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만 한다면 업계 판을 다시 한 번 뒤흔들 수 있는 게임.
<명일방주: 엔드필드>가 1차 CBT를 진행한 지 약 3주가 지났다. 1차 CBT라곤 하지만 2023년 12월 테크티컬 테스트를 진행했고 이를 기반으로 다수의 게임쇼에서 게임을 시연했기에 사실상 이번이 2차 테스트라고 보아도 좋다.
여러 사정으로 체험기 작성이 늦은 지금, <엔드필드>의 CBT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이미 게임에 대한 정보는 충분히 공개된 상태고, 테크티컬 테스트와 비교한 여러 변화까지 유튜브 등지를 통해 세세하게 분석됐다. 그래서 기사도 일반적인 체험기와는 조금 다르게 분석적이고 상세한 내용을 다루고자 한다.
<엔드필드>를 어떻게 소개해야 할까? '타워 디펜스'라는 장르로 글로벌에서 큰 성공을 거둔 <명일방주>의 후속작이라는 것? '음악' 하나는 잘 뽑아내는 하이퍼그리프의 새로운 '아방가르드한' 게임이라는 것? 공장 시뮬레이션 게임 <새티스팩토리>와 같은 시스템이 들어갔다는 것? 아니면 미려한 UI와 일러스트로 유명한 하이퍼그리프가 더욱 발전한 모습을 보였단 점?
<엔드필드>의 플레이 내내 받은 느낌은 현 서브컬처 게임의 트렌드에 반하는 '이단적인 감성'의 게임이란 점이다. "6시간 정도를 플레이해야 본격적으로 재미있는 게임"이라는 반응이 이를 잘 증명한다. 게임의 모든 것들은 '행성 개척'이라는 콘셉트에 맞춰져 있고, 이런 콘텐츠들은 '빠르고, 화려하고, 자극적이고, 쉬운' 것을 선호하는 서브컬처 게임 시장의 트렌드와 확연한 차별점을 보이고 있다. <명일방주>를 서비스하며 "진짜 힙스터"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던 하이퍼그리프의 게임답다고도 여겨진다.
금나큼 <엔드필드>는 정말로 도전적인 게임이다. <엔드필드> CBT를 진행하며 이 게임이 성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성공할 수 없을지에 대해 도통 가늠하기 힘들었다. 전투와 같은 콘텐츠는 현 세대가 선호하는 방향성에 맞춰 빠르고 화려하게 다듬어졌으나 불안감이 엿보였으며, 공장 건설과 개척에 집중된 콘텐츠에 대한 빌드업과 퀄리티는 훌륭하고 정교하지만, 이것을 '장기 라이브 서비스화'에 시킬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여전한 의문이 있다.
그럼에도 "하이퍼그리프라면 성공시킬 수 있을 것 같다"라는 강한 생각이 바로 <엔드필드>의 이번 CBT가 보여준 성과라 할 수 있겠다.
"6시간 정도를 플레이해야 본격적으로 재미있는 게임"이라는 반응이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명일방주: 엔드필드>의 튜토리얼격인 메인 퀘스트를 따라가며 여러 콘텐츠를 해금해야 본격적으로 게임이 목표한 재미가 나오기 때문이다.
<엔드필드>의 서사를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탈로스II라는 행성이 있다. 재해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다. 주인공은 행성 대기권 바깥에 있는 '제강호'를 거점으로 삼고 있는 '엔드필드 공업'의 '관리자'다.
관리자는 오랜 시간을 '석관'에서 동면한 상태로 보냈기에 모든 기억을 잃은 상태지만, 작중 세계관에서 만능 연료 및 재료로 쓰이는 '오리지늄'을 다루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관리자가 다시 깨어나며 엔드필드 공업은 다시 탈로스II로 진출해 여러 인프라를 복구하고, 행성의 비밀을 알아내려 한다.
의식의 흐름으로 게임의 전개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일단은 <엔드필드> 역시 타 게임과 동일하게 스토리를 감상하며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해 나가는 과정이 있다. 메인 퀘스트를 보다 편하게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캐릭터의 성장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생각이 있다면 일단은 장비의 레벨업이다. 장비는 직접 재료를 모아 자동화 공장을 구축하고, 수십 번의 가공 과정을 거친 재료를 생산해 직접 제작해야 한다.
