생각하는 주제이기는 합니다. <블루 아카이브>는 맘스터치, 이디야 커피, 최근에는 편의점인 GS25까지. 다양한 업체들과 콜라보레이션 이벤트를 했는데, 이런 것도 그런 노력 중에 하나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아요. 


Q. 그러고 보니 PD님은 GS25에서 빵을 사면 얻을 수 있는 <블루 아카이브> 씰을 얼마나 모으셨어요?

A. 김용하 PD: 음… 이 정도? 

중복 포함 70~80장 이상을 모았고. 작정하고 다른 사람들과 트레이드하면 모두 모으는 것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사실 이번 편의점을 포함해 푸드 업체와의 콜라보레이션도 모두 하나 같이 저희 쪽에서 경험이 없었다 보니 힘들었고, 넥슨에서도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정말 다행인 것을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한 곳 들에서 대부분 '사상 최고의 성적' 혹은 그에 준하는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는 것인데요. 그 덕분에 업체 쪽에서도 모두 반응이 좋고. 재진행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시는 곳이 많습니다. 

또 푸드 업계 전반적으로 게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기에 그런 데서 '개척자' 로서 자부심도 느끼고 말이죠. 동시에 책임감도 강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Q. <블루 아카이브> 서비스 이후 다양한 국내외 행사에서 직접 얼굴을 비추고 유저들과 소통하는 모습이 화제를 모았죠. 앞으로도 행사에 적극 참가하실 생각이신가요?

A. 김용하 PD: 참여는 지속적으로 할 생각인데 매번 똑같은 패턴으로만 참여하는 것은 좀 그래서… 코스프레라도 해야 하나? 같은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아, 그렇다고 해서 진지하게 어떤 캐릭터로 코스프레 하겠다 같은 생각을 한 것은 아니고요(웃음)

김용하 PD는 <블루 아카이브> 관련 행사에 매번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그 때마다 인기스타입니다.

# 블루 아카이브, 이미 2025년과 그 이후까지 준비하고 있다.

Q. <블루 아카이브>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바로 일본 퍼블리셔인 '요스타' 입니다. PD님은 요스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김용하 PD: 정말 열심히 하는 퍼블리셔입니다.  <블루 아카이브> 의 운영과 마케팅에 대해서는 확실히 믿고 맡길 수 있는 감사한 파트너죠. 특히 일본에서 진행하는 폭넓은 프로모션이나 굿즈 제작, 이벤트 등을 보면 저희도 놀랄 때가 많아요. 아마 저희가 요스타랑 함께 하지 않았다면 일본에서는 지금 수준까지 흥행하지 못했을 것이에요.

물론 개별 사안에서 개발의 의도와 충돌하는 지점들도 종종 발생하고, 서비스 과정에서 서로 시행착오를 겪은 경험도 있습니다만, 이제 3년이 넘어가는 시점이기에 파트너로서 좀 더 서로를 잘 이해하는 성숙한 단계에 들어섰다고 느낍니다.

<블루 아카이브>는 요스타의 주도로 일본에서 다양한 IP사업을 전개중입니다. 김용하 PD가 들고 있는 것이 그 중에 하나인 오프라인 TCG '바이스 슈발츠' 제품.

Q. 서브컬처 게임 신작. 특히 요즘은 많은 자본을 들인 '대작'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방어전'을 치르는 입장에서 긴장도 많이 하실 것 같습니다.

A. 김용하 PD: 방어전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저는 오타쿠의 입장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들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합니다. 앞에서 말한 '저변 확대' 측면에서도 업계 전반적으로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기에, 같은 서브컬처 게임을 만드는 입장에서 응원합니다. 

물론 이게 경쟁 관계라는 냉엄한 현실이 있기는 하죠. 그 사이에서도 유저들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차별점을 갈고 닦아야 한다는 자극을 받게 됩니다. <블루 아카이브> 이니까 보여드릴 수 있는 '새롭고' 재미있는 콘텐츠들을 앞으로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준비해 가겠습니다.


Q. 처음 게임이 오픈했던 시점에서 "앞으로 보여줄 이야기와 콘텐츠가 많다"고 말씀하셨는데, 3년이 지난 지금 기준으로 당시 기획했던 콘텐츠는 모두 보여주신 건가요? 

A. 김용하 PD: '스토리' 쪽을 보면 오픈 시점에서 이미 1부 최종장과 그 이후에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 것인지가 대략적으로 잡혀 있었는데요. 1부를 마치며 상당히 진도를 나갔지만, 슬슬 그 뒤의 이야기를 다룰 때가 되었네요.

다만 '콘텐츠' 측면에서는 오히려 오픈 때 계획했던 것 그 이상을 유저들에게 선보인 것 같습니다. 특히 '캐릭터를 필드에서 조작해서 플레이하는 콘텐츠'는 한국 서비스 시작 시점까지도 계획에 없었죠. 

