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랄랄레로 트랄랄라'하고 '퉁 퉁 퉁 퉁(중략) 사후르'가 붙으면 '퉁 퉁 퉁 사후르'가 이긴다니까?"
신발 신은 상어와 악어 폭격기, 야구방망이를 든 통나무가 서로 싸우면 누가 이길까-와 같은 콘텐츠가 틱톡, 릴스, 쇼츠에 범람하고 있다. 일명 '이탈리안 브레인롯'(Brainrot, 뇌가 썩는다는 뜻에서 유래)이라 불리고 있는 일종의 밈(meme)이다. 그렇다, 대단한 의미가 있어서 유행하는 밈이라기보다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보다가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쪽에 가까운 캐릭터들이다.
이미 수십 종의 캐릭터가 있는데, 공통된 특징이 하나 있다면 모두 AI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캐릭터를 만드는 사람도, 이 세계관에 살을 붙이는 사람도 다양한 일종의 놀이 문화다. 특정 동물과 사물, 과일 등을 합성한 캐릭터에 괴상한 음악과 TTS 음성을 붙이고, 조잡한 효과를 더하면 완성이다.
'지브리 프로필 사진'부터 '이탈리안 브레인롯'까지 AI를 활용한 밈의 유행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칼럼에서는 게임 씬이 놓치고 있는 여러 기회의 파도들을 이야기하려 한다.


"이게 뭐야?", "이런 게 왜 유행이지?"
매우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이탈리안 브레인롯' 유행을 처음 본 사람들 중 일부는 "세상이 말세"라는 말도 하곤 한다. 다만, 낯섦을 마주한 순간에 머무르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생각한다.
유행의 주기가 전보다 훨씬 짧아졌다. 대신 여러 국가와 전 세대를 아우르는 밈이 자주 생산되고 있다. '칠 가이'(Chill Guy) 밈이 그랬고 '지브리 프로필 사진' 유행이 그랬다. 특히 이번 '이탈리안 브레인롯' 밈은 어린 세대 사이에서 더 많이 소비되고 있는데, 특정 콘셉트와 분위기에 공감대가 형성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활용할 구석이 많다.
최근의 밈들은 재생산도 빠르다. 생성형 AI로 만들어진 창작물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법적인 저작권 보호가 어려운 현황을 알고 계시리라 생각한다. 인간이 창작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부분적으로 저작권이 인정되는 경우도 있으나 여전히 드문 사례다. 이탈리안 브레인롯 밈으로 여러 2차 창작 영상이 쉽게 생성되고 있는 건, AI 발전에 따른 기술적 배경도 있지만 이런 (맹점이라면 맹점인)환경적 배경도 있다.
유행이 곧바로 생산성으로 이어지거나 금전적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런 기회의 파도들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깊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기자는 이 주제로 취재를 하며 적잖은 국내 게임 업계 종사자들에게 '이탈리안 브레인롯'에 대해 언급했으나, 이 밈의 존재 자체를 몰랐거나 큰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유행의 수명이 너무 짧아, 게임 콘텐츠 제작 기간이 이를 따라갈 수 없는 것을 고려하면 일면 이해가 되기도 한다. 일부 밈은 유래와 재생산 과정에 부정적인 의미가 담긴 사례들도 있기에 조심해야 할 측면 또한 있다. 그 결과, 당장 게임에 적용할 수 없는 유행이라 판단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특정 밈과 관련된 게임이나 업데이트 등이 곧바로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게임 업계가 세상의 변화에 둔감해도 괜찮은 건 절대 아니다.
이미 유튜브를 포함한 영상 플랫폼에서는, 쉽사리 이해하기 어려운 '이탈리안 브레인롯' 밈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이나, 이상형 월드컵의 형태로 어떤 캐릭터가 더 강한지 함께 이야기하는 콘텐츠가 많이 나온 상태다. 이 밈을 활용해 재밌는 패러디를 하는 사례도 볼 수 있다.
버추얼 유튜버 이세계아이돌(이세돌) '고세구' 공식 채널에 올라온 쇼츠다. "이게 도대체 뭐야?" 하며 당황하는 반응도 있지만, 빠르게 밈에 반응하는 모습에 호의적인 댓글이 훨씬 많다.
글로벌 게이머(특히 어린 세대)는 이 밈을 게임에서도 즐기고 싶어 한다. 아무래도 이런 기호와 취향이 먼저 발 빠르게 반영되는 건, '유저 모드'가 활발하게 제작되는 <마인크래프트>와 'UGC'(유저 제작 콘텐츠)가 활성화된 <로블록스>, <포트나이트> 쪽이다.



유행이라는 파도가 변했다. 파도가 치는 기간은 짧아졌지만, 여러 지역에 큰 파도가 자주 목격되고 있다.
틱톡, 릴스 등 숏폼 플랫폼에서 하나의 밈이나 트렌드가 인기를 끌기 시작해 "이제 식상하다"는 반응을 듣기까지의 시간은, 보통 3~4주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2주 이내의 수명을 가진 더 짧은 트렌드도, 몇 달 이상 지속되는 강력한 유행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그 수가 적은 편이다.
이 짧은 기간 안에 유행을 따라간 게임을 출시할 수 있을까? 발 빠른 개발자들은 아주 간단한 형태의 앱이나 게임이라도 스토어에 올리곤 한다.

개발사가 (검증이 덜 된) '밈'을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다소 위험해 보이는가. 다른 접근 방식도 있다. 놀이터를 만들면 된다. 앞서 소개한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 <포트나이트>처럼 이미 성공적으로 UGC 시장을 확보한 게임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도 아니다.
AI를 활용해 독창적인 게임을 만드는 국내 개발사 '렐루게임즈'가 지난 3월 10일에 처음 소개한 모바일게임 <DONUT>이 하나의 예시가 될 수 있겠다. 생성형 AI를 활용해 "게임을 만드는 게임"이다. "화성에서 점프하는 게임 만들어줘"와 같이 매우 간단한 명령 프롬프트만 입력하면, 게임을 생성해주는 앱이다.
첨부한 영상처럼 "게임을 만들어주는 게임" <DONUT>은 실행 가능한 알파 단계까지 개발된 상태다. 다만, <DONUT>은 아직 모바일 양대 마켓에 정식 출시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가정의 영역이지만, <DONUT>이 3월에 빠르게 출시됐다면 어땠을까. 아직 앱이 덜 다듬어졌더라도, '지브리 프로필 사진'이 유행했던 시기에 적잖은 유저들이 "이런 앱도 있다는데?"라고 하며 "지브리 스타일이 적용된 게임을 만들어줘"라며 가볍게 즐겨보지 않았을까. '이탈리안 브레인롯' 밈이 유행하기 시작했을 때, 기회의 파도에 올라탈 수 있지 않았을까.
생성형 AI가 놀이 도구가 된 시대다. '지브리 프사', '브레인롯' 유행 이후에도 AI를 활용해 빠르게 재생산될 또 다른 트렌드가 분명 등장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처럼 게임에 접목하기 쉬운 놀이에 가까운 사례가, 이 정도 규모의 파급력을 가진 채로 빠른 시일 안에 등장할 것이냐고 물어보면, 확언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짧은 유행에도 민감해야 하고, 트렌드를 읽었다면 시장에 빠르게 진입할 실행력도 필요하다. "게임의 경쟁 대상은 다른 게임이 아닌 SNS와 숏폼"이라는 말이 나온 뒤로도 시간이 꽤 많이 지났다. 이 지점에서 다시 '이탈리안 브레인롯' 밈을 보자. 아직도 유치한 단발성 유행으로만 보이는가.