그 외에도 플레이어가 사용하는 회복 아이템이나 여러 사용 아이템 역시 이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가령 맵을 돌아다니다 보면 폭발물을 던져 파괴할 수 있는 구간이 존재하고, 특정 퀘스트에서는 이런 파괴할 수 있는 벽을 다수 처리해야 완료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런 벽을 파괴할 수 있는 폭발물 또한 공정을 만들어 직접 획득해야 한다.
캐릭터 장비, 소모품, 사용 아이템 등은 모두 직접 만들어야 한다.
공장은 선택적 콘텐츠가 아니다. 필수이자 이 게임의 핵심 콘텐츠다.
공정을 만들려면 기본적으로 재료를 캐야 한다. 재료를 캐기 위해서는 필드 곳곳에 위치한 파밍 포인트에 채굴기를 설치해 직접 자원을 캐야 한다. 그런데 이 채굴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전력이 필요하기에, 근간이 되는 발전기에서 채굴 포인트까지 직접 전봇대를 깔아 가며 전력을 연결시켜야 한다.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맵을 탐사하게 된다.
그런데 아뿔싸! 선행 과정이 있다. 높은 등급의 장비를 장착하려면 먼저 '정예화' 단계를 상승시키고 캐릭터의 레벨을 올려야 한다. 이 정예화 재료는 필드 곳곳에 산개되어 있고, 빠른 이동 포인트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다. 지형도 험난해 거리가 짧아 보여도 크게 돌아서 진입해야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몇 개 캐면 금방 동나기에 리스폰을 기다려야 하는데, 지형이 지형이다 보니 재방문이 상당히 귀찮다.
그렇다면 여기까지 전력을 잇고, 아이템을 얻었을 때 자동으로 창고로 보낼 운송 수단과 빠르게 이동하기 위한 집라인을 배치해야 한다.
직접 채집해야 하는 재료는 빠른 이동 포인트에서 보통 멀고,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다.
즉, 리스폰 타임에 맞춰 이런 재료들을 빠르게 수거하려면 집라인 건설이 필수적이다.
문제는 또 있다. 전력과 집라인을 잇기 위해서는 한 번 정도는 해당 위치에 직접 방문해 건설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정예화 재료가 도저히 도달 불가능한 위치에 있는 경우가 있다. 절벽을 건너야 하는데 다리가 끊겨 있다. 다리는 어떻게 복구해야 할까? 근처의 서브 퀘스트를 완료하면 된다.
그런데 이 서브 퀘스트를 완료하려면 미니 게임을 해야 하는데, 미니 게임의 퍼즐 조각은 맵을 탐험 혹은 지역 퀘스트를 완료하고 얻을 수 있다. 자연스럽게 플레이어는 맵 곳곳을 돌아다니며 지역 퀘스트를 클리어하게 된다.
이런 흐름 속에서 각 지역마다 공장을 설치할 수 있는 일종의 기지가 해금되기도 한다. 이 기지에는 정착민이 살고 있는데,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주인공에게 여러 지원을 요청한다. 정착지가 요구하는 자원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자동화 공장 건설이 필수적이며, 정착지의 레벨이 올라갈수록 필요로 하는 자원은 더욱 많은 가공과 복잡한 공정을 필요로 한다.
퍼즐 콘텐츠. 주어진 도형을 조건에 알맞게 배치하면 되는데, 몇몇 도형은 필드에서 아이템을 획득해야 해금된다.
그 전까지는 해당 퍼즐을 클리어할 수 없다.
거점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아이템을 공급해 줘야 한다.
즉, 이런 수요를 충당할 수 있을 만큼의 자동 생산 시설을 구축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특히, 이 '자동화 공정'을 한 번 만들어 놓기만 하면 플레이어가 게임을 종료하거나 다른 지역을 탐사하는 도중에도 계속해서 재료를 생산한다. 효율을 따지면 당연히 다른 콘텐츠를 클리어하기 전에 미리 공정을 지어 놓는 것이 이득이다. 그래야 다른 콘텐츠를 진행하는 와중에도 공장이 플레이어와 각 정착지가 필요로 하는 자원을 생산하며 레벨업을 해주니 말이다.