한국에서는 오는 7월 중순 진행 예정인 '빛으로 나아가는 그녀들의 소야곡' 이벤트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유저가 캐릭터를 필드 위에서 조작하는 콘텐츠가 선보여질 예정입니다.

Q. 그렇다면 '앞으로 예정된' 스토리와 콘텐츠는 얼마나 준비되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A. 김용하 PD: 준비 '디테일'의 차이는 있지만 내년에 할 것 까지는 이미 이야기를 모두 다 마친 상황입니다. 실제로 내년에 선보일 콘텐츠의 리소스를 현재 작업하고 있는 상황이고 말이죠. 동시에 내후년에 무엇을 할지에 대해서도 계획을 잡고 있고, 그 이후에 대해서도 러프 하게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저 개인이 만들어보고 싶은 콘텐츠도 많이 있지만, 무엇보다 <블루 아카이브>에 진짜로 애정을 가진 개발자들부터 나서서 적극적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것, 보여주고 싶어하는 콘텐츠와 이야기가 많이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PD로서 잘 조율해서 유저들에게 선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테니 많은 기대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인터뷰는 넥슨게임즈 'MX 스튜디오'의 한 회의실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여러 회의실이 있었는데 모든 회의실 명칭이 '게헨나', '트리니티', '아비도스' 같이 <블루 아카이브>의 지명을 딴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Q. 큰 그림에서 <블루 아카이브>라는 IP에 대해 어떤 미래를 그리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A. 김용하 PD: 이제 서브컬처 게임은 '게임' 으로만 유저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시대가 아닌 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블루 아카이브>는 세계관과, 그 세계관 속에 살아 있는 여러 학생들의 이야기를 유저들이 사랑해주기 때문에 게임을 넘어서 하나의 'IP 플랫폼'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앞으로도 게임의 업데이트가 주축이겠지만, IP의 확장으로서 굿즈 제작, 애니메이션, 오프라인 이벤트나 음악회, 이모티콘 등. 방법은 많이 있겠죠. 어찌되었든 그냥 온 세상을 <블루 아카이브>로 채울 수 있으면 좋겠고, <블루 아카이브>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이 IP를 통해 이 각박한 세상에서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고 즐거움을 느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앞서 한국의 서브컬쳐 저변을 확대한다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개척자의 입장에서... 서브컬쳐를 IP를 이해해주시는 분들, 서브컬쳐 상품의 성공 사례, 서브컬쳐 콘텐츠를 경험하는 새로운 방식 같은 것들을  <블루 아카이브>를 통해 펼쳐 나갈 수 있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PD님의 미래'는 어떻게 그리고 계신지도 궁금합니다. 평생 <블루 아카이브> 개발을 하실 것인가요? 

A. 김용하 PD: 글쎄요. 계속해서 게임을 개발해야겠죠. 사실 <블루 아카이브>가 궤도에 오르면서, 지난 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는 <블루 아카이브>는 '총괄' 로만 큰 그림에서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체크했고. 대신 <프로젝트 RX>라는 이름의 신작 개발에 신경을 쓴 시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블루 아카이브>의 총괄에 더해 '개발 PD'로서도 완전히 복귀를 한 만큼 이제 이 게임에 보다 전념을 다 할 생각입니다. 또 이번에 새롭게 <블루 아카이브>의 디렉터로 선임된 여러 분들이 열심히 활약할 수 있도록 서포트할 것입니다. 

평생 이 게임을 개발한다? 이젠 제 인생에서 이 게임은 떼어 놓을 수 없는 작품이 되어버렸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앞으로도 우리 선생님들이 계속해서 게임을 할 수 있도록,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개발에 매진하겠습니다.


Q. 그러고보면 <블루 아카이브>는 '모에 X-COM'의 준말이어서 첫 시작명이 <프로젝트 MX> 였죠. <RX>는 무엇의 약자인가요?

A. 김용하 PD: 비밀입니다. (웃음) 현재 팀 세팅이나 프로젝트의 방향성이 모두 궤도에 오른 신작이고, 이전에 <블루 아카이브>에서 2대 개발 PD를 맡았던 차민서 PD가 잘 이끌고 있으니 그리 멀지 않은 시간에 유저들에게도 공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 때가 되면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이번 인터뷰를 통해 꼭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A. 김용하 PD: 최근 저에게 말을 걸어주시는 선생님들을 보면 "<블루 아카이브>가 내 삶의 활력소가 되었다", "좀 더 즐겁게 세상을 살 수 있게 되었다" 같은 이야기를 말씀을 해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정말 뭐라고 말하기 힘들 정도로 감사하고, 동시에 저 또한 굉장히 많은 동기 부여가 됩니다. <블루 아카이브>에 애정을 가진 선생님들께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고, 실망하시지 않도록 이 게임에서 계속 꾸준히. 그리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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