자원의 가치가 올라갈수록 배치해야 하는 기계의 가짓수가 많아지기도 한다. 이런 기계는 맵 곳곳에 위치한 특정 포인트에 방문함으로써 해금할 수 있다. 더불어 새로운 공장 매커니즘을 해금할 때마다 상세한 튜토리얼이 제공되고, 이런 튜토리얼은 원할 때마다 플레이할 수 있다. 이런 시뮬레이션형 콘텐츠가 진입 장벽이 있음을 고려했기 때문인지 튜토리얼은 굉장히 단계적이고 세세하게 이루어지는데, 개발진이 정말로 많은 공을 들였음이 느껴진다.
공업 기술은 빠르게 해금되는 편이다.
튜토리얼은 세세하게 잘 만들어져 있다. 거의 교보재 수준.
이처럼 <엔드필드>의 콘텐츠는 플레이어가 '최종적인 완벽한 자동화'를 이루기 전까지는 꼬리에 꼬리를 물듯이 서로 연계되며 얽힌다. 메인 퀘스트만 진행하더라도 중간중간 막히는 구간이 있는데, 이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여러 콘텐츠를 플레이하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 속에서 플레이어는 게임이 "이래야 한다"는 신호를 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오픈 월드를 탐험하고, 공장을 짓고, 맵을 개척하게 된다. 초기에 아무 그림도 없던 필드는 이윽고 플레이어가 직접 건설한 전선과 공장으로 가득해진다. 초기에는 달동네나 다름없었던 거점은 어느 순간 대규모 자동화 공장을 가진 하나의 어엿한 전초 기지로 발전해 있다.
<엔드필드>의 포텐셜이 여러 과정을 거쳐야 제대로 터져나오는 이유다. 처음 콘텐츠를 쌓아가는 과정에서는 다소 지루할 수 있지만, 콘텐츠가 쌓이고 충분히 학습한 이후에는 플레이어가 스스로 '할 것'을 끝없이 찾아내면서 게임에 빨려들어가듯이 플레이하게 된다.
'오픈 월드'라는 시스템 또한 단순히 탐험해야 하는 큰 공간이 아닌, 하나의 개척해야 하는 공간으로 적극 활용된다. 오픈월드 게임이 범람하며 서브컬처 게임에도 "맵만 쓸데없이 크고 할 건 없다. 굳이 오픈월드로 게임을 만들어야 하나?"는 비판이 생겨난 것을 감안하면 <엔드필드>의 이런 플레이 방향성은 실로 흥미롭다고 할 수 있다.
이 게임에서 넓은 맵은 하나의 개척해야 할 대상이다.
대신 최적화를 위해서인지 모든 맵이 한꺼번에 로딩되는 방식은 아니다. 지역이 나뉘어 있다.
후반부로 갈수록 장비 제작을 위한 재료 제작식은 복잡해지고, (사진 하나로 담을 수 없을 뿐이지, 왼쪽으로 상당히 길다)
거점들 역시 여러 공정이 필요한 아이템을 요구하기 시작한다.
생산량과 현재 요구량을 그래프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효율과 배치를 고민하며 하나의 거대한 자동화 공장을 만들게 된다. (출처: 하이퍼그리프)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게임의 핵심 키워드인 '개척'에 맞춰져 있다. 게임의 콘셉트와 스토리, 콘셉트가 일치해 뿜어내는 재미와 완성도는 <엔드필드>를 플레이하며 플레이어를 감탄하게 한다.
물론, 정착지의 레벨을 전부 해금하고, 최종 티어의 장비를 만들기 위한 재료가 쏟아져나오는 복잡한 공정을 완성한 시점에서는 게임이 '분재'에 가깝게 변하긴 한다. 하지만 이 시점이라면 이미 수십 시간을 <엔드필드>에 쏟아부은 이후다. 공장의 생김새나 전봇대의 배치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효율을 상승시키기 위해 재배치를 하다 보면 시간은 더욱 많이 솜소모된다.
그리고 이쯤 되면 보통 신규 콘텐츠가 업데이트될 것이다. 이번 CBT에서는 중국풍의 신규 지역이 공개됐는데, 해당 지역에서는 직접 파이프를 연결해 물을 이동시켜야 하는 등의 새로운 공업 매커니즘이 도입되어 있다. 참고로 타인이 만든 공장 구조를 복사할 수 있는 '블루프린트'는 CBT 기준으로는 없다. 직접 열심히 만들어야 한다.
공장 콘텐츠가 <엔드필드>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도 감안할 필요도 있다. 로그라이크형 액션 콘텐츠가 있으며, 정착지에 타워를 배치해 습격해 오는 적을 막아내는 타워 디펜스형 콘텐츠도 존재한다.
타워 디펜스 콘텐츠에 조금 설명을 덧붙이면 정말 타워로만 적을 막아야 하는 것은 아니고, 타워와 역할을 분담해 밀려오는 적을 막아내는 콘텐츠에 가깝다. <폴아웃 4>의 정착지 습격처럼 강제 발동하는 것은 아니고 원할 때 플레이할 수 있다. 이미 전작 <명일방주>에서 많은 방향성의 콘텐츠를 시도했던 하이퍼그리프기에 업데이트에 따라 여러 서브 콘텐츠의 가짓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성'(스태미나)와 성장 재화를 캘 수 있는 던전과 같은 기본적인 콘텐츠는 당연 있다.
타워 디펜스 콘텐츠. 정말로 타워만 설치해서 막는 것은 아니고, 주인공도 싸울 수 있다.
한 라인에 타워를 집중 배치하고 다른 한 쪽을 주인공이 막을지, 아니면 분산 배치하고 이리저리 돌이다니며 싸울지는
플레이어의 선택이다.
플레이어의 선택이다.
필드를 돌아다니며 여러 콘텐츠를 클리어하다 보면 정말로 '콘솔 게임'의 감성이 묻어난다는 점도 <엔드필드>의 특장점이다. 맵을 탐험하며 만날 수 있는 각종 퍼즐과 지름길도 상용 AAA급 오픈월드 게임과 어느 정도 견줄 수 있는 수준이다. 채석장 스테이지가 특히 그렇다.
콘솔 게임의 감성이 느껴졌던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플레이어가 콘텐츠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지루하지 않도록 <엔드필드>는 게임 초반부에 콘솔 게임에 준하는 상당히 많은 연출을 배치해 놨다. 화려한 컷신이나 <콜 오브 듀티>를 생각나게 하는 브리핑 연출에서 엿보인다.
플레이어가 게임에 대한 흥미를 빌드업하는 초반부 연출에 꽤 공을 들였다.
몇몇 맵의 디자인은 정말로 콘솔 싱글 게임을 생각나게 한다.
게임의 스토리까지 이 개척이라는 토대에 맞춰져 있어 몰입감이 크다. 서브컬처 게임 특유의 고유어 남발 그리고 "아직도 모르는건가..."라는 말로 대표되는 '상황 설명 안 해주기'와 같은 문제점이 여전히 소수 존재하긴 하지만 말이다.
주인공은 손만 대면 오리지늄 관련 시설을 곧바로 수리할 수 있고, 자동화 공장 시설을 눈 깜빡하는 사이에 만들어 낼 수 있는 엔드필드 공업의 기술이 합쳐져 스토리는 계속해서 파괴된 시설들을 방문하며 잃은 기술을 되찾고 수리하는 방식의 빌드업 과정을 이어간다.
덕분에 게임 초반부는 흥미 유발을 위해 상당히 박진감 있게 진행되지만, 이윽고 잔잔한 스타일로 변모한다. 시작부터 원석병 감염자에 대한 차별 등 약간 무게감 있는 내용으로 진행됐던 <명일방주>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엔드필드>의 전체적인 콘셉트 배색이 하얀색과 검은색 위주로 이루어진 것처럼 스토리 역시 담담히 진행되는 식이다.
그래도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가 '왜', '무엇을', '어떤 이유로',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이 확실하고 결과물을 가시적으로 보여 준다. 메인 퀘스트나 서브 퀘스트, 나아가 플레이어가 게임에서 진행하는 모든 행동이 엔드필드 공업의 관리자로써 행성을 개척하고, 거주민을 돕고, 비밀을 밝혀낸다는 명확한 동기에 맞춰져 있다. 앞서 말한 다양하고 유기적인 콘텐츠 흐름이 모두 스토리와도 밀접한 연관을 가진 셈이다.
서브컬처 특유의 스토리텔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너네만 아는 이야기 하지 말라고! 나도 좀 알려 달라고!
모든 콘텐츠가 주인공의 직책과 엔드필드 공업의 목적에 맞춰 확실한 당위성을 제공한다.
반대로 말하면 <엔드필드>의 스토리는 기억 잃은 중간관리직의 설움(?)이다.
기억나는 것은 하나도 없는데, 중간에 끼어 온갖 잡무(와 물건 셔틀)를 처리하며 업무 조율(과 호감도 관리)까지 해줘야 한다.
그리고 하나의 새로운 매력 포인트가 <엔드필드>에 추가됐는데, 바로 주인공 '관리자'의 귀여움이다. 전작 <명일방주>의 주인공 '박사'도 선택지에 따라 여러 기행을 선보였는데, <엔드필드>는 3D 게임인 만큼 주인공의 행동이 직접적으로 보여지기에 새로운 매력이 있다. 딸에게 줄 선물을 고민하는 말에 "원석충?"이라고 했다가 무시당하는 어벙함을 보이기도 한다.
관리자가 귀엽다.
실제로 전작 <명일방주>에 원석충을 키우는 오퍼레이터가 있긴 했다.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시각적, 청각적으로 높은 퀄리티를 선보이는 부분도 있다. 바로 하이퍼그리프의 주특기인 UI와 음악이다.
전작 <명일방주>에서 하이퍼그리프가 가장 큰 성취를 이뤘던 부분 중 하나는 깔끔하면서도 게임의 콘셉트에 맞춰 '테크니컬'한 느낌을 잘 살려냈던 UI다. <명일방주> 이후 몇몇 게임에서는 해당 게임의 버튼 배치가 일종의 업계 표준처럼 사용되기도 했을 정도니 말이다.
<엔드필드>는 이런 '원조 맛집'이 선보이는 게임인 만큼 더욱 일신된 UI를 선보였다. CBT 플레이 동영상 공개 직후 큰 호평을 받았던 캐릭터 육성 화면이 대표적이다. 플레이어가 선택된 메뉴에 따라 캐릭터는 자연스럽게 움직이며, 흰색과 검은색의 조화를 통해 세련되면서도 손쉽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정교한 위치에 배치되어 있다.
캐릭터를 선택하는 창에서도 배치 순서에 따라 자세가 변하는 등 'AAA급 서브컬처 게임'다운 디테일이 엿보인다.
공개 직후 벌써부터 사람 여럿 홀리고 있는 진천우 전작 '첸'의 느낌과는 완전히 다르다.
캐릭터 배치 순서에 따라
자세가 달라진다.
오픈월드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필연적으로 필드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만큼, 각 지역의 OST도 특색 있고 세련되게 준비되어 있다. 지난 테크니컬 테스트에서 선보여졌던 것과 비교해 곡조가 추가되는 등 완성도가 더욱 올라갔다.
아직 하이퍼그리프가 장기로 삼는 보컬곡은 아직 그다지 공개되지 않았기에 다소 심심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이 정도면 오픈월드 게임에서도 탑급이라고 할 만한 완성도라 생각한다. 아래는 게임의 첫 거점에서 재생되는 OST다.
이번 CBT에서 가장 큰 변화가 느껴지는 부분은 전투다. 테크니컬 테스트 그리고 게임쇼 시연 버전과 비교해 전투의 시스템이 대폭 바뀌었다. 이전에 <엔드필드>의 전투는 회피가 없었고, 4인이 전부 필드에 등장해 전투를 진행하며 각 오퍼레이터의 스킬을 사용하면 시간이 느려진 상태로 범위를 직접 정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실시간 액션보단 전략적인 측면을 더욱 강조한 느낌이었다. 문제는 덕분에 전투의 템포가 상당히 느리고 심심했다.
이번 CBT에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회피와 '저스트 회피' 시스템이 추가됐으며, 스킬은 누르는 즉시 오퍼레이터가 자동 조준해 사용하고, 적이 붉은색 원 이펙트와 동시에 사용하는 '차지 스킬'은 오퍼레이터의 스킬을 통해 저지해야 하는 기믹이 추가됐다. 적이 공격하면 피하지도 않고 맞기만 했던 AI 조종 오퍼레이터의 성능 역시 개선됐다.
전투는 정말 많이 개선됐다.
<엔드필드> 전투의 핵심은 여기에 덧붙여지는 '연계 스킬'과 각종 상태 이상이다. 오퍼레이터들은 일정한 조건을 만족했을 시 연계 스킬을 사용할 수 있으며, 스킬에는 속성이 포함되어 있어 적에게 서로 다른 혹은 서로 같은 스킬을 조합했을 시 '상태 이상'을 발생시킬 수 있다. 이 상태 이상의 효과는 각 속성마다 다르다.
따라서 <엔드필드>에서는 오퍼레이터가 각 스킬을 어떻게 연계할 지 적절한 조합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 적절한 조합을 짜기만 하면, 한 오퍼레이터가 스킬을 사용했을 때 여러 연계 스킬의 조건이 연속적으로 충족되며 콤보를 이어갈 수 있다. 버튼 몇 번만 눌러도 화려한 스킬이 끝없이 나가는 요즘 게임과는 조금 차이점이 있다.
대폭 개선됐다 하더라도 <엔드필드>의 전투는 타 게임과 비교해 정적인 편이다.
육성 역시 여기에 맞춰져 있다. 각 무기마다 여러 속성과 효과가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직접 재료를 모아 생산하는 장비에도 여러 세트 효과가 존재하기에 오퍼레이터와 조합에 맞춘 세팅이 상당히 중요해진다. 무기에 붙일 수 있는 '기질'이라는 시스템도 존재하는데, 랜덤한 옵션을 가진 기질을 얻는 방식이기에 추후 많은 파밍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개선에도 불구하고 <엔드필드>의 전투는 아직은 리스크라 할 수 있을 만큼 여전히 정적인 편이다. 회피의 타이밍은 널널하나 적의 공격 모션이 중구난방이라 이외로 저스트 회피를 하기 어려우며, 성공하더라도 시각적 이펙트가 부족하고 별다른 보너스가 주어지지 않는다.
스킬 사용을 위한 자원은 모든 오퍼레이터가 공유하는데, 최대 세 칸에 불과하고 채워지는 속도가 느린 편이라 적절한 조합을 짜서 각 스킬들이 연계되도록 하지 않는다면 전투가 상당히 심심해진다. 공략을 잘 찾아 보는 사람이라면 괜찮겠지만, 조합을 잘 짜지 못하며 정보 검색을 꺼리는 사람이라면 흥미를 빠르게 잃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6성 캐릭터 뽑아서 스킬 하나 '딸깍' 사용한다고 전투가 끝나는 게임이 아니다. 6성 캐릭터 혼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적다.
가령 6성 캐릭터 '이본'의 말뚝 딜링은 엄청나게 강하지만, 그 환경을 어떻게 만들어줄 것이냐는
플레이어의 노력과 선택에 달려 있다.
필드 전투를 편하게 하고 싶다면 적을 한 군데에 모아 주는 질베르타가 필수적이다.
CBT에서는 로그인 보상으로 지급됐다.
가챠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면 전작 <명일방주>와 상당히 유사하나, 무기 뽑기가 추가됐다는 점이 다르다.
가장 높은 등급인 6성 오퍼레이터의 기본 획득 확률은 0.8%이며, 최대 80회에 6성 오퍼레이터가 반드시 등장한다. 65회까지 6성을 뽑지 못했다면 그 다음부터 5%씩 확률이 증가한다. 픽업 오퍼레이터 확률은 50%이며, 120회까지 뽑지 못할 시 1회 한정 확정으로 뽑을 수 있다. 명함을 얻기 어렵지 않으며, 돌파 효과는 CBT 기준 단순한 수치 증가 수준이기에 과금의 매움은 덜할 것으로 보인다.
무기 뽑기는 캐릭터 뽑기에서 부가적으로 주어지는 '무기고 증표'를 통해 시도할 수 있다. 6성 무기 확률은 4%로 캐릭터보다 높은 편이며, 40회마다 6성을 확정적으로 획득하고 80회에서 확정 픽업 무기를 획득하는 방식이다.
뽑기 대신 로테이션 형식으로 주어지는 리스트에서 다수의 무기고 증표를 통해 무기를 하나 지정해 구매할 수도 있으며, 캐릭터 뽑기를 하는 대신 유료 재화를 곧바로 투입해 무기고 증표를 충당할 수도 있다.
무기고. 사진 아래로 천장 보상이 다른 여러 개의 무기 뽑기가 존재한다.
<엔드필드>가 이전에 없던 '건설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를 최초로 정립하는 시도는 아니다. 이미 <팩토리오>나 <새티스팩토리>같은 장르의 선배격 게임이 존재하고, <엔드필드>는 여기서 큰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다.
<팩토리오>와 <새티스펙토리>는 스팀에서만 10만 개가 넘어가는 긍정적인 유저 평가를 받으며 상업적으로나 비평적으로나 크게 성공했다. 그러나 이것을 가챠가 주된 BM이 되는 '스케일이 큰' 서브컬처 오픈월드 게임으로 가져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새티스팩토리>를 좋아했던 사람들이 <엔드필드>를 반드시 플레이할까? 이전에 <명일방주>를 즐겼던 팬덤이 이런 시도를 반드시 재미있게 받아들일까? 그 외에도 서브컬처풍의 오픈월드 게임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이런 공장 시뮬레이션 콘텐츠를 즐겁게 플레이할까? 모바일로 반드시 내야 할 텐데 이런 대규모 3D 공장 게임을 최적화시킬 수 있을까? 이런 게임이라면 무조건 플레이어가 메인으로 잡고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데, 게임의 핵심 콘텐츠 자체가 '파인애플 피자'인 시점에서 그게 가능할까? 등등...
유명 스트리머 '셈웨'는 <엔드필드>를 "첫 입이 너무 맛있는, 너무나 잘 만든 파인애플 피자"로 비유했다. 처음 먹을 때는 맛이 있기에 "어 나도 파인애플 피자 먹을 수 있네?"라고 생각하지만, 먹을 수록 그 파인애플 피자 특유의 맛이 올라온다는 것이다. 게임의 초반 빌드업 과정과 콘텐츠의 완성도는 뛰어나지만, 결국 이 핵심 콘텐츠 자체가 '마이너'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는 이야기로 해석된다. 개인적으로 비유가 완벽한 것 같아 인용해 봤다.
아무리 잘 만들었다 하더라도, 이런 것을 모두가 좋아할까에 대해서는 여전한 의문이 있다.
반대로 이것을 성공시킬 수 있다면 <엔드필드>는 확실한 차별점을 가지는 셈이고, 이번 CBT에서 그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줬다. 일일 스태미나가 있고, 던전이 있고, 주간 콘텐츠가 있는 등 어느 정도의 기본적인 틀은 가져가지만 결국 게임의 핵심이 되는 이 건설과 개척이라는 콘셉트 덕분에 다른 서브컬처 경쟁작들과 확연하게 다른 지점이 존재한다. <엔드필드>는 다른 게임과 닮지 않았기에 남들과 경쟁하기보단 자신과의 싸움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이런 방향성 설정 덕분에 <엔드필드>는 개발 자체가 하나의 '개척'이라고 느껴진다. 테라를 개척하고 재건하는 엔드필드의 관리자가 그렇듯, 하이퍼그리프 역시 기존 서브컬처 장르 게임이 '가지 않은 길'을 시도하고 있다.
일반적인 수집형 서브컬처 게임이라면 캐릭터를 예쁘게 만들고, 매력을 어필하는 스토리와 빌드업을 만들고, 여기에 적당히 계단식 육성 콘텐츠를 넣는 것에만 집중하면 된다. 그러나 <엔드필드>는 캐릭터 육성까지 공장이라는 콘텐츠에 맞춰져 있기에, 이것을 어떻게 단계적으로 플레이어에게 적응시킬지부터 치열한 고민을 하는 상황이다. 게임을 플레이해 보면 개발진이 여러 부분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는 것이 여실히 느껴진다.
<엔드필드>에서 채굴한 재료는 자동으로 창고에 전송된다.
이런 공장류 게임의 진입 장벽 중 하나가 '채굴한 재료 창고로 운송하는 시스템 마련하기' 임을 생각하면
진입 장벽을 대폭 완화하려 한 시도로 보인다.
전체적인 완성도는 높지만, 아직은 개발 과정에 있기에 몇몇 부분에서 불편함이 엿보이기도 했다. 가령 제강호에서는 뛰어다닐 수 없고, 상점에 방문했을 때 대사 출력이 묘하게 느려 불편함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행성을 개척해야 하는 시스템 덕분인지 파쿠르는 존재하지 않으며, 심지어는 수영조차 없어 얕은 물에만 빠져도 익사한다. 그러나 이미 파쿠르가 없는 것을 전제로 필드에 숨겨지거나 배치된 상자나 수집물들이 있어 새롭게 추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모바일 최적화를 신경쓰고 있는 만큼 아트워크는 훌륭하지만, 개발이 꽤 길었던 만큼 그래픽의 퀄리티가 업계 탑급인 것은 아니기도 하다. 전투 역시 간단함과 화려함을 추구하는 최근의 트렌드와는 다르기에 하나의 진입 장벽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일종의 메인 거점인 제강호. 전작 <명일방주> 처럼 오퍼레이터를 각 생산 시설에 배치해 일을 시키고,
선물을 받거나 주는 등 상호작용할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는 빠르게 못 뛰어다녀서 이동이 상당히 답답한 편이다.
가장 큰 문제 하나 - 지형에 따른 발 딛는 자세가 안 바뀜 (농담)
그 대신 CBT의 설문조사가 세세했다. 기사에서 언급한 이야기 그리고 게임의 플레이 동영상을 보고 몇몇 플레이어가 남긴 우려는 이미 설문 조사의 항목으로 세세하게 만족도와 의견을 '먼저' 물어보고 있다.
전투에서 특정한 UI의 가시성이 불편하지 않은지, 전투의 이펙트 수준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않은지, 제강호에서의 이동 속도가 느리게 느껴지는지 심지어는 새로운 지역의 '중국풍 느낌'에서 '불편함'을 느꼈는지까지 묻고 있다. 첫 CBT다 보니 당연하겠지만, 플레이어가 느끼는 '구체적인 불편함'에 대해서 미리 인지하고 항목으로 만들어 의견을 구하고 있다는 점은 조금 놀랍다.
그리고 하이퍼그리프는 '명크리트'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자신들의 방향성을 믿고 지지해 주는 강력한 글로벌 팬덤을 가지고 있다. 쉽지 않은 시도를 하는 상황에서 회사의 선택을 믿고 소비해 줄 유저층이 있다는 점은 게임 개발에 있어 큰 도움이 된다.
베타 테스트 설문조사 양이 어마어마했다.
정리하자면, <엔드필드>는 서브컬처 게임계에서 잘 시도되지 않은 새로움을 보여주기 위해 그 완성도와 콘텐츠의 빌드업 과정에 심혈을 기울인 게임이다. CBT를 플레이하는 내내 "이 정도면 그냥 패키지 게임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픽, 아트, UI, 연출, 오픈월드의 구성 면에서는 업계 평균 이상이며, 이번 CBT에서 정식 출시 버전에 준하는 모습을 선보였다는 느낌이다.
<엔드필드>가 성공할 수 있다면 서브컬처 게임 업계는 <원신>이후 다시 한 번 대격변을 맞이할 것이다 . 턴제와 액션에만 집중하는 모바일을 신경 쓴 간편한 게임성만이 시도되던 업계의 흐름에서, 보다 콘솔 게임에 준하는 차별적인 게임성과 콘셉트 또한 서브컬처를 통해 충분히 시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의 바다로 말이다.
<엔드필드>가 성공할 수 있다면 앞으로 서브컬처 게임은 단순한 액션, 턴제, 오픈월드, 수집형 일변도인 현재의 환경에서
보다 많은 장르를 시도할 수 있으리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